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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6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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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CJ ENM 합병 이재현 큰딸 자리 만들기?

조동진  기자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CJ 이재현 회장, CJ 이재현 회장 맏딸 이경후씨, CJ ENM 허민호 대표, CJ ENM 허민회 대표. photo 뉴시스
CJ그룹의 주력 계열사 합병 등 계열사 구조 변화가 진행되며 경영권 승계 작업에 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승계 작업은 주요 계열사와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이재현(58) 회장 최측근 가신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특히 주목받고 있는 곳이 ‘CJ ENM’이다.
   
   CJ ENM은 CJ그룹의 소매유통·홈쇼핑 계열사이던 ‘CJ오쇼핑’과 방송·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주도한 ‘CJ E&M’을 합병해 지난 7월 1일 새롭게 출범했다. 이 합병으로 CJ ENM은 삼성과 CJ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 국내 최대 물류·택배사인 CJ대한통운과 함께 CJ그룹의 세 축 중 하나로 부상했다. CJ ENM은 사실 이번 합병 전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이재현 회장 두 자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활용될 수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CJ그룹은 지난 1월 CJ오쇼핑과 CJ E&M 합병을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두 계열사 합병 발표는 자본시장 관계자, 특히 주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홈쇼핑 기업과 케이블 방송·연예 매니지먼트 기업의 합병에 대해 ‘두 계열사 간 사업적 연관성과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와 분석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과 주주들 사이에서는 두 회사 합병이 이재현 회장의 맏딸 이경후(33)씨와 둘째 이선호(28)씨를 위한 경영권 이전 작업과 이들의 이력·경력 만들기 작업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CJ그룹은 CJ E&M과 CJ오쇼핑의 합병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들었다. 요약하면 △양사의 커머스 역량과 콘텐츠 역량을 집약해 최고의 경쟁력 확보 △해외 신규 시장 개척, 새 사업모델 확장으로 기업·주주 가치 제고 △디지털 신규 사업 등 융복합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 등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주주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혀 다른 업종과 사업 연관성을 찾기 힘든 이질적 두 회사가 어떤 부분에서 합병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해외시장 개척과 신규 사업모델 확장이 합병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CJ그룹은 지난 5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CJ오쇼핑과 CJ E&M 합병을 승인했다. 그런데 약 한 달 후인 6월 말, 합병 법인 CJ ENM의 CEO 등 핵심 경영진 면면이 공개되면서 시장에서 제기되던 의문이 더욱 커졌다. 커머스와 콘텐츠 역량을 집약해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신규 시장 개척과 새 사업모델 확장 등 기업·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합병할 수밖에 없다던 설명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인물들이 최고경영진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업에 대한 전문성 있는 인물들이 아니라 철저하게 오너가 최측근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CJ ENM 최고경영진 중 특히 눈에 띄는 이가 몇 년 전부터 CJ그룹 실세이자 이재현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허민회(56) 대표다.
   
   허 대표는 2013년 이재현 회장이 ‘조세포탈과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될 무렵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CJ그룹과 계열사들 경영 전반에 허 대표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대표는 1986년 삼성에 입사해 1989년 제일제당으로 옮겨온 후 10년 동안 경리 담당자로 일했다. 이후 제일투자신탁과 CJ투자증권의 자금 담당과 CJ푸드빌의 대표, CJ 사업총괄 부사장(대우) 등을 맡아 그룹 내 ‘자금과 재무 담당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그는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CJ그룹과 계열사의 국내외 자금 운용과 조달 현황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2010년대 초만 해도 이재현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로까지는 불리지 않았었다.
   
   허민회 대표가 CJ의 실세로 본격 등장한 것은 2013년 7월쯤이다. 이재현 회장 구속과 함께 CJ그룹의 경영 전반을 관리할 5인 위원회가 등장하면서 허민회 대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 회장의 구속은 그룹 전체를 관리할 조직의 필요성을 높였고, 이를 위해 CJ그룹은 5인 위원회 멤버이던 이관훈 당시 CJ 사장 아래 경영총괄부문을 신설했다. 지주사인 CJ의 경영총괄부문은 이 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사실상 이 회장의 의중을 그룹 경영에 반영하던 조직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 이 조직에 허민회 대표가 발탁되면서 그룹 경영에서 그의 영향력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평이 크다. 이 발탁 3개월 만에 허 대표는 CJ 경영총괄부문 글로벌팀 팀장(부사장급)이 된다. CJ그룹 최고경영진 승진에서 이 같은 파격적 인사는 이재현 회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허 대표는 이후 2014년 12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총괄대표’로 등장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재현 회장 일가의 돈줄이자 오너 4세들의 경영권 승계 통로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회사다.
   
   
   계열사 합병마다 등장하는 실세 허민회
   
   실제 허민회 대표 체제 당시의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재현 회장 일가와 허 대표의 관계, CJ그룹 내 허 대표의 역할을 엿볼 수 있는 열쇠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였던 ‘CJ시스템즈’와 드러그스토어 기업인 ‘CJ올리브영’을 합병해 2014년 12월 새로 만들어진 계열사다.
   
