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505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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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한항공 한진 3남매 소유 기업 부풀려 샀다?

조동진  기자  

▲ 왼쪽부터 조현민, 조원태, 조양호, 조현아씨. photo 뉴시스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2015년 조양호 회장의 삼남매가 지분 100%를 소유했던 가족기업을 갑자기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삼남매 소유 가족기업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고, 가치가 부풀려진 이 기업을 대한항공이 비정상적으로 비싼 가격에 사줬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드러나고 있다. 문제의 기업은 조양호 회장의 삼남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조현민(본명 조에밀리리) 전 대한항공 전무 겸 한진관광 대표가 지분 100%를 소유했던 ‘싸이버스카이’다. 대한항공은 2015년 11월 62억6700만원을 들여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로부터 이 회사 지분 100%를 전량 인수했다. 당시 대한항공의 인수 가격은 이들 삼남매가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보다 최대 4배나 비싼 가격이다. 이 거래로 인해 이들 삼남매는 1인당 15억3400만원씩, 총 46억원이 넘는 시세차액을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조현아·조현민씨는 2015년 11월 초까지 각각 지분 33.33%씩, 총 100%의 지분으로 싸이버스카이를 지배하고 운영했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인터넷면세점 사업과 대한항공 기내 판매용 면세 물품 공급, 대한항공이 제작하는 기내 잡지 모닝캄의 광고 관련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과 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매출의 80% 이상을 책임졌을 만큼 비정상적 일감(매출) 몰아주기를 통해 생명을 유지해온 조씨 일가 소유의 비상장기업으로 유명했다.
   
   이런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땅콩회항’ 문제를 일으켰던 조현아씨 지분 33.33%를 2015년 11월 9일 20억8900만원에 샀고, 11월 10일에는 조원태씨(33.33%)와 조현민씨(33.33%) 지분 역시 각각 20억8900만원에 사들였다. 2015년 11월 9~10일 이틀간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 매입을 이유로 조원태·조현아·조현민씨에게 총 62억6700만원을 건넨 것이다. 1주당 6만2735원을 지불한 셈이다.
   
   조원태·조현아·조현민씨가 대한항공에 지분 100%를 팔기 직전인 2014년 싸이버스카이의 총매출은 49억300만원이었다. 이 중 39억9500만원, 즉 총매출의 81.5%를 대한항공과 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만들어줬다. 2014년 싸이버스카이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억3100만원과 2억3700만원에 불과했다. 부채 등을 뺀 싸이버스카이의 순자산 역시 54억6300만원밖에 안됐다.
   
   얼핏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싸이버스카이의 수익률이 높아지게끔 일방적으로 일감을 몰아준 덕분이기 때문에 20% 영업이익률은 ‘착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싸이버스카이는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없었으면 생존조차 힘들 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사들인 2015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5년에도 싸이버스카이 총매출은 69억9600만원, 영업이익은 12억600만원밖에 안 됐다. 당기순이익도 5억6100만원에 불과했다. 2015년 당시 순자산은 46억27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8억3600만원이나 줄어든 상태였다.
   
   
   삼남매의 거액 배당 위한 사금고
   
   물론 기업 매각 과정에서 현재의 매출과 수익성이 낮다고 기업가치를 무조건 낮게 평가하는 건 아니다. 당장의 시장 경쟁력이 낮다고 하더라도 부족한 실적과 사업성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성장성이 뛰어나 미래가치가 밝다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싸이버스카이는 62억원 이상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만큼 우량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을까. 2015년 당시 싸이버스카이는 자본금 5억원에 순자산이 46억2700만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순자산조차 빠르게 줄고 있는 상태였다. 싸이버스카이의 순자산 감소 추이를 보면 2014년 54억원이던 것이 2015년에는 46억2700만원으로, 2016년에는 44억6300만원으로 감소했다.
   
