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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6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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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혁신노트] ‘2018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 현장을 가다

내무반 전우들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다

박란희  공익플랫폼 ‘더퍼블리카’ 대표 

▲ 지난 7월 3~5일까지 춘천에서 열린 ‘2018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 본선 워크숍. photo 스파크
“비슷한 또래의 전우 김정원, 하재헌 중사가 북한의 목함지뢰에 다리를 잃는 사건을 당한 게 ‘마인드롭’을 고안한 계기입니다. 마인드롭은 산지, 평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금속, 목함지뢰 제거장치입니다. 드론이 지뢰 매설 부근 상공에서 마인드롭을 낙하시키면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지뢰를 폭파하는 방식이죠. 마인드롭은 친환경 화합물 씨앗덩어리로 만들어 회수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공계 전문용어를 술술 풀어내는 이 청년은 3707부대 본부근무대대에서 근무하는 박준석(25) 이병.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대학원에서 나노소재와 반도체 기술연구를 진행하다 뒤늦게 군 복무 중이다. ‘민들레씨’라는 팀명으로 함께 참여한 동료 부대원은 권태형 상병(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김시열 상병(중부대 영상사진학과), 조형준 병장(미국 텍사스 A&M University) 등이다.
   
   이들이 지난 7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 ‘귀한’ 출장을 나온 행사는 바로 ‘2018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 본선 워크숍. 800여팀(2000여명)이 참가한 예선 서류심사에서 뽑힌 30개 팀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무려 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 현장이니만큼 80여명의 눈빛에는 결기가 가득했다.
   
▲ ‘2018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 참가한 30개 팀은 2박3일 동안 10명의 전문가들에게 집중 멘토링을 받았다. photo 스파크

   “매일 20~30분씩 소부대 활동시간이 있는데, 생활관에서 수시로 아이디어 회의를 했습니다. 서로 역할분담을 하고 팀 활동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군에서는 인터넷이 제한돼 있잖아요. 국방인트라넷에서 작업한 것을 일반 인터넷망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걸 날려버려서, 막판에 특별허가를 받아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부대원이 각자 돌아가면서 컴퓨터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챙겨주면서 진정한 전우애를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30개 팀 중 ‘도전! K-스타트업 2018’ 본선에 진출할 최종 22개 팀을 선정했는데, 민들레씨 팀은 당당히 합격팀 대열에 들었다. ‘도전! K-스타트업’은 국내 최대 범부처(중소벤처기업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 창업경진대회로, 우승할 경우 대통령상·국무총리상·장관상이 주어진다.
   
   
   다양한 창업아이디어 쏟아져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창업경진대회지만, 국방부의 경우 참가자들이 일반 사회와 단절된 채 지내는 군인인 만큼 환경 자체가 턱없이 열악하다. 하지만 대회에 몰리는 열정 하나만큼은 그 어느 팀 못지않게 뜨겁다. 3회째 대회를 주관한 ㈔스파크 민영서 대표는 “제대를 앞둔 우리 군인들의 70% 이상이 미래 진로에 관한 걱정을 많이 한다”며 “이스라엘군(軍)은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지탱하는 원천이라고 불릴 정도인데, 우리도 군에서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녀 모두 2~3년의 의무복무제도를 두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군복무를 창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탈피오트’ 제도는 매년 우수한 이공계 영재를 선발해 군복무 기간 중 과학기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최첨단 군사장비 개발에 이들 인재의 역량을 활용한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는 전역한 군인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전역 전 4개월 동안 창업 교육을 적극 실시한다.
   
   이번 챌린지에서도 군대 경험을 창업 아이템으로 활용한 참가자들이 있었다. 유일한 여군 참가자인 나수산(26) 중위(탄약지원사령부 6탄약창)는 같은 부대 임정균 대위와 함께 수면보조 온열인형인 ‘슬립코’를 만들겠다고 했다. 수면장애를 지닌 어린아이들의 숙면을 돕는 제품인데, 만든 계기가 특이하다.
   
   “소대원이 30여명, 중대원이 100명 가까이 되는데, 이들 중 주의력이 산만해서 부대 내 적응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원인 중 하나가 수면장애였어요. 수면장애는 어릴 때 시작돼 성인까지 발달해요. 슬립코는 센서를 통해 이불 속 온도를 측정해 같은 온도 환경에서 숙면을 취하도록 도와줘요.”
   
