‘초통령’으로 불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초통령’으로 불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실험가운을 입은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의 손엔 요즘 주부들의 로망인 무선청소기가 들려 있다. 그의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 쌀, 모래, 밀가루가 담긴 그릇들이 놓여 있다. 그가 갑자기 그릇을 들고 가루들을 뿌린다. 순식간에 집안은 난장판이 된다. 폭격을 맞은 듯 뿌연 먼지가 가득하다. 검은색 소파는 밀가루와 모래가루를 뒤집어써 흰색이 됐다. 그가 무선청소기를 켜고 청소를 시작한다. 순식간에 가루들이 청소기 안으로 빨려들어 간다. 소파는 제 색을 되찾았다. 가루로 범벅이 된 방바닥도 말끔해졌다. 청소를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분. 청소를 마친 그는 무선청소기를 분리해가면서 기능과 장단점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유튜브 스타 허팝(29·허재원)이 만든 동영상이다. 지난해 유튜브에 ‘D사 무선청소기의 성능 시험’이란 제목으로 올린 10분짜리 이 영상은 조회수가 200만회에 달했다. 댓글은 2800개가 달렸다. 이 영상은 D사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제작한 것이다. 허팝은 이 영상 한 편으로만 광고비 수천만원을 벌었다. 광고비와 별도로 유튜브 조회수로 발생한 수익까지 합하면 약 5000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허팝의 경우 이처럼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제작하는 제품 홍보 영상이 한 달에 1~4건이나 된다. 제품 홍보 영상뿐만 아니라 허팝이 만든 동영상은 팬들을 몰고 다닌다. 유튜브에서 그의 인기는 아이돌 부럽지 않다. 그의 영상을 보는 고정회원 구독자수는 180만명, 누적 조회수는 13억회에 달한다. 조회수는 곧 돈이다. 그가 올리는 영상수는 매달 20개가 넘는다. 이들 영상으로 허팝이 버는 돈은 월 억대를 훌쩍 넘는다. 유튜브가 키운 젊은 부자의 탄생이다.

‘허팝’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안산으로 향했다. 안산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안산시 상록구 팔곡2동에 들어서자 골목길을 따라 연립주택이 늘어서 있다. 지나가는 초등 남학생을 붙들고 허팝연구소를 물었다. “이 동네서 허팝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웃으면서 2층짜리 한 건물을 가리켰다. ‘허팝 연구소’였다. 간판도 없이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건물은 평범한 창고 같았다. 그런데 건물 안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330㎡(100평) 규모의 ‘허팝 연구소’에는 각종 실험도구들이 즐비했다. 비커, 스포이트, 삼각플라스크 등 과학실험실에서 볼 만한 도구들이 5단짜리 선반 가득 쌓여 있었다. 고글, 헬멧, 장갑 등의 안전장비도 눈에 띄었다. 허팝이 유튜브 방송에서 사용했던 무선청소기, 인형 뽑기 기계도 보였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괴짜 과학자 브라운 박사의 실험실이 떠올랐다.

스타 유튜버, 과학 실험의 대명사…. 허팝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는 유튜브에서 독보적인 실험 크리에이터다. 누구나 궁금해하는 실험을 대신 해주고,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1인 방송 진행자다. 그가 실험 크리에이터, 실험 유튜버라고 불리는 이유다. 뜨겁게 달군 헤어세팅기로 대패삼겹살 구워 먹기, 지우개똥으로 1m 길이 뱀 만들기, 멘토스 사탕으로 무장하고 콜라 욕조에 다이빙해 기포 폭탄 만들기…. 그가 만드는 동영상의 소재는 황당하고 기발하지만 한번쯤은 상상해 보거나 궁금해할 법한 것들이다. 10대들은 이 영상들을 보며 열광한다.

“유튜브 시장은 블루오션”

“유튜브 시장이 이미 경쟁이 너무 심하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 시장을 하나의 숲이라고 한다면, 아직 나무가 없는 데가 너무 많아요. 콘텐츠 개발만 한다면 유튜브 시장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허팝의 말이다. 유튜브는 한 달 15억명 이상이 동영상을 시청하는 거대 시장이다. 분당 400시간 분량의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온다. 하루면 65년 분량이 쌓이는 셈이다. 2005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불과 12년 만이다. 허팝과 같은 스타 유튜버(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보면서 성공신화를 꿈꾸는 청소년도 많다. 초등학생 장래희망에 유튜버가 공무원과 함께 1~2위를 다툰다. 진입 장벽도 없다.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 수 있다. 인기와 돈을 거머쥘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로 돈과 사람이 몰리고 있다.

