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부활’의 상징인 아이보가 지난 1월 돌아왔다. ⓒphoto 소니
‘소니 부활’의 상징인 아이보가 지난 1월 돌아왔다. ⓒphoto 소니

적자에 허덕이던 소니가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한 2016년 여름, 당시 히라이 가즈오 사장 겸 CEO는 사장 직속으로 새로운 프로젝트팀을 꾸리고 100여명의 엔지니어들을 끌어모았다. 이들이 히라이 사장으로부터 받은 첫 번째 미션은 강아지로봇 2세대 ‘아이보’의 개발이었다.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그리고 올 1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2세대 아이보가 출시됐다. 2세대 아이보는 주인과 교감하며 계속 진화한다. 2006년 1세대 아이보가 생산중단되고 12년 만의 일이다. 소니는 발매 3개월 만인 4월 중순 기준으로 2세대 아이보 1만1111대가 팔렸다고 발표했다. 아이보의 가격은 보수유지비(통신비) 포함 30만엔에 달한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 소니의 창업정신이다. 소니의 정신을 담은 상징이 바로 1999년 개발을 시작한 1세대 아이보였다. 1세대 아이보는 누계 15만대가 팔렸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채산성이 없었다. 아이보의 생산중단은 소니의 몰락을 상징했다. 그런 만큼 이번 아이보의 개발에는 소니의 정신을 회복하고 과거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히라이 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 아이보의 부활과 함께 소니의 부활을 알리는 뉴스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2017년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소니의 매출은 약 8조5000억엔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영업이익은 7200억엔을 기록,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것이다. 10년 전 2278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 소니의 경영 성적표는 놀랍다. 소니는 실적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직원들의 기본급도 5% 인상했다. 2004년 이후 임금동결을 이어온 지 15년 만이다. 히라이 사장은 지난 4월 1일자로 회장에 올랐다. 히라이 회장은 2012년 CEO에 취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끌며 소니 부활의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히라이의 뒤를 이은 신임 CEO에는 요시다 겐이치로 부사장 겸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임명됐다.

부활을 알린 소니는 우주산업 진출도 선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4월 15일자에서 소니가 ‘소형위성용 광통신기기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보도했다. 소니는 CD플레이어 등을 만들면서 광디스크 기술을 축적해왔다. 광디스크 기술을 응용하면 지상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우주공간에서도 지상과 고해상도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소니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공동으로 국제우주정거장과 지상 간의 통신실험을 할 예정이다.

일본항공우주공업회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6년 3290억달러(약 350조원)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소형로켓이나 위성발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소니는 차세대 먹거리를 우주산업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지난해 9월 위성전용 안테나 공유 서비스 업체인 인포스텔라에도 8억엔을 투자했다.

소니 부활을 이끈 키워드

불과 2년 전만 해도 소니의 부활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벼랑 끝에서 소니는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을까. 소니 부활의 키워드는 차별화를 통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여전히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절대강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 1위는 삼성도 LG도 아닌 소니였다. 소니의 점유율은 44%에 달했다. LG가 30.9%로 2위, 파나소닉이 21%로 3위를 차지했다. LCD(액정디스플레이)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TV 시장에서 소니가 OLED TV를 주도하고 나선 것이다. 소니는 대형 LCD TV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60인치 이상 LCD TV 판매량은 2016년 44만대, 2017년 69만대를 기록했다.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영업이익률도 높다. 65인치의 경우 삼성(1252달러), LG(942달러)보다 훨씬 비싼 1523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소니 TV의 대당 평균 단가는 2013년 말 4만3000엔에서 지난해에는 7만엔대 초반으로 높아졌다. 덕분에 지난해 4분기 소니의 TV 사업 영업이익률은 10.7%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OLED TV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IHS마켓은 올해 세계 판매량이 3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59만대가 판매된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그에 비례해 소니의 OLED TV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퀀텀닷(양자점)’ 방식의 삼성전자와 OLED 방식의 LG전자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소니가 무섭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무엇보다 소니 부활의 1등 공신은 ‘센서’이다.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이미지 센서’는 바로 소니의 제품이다. 이미지 센서는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사진 촬영이 되도록 도와준다. 빛 신호를 전자신호로 바꾸는 기술이다. 애플 아이폰이 1대씩 팔릴 때마다 소니는 20달러씩 벌고 있다. 소니는 2015년 공모로 조달한 4000억엔을 대부분 이미지 센서 사업에 쏟아부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도 센서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까지 내다본 것이다. 지난해 소니는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2위인 삼성전자를 멀찌감치 앞지르고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소니의 주력인 게임 분야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 소니의 게임분야 매출은 1조9438억엔, 이익은 1775억엔에 달했다. 2012년 매출 7071억엔, 이익 17억엔과 비교하면 특히 이익 부문이 크게 늘었다. 이는 플레이스테이션4의 대성공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해 플레이스테이션4의 판매대수는 1900만대. 2012년 플레이스테이션3의 1650만대와 비교했을 때 기기 판매대수의 차이는 크지 않다.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유료화를 통해 수익구조를 확 바꾼 것이다. 기기 판매로 끝나지 않고 네트워크 서비스 수익으로 계속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2세대 아이보의 경우도 1세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유지보수료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소니의 미래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스마트폰 모바일 사업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구조개혁을 추진해도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벌써 1분기 소니의 실적은 반도체 하락과 스마트폰 부진 탓에 전년 대비 대폭 수익이 감소했다. 실적이 발표된 후인 지난 4월 27일, 소니의 주가는 전일 대비 6.1% 하락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3월 영업이익은 8.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강자는 없다. 1990년대 ‘세계 최강자’였던 소니가 적자기업으로 추락하기까지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2012년 히라이 사장은 1만여명을 내보내고 카메라, PV 등 적자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전열을 재정비하고 그가 외친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자”였다. 신임 요시다 사장도 ‘기술 소니’를 외치면서 “아직도 소니가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자는 소니의 창업정신이 우주까지 넘보면서 소니 부활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고 있다.

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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