   이 합병 계열사의 총괄대표로 IT나 유통 전문가가 아닌, 이재현 회장의 최측근이자 CJ 경영총괄(글로벌팀 팀장 겸직)을 맡고 있던 허민회 대표가 등장한 것이다. 2014년 12월 두 계열사가 합병해 만들어진 CJ올리브네트웍스 CEO와 지난 7월 1일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으로 새로 만들어진 CJ ENM의 대표이사가 모두 이재현 회장 일가의 최측근인 ‘허민회’라는 사실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구조는 허민회 체제에서 급변한다. 허민회씨가 2014년 12월 CJ올리브네트웍스 총괄대표가 되자, 이재현 회장 일가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재산 이전 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2014년 말만 해도 이재현 회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율 31.88%로 사실상 주인이었다.(최대주주는 당시 지분율 66.32%인 제일제당) 그런데 지병 때문에 서울대병원에 입원 수감 중이던 이 회장이 2014년 12월 이 회사 지분 11.3%를 아들 이선호씨에게 증여했다. 이어 2015년 12월에는 맏딸 이경후씨에게까지 회사 지분 4.54%를 증여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2월 사이 이재현 회장이 당시 24~25살이던 이선호씨에게 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가치가 최소 수백억원일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구속 수감 상태이던 이재현 회장이 자녀들에게 재산과 지분을 이전하는 작업이 허민회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것이다.
   
   허 대표가 이재현 회장 최측근으로 자리를 굳힌 건 그의 ‘과감한’ 행보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8월 박근혜 정권 당시 허민회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숨은 실세 의혹을 받던 정윤회(63·최순실의 전 남편)씨와 함께 독도에 가기도 했다. 당시 그의 독도행이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수감된 ‘이재현 회장 구하기’ 일환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기도 했다.
   
   이후 허 대표가 CJ 최대 계열사인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된 것은 2015년 12월 15일이었다. 서울고법이 이재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뒤 불과 8일 후였다. 이후 허 대표는 CJ E&M(기타비상무이사)과 CJ오쇼핑, CJ CGV 등 이재현 회장이 내놨던 CJ그룹 계열사들의 등기이사 자리까지 그대로 물려받았다. 수감 중이던 이재현 회장의 결정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인사(人事) 조치들이었다. 외형상 CJ 경영에 나설 수 없던 이 회장을 대신해 오너의 의중을 그룹과 계열사에 전하는 최측근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6년 5월부터 CJ오쇼핑 대표이사를 맡아온 그가 CJ E&M 합병을 주도하고, 합병된 CJ ENM의 대표이사로 등장하자 다시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허민회 대표와 함께 올해 6월까지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였던 허민호(54)씨 역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월 27일 그 역시 합병 CJ ENM의 오쇼핑 부문 대표가 됐다. 허민호 대표는 신세계와 동화면세점을 거쳐 CJ의 소매유통부문 경영을 맡아온 인물로, 2008년부터 10년간 CJ올리브네트웍스(CJ올리브영 포함)의 대표였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이재현 회장이 두 자녀에게 지분 이전 작업을 할 때 역시 허민회 대표와 함께 CJ올리브네트웍스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허민호 대표 역시 이재현 회장과 이경후·이선호씨 일가 간 지분 이전 상황을 잘 알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계열사 합병 후 오너 맏딸 임원으로 등장
   
   합병된 CJ ENM에서는 눈길을 끄는 또 다른 한 명의 임원이 6월 29일 갑자기 등장한다. 올해 33살인 이재현 회장의 맏딸 이경후씨다. 2016년부터 CJ 미주지역 본부에 적을 두던 그가 전격적으로 CJ ENM 임원이 된 것이다.
   
   이경후씨도 다른 재벌 2~4세들과 비슷한 고속승진을 해왔다. 2011년 CJ에 대리로 입사해 2015년 부장, 2년 뒤인 2017년 3월 상무대우로 임원이 됐다. 임원이 되고 불과 8개월 뒤인 2017년 11월에는 ‘대우’ 꼬리표를 뗐다. 입사 6년 만에 임원이 됐고, 임원 승진 8개월 만에 또다시 승진하는 이례적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그런 이경후씨가 상무 승진 약 6개월 만에 계열사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CJ ENM의 브랜드전략 담당 임원으로 등장했다.
   
   허민회 대표가 합병된 CJ ENM의 사업 전문성과는 별 연관성이 없듯이 이경후씨도 브랜드전략 관련 업무 경험이 없다. 이 업무에 대한 성과 역시 전무하다. 이경후씨의 업무 경력은 약 7년이다. CJ그룹에서 7년간의 주요 경력은 CJ오쇼핑 상품 개발과 방송 기획 등이었다. 일부 언론은 그가 미주지역에서 비비고만두 등 식품 마케팅과 미국 지역 한류 공연·행사인 케이콘(KCON) 마케팅에 관여해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브랜드 관련 경력과 성과가 전무한 이씨가 브랜드전략 담당 임원으로 선임된 배경을 CJ 측에 물었지만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CJ 측 한 관계자는 비비고만두와 케이콘 공연의 미주지역 마케팅과 관련해 “CJ 미주지역 본부가 사실상 CJ의 미국 컨트롤타워”라며 “이곳 업무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과 마케팅 역량이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참고로 이경후씨가 미국에서 일한 경력은 고작 2년밖에 안 된다. 결국 이번 인사가 이경후씨 경력 만들어주기와 이력 관리용이라는 합리적 비판을 피하기 힘든 배경이다.
   
   브랜드전략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이경후씨를 브랜드전략 담당 임원에 앉힌 것과 관련해 향후 허민회 대표의 역할에서도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자금·재무통인 허 대표는 CJ ENM에서 케이블방송과 엔터테인먼트 등은 물론 전략기획과 브랜드전략 부문까지 직속 업무로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경후씨의 경력 관리를 그가 도와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월 1일 새로 문을 연 CJ ENM은 한국 최대 케이블 방송과 홈쇼핑 기업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와 성과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많은 직원이 일하고 있다. 또 합리적 경영과 성과를 기대하며 기꺼이 투자한 많은 주주가 존재하는 주식회사다. CJ ENM의 주요 임원 자리가 오너일가의 ‘경영수업용’ 정도로 다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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