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505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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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 신창섭 기초과학연구원 이론물리학자

암흑물질 비밀 찾아 매일 우주로 출근

최준석  선임기자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이론물리학자 신창섭(37) 박사는 “요즘 입자이론물리학계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태, 혹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분위기를 말했다. 신 박사는 IBS 순수물리연구단 내 이론물리연구단 소속 연구위원. 입자물리와 초기우주를 연구한다. 지난 4월 17일 대전 IBS에서 만난 신 박사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입자가속기(LHC) 얘기를 꺼냈다. LHC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가속기. LHC는 몇 년 전부터 초대칭이론이 예상하는 초대칭입자 검출실험을 해왔다.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초대칭이론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델 이후의 차세대 모델이다. 표준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물리현상을 설명할 걸로 예상돼왔다. “여전히 초대칭이론은 훌륭하고 나 역시도 연구를 하고 있으나, 그 단서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함의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다양한 이론 아이디어가 나오고, 나를 포함한 이론물리학자는 그 실현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그런 이론을 바탕으로 실험물리학자들에게 기존에 보지 않았던 부분을 찾아봐 달라거나, 새로운 실험을 제안할 수 있다.”
   
   표준모형 너머의 모델은 필요하다. 표준모형은 물질(에너지) 세계의 5%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나머지 95%를 이루는 암흑물질(25%)과 암흑에너지(70%)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 필요하다. 신 박사는 또 “초기우주에 표준모형만을 적용하면 우주에 있는 반(反)물질보다 많은 물질의 양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그를 찾아갔을 때 반팔 티셔츠 차림이었다. 명함을 건네자 “이름이 한자로 적혀 있네요”라며 내 한자 이름을 못 읽는다고 했다. 자신의 명함은 주지 않았다. “명함 쓸 일이 없어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실에 박혀 우주와 물질세계의 신비만 탐구하지, 외부인사와는 만날 일이 없는 듯했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01학번이며, 카이스트에서 2012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지도교수가, 현 기초과학연구원 내 소속 연구단의 최기운 단장이다.
   
   신 박사는 “작년에 다양한 주제로 여러 편의 논문을 썼고 아카이브(arXiv)라고 하는 출판전논문(Pre-print)을 올리는 사이트(코넬대학)에서 실시간으로 학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일부는 출판되었고 일부는 리뷰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학문적 기여와 관련해 세 가지를 꼽았다. △암흑물질의 정체를 ‘중력파의 중력렌즈 현상(lensing of the gravitational waves)’을 통해 검증하고자 한 연구 △물질-반물질 비대칭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가벼운 초대칭입자의 붕괴를 통한 중입자생성(LSP baryogenesis) 모델’의 제안 △초기우주에서 가속팽창이 일어나고 끝나는 방식을 ‘연속적 시계태엽 메커니즘(continuum clockwork mechanism)’을 이용하여 이해한 것이라고 했다.
   
   암흑물질 검출을 위한 중력파 연구 논문은 지난해 12월에 썼다. 논문 제목은 ‘고밀도 암흑물질이 만들어내는 중력렌즈 탐지(Gravitational-Wave Fringes at LIGO: Detecting Gravitational Lensing by Compact Dark Matter)’.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중력파가 미국 중력파 검출기 LIGO에서 2015년 검출됐다. 중력파 검출은 191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상한 것으로, 이론물리학자의 제안이 실험물리학자에 의해 100년 후에 확인된 경우다. LIGO 제작을 제안한 미국 물리학자 킵 손(캘리포니아공과대학)은 중력파 검출 공로로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신창섭 박사는 “중력파는 초기우주와 암흑물질 연구자를 위한 좋은 도구”라며 지난해 논문은 중력파를 조사하면 특정 암흑물질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홀 충돌에서 나온 중력파가 LIGO까지 오는 과정에서 우주에 분포하고 있는 암흑물질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흔히 연구되는 윔프나 액시온 같은 암흑물질은 입자들의 질량이 소립자에 비견될 정도로 매우 작다. 그래서 각각이 큰 영향을 줄 수는 없지만, 고밀도 암흑물질(compact dark matter)이라고 불리는, 각각의 질량이 태양 질량 정도로 큰, 특정 암흑물질 후보군이 우주에 분포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신 박사에 따르면, 중력파가 이 암흑물질을 스쳐 지나가면서 중력렌즈 현상에 의해 휘게 되고 중력파 간에 간섭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 흔적이 LIGO에 남아 있을 수 있어서 이를 검증해 보자고 제안했다. 고밀도 암흑물질이 중력파를 휠 수 있다는 연구는 간헐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LIGO에 적용하고, 어느 정도 암흑물질이 있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신 박사가 서울대 정성훈 교수와 함께 처음으로 연구했다. 신 박사는 “이론물리학자가 현재 궁금해 하는 건 역시 암흑물질의 정체”라며 “암흑물질을 알아야 물질계를 설명할 수 있고 초기우주 역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하는 두 번째 주요 연구는 ‘중입자생성(baryogenesis)’ 분야다. 초기우주에서 물질과 반물질의 차이가 일어난 메커니즘을 설명하려는 노력이다. 초기우주에는 물질 외에 반물질이 있었다. 온도가 떨어지면서 물질과 반물질은 만나면 쌍소멸하며 사라질 것 같았지만 물질이 반물질보다 조금 많았기에, 반물질은 대부분 사라지고 물질이 남아 현재의 우주를 만들었다. “나는 최근 물질-반물질 비대칭성을 설명하는 모델의 관측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 주목한 현상이 ‘중성자-반중성자 진동’이다. 표준모형에서는 중성자는 중성자로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 반면 표준모형 너머 이론에서는 중성자가 반중성자로, 그 반중성자가 또 중성자로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진동을 주는 상호작용이 우주의 물질-반물질의 비대칭성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과 초대칭이론을 결합하여, 물질-반물질 대칭성과 중성자-반중성자 진동현상, 그리고 암흑물질의 존재를 하나의 모델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이로 인해 실험물리학자가 가속기 실험에서 관측 가능한 예측을 주게 되었다.” 이런 논문은 초기우주의 비밀을 현재 가속기 실험을 통해서 얼마나 더 알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빅뱅 직후 일어났다는 우주가속팽창 이유를 밝히는 게 신 박사의 주요 논문 중 하나다. 빅뱅으로 시공간이 만들어진 뒤, 가속팽창(인플레이션)이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나 우주가 커졌다는 게 우주가속팽창이다. 신 박사는 “우주의 탄생 자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으나 그 이후 인플레이션의 존재에 대해서는 학계 주류가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런 가속팽창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끝나는지는 여전히 모르고 있고 그에 관한 수많은 모델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이론을 내놓은 사람이 앨런 구스(MIT), 안드레이 린데(스탠퍼드대학)이다. 신 박사가 가속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는 연속적 시계태엽(Continuum Clockwork) 기작을 활용하는 것으로, 이 기작은 기본적으로는 작은 힘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계태엽 혹은 기어(gear)의 원리를 비유한 이름이다. 신 박사는 “여전히 초기 가속팽창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검증은 멀리 있는 듯하지만, 그 단서가 우주 초기 중력파의 발견을 통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취재가 끝난 뒤 신 박사 스승인 최기운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 박사에 대해 물어봤다. 최기운 연구단장은 “신 박사는 관련 연구의 최전선에 있다”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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