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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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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소득주도성장의 또 다른 복병 해외 소비

배용진  기자 

▲ 본격적인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된 지난 5월 4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해외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의 한 건축설계사무소에 다니는 30대 남성 전영민씨는 지난 5월 말 휴가를 내고 폴란드 바르샤바 일대로 여행을 다녀왔다. 7박8일간 그가 쓴 금액은 약 130만원. 지난 1월 비행기표를 60만원대의 특가로 미리 구매해둔 덕분에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최저가 비행기표를 찾아주는 휴대전화의 항공권 검색 애플리케이션이 도움이 됐다. 그가 국내를 여행할 경우 일주일 동안 쓰는 금액은 40만원 안팎이다. 전씨는 “연휴나 성수기 때면 바가지를 씌우는 국내 관광지보다 아예 외국에 나가는 것이 가성비(가격 대 성능 비)로 따지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전씨와 같은 일상적인 해외여행족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낯선 소비층이 아니다. 시간이 나면 해외로 나가 돈을 쓰는 소비행태가 거의 일상화됐다는 말이다. 실제 해외관광객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해외여행객은 2013년 1484만명에서 2017년 2650만명으로 4년 새 1000만명 이상 급증했다.<표1 참조> 특히 올해는 지난해 1100원대를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후반으로 하락하면서 해외소비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우후죽순 늘어난 저가항공사(LCC)도 해외여행을 부추기고 있다.
   
   해외여행의 증가는 소득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이것이 암초로 작용하며 역기능을 발휘하는 명제가 있다. 바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임금 상승을 통한 가처분소득 증가와 소비 진작을 통해 내수를 부양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민간 소비가 늘어난다면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정책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외관광객 급증으로 내국인들의 해외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통계로 증명된다. 일단 해외 소비 증가추세를 보자.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해외에 나가서 쓴 금액을 뜻하는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실질금액 기준)은 지난 2013년 1분기 기준 5조1524억원에서 2018년 1분기 8조4483억원으로 5년 새 3조3000억원가량 증가했다.<표2 참조> 특히 2015년 1분기에는 2014년 1분기에 비해 14.66%, 2017년 1분기에는 2016년 1분기에 비해 13.18% 증가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급증했다. 여기서 실질금액 기준이란 각국의 물가, 환율 등에 따른 금액의 차이를 보정한 금액을 말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해외 소비가 민간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통계를 담당하는 중앙은행 관계자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해당 통계를 작성한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거주자 국외소비지출 증가가 가계의 형태별 최종소비지출금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환율이 하락하는 추세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집계하는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의 경우 여행수지를 통해 일괄 집계하기 때문에 의료, 어학연수 등 소비 형태별로 분류한 통계치를 따로 작성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학의 경우 따로 집계하는 항목이 있지만 1년 이상의 지정계좌 송금만 해당돼 실제 송금액의 일부만 잡힌다.
   
   
   민간 총소비 4.76%가 해외소비… 매년 증가
   
   국내에서 민간이 소비한 금액(가계 최종소비지출)은 2013년 1분기 158조1365억원에서 2016년 1분기 168조1088억원, 올 1분기 175조98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소비보다 해외 소비가 급증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민간소비 금액은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국내소비지출 금액에 거주자 국외소비지출 금액을 더하고 비거주자 국내소비지출 금액을 뺀 수치다.
   