   내년 6월 말 전역 예정인 나 중위는 “창업에 대한 열망이 커서 대학 시절 다양한 공모전에 참여했지만, 군인이 된 후 이런 기회가 아예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절박한 마음이 통했는지 본선을 통과했다”며 “멘토링을 받으면서 제품 기술을 구체화했고 실제로 시제품을 한번 만들어볼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대라는 특성상 24시간 내내 붙어있는 점 때문에, 오히려 창업에 관한 고민을 나누기에 좋은 여건이 되기도 한다. 워크숍 마지막날인 지난 7월 5일, 춘천 KT&G 상상스테이 호텔 다목적홀에는 10명의 멘토와 80여명의 동료들 앞에서 자신들의 사업아이템을 발표하는 자리가 쭉 이어졌다.
   
   “누구든지 의류관리를 받을 수 있는 클로스 프레셔(Cloth Fresher·이하 CF)라는 제품입니다. 미세먼지와 음식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가정용 의류관리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는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이죠. 저희는 유동인구 많은 상가 근처에 대형 의류관리기인 CF를 설치해 1회 15분 동안 2500원으로 고객들의 의류를 관리해줄 수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청년은 제2작전사령부 예하 39보병사단 손민우 일병. 그의 PT가 끝나자 무대 아래쪽에 앉은 멘토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냄새탈취와 먼지제거, 살균 등 의류관리 기술을 모두 구현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여러 서비스 중 하나를 특화하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제작비용이 꽤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프레젠테이션에 적어놓은 손익분기점은 어떻게 계산한 것인가요?”
   
   “기존 기술력을 융복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훌륭합니다. 다만 이 비즈니스 모델을 마케팅할 역량이나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날카로운 지적에 손 일병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이어갔다. 무대 뒤에서 그를 응원하는 건 다름 아닌 팀원들. 손 일병(청운대 전자공학과)과 함께 ‘세탁소 사형제’라는 팀명으로 참가한 이들은 김병수 일병(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권용현 일병(서강대 경영학과), 서동규 일병(서울교통공사 주임) 등이다. 멘토로 참여한 권영준 시저스 파트너스 대표(K-ICT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는 “2박3일 동안 청년들과 함께 있으면서, 기업가 정신이 발현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 군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군대에서 정신무장이 돼 있어서인지,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곧바로 수정한 후 결과를 이끌어내는 등 집중력이 굉장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군인 부자 참가팀도
   
   군인 부자(父子)가 함께 참가한 특이한 사례도 있었다. ‘백두산21’팀으로 참여한 강병조(51) 준위(제21보병사단)는 아들 강산(국군 지휘통신사령부) 및 같은 부대의 김범열 중령, 윤홍렬 상병과 함께 창업 아이템을 선보였다. 일명 ‘한국형 전투용 취사장비’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군 생활에서 가장 힘들다고 하는 게 야전에서 밥 먹는 겁니다. 1999년까지는 스팀이었다가 이후 가스로 밥을 쪘어요. 야전 훈련장에서는 찐밥을 먹습니다. 저희는 기존 취사 트레라의 불편하고 위험한 부분을 개선했어요. 직화방식으로 하되 한 개의 버너에 액체·기체연료를 동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특허를 출원해서 사업화하고 싶습니다.”
   
   강원도 양구군 21사단인 백두산 부대에 있는 아버지와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에서 복무 중인 아들은 어떻게 같이 의견을 조율했을까. 강 준위는 “우리 팀이 회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주고 같이 의견을 조율했다”며 “기술은 제가 담당하고, 아들은 설계와 디자인을 보완하며, 고등학교 기술교사인 민 상병은 컴퓨터 작업을 하는 등 각자 서로 도와가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강 준위는 이미 시제품을 완성했고 2차, 3차 개발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는 “부대원들에게도 문제점을 보면 불평만 하지 말고 개선책을 내도록 권유하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창업에 열정을 가진 젊은 청년들을 보니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회를 통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성공 사례도 있다. 링거워터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지난해 국방스타트업 챌린지에서 육군참모총장상을, ‘도전! K-스타트업 2017’에서 국방부 장관상을 받은 이원철(33) 대위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위는 육군 특전사 군의관으로 복무 중이다.
   
   링거워터 프로젝트는 2016년 10월, 3명의 군의관으로부터 시작됐다.
   
   “군의관님! 날씨가 추워서 수액이 얼어버렸습니다.”
   