   성장성과 미래가치는 밝았을까. 싸이버스카이의 최대 사업은 대한항공의 인터넷면세점 운영과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공급이다. 스스로의 영업 경쟁력을 통해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아니다. 사실상 대한항공 직원들이 영업해 올린 매출과 수익을 중간에서 나눠갖는 구조다. 즉 대한항공이 면세품 관련 영업을 열심히 해 일감(매출)이 늘어나고 이 늘어난 일감을 몰아줘야만 실적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일감 몰아주기가 없다면 수익성과 성장성이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관계사(싸이버스카이)의 면세 관련 사업은 사실 업계에서 항공사를 운영하는 한진그룹의 구색 맞추기 정도로 인식돼왔다”며 “지금 상태로는 성장성과 미래가치를 평가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원태·조현아·조현민씨가 배당으로만 수십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겨갔던 싸이버스카이를 2015년 대한항공에 갑자기 판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비판 때문이었다. 2015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양호 회장과 이들 삼남매가 벌여온 노골적인 일감 몰아주기 실태 조사를 시작했고, 2015년 10월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싸이버스카이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가 됐다. 공정위와 국회까지 나서 한진그룹 계열사와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가족기업들을 본격적으로 조사하자 공정위 조사 대상이던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대한항공이 조씨 삼남매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이 거래로 조원태·조현아·조현민씨가 챙긴 이익은 얼마일까. 이들 삼남매는 싸이버스카이가 만들어지던 때부터 1주당 5000원에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씨 삼남매를 포함해 조씨 일가의 싸이버스카이 지분 증가가 두드러진 건 2002년이다. 2002년 조양호 회장이 싸이버스카이 지분 41.04%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고, 조원태·조현아·조현민씨의 지분은 각각 6.31%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이들 삼남매의 싸이버스카이 주식 최초 취득규모는 1인당 1억1650만원 정도로 보인다. 2002년 41.04%이던 조양호 회장 지분은 2004년 51.05%로 늘었다.
   
   조원태·조현아·조현민씨의 싸이버스카이 지분이 크게 늘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다. 조양호 회장이 자기 지분 51.05% 전부를 이들 삼남매에게 넘기면서 조 회장 지분은 0%가 된 반면, 이들 삼남매 지분이 각각 23.32%로 급등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들 삼남매는 2006년과 2007년에는 다른 개인주주였던 이상진씨의 지분 20.2%를 1주당 2만5143원에, 이수민씨의 지분 10.1%는 1주당 3만6626원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2007년 이들 삼남매는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확보했고, 이때부터 1인당 3만3300주씩 각각 33.33%의 지분을 나눠 보유했다.
   
   
   주당 1만6600원에 산 주식 6만2735원에
   
   이렇게 조원태·조현아·조현민씨가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사들이는 데 쓴 돈은 1인당 최대 약 6억2000여만원(1주당 가격 최대 약 1만8600원)으로 추정된다. 조씨 삼남매를 합쳐 총 18억6000여만원을 투자한 셈이다.
   
   조금 다른 추정 결과도 있다. 2011년 말 경제개혁연구소는 조원태·조현아·조현민씨가 5억5500만원으로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산 것으로 추정했다. 1주당 약 1만6600원에 샀다는 뜻으로, 삼남매의 투자 총액이 16억6500만원이라는 의미다.
   
   이런 추정들이 맞다면 이들 삼남매는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최소 16억6500만원, 최대 18억6000여만원에 사들인 셈이다. 1인당 최소 5억5500만원에서 최대 6억2000여만원을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조씨 삼남매가 1주당 최소 1만6600원에 샀을 것으로 추정되는 주식을 대한항공은 1주당 4만6135원이나 비싼 6만2735원을 주고 사들였다. 조씨 삼남매의 투자금액과 비교하면 최대 4배 가까이 비싼 62억6700만원을 들인 것이다.
   
   이 거래를 통해 조씨 삼남매는 1인당 21억원을 챙겼고 1인당 최대 15억3400만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뒀을 가능성이 크다. 삼남매 전체로는 최대 46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법 전문 법조인은 “비상장사의 기업가치(가격) 평가 방법은 다양하다”고 전제하며 “다만 어떤 평가방법상으로도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외에는 딱히 다른 매출과 수익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없고, 또 돈이 될 만한 순자산도 거의 없는 기업에 대해 기존 평가액보다 3~4배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그는 “상식적이지 않은 가격에 인수했다면, 왜 비싸게 인수했는지 그 이유와 가격 결정 근거를 밝히면 의혹이 풀릴 수 있다”고 했다.
   
   이 거래가 벌어질 당시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행사한 건 대표이사 조양호 회장이다. 당시 싸이버스카이 소유주이던 조원태씨는 대한항공 경영전략 총괄 부사장으로 조 회장에 이은 2인자였다. 최근 직원과 거래처 관계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것이 폭로된 조현민씨는 대한항공 전무이면서 동시에 싸이버스카이 사내이사였다.
   
   대한항공은 2015년 이 거래에 대해 “회계법인 두 곳이 평가한 공정한 가격에 따라 거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자는 조양호 회장과 세 자녀, 대한항공에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조씨 삼남매가 산 것으로 추정되는 가격보다 4배 가까이 비싼 62억6700만원에 산 이유’와 ‘주식 1주당 매입 가격을 6만2735원으로 책정한 근거’를 물었다. 그리고 ‘2015년 당시 누가 대한항공의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 매입을 제안했고 결정했는지’ 등을 물었다.
   
   대한항공은 이메일을 통해 “회계법인 두 곳이 평가한 공정한 가격에 따라 거래했다”는 설명을 되풀이하며 “1주당 매입 가격을 6만2735원으로 책정한 근거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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