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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3호]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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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 강병휘 중이온가속기 RI실험장치개발팀장

한국에도 노벨상을! 후배 위한 실험시설 만든다

최준석  선임기자 

▲ ISOL방식 희귀동위원소 발생장치 옆에 선 강병휘 박사. 손에 들고 있는 원통형 장치 안에 우라늄 디스크가 19개 들어간다.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강병휘(47) 박사의 손에는 ‘核圖表(핵도표)’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는 소책자가 들려 있었다. 지난 6월 14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단장 정순찬) 건물 지하.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은 대전 유성구 신동지구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를 2021년까지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병휘 박사는 이 사업에서 희귀동위원소(Rare Isotope) 발생장치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보직은 RI실험장치개발팀장.
   
   강 팀장의 보직명에 들어 있는 ‘희귀동위원소’가 뭔지 궁금했다. 그는 “안정원소와 불안정원소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내게 물었다. 모르는 용어다. 그는 들고 있던 ‘핵도표’를 펴 보였다. 주기율표 같은 것인데, 주기율표보다 원소가 훨씬 많이 표시돼 있다. 엄청나게 큰 도표에 표시된 원소들은 파란색, 붉은색, 녹색, 노란색, 흰색 등 다섯 색깔로 구분돼 있다.
   
   “동위원소표라고 보면 된다. 색깔 구분은 자연에서 존재하는 시간에 따라 구분된다. 파란색은 안정원소다. 자연에서 영원히 존재한다. 나머지 색깔은 생명이 짧아 자연에서 잠깐 존재하는 동위원소다. 발견되었지만 아직 질량이나 수명이 분석되지 않은 원소다. 이것들말고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이 있다. 핵도표에 들어가 있지 않았으며, 들어간다면 핵도표 아래쪽 부분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지 영역(terra incognita)’이라고 한다. 어디에 얼마나 존재할지, 그 특징은 무엇일지가 주요 연구과제다.”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안정원소는 약 300종. 이외에는 붉은색, 녹색 원소도 좀 있는데, 노란색과 흰색이 압도적으로 많다. 강 팀장은 “지금까지 발견된 핵종은 흰색 영역까지 3000개이며, 이론적으로는 6000~1만개가 존재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동위원소의 세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깜짝 놀랄 정도였다. 가령 원자번호 50인 주석은 원소 중에서 안정원소 수가 가장 많다. 주석은 안정원소가 10개(질량수 112, 114~120, 122, 124)이며, 질량수(양성자+중성자 수) 141까지 발견되었다. 또 질량수 얼마까지 주석의 동위원소가 존재하는지 아직 모른다. 중이온가속기에서 수명이 짧은 희귀한 동위원소 빔을 많이 만들어 실험실에서 연구하면, 물질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그 기원을 알 수 있다.
   
   강 팀장은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희귀한 원소들을 많이 만드는 게 목표다. 이 희귀원소를 이용해서 연구할 학자들이 만든 ‘중이온가속기이용자협회’도 최근에 생겼다”고 말했다.
   
   중이온가속기 건설은 한국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과학 프로젝트이다. 1조4314억원이 들어간다. 가속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무엇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키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경주에는 양성자가속기가 있고, 포항에 있는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킨다. 부산에 있는 중입자가속기는 탄소핵을 가속시킨다. 대전에 만들어질 중이온가속기는 중(重)이온을 가속시킨다. 중이온은 헬륨(양성자 2개, 중성자 2개)보다 무거운 원자핵을 가리킨다. 전자를 떼냈기에 양전하를 띤다.
   
   가속기 시설에서 희귀동위원소를 만들어내는 장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ISOL방식과 IF방식이다. 지금까지 중이온가속기를 만든 나라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했다. IBS 중이온가속기는 이 두 가지 방식을 결합했고, 이는 세계 유일 방식이다. 두 방식은 장단점을 각각 갖고 있어 결합하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미지 영역에 있는 희귀동위원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강 팀장은 RI장치개발팀장으로 이 두 가지 방식의 장치를 개발하는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도, 특히 ISOL방식 장치는 직접 개발해왔다.
   
   “중이온가속기는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눠볼 수 있다. 희귀동위원소 발생장치, 가속장치, 실험장치다. ISOL방식 기준으로 말하면, 희귀동위원소를 만들어내고, 이에 에너지를 집어넣어 광속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달리게 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희귀동위원소를 실험장치로 보낸다.”
   