   훈련 중 탈진한 장병들이 있었지만, 장소에 따라서는 정맥주사를 처방하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 특히 정맥주사를 맞기 위해서는 전문 의료인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병사들 스스로 수액 처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원철(신촌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이용진(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성종(한양대병원 내과) 3인의 군의관들이 개발에 돌입했다. 해결책은 바로 ‘마시는 링거’였다. ‘링티’라고 이름 붙인 이 제품은 분말형 링거로, 기존의 수액 링거에 비해 효율적이고 저렴하다. 일반 링거의 경우 의료인이 반드시 필요하고, 투약에 2시간이 걸리며, 가격도 3만~7만원 선이다. 반면 링티는 본인 스스로 10초면 섭취할 수 있고, 가격 또한 3000원에 불과하다.
   
   
   실제 창업 성공 사례 나와
   
   링거워터는 출시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말엔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서 1억5929만원을 모금해 식품 분야 모금액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6월까지 매출이 벌써 7억원이 넘었다. 현역 군의관 신분이어서 스타트업 운영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숙취해소를 위한 후속 제품인 링티블랙 등 핵심 제품 개발을 도맡아 하고 있다. 국방스타트업 챌린지에 참여한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이 대위는 △비용을 아껴라 △단순해야 돈을 번다 △엉뚱한 사람에게 묻지 말고 고객에게 물어봐라 △신뢰를 얻어라 △강소기업을 지향하라는 등 스타트업 생존방식을 조언했다.
   
   ‘불가사리 추출성분을 이용한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한 스타트테크 양승찬 대표도 성공 사례다. 양 대표가 복무한 부대는 강원 인제군에 있는 제3포병여단. 그는 “제설작업을 하던 차량에 녹이 슨 걸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동료 장병들과 함께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했다.
   
   기존 제설제의 주원료인 염화칼륨은 차량 부식, 콘크리트 파손, 식물 황화 등의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스타트테크는 불가사리의 특정 추출물이 부식을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해 부식률을 기존 제품 대비 10분의
   
   1로 낮춘 제설제를 개발했다. 게다가 개체수가 급증해 어촌에 피해를 주고 있는 불가사리 처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스타트테크는 지난해 ‘도전! K-스타트업’에서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 이후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돼 480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았고, 이후 기술전문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기관) 블루포인트 파트너스로부터 초기 투자금 1억5000만원, 스파크 개인투자조합 1억원,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TIPS) 프로그램에 선정돼 5억원을 투자받았다. 충남 당진에 생산설비까지 갖추고 향후 미국 동부와 일본 등 해외시장 친출을 위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양 대표는 7월 4일 스타트업 챌린지 행사에 참여하기 전 “창업의 기회를 허락해준 군부대에 감사인사를 드리기 위해 강원도 인제를 다녀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아무리 훌륭한 창업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어도 창업에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전문가들은 창업하는 과정을 실습하는 그 자체로 커다란 배움이 된다고 한다.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몰입하면서 팀워크와 협업을 익히고 외부와 소통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청년들은 ‘꿈’ ‘열정’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8사단 138기계화보병대대 박광호 병장은 “중3 때부터 원자핵공학을 전공으로 삼겠다고 마음먹고 대학에 왔는데, 돌이켜보니 그저 수학을 잘해서 이공계를 갔고 희귀해 보여서 원자핵공학을 선택했더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하고 싶은 게 뭔지 명확해져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25사단 71연대 3대대 심지훈 일병은 “전날은 2시간 자고, 오늘은 4시간만 잤지만, 창업을 꿈꾸던 저에게 이번 2박3일은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좋았다”며 “몇 번을 실패하든, 작게 성공하든 창업가의 자리에 남아 있겠다”고 했다.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 사업을 후원하는 KT&G 사회공헌실 김진한 실장은 7월 5일 직접 현장을 찾아 탈락한 8개 팀을 위로하며 “실패를 경험한 분들이 실제 창업 성공확률이 높다”며 “이번 행사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스파크는 전년도 참가팀 중 전역 후 실전 창업을 원하는 팀들을 모아 ‘국방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2017년에는 12팀, 2018년에는 14팀을 인큐베이팅했다. ‘찾아가는 군기업가정신교육’과 ‘군 창업동아리 멘토링’ 등을 후속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민영서 대표는 “실습으로서의 창업은 자기를 발견하고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매우 중요하다”며 “협업을 통해 파트너십을 형성하면서 우리의 경직된 군대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박란희의 혁신노트’는 필자 사정으로 이번 연재를 끝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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