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503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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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물] 테슬라 파산설에도… 머스크의 꿈은 계속된다

김덕한  조선일보 특파원  

▲ 지난 3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인근 101번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난 테슬라의 ‘모델X’ 차량. photo 뉴시스
“일론 머스크가 마법을 부리지 않는 한 테슬라는 4개월 안에 파산할 것이다.”
   
   대표적 혁신 미래기업인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대해 이런 비참한 전망이 나올 것이라고는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난 3월 말 헤지펀드 빌라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존 톰슨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마켓워치에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지만 테슬라는 한 번도 흑자를 낸 걸 본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 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파산’이라고 쓰인 팻말을 든 사진과 함께 “최후의 수단으로 부활절 달걀을 대량 판매하는 등 자금조달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나, 슬프게도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글을 올렸다. 글을 자세히 읽은 사람이라면 만우절 농담이라는 걸 짐작 할 수 있었겠지만, 누가 봐도 그날은 머스크 CEO가 농담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테슬라의 위기는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최초의 보급형 양산(量産) 차종인 ‘모델3’의 생산이 계속 차질을 빚어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다. ‘모델3’는 대당 가격을 4000만원 수준으로 낮춰, ‘실험적인 브랜드’였던 테슬라를 대중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차종이다. 전 세계에서 1000달러씩 계약금을 내고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가 40만명에 달할 만큼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로봇화 집착이 생산 지연 원인
   
   그러나 차를 만들어내지를 못했다. 지난해 여름 모델3 출시 이후 머스크는 연말부터 주당 5000대 수준으로 생산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그 시기는 올해 3월, 또 6월로 계속 늦춰졌다. 지난해 3분기에 고작 260대를 생산했고, 4분기에도 2425대 생산에 그쳐 예약 고객들은 언제 차를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생산 지연이 머스크의 ‘이상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동화에 대한 집착 때문에 모델3 공장을 완전자동화시켜 놓고 조립, 용접, 도색, 검수까지 모두 로봇이 담당토록 했다. 잘되면 다행이겠지만 시스템 오류가 자주 발생해 공장 전체가 멈추는 일이 반복됐다.
   
   자동화 설비에 막대한 초기 투자를 했지만 돈만 쓰고 생산은 못 하면서 자금난에 봉착했다. 지난 3월 27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테슬라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하향하고, 등급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테슬라가 작년 말 현재 34억달러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 20억달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34억달러 현금 중 8억5000만달러는 고객들의 계약금이어서 테슬라의 평판이 나빠져 차를 살 마음을 접으면 언제든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돈이다.
   
   최첨단 혁신기업이라는 테슬라의 이미지까지 손상되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3월 23일 테슬라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인근 101번 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다른 차량 두 대와 연쇄 충돌한 후 리튬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를 낸 것이다. 당시 사고 차량은 테슬라가 자랑하는 자동 안전운전 장치인 ‘오토파일럿’이 탑재돼 있었는데도 중앙분리대를 넘어섰고,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테슬라 매니아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테슬라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사를 시작한 지난 3월 27일 밤 자사 블로그에 “2015년 오토파일럿 차량이 처음 출시된 후 101번 고속도로를 8만5000번 이상 주행했지만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서 “테슬라 차량 수십억 마일의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휘발유차의 화재 빈도가 테슬라 전기차보다 5배 이상 높았다”고 주장했다.
   
   한때 테슬라의 가장 큰 자산으로 여겨졌던 머스크의 창조·도전 정신이 지금은 부담이 되는 단계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머스크는 전기차뿐 아니라 우주 개발 업체 스페이스X, 태양광 회사 솔라시티, 자율주행차용 터널 굴착 회사 보링컴퍼니 등 ‘미래형’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에 인류의 주거지를 개척하겠다는 ‘꿈’을, 보링컴퍼니를 통해서는 자동차로 6시간 걸리는 워싱턴DC와 뉴욕 간을 29분 만에 주파한다는 ‘꿈’을 꾸고 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photo 블룸버그

   새로운 ‘꿈’ 인간 뇌이식
   
   위기에도 ‘꿈’은 멈추지 않는다. 테슬라의 경영위기설이 퍼져나가던 지난 3월 28일 머스크는 샌프란시스코 시정부에 사람의 뇌이식을 위해 먼저 쥐를 대상으로 뇌이식 실험을 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 이틀 뒤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지구 저궤도에 통신위성 1만2000여기를 쏘아 올려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스타링크’ 사업 허가를 받았다. 이날 사업허가 소식은 오히려 테슬라의 수명을 단축시킬 것이라는 회의론을 낳았다. 일부 투자자는 2016년 테슬라가 솔라시티를 26억달러에 인수한 것은 머스크가 독단적 결정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것이라며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까지 냈다.
   
   머스크는 긴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최근 모델3 생산책임자였던 더그 필드 부사장을 차량 엔지니어링만 담당토록 하고 자신이 공장에서 숙식하며 직접 모델3 생산 총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만우절 농담 파문을 일으킨 다음날인 지난 4월 2일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모델3의 주당 생산량이 곧 2000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주당 5000대 양산 계획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어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러나 지난 4월 4일 테슬라가 올해 1분기 9766대의 모델3를 생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테슬라 주가는 7.26% 오르며 287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지금 테슬라가 심각한 상황이긴 해도 지금까지 위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 CEO는 지난 3월 11일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2008년 스페이스X의 팔콘 로켓 발사가 3번째 실패한 후, 자금난에 빠져 테슬라와 스페이스X 둘 다 살리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며 “친지에게도 돈을 잃지 않으려면 투자하지 말라고 하고 싶던 시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도 당시 그의 결론은 둘 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기적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끌어모아 회생했고, 지난해엔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과 포드를 시가총액에서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그의 꿈과 도전이 이번에도 멈추지 않을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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