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506호]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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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묻지마 북한 테마주

현대·철도·건설 관련 남북 경협주 폭등, 방위산업체도 北 테마주라며 주가 급등

조동진  기자  

▲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둘의 만남 후 첫 거래일이던 4월 30일 북한 테마주들이 폭등하며 주가지수가 2500포인트를 넘어섰다. photo 뉴시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이 주식시장에 봄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고질적 악재였던 북한 리스크를 낮추며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4월 4일 2408.06포인트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정상회담이 가까워지며 서서히 오르더니 정상회담 전날인 4월 26일 2475.64포인트, 정상회담 당일 2492.40포인트로 상승했고 정상회담 후 첫 거래일이었던 4월 30일 2515.38포인트를 찍으며 약 3달 만에 2500포인트 선을 넘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판이 바뀐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건 단연 북한 테마주들이다. 북한 테마주 중에서도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이하 남북 경협주)들과 일부 방위산업 관련주들이 투자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거래량 1~20위 싹쓸이
   
   남북 정상회담이 불러온 주식시장 판도 재편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있다. 정상회담 이후 첫 주식 거래일이었던 4월 30일, 코스피 시장 거래량 1~20위(ETF 제외)를 북한 테마주들이 휩쓴 것이다. 거래량 1위인 현대상선부터 2위 동양철관, 3위 SH에너지화학, 4위 신원, 6위 퍼스텍, 7위 코아스, 8위 일성건설, 9위 현대건설, 10위 두산인프라코어 등 거래량 5위 흥아해운을 빼면 거래량 1~10위 중 9개 모두 북한 테마주다. 11위부터 20위까지의 상황은 더하다. 11위부터 차례로 광명전기, 현대로템, 대원전선, 동양물산, 대호에이엘, 수산중공업, 일신석재, 대우건설, 한라, 대한전선까지 모조리 북한 테마주로 불리는 주식들이다.
   
   코스닥시장도 다르지 않다. 1위 이화전기, 2위 우리기술, 6위 좋은사람들, 7위 재영솔루텍, 8위 비츠로시스, 9위 웰크론, 10위 리노스 등 북한 테마, 특히 남북 경협 테마주들이 거래량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들 테마주들의 주가도 폭등하고 있다. 특히 일부 증권사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7년 12월 중단됐던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가 11년 만에 부활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놓으며 철도·건설·토목·철강·건축자재·기계·비료화학 업종에 속한 기업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고 있다.
   
   북한 테마주 중 기업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만드는 등 남북 군사 대치를 통해 큰돈을 벌어온 대표적 방위산업체다. 하지만 기차와 트램 등 철도 차량 제작과 철도 유지보수 사업도 하고 있다. 이 철도 사업과 관련해 증권사들이 “잘되면 향후 남북철도 연결과 북한 지역 철도 개발 가능성 등 신규 철도 건설 수요가 급증할 수도 있다”는 식의 전망을 내놓으며 투심을 자극했다. 실제 정상회담에서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나오자 현대로템 주가는 4월 30일 하루 29.66%나 폭등했다. 4월 2일 기준 1만5800원이던 현대로템의 주가는 4월 30일 2만6700원이 되며 한 달 만에 69%나 폭등했다.
   
   현대로템을 비롯한 철도 관련 대부분의 기업 주가가 폭등했다. 철도 차량용 제품을 생산하는 대호에이엘은 4월 2일 불과 2355원이던 주가가 4월 30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5090원이 됐다. 역시 한 달 만에 116.14%나 폭등했다.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 기업인 대아티아이 주가도 4월 2일 2430원에서 4월 30일 5070원으로 오르며 딱 한 달 만에 108.64%나 솟구쳤다.
   
   
   건설사 간판만 달면 북한 테마주로 엮어
   
   상당수 증권사들이 ‘북한 개발이 현실화되면 건설과 건자재, 철강 관련 기업이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을 대거 쏟아내며 건설 관련 기업들의 주가 급등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과거 대북사업을 했던 현대건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평양에 류경정주영체육관을 지으며 사무소를 운영했고, 금강산 개발과 북한 경수로 사업에 참여하는 등 가장 많은 대북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향후 북한 개발에서 핵심 기업이 될 것’이라는 식의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기대감에 4월 2일 4만1750원이던 현대건설 주가는 4월 30일 단 하루 26.19%나 폭등하며 6만3600원으로 치솟았다. 한 달 만에 52.33%나 상승한 것이다.
   
   지난 2007년, 개성에 지사를 설립해 철골공장을 추진하는 등 북한사업 확장에 나섰던 남광토건도 북한 테마주 폭등장 한가운데 있다. 일부 증권사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북한 개발이 실제 진행되면 어떤 형태로든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식의 투심이 작용하고 있다. 4월 2일 1만9100원이던 남광토건의 주가는 4월 30일 2만9950원으로 한 달 만에 57%나 뛰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나온 3월 6일부터 살펴보면 폭등세가 더 가파르다. 3월 6일 6800원이던 주가가 4월 30일 2만9950원이 됐으니 두 달 만에 340.44%나 폭등한 것이다.
   