   실제로 기자가 한국은행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의 최종소비지출(민간소비)에서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분기 기준 3.29%였던 비중은 2016년 1분기 4.09%, 2017년 1분기 4.59%, 올해 1분기 4.76%까지 증가했다.<표3 참조> 내국인들이 해외에서 소비하는 금액이 가계 전체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체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해외 소비 비중이 커질수록 소득주도성장론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의 소득 증가로 인한 내수 활성화로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저임금 인상, 임금 상승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면 이것이 소비로 연결되고, 소비 활성화가 내수 진작으로 이어져 경기 활성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이를 위해 소득증대의 정책적 수단으로 임금 상승 또는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해외 소비가 늘어나는 최근 추세가 소득주도성장의 실제 적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총수요가 늘어 소비가 진작되더라도 이 소비가 국내가 아닌 해외 소비로 연결된다면 국내 경기가 부양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전화통화에서 “해외 소비가 소득주도성장의 실행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부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 전체 소비가 GDP의 약 60%에 달하는데 거기서 4.76%라면 상당히 큰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소득주도성장은 1분위 계층(최저소득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한계소비성향을 높이는 건데 근본적으로 GDP를 늘리진 못한다”며 “내수가 계속 부진한 상황에서 해외 소비만 증가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전화통화에서 “민간소비에서 해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 숫자나 비율보다도 추세, 트렌드가 중요하다”며 “지금 한국은 민간소비에서 해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이론에 따르면 소득이 오르면 소비가 진작되어야 한다. 그런데 해외 소비 측면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정책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소득주도성장 이론에 대한 비판은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라 이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주로 제기됐다. 소득주도성장 이론이 주장하는 선순환 고리가 이어지려면 임금 상승으로 인해 늘어난 가처분소득이 소비로 이어져야 하는데, 반도체, 전자제품 등 주력제품의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한국의 산업구조상 최저임금의 지나친 인상은 인건비 증가로 이어져 기업 경쟁력 약화로 귀결된다는 것이 주된 비판이었다. 국내 기업의 주력 사업이 수출주도형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내수 소비가 늘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업과 경제 전반의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많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 의도적으로 소비를 자제할 경우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소비 증대로 연결되기가 어렵다. 늘어난 소득을 빚을 갚거나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지 소비에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기존의 이런 비판에 해외 소비 활성화라는 또 하나의 복병이 추가된 것이다.
   

   부유층 해외 소비 경향 강화
   
   한국의 해외 소비 증가 흐름에는 최근 통계로 증명된 소득양극화 현상이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부유층 소득이 늘어났는데 국내 소비 여건이 다양하지가 않다 보니 소비를 해외에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유층일수록 차별화·고급화된 소비를 원하는데, 국내에서 이런 소비를 할 만한 여건이 많지 않다”고 했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소득이 늘어나서 소비가 늘고 이것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게 소득주도성장인데, (고소득층을 제외하면) 일단 소득부터 잘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이전시켜 분배 상황을 개선시킨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의도와 달리 문재인 정부 들어 분배 상황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에서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2017년
   
   1분기에 비해 8.0% 감소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반면 이 조사에서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은 하위 20% 평균의 5.95배에 달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불균형이었다. 지난 5월 29일 문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긴급 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소득 분배의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한 것도 이 통계가 던진 충격 때문이었다.
   
   올해 들어 해외 소비가 늘어난 데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국내 상품 가격 상승보다는 환율 하락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일반적으로 해외 소비가 늘어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임금이 올라서 국내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외국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율 하락으로 인해 원화 가치가 절상됨으로써 상대적으로 해외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하는 것이다. 박정수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가격경쟁력 하락은 나타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환율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다”며 “2016년이나 2017년보다도 환율이 하락해 원화가치가 절상되면서 해외 여행이 늘고 해외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해외 소비의 경우 수입으로 잡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와 달리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민간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늘어난 소비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세운 가설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7월부터 대기업 근로시간도 단축되기 때문에 해외여행 등을 통한 해외 소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소득층 국내 소비 유인 제공해야”
   
   내국인들의 해외 소비가 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 쓰는 금액은 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를 찾아 소비한 금액은 2016년 최대치를 찍은 뒤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의 국민 계정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쓴 금액을 뜻하는 비거주자 국내소비지출 규모(실질 기준)는 2013년 1분기 2조7955억원에서 2016년 1분기 4조553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17년 3조1467억원, 올 1분기 2조9899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표4 참조> 사드 갈등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엔화가치 절하로 인한 일본 관광 수요 증가 등 한국의 상대적 관광 경쟁력이 하락한 탓이다.
   
   특히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 관광수지 적자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징검다리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인해 휴일이 늘면 해외여행객이 함께 늘어난다는 것은 최근 여러 사례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체제까지 더해지면 해외에서의 소비금액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에게 국내에서의 소비를 늘릴 유인을 제공해 내수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고소득층이 해외에서 돈을 쓰는 경향이 강한데, 이들 고소득층의 국내 소비를 유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은 “고소득층이 국내에서 돈을 더 쓰게 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이라며 “부자가 돈을 더 쓰게 하는 것이 소비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러한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학자들도 여럿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은 간단히 몇 가지를 바꿔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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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황희연  ( 2018-06-29 )    수정   삭제
소득주도성장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해외에서는 경제가 활성화되어 호조라느데 이런 정책으로 실업자는 증가하고 사업가는 국내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이전하려거나 설립할려고 할 것 같다. 해외경기는 호조라는데 한국은 1997년 IMF시절보다 상황이 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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