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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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사무실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공장 제조라인에서 노동자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처럼 일반 사무실에서도 업무 방식에 파괴적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AI가 활성화되는 사무실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지난 3월 29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I 기술 발전으로 미래에 직장인들이 겪을 일터 환경을 예측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래에는 직원들이 직장에서 무엇을 하는지 꼼꼼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전등 속이나 벽 위, 책상 아래 곳곳에 AI가 설치돼 직원들의 현재 위치와 활동 등을 체크한다는 것. 직원이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그러한 AI 기능의 하나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스타트업 휴머나이즈(Humanyz)가 개발한 ‘스마트 ID 배지(ID Badge)’를 꼽았다. 신용카드 크기의 이 배지는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감지하는 눈과 귀의 역할을 한다. 직원들이 ID 배지를 착용하면 동선을 비롯해 언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는지도 체크할 수 있다. ID 배지에 마이크로폰과 함께 블루투스, 적외선 센서가 들어 있기에 가능한 기능이다.

동선 체크해 이직 가능성까지 예측

ID 배지에 입력된 정보들은 해당 직원의 일정 정보와 합쳐져 그가 회사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모니터링된다. 이는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직원들의 업무가 균형 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직원들의 의견이나 정보가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무 공간이 팀워크에 얼마나 유리한지를 파악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미국의 격주간 종합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상당수는 이 ID 배지를 사용해 사무실 직원들의 동선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업무 방식을 효율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협업용 메신저 앱인 ‘슬랙(Slack)’은 직원들의 업무처리 속도를 측정한다. 슬랙은 2013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협업 소프트웨어의 명칭이자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 이름. 슬랙은 직원이 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는지 파악하여 관리자가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금 맡겨진 업무가 해당 직원에게 버겁거나 적합한지를 알게 해주는 셈이다. 직원들이 쓸데없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빈둥거리는 바람에 업무 속도가 늦는 것은 아닌지도 살핀다. 직원들의 능력을 분석한 슬랙의 종합 결과를 통해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업무를 적절하게 배분할 경우, 업무의 질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직원들의 이직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도 미래의 사무실 환경을 바꾼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워크데이(Workday)’의 앱이 그것. 이 앱은 직원들의 60가지 요소를 분석하여 일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스마트폰과 클라우드를 이용해 어떤 서류를 보내며 어떤 작업을 하는지 분석한 후 이런 방대한 정보를 모아 직원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한다. 직원들이 맡은 업무를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지, 아니면 다른 마음을 먹고 이직하기 위해 이런저런 서류를 보내는지 등을 알아내는 것이다.

직원들이 하루 종일 두드리는 자판의 움직임을 모두 추적하는 숨 막히는 사무실 환경도 도래할 전망이다. 미국계 회사 ‘베리아토(Veriato)’가 만든 AI 소프트웨어는 직원들의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기록한다. 회사의 정보나 고객 정보를 훔치는 것과 같은 직원의 그릇된 비행 활동도 포착이 가능하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직원의 업무 의사소통을 비롯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활동이나 회사를 위한 충성도 등을 확실하게 파악하게 된다.

기업들이 모니터링 AI를 사용하는 근원적 이유는 바로 ‘보안’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직원들의 이상행동 징후를 모니터링하여 큰 위험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평소의 행동 패턴을 벗어나 비정상으로 많은 수의 파일을 복사하기 시작한다면 이를 잡아내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곧바로 추적되어 관리자에게 통보된다.

<b></div>01</b> 미국 회사 베리아토(veriato)가 만든 AI소프트웨어는 직원들의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기록한다. 회사나 고객 정보를 훔치는 것과 같은 비행 활동도 포착한다.<br><b>02</b> 일본 업체 히타치가 개발한 ‘행복계량기’. 직원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한 후 감정 상태를 파악해 행복 수준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다.<br><b>03</b>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워크데이’의 앱. 직원들의 60가지 요소를 분석해 이직을 위한 준비활동까지 파악한다.
01 미국 회사 베리아토(veriato)가 만든 AI소프트웨어는 직원들의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기록한다. 회사나 고객 정보를 훔치는 것과 같은 비행 활동도 포착한다.
02 일본 업체 히타치가 개발한 ‘행복계량기’. 직원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한 후 감정 상태를 파악해 행복 수준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다.
03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워크데이’의 앱. 직원들의 60가지 요소를 분석해 이직을 위한 준비활동까지 파악한다.

히타치의 행복계량기

AI는 직원의 복지를 위해 활용될 수도 있다. 일본의 전기전자제품 업체 히타치가 개발한 ‘행복계량기(Happiness Meter)’라는 알고리즘이 그것. 직원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한 후 그들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여 행복 수준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이다. 예를 들어 제조 현장에서 회의가 한 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직원들의 기분 상태 변화를 읽어 들여 ‘회의가 길어지면 제조팀 전체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으니 가능한 짧게 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을 관리자에게 전달해 준다.

행복계량기는 현장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일하는 직원들의 행복지수를 9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일의 능률도 오르고, 일을 시키는 관리자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기분은 비즈니스에도 유용하게 작용한다.

AI의 활용은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부정적 요소도 불러일으킨다. 모니터링 AI로 직장에서 직원들의 안전사고를 막고, 임금 인상이나 승진에서 모두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은 좋은 역할이다. 성별 차이에서 나타나는 임금 차이는 물론 지나치기 쉬운 성 차별을 가려내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직원들의 사생활은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에 처할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니터링(감시)되고 평가되는 공간에서 과연 직원들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는 AI 활용이 직원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일의 효율과 사생활 균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3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그 첫째는 익명성의 보장이다. 예컨대 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자는 모든 직원의 정보를 통합된 형태로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투명성이다. AI 기술을 이용해 직원의 어떤 행동을 모니터링해 수집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직원들이 요구하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다. 해당 직원이 자신의 채용·해고·승진에 사용된 알고리즘에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없는지 검증하고 싶어 할 경우 이를 볼 수 있게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일터 환경을 계속 바꿔나갈 것이다. 새롭게 변화되어가는 미래의 사무실에 적응하려면 변화에 대한 저항이 아닌 수용을 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경제의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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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전 ‘뉴턴(NEWTON)’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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