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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호]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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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 천문연구원 황정아 우주물리학자

세계 최초 위성 4대 편대비행에 도전한다

최준석  선임기자 

▲ 황정아 박사 앞에 놓여 있는 게 SNIPE의 모형이다.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천문연구원 황정아 박사는 ‘스타 물리학자’다. 가령 베스트셀러 책 ‘랩 걸’ 뒷면 전체에 그가 쓴 추천사가 대문짝만 하게 들어가 있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재학 시절인 1999년 방영됐던 TV드라마 ‘카이스트’에 그의 캐릭터를 딴 인물이 나왔다. 대통령(이명박)이 참석한 행사에서 건배사 제의를 하는 모습도 그를 취재하기 전 유튜브 자료 검색을 하다가 확인할 수 있었다. 황 박사와 사전 취재를 위해 통화했을 때 그가 “위성을 만든다”고 했고 나는 의아했다. ‘천문연구원이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할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 박사는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태양우주환경그룹 소속이다. 5월 14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천문연에서 만난 황 박사는 “세계 최초로 위성 4대가 편대비행을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는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이냐’는 질문에 “내가 편대비행을 한다고 미국지구물리학회(AGU)와 국제천문연맹(IAU) 회의에서 발표했을 때 외국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너무 어려운 것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오, 되기만 하면 좋은데. 될까?’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자신 있다.”
   
   황 박사가 만드는 위성은 ‘근(近)지구 우주환경 관측위성 탑재체’(SNIPE). 이 위성은 한 변이 10㎝인 정육면체(cube) 6개를 묶어 만든다. 큐브들로 만들었다고 해서 큐브샛(cube sat)이라고 한다. 무게는 10㎏이 안 된다. 이런 큐브샛 4개를 지구 궤도 600㎞ 상공에 띄우고 극궤도를 돌게 할 예정이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1년간 비행하게 된다.
   
   “큐브샛은 대형 위성과는 달리 통신이 힘들다. 크기가 작아 신호를 잡아내기가 힘들다. 통신도 잘 안 되는데, 자세 제어를 잘해서 어디로 가라고 지시하는 건 매우 어렵다. 우리는 그걸 해낼 것이다.”
   
   4대의 큐브샛은 적도에서는 400㎞, 극지에서는 50㎞ 간격을 유지하며 비행한다. “시뮬레이션을 열심히 하고 있다. 궤도비행 알고리즘 작업은 연세대 천문학과의 박상영 교수가 맡았다. 박 교수는 2대의 궤도비행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황 박사는 2020년 발사 예정인 SNIPE에 대해 “진정한 의미에서 첫 과학위성”이라고 평가했다. “과학 연구 목적을 위해 설계됐다. 과학이 먼저다. 풀리지 않는 과학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위성고도는 여기여야 하고, 탑재체는 이것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 천문연구원 내 우주환경감시실 내부. 태양활동을 감시, 지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관측한다.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은 과학 탑재체 후진국”
   
   황 박사는 지금까지 한국이 발사한 과학기술위성에서 과학은 언제나 후순위였다고 했다. 대신 기상 관측, 통신, 해양 관측이 1순위였다는 것이다. “과학은 언제나 부(副)탑재체였다. 첫 탑재체의 필요에 따라 위성이 이리저리 움직이면 과학 탑재체도 따라서 움직여야 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한국은 후진국, 완전 후진국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가 크고, 말이 빠르고, 주관이 뚜렷하다.
   
   SNIPE 목적은 우주 날씨 예보다. 우주에서는 우주선(comic ray)이라고 불리는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로 많이 날아온다. 이 입자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 자기장이다. 지구 자기장에 붙들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지구 주변에 도넛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반앨런대(Van Allen Belt)다. 이 방패 덕분에 지상에 사는 우리는 고에너지 입자의 방사능 폭격을 받지 않는다. 입자 중 극히 일부는 반앨런대가 없는 남극이나 북극 지역을 통해 지구에 들어온다.
   
   SNIPE는 무엇보다 이런 극궤도로의 입자 주입 현상을 감시하게 된다. 100㎞ 이상 상공의 날씨, 즉 우주 날씨는 천문연 관할이다. 이 밖에도 SNIPE는 통신에 장애를 주는 고위도에서의 전자밀도 급증(Polar cap patch) 현상과 전리층 통신을 교란하는 적도 플라스마 거품 현상을 감시하게 된다.
   
   황 박사는 카이스트 물리학과 95학번. 카이스트 신입생 561명 중 여학생이 처음으로 100명 넘게 들어왔다고 해서 선배들로부터 남다른 사랑을 받았다. 561명 중 물리학과에 진학한 여학생은 모두 3명. 그중에서 박사학위까지 간 사람은 황 박사가 유일하다. 동기생 60명 중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20명이라고 한다.
   
   그는 전남 여수 출신으로, 전남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했다. 2학년 때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물리학과 선택 이유는 똑똑한 친구들이 모두 물리학과로 갔기 때문이다. 물리학과에서는 우주과학실험실(지도교수 민경욱)을 선택했다. 물리학과에 있는 수십 개의 연구실(Lab) 중 우주과학실험실을 선택한 건 “우주과학실험실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가장 치열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승부욕이 남달리 강해 보인다. 학교 다니며 위장에 구멍이 날 정도로 공부했다.
   
