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현대아산 대북 독점 사업권 살아나나
  • facebook twiter
  • 검색
  1. 경제
[2507호] 2018.05.14

현대아산 대북 독점 사업권 살아나나

조동진  기자 

▲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폐쇄된 상태의 개성공단. photo 뉴시스
2008년 7월 이후 현대아산에 지난 10년은 ‘멈춰버린 10년’이자, 눈앞에 먹물을 부어버린 듯한 ‘암흑’이었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했고, 이틀 후 금강산 관광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여기에 북한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강행하며 UN 등 국제사회를 자극했다. 곧바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이어졌다. 결국 2016년 2월 남북 경제협력을 마지막까지 이어주던 개성공단 사업까지 완전히 멈춰서 버렸다.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개성공단 사업의 전면 중단은 북한 투자규모가 크고 대북사업 이미지가 강한 현대그룹에 뼈아픈 것이었다. 특히 대북사업에 모든 것을 걸며 현대그룹의 상징처럼 부각돼온 현대아산에는 치명타였다.
   
   2008년 7월 이후 암흑의 10년을 지내온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이 2018년 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대그룹, 특히 대북사업 특화 계열사인 현대아산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아산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자신의 호인 ‘아산(峨山)’을 기업명에 그대로 붙였을 만큼 현대그룹 내 어떤 계열사보다 애정을 쏟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강원도 통천(금강산 일대로 현재 북한 지역)이 고향인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북한 개발과 투자 등 대북사업을 전담시키기 위해 만든 기업이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1조4134억원 투자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아산을 만들기 전부터 현대그룹은 대북사업을 했다. 1998년 6월 16일 여든셋의 나이에 정 명예회장이 소 500마리를 대형트럭 50대에 나눠 싣고 직접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1차 소떼방북과 그해 10월 역시 정 명예회장이 대형트럭 50대에 소 501마리를 싣고 다시 판문점을 넘어 북한으로 간 2차 소떼방북이 사실상 첫 대북사업이다.
   
   2차 소떼방북 당시 정 명예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금강산 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에 서명하며 현대그룹이 독점적으로 금강산 관광 및 개발 사업권을 확보했다. 그리고 1998년 11월 18일, 강원도 동해항에서 1418명을 태운 현대 금강호가 금강산으로 출항하며 현대그룹 주도의 대북사업이 본격화됐다.
   
   이때만 해도 사실 ‘현대아산’이라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초창기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그의 측근들로 구성된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이 전담했다. 당시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은 최근 해체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처럼 현대그룹 전체를 관리하던 조직이었다. 이곳에 ‘대북사업단’을 두고 북한 사업을 벌였다.
   
   그런 현대그룹이 1999년 2월 현대아산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금강산 개발·관광 사업, 2002년 12월 개성공단 개발 사업, 2007년 개성 관광 사업 등 거의 모든 대북사업을 전담했다.
   
   현대아산은 대북사업을 위해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엄청난 돈을 투입했다. 금강산에 부두와 호텔 등 시설을 만들고 정비하는 데 2268억원, 금강산 관광 대가로 북한에 지급한 돈이 5601억원(약 4억8700만달러, 현대아산이 1달러당 1150원으로 계산한 지급액)에 이른다. 금강산 관광과 개발에만 무려 7869억원에 이르는 돈을 썼다.
   
   개성공단 사업에는 SOC사업권 대가로 5865억원(5억1000만달러, 현대아산이 1달러당 1150원으로 계산한 금액)과 사무실·숙소 등 현지시설에 400억원 등 총 6265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쏟아부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합친 현대아산의 투자액이 무려 1조4134억원에 이른다.
   
   1조4134억원을 쏟아부은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실태는 어땠을까. 1999년 6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2000년 영업적자가 1044억원에 육박했고, 이후 2005년까지 매년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573억원이 넘는 영업적자에 허덕였다. 이런 상황은 2005년부터 나아지면서 2005년 57억원 가까운 영업흑자와 1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영업흑자 197억원에 당기순이익이 169억원 가까이로 불었다.
   
   
▲ 2015년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바라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아산 본사 모습. photo 뉴시스

   기업 역사 20년 중 17년간 적자
   
   하지만 현대아산의 봄날은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며 짧게 끝나버렸다. 2009년 323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고,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와 당기순적자의 늪에 빠져 버렸다. 가장 최근인 2017년에는 영업적자 68억원에 당기순적자 3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아산 측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해(2008년)부터 누적된 매출 손실액만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북사업 중단 후 상시구조조정과 자발적 퇴직자가 늘며 직원도 급감했다. 금강산 현지에서 근무하던 조선족 중국인 660여명을 합쳐 2008년 7월 1084명이던 직원이 2018년 1월 15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북한에 1조4134억원을 쏟아부었던 현대아산이 2008년부터 다시 늪에 빠져버린 것이 이후 현대그룹에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그런데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대아산과 현대그룹이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그룹 한 임원은 “지난 10년 동안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에 지금처럼 호의적인 분위기가 없었다”는 말로 기대감을 내보였다.
   
