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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03호] 2018.04.16

전 세계 큰손들도 뛰어들었다

P2P 금융 시장을 바꾸나

하주희  기자 

세계 최대 유니콘이 아시아에서 탄생할까. 지난 4월 10일, 세계 금융계가 조용히 들썩였다. 앤트파이낸셜그룹(이하 앤트) 때문이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금융 기업이다. 올해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큰손’이 뛰어들었다. 바로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이다. 테마섹이 앤트에 투자할 거란 소식이 내부 소식통을 통해 흘러나온 게 바로 4월 10일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소식을 전하며 앤트의 기업가치가 약 1500억달러(160조원)가 될 거라 예측했다. 만약 그런 ‘체급’으로 상장하면, 골드만삭스나 페이팔을 뛰어넘는 거대 금융사가 탄생할 거란 전망도 덧붙였다. 그야말로 세계 최대 유니콘의 탄생이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약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용어다.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하단 의미다. 전 세계에 200여개의 유니콘기업이 있다. 절반 이상이 미국 기업이다.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같은 회사다.
   
   앤트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피투피(P2P) 금융이다. 피투피 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금융서비스를 뜻한다. 국내에선 ‘대부중개업’으로 분류한다. 전 세계 피투피 금융 시장은 말 그대로 괄목 성장 중이다. 일단 공식 통계상으론 2015년 말 기준 미국 120억달러, 중국 667억달러, 일본 5억달러 규모다. 하지만 몇 년 전의 이런 통계는 참고하기 힘들 정도로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리서치앤마켓은 2025년까지 전 세계 피투피 금융 시장이 1조달러, 즉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예상한다.
   
   
   한국 시장 급성장 중
   
한국 시장도 급성장 중이긴 마찬가지다. 한국P2P금융협회 자료를 보면, 3월 말 기준 시장 규모가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누적대출액 기준이다. 전월에 비해 10% 이상 늘었다. 65개 회원사만 감안한 금액이다. 100곳이 넘는 비회원사까지 더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3조원에 가까울 걸로 예상한다. 외국에 비하면 성장세는 더디다. 상당 부분 규제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이 단적인 예다. 일단 투자 한도를 정해놨다. 개인투자자는 한 상품당 최대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한 업체당 최대 2000만원이 투자 한도다. 부동산 담보 상품에 1000만원, 비부동산 담보 상품에 1000만원이다. 법인투자자나 요건을 갖춘 전문 투자자들은 별도의 투자 한도가 없다.
   
   금융당국은 피투피 금융 시장이 갑자기 성장하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피투피 금융 상품 중 부동산PF, 즉 프로젝트파이낸싱 상품이 꾸준히 늘고 있다. 3월 말 누적대출액 기준 7700억원이다. 부동산PF는 아직 지어지지 않은 부동산 상품이 향후 낼 수 있는 수익을 기초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A가 자신의 땅에 빌라를 지어 분양하기로 한다. A에겐 공사비가 없다. 은행 등 금융사로 간다. 금융사는 A가 건물 준공 후 분양해 올릴 수 있는 예상 수익을 평가해 돈을 빌려준다. A의 상황과 공사의 세부사항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투자자들이 공사비를 빌려줄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피투피 금융 업체의 부동산 PF 상품이다. 현재 존재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부동산 담보 상품과는 전혀 다르다. 미래가치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만큼 위험도가 높다. 게다가 모든 피투피 금융 상품은 기본적으로 원금보장이 안 된다. 남들이 한다니까 상품에 대해 잘 모르면서 ‘묻지마 투자’를 할 경우 극단적으론 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일부 피투피 금융사들은 투자자의 원금에 손실이 생길 경우 일정 비율을 보상해주는 장치를 도입했다. 보상보험인 셈이다. 투게더펀딩, 어니스트펀드 등의 업체가 일부 상품에 적용 중이다.
   
   거꾸로 규제가 없어서 시장이 제때 크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피투피 금융 관련 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대부업 관련 법을 개정해 임시로 규제 중이지만 시장을 제대로 컨트롤하기에는 부족하다. 실물시장은 돌고 있는데, 규제할 법안은 없단 얘기다. 금감원이 피투피 금융 업계를 마치 창구 지도하듯 가이드라인을 앞세워 다루는 이유다. 신현욱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의 말이다. “법제화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피투피 금융사들 입장에선 지킬 법이 있는 게 사업하기 더 좋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외국은 오래전에 이미 법제화를 마쳤다.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도 안정된 법 테두리 안에서 시장이 크고 있다. 가이드라인으로 규제하는 탓에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못 들어오고 있다. 피투피 금융이 존재하는데 기관투자를 막는 건 한국밖에 없다. 외국은 개인보다 법인·기관 투자자의 비중이 크다. 미국 최대 피투피 플랫폼인 렌딩클럽은 은행 등 기관으로부터 투자받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투자를 위해 지켜야 할 3가지
   