   사실 남광토건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부채비율이 284%를 넘은 상태고, 2012년 법원의 회생절차(2016년 종결)에 들어갔을 만큼 힘들다. 수년간 적자였다가 지난해 겨우 17억원의 흑자를 냈을 만큼 수익성도 열악하다. 이런 열악한 기업 상황과 투자악재들을 ‘북한 테마’가 전부 덮어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상당수 증권사와 투자자들은 대북사업과 관련성이 없다 해도 거의 모든 건설·토목기업들을 향후 북한 개발 진행 시 수혜를 볼 수 있다며 남북 경협 테마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덕에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관리하는 대우건설, GS건설, 한라 등 건설사 간판만 붙으면 상당수 증권사들이 남북 경협주로 부르는 지경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남북 경협 상징주
   
   건축자재와 석산개발을 하는 일신석재란 곳도 북한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대북사업을 했던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즉 ‘통일교’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과거 금강산 관광 사업을 했던 통일교 계열 세일여행사가 지분 11.25%를 보유했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향후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재개되면 영향이 있지 않겠냐’는 식의 전망이 나오며 북한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4월 2일 1520원이던 주가가 4월 30일 2980원으로, 한 달 만에 69% 넘게 폭등했다.
   
   남북 경협주 중 개성공단 테마주와 금강산 테마주도 동반 폭등하고 있다. 4월 2일부터 4월 30일 사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던 의류업체 신원은 35.31%, 속옷업체 좋은사람들은 77.6%나 주가가 올랐다. 인디에프, 재영솔루텍, 제이에스티나 주가도 오르고 있다. 금강산에서 골프장과 온천, 리조트를 운영했던 에머슨퍼시픽 주가도 오름세다.
   
   1990년대 정부 이상으로 대북사업을 벌이며 사실상 북한 투자를 주도했던 현대그룹(현정은 회장 계열)과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도 대표적인 북한 테마주로 투자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현대증권과 현대상선이 떨어져나간 상황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 그 자체’로 통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남북 경협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뜬 이유다. 일부 증권사와 투자자들은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현대그룹이 과거처럼 정부 이상으로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된 3월 6일 5만7200원이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정상회담 이후 첫 거래일이던 4월 30일 10만4000원으로 두 달 만에 82% 가까이 폭등했다. 최근 한 달 상승률도 34%에 육박한다.
   
   
   지뢰제거·방탄복 기업 주가도 폭등
   
   방위산업 기업의 주가는 사실 남북 화해 분위기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게 일반적이다. 오히려 남북 간 긴장 고조와 충돌 상황에서 투자자로부터 주목받고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이번 남북 정상회담 이슈에서는 이례적으로 몇몇 방산기업 주가가 폭등하면서 새로운 북한 테마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퍼스텍과 웰크론이 대표적이다. 퍼스텍은 미사일 관련 유도무기와 전차, 자주포, 대공포, 함포의 구동장치 등을 육·해·공군에 납품하는 방위산업체다. 전체 사업의 90% 이상이 무기제조와 정비 등 방위사업이다. 정부의 무기 구매가 늘수록 돈을 버는 구조다. 남북 긴장관계가 깊어질수록 수익성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고, 투자자의 관심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런 회사 역시 남북 정상회담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인화 무기 사업 중 폭발물 제거에 활용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이 부각된 덕분이다. DMZ(비무장지대)에 뿌려진 지뢰 제거가 현실화되면 퍼스텍의 장비가 쓰일 수 있다는 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떠돌면서다. 4월 2일 3640원이던 주가가 4월 30일 5590원으로, 한 달 만에 62% 이상 올랐다.
   
   웰크론 역시 비슷한 경우다. 웰크론은 방탄복과 함께 지뢰제거 작업 시 착용하는 방호복을 만든다. 이것이 알려지며 최근 한 달간 주가가 36%나 올랐다.
   
   코아스라는 중소가구업체도 뜬금없이 일부 증권사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남북 경협주로 불리며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코아스는 남북 경협이나 북한 관련 사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업이 파주 일대에 토지와 물류센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DMZ가 평화지역으로 전환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파주를 중심으로 DMZ평화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다소 근거가 부족한 설이 일부 증권사 관계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다. 4월 한 달간 주가가 62% 가까이 급등하는 촌극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선 남북 정상회담이 만들어낸 북한 테마들이 넘치고 있다. 이화전기, 선도전기, LS산전, 광명전기, 재룡산업 등 대북송전 수혜주도 있고, 대동스틸과 동양철관, 하이스틸 등 가스관 테마주도 등장했다. 또 경농과 남해화학, 조비 등 비료 관련 남북 경협주와, 우리기술과 오르비텍 등 북한 핵 테마주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심지어 정부가 북한에 아동복을 원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설로 아동복 기업들까지 남북 경협주로 거론될 정도다.
   
   남북 정상회담이 주식시장 판도를 바꾸며 북한 테마주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묻지마 북한 테마 투자’가 아닌 남북 경협과 북한 관련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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