   현대아산 이제희 부장 역시 “금강산 사업이 전면 중단된 후에도 2015년 12월까지 매년 현대아산 인력이 최소 2회에서 최대 4회 정도 시설 점검을 위해 금강산 현장에 갔었다”며 “남북 당국이 합의만 하면 현대아산은 최대 3개월 안에 금강산 관광 코스 안전시설과 편의시설을 보강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아산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하며 “상황만 조성되면 빠르게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같은 독점적 대북사업 힘들듯
   
   현대그룹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현대아산 이영하 대표와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이 실무를 맡는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TFT’를 지난 5월 8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은 남북경협사업 TFT를 통해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과거처럼 대북사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금강산과 개성공단·개성관광 등 7가지 대북사업에 대해 어떤 기업보다 앞서 독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은 1998년 이후 북한으로부터 △금강산 관광지구 토지이용권(50년) △금강산 관광사업권 및 개발사업권 △개성공단 토지이용권(개성 및 판문군 일대 2000만평에 대해 50년) △개성공단 개발사업권 △개성 관광사업권(50년) △백두산 관광사업권 △철도·통신·전력·통천비행장·금강산 물 자원·묘향산과 칠보산 등 주요 명승지 종합관광·임진강댐 건설운영 사업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7대 SOC개발 독점 사업권을 얻어냈다.
   
   문제는 대북사업이 실제 재개됐을 때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이 과거처럼 독점적 사업권을 행사하는 데 장애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특히 UN 중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현대아산과 정부의 의지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고려대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남성욱 교수는 “현대그룹 입장에서 UN제재가 완화되거나 풀 수 있는 열쇠는 북·미 정상회담뿐”이라며 “북한의 핵 포기 수준과 비핵화 의지 정도가 확인돼야만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재개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했다. 남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되거나 풀린다면 북한이 과거 정주영·정몽헌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수준에서 현대그룹에 대북사업 우선권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현대그룹에 줬던 독점 사업권 몰수
   
   현대아산과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독점이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은 이미 2011년 6월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에 대해 현대아산의 독점 사업권을 무력화시킨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북한은 2011년부터 금강산관광특구에서 ‘한국은 물론 제3국의 법인, 개인, 경제조직, 해외동포의 투자가 가능하다’고 법에 명시했다. ‘더 이상 현대아산의 독점 사업권은 없다’고 법으로 못 박아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이제희 부장은 “북한이 중국인 상대 관광 사업을 하려다 보니 외형적으로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북한도 현대그룹의 독점권을 인정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이 현대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다르다는 의견이 있다.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지금의 북한이 원하는 건 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업 파트너”라며 “현대그룹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현재의 현대그룹 상황을 북한이 다시 계산해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2000년대 초까지 재계 1위이던 상황과 50위권 밖으로 추락한 지금의 현대그룹 현실이 북한의 태도를 전과는 다르게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북한경제 전문가는 “관광이나 개성공단처럼 실제로 한창 사업이 진행됐던 대북사업 정도라면 우선권을 내세운 현대아산이 과거처럼 운영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지만 “향후 가장 큰 대북사업이 될 북한 SOC개발, 특히 돈 되는 SOC개발에서 현대그룹의 사업 독점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현대그룹은 현대아산과 함께 현대건설·현대상선을 동원해 토목·건설·수송 등 SOC 관련 최대 대북사업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모두 현대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과 앙숙이자 북한사업에 시큰둥한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에 뺏겼고, 현대상선은 KDB산업은행 소유다. 전체 계열사 중 철도·통신·전력·통천비행장 개발 같은 SOC사업을 할 만한 계열사가 없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현대그룹과 북한은 2000년 8월 7대 SOC개발 사업권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2003년 3월 양측이 SOC개발 사업 이행의지를 확인했을 뿐,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이 북한에서 실제 진행한 SOC사업은 없다.
   
   그럼에도 실제 대북사업이 재개되면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통제가 힘든 대북사업 리스크로 인해 북한 투자에 선뜻 나설 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봄, 암울했던 지난 10년과 달리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이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 한가운데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간 50주년 영상

주간조선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