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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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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미·중 관세전쟁이 불길하다

보호무역 대공황 부르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photo 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 메시지를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그가 작년에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상당히 강한 톤을 담고 있다. 원문을 번역하면 이렇다. “나는 중국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 우리의 바보 같은 과거의 지도자들은 중국이 무역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매년 수천억달러를 벌어가도록 허용했다.” 과거의 지도자들이 바보 같았다(foolish)고 한 부분은 상당히 강한 표현이다. 그는 며칠 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이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도둑질을 했다. 미국의 연간 무역적자 800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5040억달러가 대중 무역적자”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제주의자들 몰아낸 국가주의자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피터 나바로 교수의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이라는 저서의 내용과 거의 비슷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2011년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피터 나바로 교수가 펴낸 이 저서는 혐중에 가까운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목에 나오는 중국에 의한 죽음은 미국이 중국에 의해 희생당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에 의하면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미국의 핵심기술을 공짜로 탈취하여 제품 생산에 적용하고 있다. 공짜기술, 환경에 대한 둔감함, 저임금, 그리고 환율조작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은 가성비가 엄청나게 좋은 물건을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을 완벽하게 갖추게 되었다.
   
   이를 지적한 나바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시점에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지위를 통해 백악관에 입성하였다가 지금은 국가경제위원회의 국장급 직위를 보유하면서 백악관에서 무역정책과 관련한 주요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위원장이 경질되면서 무역정책이 새삼 주목을 받았는데 경질된 개리 콘 위원장은 소위 ‘글로벌리스트’로, 나바로 교수는 ‘내셔널리스트’로 분류되고 있다. 국가주의자들이 국제주의자들을 몰아낸 셈이다. 새로 취임한 더들리 위원장은 자유무역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상당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인사로 알려져 있어서 향후 중국에 대한 견제는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세계 경제를 ‘골디락스 경제’라고 평가한 적이 있었다. 인플레로 인한 뜨거움도 없고 실업으로 인한 차가움도 없이 알맞게 따뜻한 경제, 인플레와 실업이 없이 고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던 호시절을 골디락스 경제라고 불렀다. 문제는 이 시기에 이미 ‘글로벌 임밸런스’라고 명명된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미국의 지나친 무역적자와 중국의 과도한 무역흑자로 인해 세계 경제에 달러가 너무 많이 공급되고 있고 과도한 불균형이 축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미 나온 것이다. 일부에서 이를 시정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는데 그때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이 문제는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적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금융위기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있지만 또 다른 위기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임밸런스에 대한 지적이 새로운 양상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뒤늦은 후회라고나 할까, 대중 무역적자를 통해 중국을 너무 키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자유무역을 중요한 어젠다로 인정하면서 국가 간에 자유로운 교역을 추진하고 그 결과 나타나는 무역적자나 흑자는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단기적인 불균형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변동되면서 지나친 적자나 흑자는 자기 스스로 수정이 된다는 믿음도 있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필요한 이유
   