허팝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학 졸업 후 ‘쿠팡맨’으로 취업했다. 쿠팡맨은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에서 택배배송 서비스를 해주는 직원이다. 그가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것은 2014년. 초창기엔 주로 과자 등을 먹는 ‘먹방’ 영상을 올렸다. “처음에는 에어컨도 없는 단칸방에서 촬영하고 편집을 했습니다. 유튜브 보면서 전부 독학으로 익힌 겁니다.”

조회수 수십 회에 불과했던 그는 한 편의 동영상으로 대박이 났다. 2014년 8월, 품절대란을 일으켰던 ‘허니버터칩’ 먹방이었다. 단숨에 조회수가 수천 회대로 증가했다. 그때부터 그는 여세를 몰아 자신만의 동영상 콘셉트를 정하고, 매일같이 영상을 올렸다.

허팝이 매일 찍어 올린 영상을 보고 CJ E&M에서 연락이 왔다. 그는 2015년 4월부터 CJ E&M의 MCN(Multi Channel Network) 관련 조직인 ‘다이아TV’에서 크리에이터로 일하기 시작했다. 허팝은 자신의 인기비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튜브 영상을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콘텐츠의 기승전결이 중요하고, 편집을 하면서 영상의 재미를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0분짜리 영상 하나 제작하기 위해 촬영과 편집에 모두 3~4시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여야 합니다. 리액션도 아주 중요합니다.”

그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똑같이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연습했다고 한다. 그가 크리에이터로서 벌어들인 첫 달 수입은 2만원이었다. 현재 그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최소 월 5000만원이 넘는다. 유튜브의 젊은 거부들은 어떻게 수익을 낼까.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은 바로 광고다. 유튜버는 자신의 동영상 앞에 따라붙는 광고로 돈을 받는다. 이때 광고 수익은 유튜브가 아닌 구글의 광고 중개 시스템인 ‘애드센스’로부터 지급받는다. 자신의 동영상에 광고를 유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구글 계정을 하나 만들면 유튜브와 애드센스의 계정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유튜버가 자신의 영상에 광고를 붙이겠다는 조항에 선택만 하면 동영상 앞에 광고가 붙는다.

그렇다고 누구나 광고를 유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12개월간 유튜버의 채널이 구독자 1000명, 총 시청시간 4000시간을 넘겨야 한다. 조건을 충족하고 광고가 붙으면 수익금은 유튜버가 등록한 통장으로 지급된다. 어떤 광고를 붙일지는 유튜브가 랜덤으로 결정한다.

광고 매출은 조회수가 중요하지만 ‘구독자’와 ‘좋아요’ 수도 영향을 미친다. 조회수가 높을수록 비싼 광고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영상의 길이도 중요하다. 유튜버들은 “최소 3분은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광고 단가는 조회 1회당 약 1원으로 알려져 있다. 조회수가 1000만회이면 광고 수익은 약 1000만원이다. 광고 수익과 별도로 유튜버는 시청자들로부터 직접 후원을 받을 수도 있다. 2017년 2월부터 프로그램 슈퍼챗(Super Chat)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같은 개념이다.

슈퍼챗은 유튜브 시청자들이 유튜버에게 남기는 일종의 응원 메시지다. 시청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에게 돈을 내고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슈퍼챗으로 보내는 돈은 1회 1000∼50만원 사이며, 1일 한도는 50만원이다.

광고수익 조회수 1회당 1원

이외에도 유튜버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동영상에 기업 간접광고를 하고 협찬을 받기도 한다. 영상을 찍을 때 해당 기업의 특정 제품이 노출되게 찍는 것이다. 이때 협찬 단가는 유튜버의 인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구독자 100만명 이상의 유튜버에게 지급되는 광고비는 통상 1회당 100만~5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간접 광고뿐만 아니라 아예 기업에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영상을 제작해달라고 유튜버에게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에서도 청소기, 노트북 등 신제품이 출시되면, 제품의 성능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달라고 요청이 옵니다. 대개 그런 경우는 한 회당 1000만~5000만원 사이의 광고비를 받고 촬영해줍니다.” 허팝의 말이다.

인기 유튜버는 각종 행사에서 초청 1순위다. 행사에 참석하거나 이름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1000여만원을 받기도 한다. 특히 유통업계가 유튜버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백화점, 마트 등에서 유튜버를 초청해 제품을 홍보하거나 체험행사를 자주 연다. 유튜브 스타가 먹고 입은 제품은 입소문을 타고 제품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8년 국내 기준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채널이 90개를 넘어섰고 10만 구독자를 돌파한 채널은 1200개에 달한다.