   “민경욱 교수님이 한국 인공위성 탑재체의 아버지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학위를 하고 카이스트에 초빙돼 왔다. 내가 실험실에 들어갔을 때 민 교수님은 카이스트 인공위성 연구센터에서 탑재체 연구책임자였다. 우주과학실험실 소속 학생 3~4명을 인공위성센터에 파견해 위성 탑재체를 만들게 했다. 내가 인공위성연구센터에 파견된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위성 탑재체를 만드는 게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위성과의 인연은 거기에서 비롯됐다.”
   
   황 박사가 당시 만든 인공위성 탑재체는 고에너지입자 검출기였다. 1MeV(메가전자볼트) 이상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탑재체 내 보드를 때리면 에너지 크기를 계산해 전자 수를 세는 장치다. 탑재체를 실은 위성은 과학기술위성1호(우리별 4호)라는 이름으로 2003년 9월 러시아에서 발사됐다. 황 박사는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이 신호를 처음 보내왔을 때처럼 짜릿한 건 없었다고 얘기했다. 기초과학 연구자가 그 같은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 탑재체에는 자신의 이름을 금박으로 써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위성 탑재체라는 하드웨어로 쓸 수는 없었다. 한국의 위성 기술은 세계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 위성이 내놓는 데이터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내용의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ESA(유럽우주국), NASA(미국항공우주국)와 같은 우주 선진국의 좋은 데이터를 연구해야 했다. 전기 납땜질하며 하드웨어를 만들랴, 프로그래밍하랴, 논문 쓰기 위한 기초과학 연구하랴 정신이 없었다. “일반 기초과학연구자보다 3~4배 힘들게 박사과정을 보냈다. 논문은 반앨런대에 관해 썼다. 반앨런대로 박사 논문을 쓴 건 한국에서 내가 처음이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지구방사선대의 생성과 소멸 기작, 씨앗전자(seed electron)의 역할’이다. 그는 “이후 10년간 반앨런대를 주제로 쓴 논문이 없었다”고 했다.
   
   
   하늘 문을 열다
   
   천문연구원에 들어온 건 2006년이다. 천문연은 취업이 어려워 흔히 천문연 입사는 “하늘 문이 열려야 허용된다”고 한다. 황 박사를 만난 우주환경감시실의 한쪽 벽에는 ‘우리는 우주환경변화로부터 안전한가?’라고 쓰여 있다. 황 박사는 우주환경감시실을 운영하는 ‘우주환경연구센터 운영 과제’ 책임자다. 태양과 우주가 지구 환경에 주는 위험성을 감시하는 게 이 방의 목적이다. 방 한쪽의 대형 스크린은 태양의 실시간 모습을 색깔을 달리하며 4가지로 보여준다. “이 건물 옥상에 7m 크기 접시 안테나가 있다. 반앨런대에 올라가 있는 NASA 위성 두 개가 보내오는 데이터를 천문연이 수신, 실시간으로 태양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반앨런대는 지구 반경(6400㎞)의 3~6배 높이의 상공에 자리 잡고 있다. 반앨런대는 정지궤도위성에 치명적이다. 통신위성과 같은 정지궤도위성은 반앨런대 약간 위를 돈다. 문제는 다른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반앨런대도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한다는 것이다. 반앨런대가 늘어나면 위성 오동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위성을 운영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천문연으로 확인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항공기의 방사선 피폭을 연구, 이를 입법으로까지 연결시켰다. 북극 항로를 통과하는 항공기에는 고에너지입자가 뚫고 들어온다. 미국에 가고 오는 탑승객은 자신도 모르게 고에너지입자에 노출될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 고에너지입자 검출기를 제작해봤기 때문에 우주방사선에 관해 꽤 알고 있었다. 대한항공이 2007년부터인가 북극항로 운행을 시작했다. 극지에는 고에너지입자가 닿는다. 비행기가 지나는 10~13㎞ 고도에도 우주방사선이 그대로 온다. 그런데 얼마나 오는지 한국에는 관련 정보가 없었다. 국토부로부터 연구 과제를 받아 수행했다.”
   
   대한항공은 황 박사의 우주선 항공기 피폭 연구에 협조하지 않았다. “불필요하게 위험을 부풀린 광우병 같은 것 아니냐며 조사를 거부했다. 대한항공 노조가 협조해줘 항공기 조종사들이 측정기를 갖고 다니며 우주선 피폭량을 측정할 수 있었다.”
   
   2013년부터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제18조(우주방사선의 안전관리 등)가 시행에 들어간 것은 황 박사 연구 덕분이다. 제18조 1항은 ‘항공운송사업자는 우주방사선에 피폭할 우려가 있는 운항승무원 및 객실승무원의 건강 보호와 안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성 과학자 목소리 대변
   
   과학자 외에 황 박사가 관심 갖는 영역이 두 개 더 있다. 여성 과학자와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이다. 그는 여성 과학자에 대한 성차별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천문연구원 여성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통계를 찾아 보여주며 “7%라는 수치를 알면 된다. 관리자 수준 진급자 중 여성이 전체의 7%, 학회나 여성 교수의 비율도 7%, 국립대학 여성 교수도 7%”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박사는 미투운동으로 상징되는 한국 사회의 남녀 성차별 반대 움직임과 관련 “이공계에서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개탄했다.
   
   황 박사는 또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부지런히 일한다. 10대 학생을 겨냥한 ‘우주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2012)라는 책을 낸 것도 그 노력의 일부다. “강연하다 보니 책을 쓰게 됐다. 사람들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금을 과학 분야에 쓰는 게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야 한다. 천문·우주가 예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중을 설득해야 과학도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자 대중을 만나 말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게 됐다.”
   
   황 박사는 세 아이의 어머니다. 출산을 전후해 한 번도 직장에서 공백 기간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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