   최소한의 규제법안이 생길 때까지 투자자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최소한 세 가지를 지킬 필요가 있다. 첫째, 피투피 금융 중개사의 역량과 신뢰도를 알아봐야 한다. 투자자를 대신해 돈을 관리하는 만큼, 좋은 상품을 고를 실력이 있는지, 자금관리를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장치를 갖췄는지 봐야 한다. 한국P2P금융협회 가입 여부가 판단 기준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다. 140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해 검찰 수사 중인 ‘펀듀’의 경우 역시 협회 회원사였다.
   
   업체 임원진은 어떤 사람인지, 사무실은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품 심사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필수 정보다. 실제 한 피투피 금융 업체의 대표도 “전문가가 여러 명 있다고 광고하지만 실제 근무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PF 상품의 경우 실제로 부동산을 준공해 대출상환을 받을 때까지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이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놓칠 수 있는 절차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업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실수가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업체나 공사(담보)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분위기를 살피고 궁금한 것도 묻기 위해서다. 업체 스스로 방문을 독려하고 간담회를 열어 투자자들과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 대출률과 연체율은 업체의 역량을 알 수 있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대부분의 업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P2P 연계 대부 업체로 등록했는지 확인하는 건 기본이다.
   
   둘째, 상품의 안정성이다. 부동산 담보 상품이라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적당한지, 부동산 가치는 제대로 평가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주택이라면 국토교통부에서 실거래가를 조회할 수 있다. 동산 상품이라면 실제 시장에서 얼마에 거래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자율만 보고 상품을 고르는 건 금물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고이율과 리워드(reward)에 혹해 투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워드’는 투자자에 대한 일종의 사례인데 투자이익, 즉 이자에 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달리 리워드에는 세금이 없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미끼’보단 상품의 안정성이 우선이란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대출 기간도 중요 요소다. 많은 투자자가 대출 실행에서 상환까지 짧은 기간이 걸리는 단기 상품을 선호한다. 지나친 초단기 상품은 현실성이 없다.
   
   셋째, 분산투자다. 투자의 기본원칙이다.
   
P2P 금융이란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상에서 연결해주는 금융 형태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이 중개업체를 통해 대출 액수와 사용처를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

기자가 직접 투자해 보니
   
   부동산·실물경제… 경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보원은 한국은행 직원이었다. 무슨 대화 끝에 한국은행에서 일하는 지인이 “피투피 투자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1월의 일이다. 뭔지 감이 안 왔다. 돌아서자마자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다. 에잇퍼센트 이효진 대표의 인터뷰 기사가 보였다. “8%가량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중개한다.” 기사를 닫고 당장 에잇퍼센트에 접속했다. 그때만 해도 개인신용 상품이 많았다. 고르고 골라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을 택했다. 신용등급 3등급의 개인 사업자가 학원을 인수하기 위해 1년 동안 4000만원을 빌린다는 내용이었다. 이율은 8.96%(연이율). 수익에 대한 27.5%의 세율을 감안하면 실질수익률은 약 6.5%였다. 로또복권 세금에 비견할 수 있는 고율의 세금에 약간 놀랐지만(심지어 로또는 당첨금 5만원까진 세금이 없다), 여전히 은행 예금보단 이율이 높다는 데 위안을 삼기로 했다. 218명이 대출자에게 4000만원을 모아줬다. 그의 학원은 잘되고 있을까 가끔 궁금했다.
   
   대출자는 한 번도 밀리지 않고 차근차근 상환을 했다. 초기 투자가 안정적인 이자를 안겨주자 조금씩 투자 업체를 늘렸다. 소액 분산투자 원칙은 잊지 않았다. 영 정보가 없는 업체라면 1만원씩만 투자해 보기도 했다. 첫 투자 이후엔 주로 법인 대출 상품을 골랐다. 최근엔 10군데 업체에 소액씩 분산투자 중이다. 부동산 담보 상품 비중이 높다. 첫 투자 후 2년이 흐른 후부턴 주변 지인들에게 권했다. 반드시 처음엔 전액 손실을 입어도 문제되지 않을 만큼 시작하란 당부도 함께였다. 중개업체와 상품만 잘 고른다면 중위험·중수익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개인적인 판단에서였다.
   