   희귀동위원소를 갖고 이용자가 사용할 실험장치로는 현재 7종류를 개발하고 있다. 가령 고려대 홍병식 교수(물리학) 연구팀이 수행하는 중이온 빔 충돌실험은 빅뱅 3분 후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다. 박우윤 충북대 의대 치료방사선과 교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신소재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에게도 중이온가속기는 필수 장치다. 지금까지는 국내에 장치가 없어 일본과 같은 외국에 가서 실험해야 했다. 물론 신청하고 몇 년씩 기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 강병휘 박사가 보여준 핵도표. 동위원소의 세계를 보여준다.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중이온가속기로 후배들 노벨상 탈 것”
   
   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은 대덕특구 내 건물에 세 들어 있다. 내가 탄 택시 운전사는 목적지 건물에 대해 “다음에 오실 때는 KT 제2연구소 가자고 하세요”라고 말했다. 강병휘 팀장이 개발한 ISOL방식 희귀동위원소 발생장치는 이 건물 지하 1층 ‘ISOL & Ion Trap Laboratory’에 있었다. 기역 자 모양이고, 크기는 6m 정도였다. 강 팀장은 “2015년에 ISOL 핵심장치 개발은 끝났다. 지금은 효율을 끌어올리는 업그레이드 작업과 원격제어장치 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이온가속기의 설비 일부는 내부는 진공인데 가동 때 2000도를 유지해야 하는 곳이 있다. 강 팀장에 따르면, 양성자가 설비 내부로 들어와 표적을 때리면 많은 입자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표적으로 우라늄 238, 실리콘, BN, 산화칼슘이 사용될 예정이다. 강 팀장은 “이용자가 동위원소 빔을 주문하면 그 동위원소를 만들기 위해 어떤 표적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따져보고 정하게 된다”고 했다. 우라늄 238의 경우 직경 5㎝ 크기의 얇은 디스크 모양이고, 이런 게 19개 들어간다.
   
   원하는 동위원소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양성자가 우라늄을 때리면 많은 방사성동위원소가 나온다. 그러면 이 원소들에게서 전자를 떼내 +전하를 띠게 한 후 질량분리기를 통과하게 한다. 질량분리기는 90도로 휘어져 있는데, 자기장을 걸어 원하는 질량을 가진 원소만 통과하게 한다. 다른 원소는 걸러낸다. 그 다음 가속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하증식기로 보내 전자를 추가로 떼어낸다. 그리고 A/q분리기로 보내 최종적으로 원하는 동위원소만을 만들어낸다. 이 동위원소를 가속기로 보내면 된다. 가속기를 거쳐 실험장치로 간다.
   
   “ISOL방식 희귀동위원소 발생장치 설계는 일본에서 배웠다. 일본 쓰쿠바에 있는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에 서울대 물리학과 대학원 석사 시절부터 실험하기 위해 다니기 시작했다. 박사논문도 KEK에서 실험한 걸로 썼다.”
   
   강 팀장은 지난 2006년 일본 KEK와 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가 도카이에 새로 짓는 양성자가속기(JPARC) 설계자로 초청받기도 했다. 그런 뒤 2012년 IBS에 합류, ISOL방식 희귀동위원소 발생기를 설계했다. 강 팀장은 “정순찬 사업단 단장의 도움을 받아 개념 설계했다. 개념 설계를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구현 단계에서는 지난 2월 일본 RIKEN(이화학연구소)으로 간 히로노부 이시야마(石山博恒) 전 연구원이 도움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보유한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한국 실험물리학자들의 분투가 놀라웠다. 강 팀장은 현재는 RI장치 개발 책임뿐 아니라, 이용자가 사용할 실험장치 개발까지 총괄하고 있다. 전체 장비 중 ‘가속기’ 부분을 제외하곤 모두 그의 책임인 셈이다. “가속기가 더 어렵다”고 강 팀장이 말하기는 했다.
   
   강 팀장은 가속기의 경우 우라늄을 다루는 장치라서 실제로 설비가 구축되면 사람은 접근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 장치는 모듈방식으로 제작되고, 조작은 로봇을 이용하게 된다. 모듈 장비는 대전 대덕에서는 만들지 않고, 고려대 세종캠퍼스의 일부 공간을 빌려서 만들고 있다. “로봇 크레인을 사용해 장비를 들어올려야 하는데, 이곳은 임시로 빌려 쓰는 곳이라서 그런 높이가 나오지 않는다. 연구진 10명이 고려대에 가서 연구하고 있다.”
   
   강병휘 팀장은 “중이온가속기는 핵물리학자에게는 꿈의 시설”이라고 했다. 2021년 신동지구에 설치되면 그해 7월 빔 공급을 시작한다고 했다. 강 팀장은 “후배들은 이 시설로 노벨상을 받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가속기가 노벨 물리학상의 산실임은 증명된 바 있다. 사업단 자료에 따르면, 가속기를 통해 30개에 가까운 노벨상이 나왔고, 14개의 원소가 발견됐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으로 핵물리학을 공부한 전남 영광 출신의 40대 학자는 3시간이나 설명을 해주고도 부족했다. 머리 아픈 취재를 뒤로하고 일어나려는 내게 그는 “설명해야 할 게 많은데”라고 말했다. 그의 성실함이 중이온가속기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한 한 증거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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