   하지만 이제 인식이 변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가 사용하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출범한 이후 달러는 신흥패권국인 미국의 국내 화폐이지만 전 세계가 국제결제와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확보하였다. 미국은 달러가 항상 금으로 교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금태환 보장의 약속을 통해 달러의 지위를 ‘금 교환권’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기축통화 체제를 구축하였다. 이 체제하에서 미국 달러는 전 세계가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세계 경제로 공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필요하다. 미국이 적자를 내야 이 적자만큼 달러가 다른 나라로 풀려 나간다. 미국 적자가 세계 경제가 필요로 하는 달러의 궁극적 공급원이 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미국의 적자규모가 너무 커지면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때문이다. 공급이 충분해지면 신뢰가 깨진다는 공급조건과 신뢰조건의 딜레마, 즉 ‘트리펜 딜레마’는 이미 이 체제의 도입 초기에 지적이 된 바 있다. 미국은 베트남전 전비지출과 복지지출 증대 등을 위해 달러를 계속 발행하였고 결국 1971년 달러 금태환을 스스로 포기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내에서 달러를 대체할 통화는 없었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다. 엔, 마르크, 파운드 등이 일부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서 지금까지 공고하게 이 체제는 유지되고 있다. 브레튼우즈 2.0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 체제하에서 자신의 화폐가 국제결제에 사용될 수 없는 소위 비기축통화국은 수출을 통해 달러라는 결제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해외에서 수입할 수 있다. 또한 자본이동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해외자본은 달러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해외자본이 나가는 경우 등에 대비하여 외환보유고라는 이름으로 중앙은행이 달러표시 비상금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무역만이 아닌 자본이동에 대한 대비까지 해야 하다 보니 해외자본을 안심시키려면 달러표시 비상금은 엄청나게 필요하다. 이 부분을 소홀히 하다가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당한 바 있다. 중국은 3조달러가 넘는 달러를 외환보유고로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1조달러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다. 물론 전액이 다 달러는 아니고 유로화표시 자산이나 금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달러표시 자산이다. 한국과 같은 나라는 흑자를 내고 외환보유고를 쌓아야 해외자본이 안심을 하고 국내에 투자를 한다. 적자를 내고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 해외자본이 불안해하면서 빠져나가고 위기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우리에게 비기축통화국의 생명선에 해당하는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조짐은 매우 불길한 면이 있다. 미국의 인식은 변했다. 대미흑자를 자유무역의 결과물로 인정해주던 분위기가 사라졌다. 이제 대미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은 미국 시장을 이용해서 돈만 벌 뿐 미국에 대한 공헌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불량한(?) 국가들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대미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은 일본·중국·독일·한국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국의 대미흑자는 엄청나다. 중국을 이처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칼을 뺐는데 문제는 그 칼이 우리에게도 상당한 상처를 줄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만 보아도 확인이 된다. 작년도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약 100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그중에서 중국과 홍콩이 6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반도체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이 반도체를 가지고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어서 미국에 수출하여 돈을 버는 셈이다. 이제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는 우리의 대중수출을 줄이게 될 것이다. 미국과의 FTA 협상도 수정되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두 가지 압력이 작동하는 셈이다. 대미흑자를 줄이라는 미국의 직접적 압력, 그리고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를 통한 우리의 대중수출 감소라는 간접적 압력이 두 개의 통로를 통해 작동하면서 우리 경제에 압박요인이 될 것이다. 이미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두 가지 통로의 영향으로 인해 수출이 300억달러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 경제 미·중 의존에서 벗어나야
   
   대내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조치로 인해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 내지 외수까지 타격을 받는 경우 우리 경제는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갈등은 금융 분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 국채가 문제이다. 가장 안전한 자산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고 많은 중앙은행들과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미국 국채이다. 중국도 약 1조2000억달러 정도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증대시키자 중국은 미국 국채 약 167억달러를 시장에 내다파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가장 안전한 자산이지만 이런 식의 투매가 지속되면 미국 국채 가치에 대한 회의가 생기고 혹시라도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 국채수익률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기가 돌아와서 새로 국채가 발행되는 경우 상승한 금리 수준으로 발행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각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에서 다른 채권들의 발행금리도 상승한다. 이 경우 글로벌 위기에서 겨우 빠져나오고 있는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0.25%포인트의 금리역전이 한·미 간에 나타나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미국 국채 시장과 금리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상당한 충격이 금융시장에 나타날 수 있다. 금리가 1%포인트만 상승해도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이 14조원이 증가한다. 특히 요즘 가장 힘들어하는 경제주체들인 자영업자가 보유한 부채가 거의 600조원이다. 금리의 급격한 변화가 두려운 이유이다. 중국도 자기가 보유한 나머지 미국 국채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돌파구가 있다고는 해도 감정적 대응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 짐작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매우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 중국은 상하이선물거래소에 국제에너지시장을 개설하고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원유 선물거래가 위안화로 결제되면서 만기일에 원유의 실물인수도가 이루어질 때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한다는 점이다. 99.6%가 달러로 결제되는 원유 시장의 페트로 달러 질서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향후 추이를 보아야 하지만 두 패권국의 움직임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변화된 체제가 정착될 때까지 상당한 파열음이 곳곳에서 들릴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1929년 대공황 시절 스무트-홀리관세법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흐름이 대공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공황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진 후에 관세인상 조치가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관세인상 조치가 대공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의견은 조심스러운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은 공황의 조짐보다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관찰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은 일본의 과도한 대미흑자를 줄이기 위해 엔화의 절상을 시도한 1985년 플라자합의를 모델로 한 제2 플라자합의가 필요한 때다. 물론 이번에는 환율의 과도한 절상보다는 무역흑자 목표를 정하고 이 목표를 자율적으로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자국화폐 절상이 일본 경제에 버블을 만들고 이 버블이 터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도래했다는 데 대해 중국은 매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무역흑자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율적 노력은 환율을 조정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다른 국가들과의 다양한 경제교류와 무역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물론 대미관계를 개선하는 경우 일본처럼 대미흑자에 대해 사실상 예외로 인정받을 수도 있으므로 대미 외교를 더욱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G2 간 무역전쟁의 조짐이 보이는 현 시점에서 다양한 차원에서 보다 현명한 ‘돌고래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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