   2년 반 동안 느낀 건 세 가지다. 첫째, 피투피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면 덩달아 부동산 경기에도 관심이 깊어진다. 부동산 담보 상품의 경우 경기 추세가 중요한 판단 요소다. 지역도 중요하다. 단기간에 급상승한 지역이라면 자칫 적정 비율의 LTV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실거래가 추이는 물론 경매가도 들춰 보게 된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책 등 정부 시책도 유심히 살피게 된다. 상품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둘째, 소상공인이나 법인에 투자를 해보니 실물경제에 주목하게 됐다. 첫 번째 변화와 같은 맥락에서다. 이를테면 숙박 예약 앱 ‘야놀자’에 대출해주는 상품이 나왔을 때다. 야놀자가 어떤 기업인지 시장 전망은 어떤지 살폈다. 창업자가 쓴 책을 읽어 보기도 했다. 서울의 한 카페 대출금에 투자할 땐 휴일에 놀이 삼아 가 봤다. 투자자들에게 차주(대출자)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리워드로 주는 업체도 있다. 털게 담보 상품에 투자하면 털게를 주고, 호텔 PF에 투자하면 숙박권을 주는 식이다.
   
   셋째, 다른 재테크 수단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피투피 담보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어음을 담보로 한 피투피 대출만 취급하는 피투피 금융사도 탄생했을 정도다. 기업 어음을 담보로 일정액을 빌려주는 식이다. 일종의 변종 ‘어음 할인’이라고 할까. A는 B에게 납품을 하고 어음을 받았고, C는 A에게 납품 후 B의 어음으로 지불받았는데 막판에 결국 D에게 어음이 넘어갔고…, 어음은 미지의 세계이지만 소액씩 분산투자해 봤다. 최초의 상환 ‘지연’ 사태를 만난 것도 어음 담보 피투피에서였다. 지연과 연체는 다르다. 상환 지연이 30일 이상 이어지면 그때부턴 ‘연체’다. 90일을 넘기면 ‘부실’로 분류한다. 한 유리회사가 발행한 어음이었다. 상환을 한 달 앞두고 유리회사의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투자한 17개 어음 상품 중 하나였다. 발행사의 신용등급도 나쁘지 않았는데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말로만 듣던 연체가 내 일이 되자 비로소 실감이 났다.

투게더펀딩 김항주 대표 인터뷰
   
   “부동산 담보 대출 연체율 0%… 거품 심한 강남권 피해”
   
   ‘부동산 담보 대출, 업계 최초 손실보상보험 도입, 연체율 0%.’
   

   피투피 금융사 투게더펀딩(이하 투게더)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4월 10일 투게더 사무실에서 김항주 대표를 만난 이유다. 피투피 금융사 임원진들은 출신별로 크게 세 부류가 있다. 금융권, IT 업계 그리고 대부 업계. 김 대표는 세 번째에 속한다. 부동산 담보 대출 시장에서 17년간 일하며 잔뼈가 굵었다. 투게더가 현재까지 내놓은 상품은 모두 부동산 담보 상품이다. 철저히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셈이다. 투게더의 4월 12일 기준 누적대출액은 1460억원. 연체율은 0%다. 1460억원을 대출해주고 회수하지 못한 적이 지금까진 없단 뜻이다. 대출자를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 김 대표의 답이다. “단시간에 많이 오른 지역은 피한다. 최근 내놓는 상품 중엔 서울 강남권 부동산 담보 건이 거의 없다. 경험 덕이다. 예전에 부동산 폭등기 때 8억원짜리가 15억원이 됐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8억원이 됐다. 그걸 떠올리며 거품이 낀 지역은 일단 취급하지 않는다. 그 덕에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도 손실을 입지 않았다. 개인 부동산 담보 대출의 경우 다주택자에겐 대출 안 해준다. 1가구1주택자에게만 돈을 빌려준단 얘기다. 부동산 경기를 안정시키겠단 정부 시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에선 피투피 금융이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추겼단 분석도 있다. 물론 한국은 중국과 전혀 다르다. 한국 부동산시장 전체 규모가 약 650조원이다. 잔액 기준으로 부동산 담보 피투피 시장은 전체 규모로 봐도 3000억원이 안 된다.”
   
   투자자들이 투자에 적합한 업체를 골라낼 기준을 물었다. “업체가 예치금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벤처캐피털이 그 회사에 투자를 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투게더는 올해 안에 해외에 진출한다. 첫 시작은 몽골이다. “현재 몽골의 부동산 담보 대출 시장은 예전 한국과 비슷하다. 1금융권 기준으로 대출 이율이 약 18%다. 사채는 50%에 육박한다. 우리도 전엔 그랬다. 외환위기 직후 일본계 대부 업체들이 한국에 경쟁적으로 진출했던 이유다. 몽골에 투게더의 중금리 대출을 전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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