2017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기 유튜버들의 광고 수익도 한 해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른다. 이 자료는 유튜버의 부수입은 따로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PomPom Toys(키즈) 약 31억6000만원 △2위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키즈) 약 19억3000만원 △3위 도티(게임) 약 15억9000만원 △4위 허팝(과학실험) 약 12억3000만원 △5위 대도서관(게임) 약 9억3000만원 △6위 악어(게임) 약 7억6000만원 △7위 밴쯔(먹방) 약 7억원 △8위 대정령(게임) 약 6억3000만원 △9위 김이브(연애상담) 약 6억1000만원. 이 정도면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 가운데 얼굴과 나이가 알려지지 않은 유튜버인 ‘PomPom Toys’를 제외하고는 모두 2030세대다.

유튜브의 동영상을 소비하는 세대는 10~30대가 주축이다. 2017년 인터넷 미디어리서치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발표한 ‘세대별 모바일 앱 이용 현황’을 살펴보자. 카카오톡·네이버·유튜브·구글은 전 연령대에서 이용률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이 가운데 세대별 이용률 차이가 가장 컸던 앱은 유튜브였다. 10~20대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중이 다른 세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13∼24세는 유튜브 이용이 86%로, 다른 세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25∼39세는 76%, 40∼59세는 66%, 60대 이상은 57%였다. 동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유튜브 세대들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부른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란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의 말처럼 쉽게 다룬다는 뜻이다. 2001년 미국의 교육전문가 마크 프렌스키가 처음 사용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미디어 시청에 있어서 독특한 성향을 보인다. 이 세대는 본인이 흥미가 없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 콘텐츠는 억지로 보지 않는다. 미디어 콘텐츠에 대해 냉정한 취사선택을 한다는 의미다. 이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것이 일상이다. 이들이 유튜브를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좋아할 만한, ‘나’를 위한 영상을 끊임없이 업로드해주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더 이상 ‘시청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직접 해당 영상을 찾아서 채널을 구독하고, 구독한 채널의 새로운 영상을 알람을 받아 시청한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댓글을 쓴다.

스타 유튜버 키우는 기획사 MCN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유튜브 방송의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키즈, 음악, 패션·뷰티, 연애상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상생활에 유용한 팁을 알려주는 콘텐츠의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다.

유튜버가 급증하자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사업화하는 MCN도 늘고 있다. MCN은 연예기획사처럼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크리에이터를 대거 확보한 기획사를 이른다. CJ E&M 다이아TV, 샌드박스네트워크, 트레져헌터, 캐리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MCN은 유튜버들의 영상 촬영과 기획을 돕고 유튜브 채널 운영을 지원한다. 허팝처럼 ‘다이아TV’ 같은 기획사에 소속돼 활동하는 유튜버도 있지만, 자신이 직접 MCN을 설립한 유튜버도 있다. 바로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도티’다. 그를 따라다니는 구독자수는 200만명이 넘는다. 도티는 10대 눈높이에 맞춘 게임 방송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티는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 클래시 로열, 로블록스 등을 주로 선보인다. 이 가운데 마인크래프트가 가장 유명하다. ‘게임계의 레고’로 불리는 마인크래프트는 온라인상에서 자기만의 세상을 직접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도티는 상황극을 만들어 10대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2014년 ‘샌드박스네트워크’라는 MCN을 설립했다. 현재 샌드박스에는 도티 외에도 잠뜰, 수현, 쵸쵸우, 파파독 등의 유튜버들이 소속돼 있다. 전체 직원은 150명에 달한다.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생산하는 콘텐츠의 월간 조회수는 4억~5억뷰에 달한다. 샌드박스의 주요 수입원은 유튜브 광고료다. 여기에 광고주들과 협업해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 캐릭터 상품, 방영권 사업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창업 3년 만인 지난해 연매출 100억원대를 기록했다. 현재도 급성장 중이다.

지난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샌드박스네트워크’ 방송실을 찾았다. “와~ 여러분 보세요. 명중이에요! 명중.” 신나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젊은 남성이 혼자 모니터 앞에 앉아 슈팅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헤드셋을 끼고 마이크 앞에서 혼자 쉬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그는 마치 바로 앞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손짓을 섞어가며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책상 위에는 두 개의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한 화면에서는 게임 영상이 나왔고, 다른 화면에서는 웹캠에 찍힌 그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그는 ‘배틀그라운드(Battlegrounds)’라는 슈팅게임을 이용해 유튜브로 방송을 진행하는 ‘파파독(김동주)’이었다.

비주류에서 주류가 된 유튜브 방송

원래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취미였던 게임으로 대회에 출전해 입상을 하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그를 눈여겨본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제의를 받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다. MCN에 소속되는 것은 신인 유튜버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이다. MCN은 파파독과 같은 유튜버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유튜브 방송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도티는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정말 엄청난 선배다. 도티가 세운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유튜버로서 꿈을 펼치고 있다.” 파파독이 말했다.

도티(31·나희선)가 유튜버에 안주하지 않고 MCN을 설립한 이유가 있다. 그는 원래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방송국 PD를 준비하다가 동영상 경험을 쌓고자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팬인 그는 김연아 선수 경기 영상을 직접 편집해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그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4년 미국 LA에서 열린 ‘비드콘(VidCon) 2014’에 참여하면서 MCN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이후 자신의 친구인 이필성씨와 함께 샌드박스네트워크를 공동 창업했다.

“그동안 10대만을 위한 방송은 거의 없었습니다. 청소년이 도티TV를 보는 이유는 부모가 TV를 못 보게 해서도, 채널 선택권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걸 보기 때문입니다. 구독한 채널의 새로운 영상은 피드의 알람으로 받아서 보고, 콘텐츠를 다 본 뒤에는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댓글도 쓰면서 적극적으로 방송에 동참하는 게 유튜브의 매력이죠. 유튜브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합니다.” 도티는 유튜브 방송 시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양한 콘텐츠와 실시간 소통을 내세운 유튜브의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10~2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검색은 포털사이트’라는 공식을 깨고 정보 검색도 유튜브에서 하는 빈도가 월등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동영상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한 유튜브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2월 74.9%를 차지했다. 2위인 아프리카TV(4%)와의 비교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네이버TV, 카카오TV의 지난해 12월 점유율도 각각 1.9%, 0.1%에 그쳤다. 체류 시간을 보면 이용자들은 모바일로 한 달에 2117만8000시간을 유튜브에 썼다. 이는 국내 인터넷 사업자 네이버(1473만6000시간)보다 높고, 카카오톡(2436만7000시간)보다는 낮은 수치다.

유튜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편향되고 극단적인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인 방송 시장은 음란행위, 일반인 모욕, 성희롱, 초상권 침해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처벌할 근거는 마련돼 있다. 그러나 법으로 모든 유해 콘텐츠를 제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불법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것은 이용자의 동영상 시청 시간이 광고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유튜브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수정해 신뢰도가 높은 동영상이 더 자주 노출되도록 만들었다. 또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광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비판 여론 속에서도 유튜브의 성장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유튜브는 글로벌 1위 검색엔진인 구글을 바짝 뒤쫓고 있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전 세계의 10~20대는 동영상 검색을 이미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당분간 급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 돈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광고주, 동영상을 소비하는 사용자, 이들이 만들어낸 유튜브 생태계가 미디어 산업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해외 유튜버들

혜성처럼 등장한 미들턴 연 180억으로 1위

(왼쪽부터) 다니엘 미들턴. 퓨디파이. 라이언.
(왼쪽부터) 다니엘 미들턴. 퓨디파이. 라이언.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는 지난해 ‘세계 최고 수입의 유튜버 스타 2017’ 순위를 발표했다.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의 수입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1위 유튜버는 영국의 다니엘 미들턴(Daniel Middleton)이다. 그는 2010년부터 ‘마인크래프트’ 게임 방송을 하고 있다. 과거 포브스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다가 올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다니엘 미들턴의 한 해 수입은 약 1650만달러(179억5000만원)이다.

2위에는 역시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캐나다의 유튜버 에번 퐁(Evan Fong)이 올랐다. 2017년 약 1550만달러(168억4000만원)를 번 것으로 추산된다. 3위는 스포츠 예능쇼를 진행하는 미국 대학생 방송팀 ‘듀드 퍼펙트(Dude Perfect)’다. 이 팀은 유튜브 방송으로 약 1400만달러(152억1300만원)를 벌어들였다. 4위엔 미국인 두 명이 이름을 올렸다.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 마크 피시바흐(Mark Fischbach)와 일상 속의 장면을 찍어 올리는 배우 로건 폴(Logan Paul)이다. 이들의 수입은 각각 1250만달러(135억8300만원)가량이다. 6위는 스웨덴 출신의 게임 방송 진행자인 펠릭스 셀버그(Felix Kjellberg·퓨디파이 PewDiePie)다. 그는 2015년 포브스가 ‘세계 최고 수입의 유튜버 스타’ 순위를 발표한 이래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초 유대인을 비하하는 영상을 올려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1200만달러(130억4000만원)를 벌어 6위에 그쳤다.

그 밖에 주목할 만한 유튜버는 바로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린 라이언(Ryan)으로 ‘라이언의 장난감 품평(Ryan’s Toys Review)’이라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언의 나이는 7살이지만 그의 인기는 매우 뜨겁다. 채널을 운영한 지 2년 만에 구독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라이언은 새 장난감에 대해 박스를 뜯는 것부터 시작해 직접 가지고 놀면서 자신의 생각을 바로 말로 표현한다. 어린이의 시각을 그대로 담은 그의 방송엔 거짓과 가식이 없다. 해외에서도 유튜버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큰 화제다. 현재 유튜브는 개별 유튜버의 수입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포브스가 발표한 명단은 외부 자료와 당사자 등을 통해 매출을 추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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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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