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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20호]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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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왜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가 나올 수 없나

배용진  기자 

▲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온라인 숙박 서비스’ 공식 서포터로 선정된 에어비앤비의 이상현 정책총괄대표가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있다. photo 뉴시스
“7년째 이 일을 했는데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국내 업체가 오히려 한국에서 에어비앤비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어요. 해외에서 사업이 성공해도 한국으로 돌아올 마음은 없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공유숙박 플랫폼인 ‘코자자’ 조산구 대표의 말이다. LG유플러스 임원 출신인 조 대표는 ‘한국의 에어비앤비’를 목표로 2012년 ‘코자자’를 설립했다. 설립한 지 7년이 됐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 신세다. 도시 지역 주거시설의 빈방에는 외국인만 묵을 수 있게 하는 현행 외국인도시민박법 때문이다. 방이 비어돌아도 내국인은 받지 못하게 하는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한국공유경제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조 대표는 “외국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손님만을 허용하는 외국인도시민박법은 에어비앤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한때 공유숙박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도 비슷한 플랫폼을 내세운 회사가 10곳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거나 사업 모델을 바꿨다”고 말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이런 규제를 방관만 하면서 국내 공유숙박 업체는 ‘에어비앤비’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사실상 고사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나름대로의 자생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던 ‘풀러스’ ‘럭시’와 같은 공유차량 업체가 택시업계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때문에 고사상태에 이른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조 대표는 “외국인도시민박법 자체가 민박 등록을 까다롭게 해놓아서 지역별 특화를 어렵게 한다”며 “에어비앤비는 (기업가치가) 30조원을 넘는 회사인데, 한국 시장에 특화하지 않고서 경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자자’를 블록체인 기반 숙박 플랫폼인 ‘위홈’으로 바꾸고 일본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 그는 해외에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해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9월 초 해커톤에서 ‘큰 그림’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규제 타파’를 외치고 나섰지만 조 대표가 토로한 현실은 한국 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미 ‘코자자’와 같은 일종의 스타트업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무기로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세계적 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홈그라운드’와 다름없는 국내에서조차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규제가 원인이다. 조 대표가 뛰어들었던 공유경제 플랫폼인 ‘공유숙박’ 사례를 조금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국회와 정부는 도시 거주자가 사는 주택의 빈방에 내·외국인 손님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공유숙박업과 관련한 법규를 신설하기로 하고 2년째 관련 규정을 마련 중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2016년부터 관련 법안이 두 건 발의됐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관광숙박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공유숙박업이 포함된 관광숙박진흥법(가칭) 제정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하다 최근 의원입법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련업체들이 이미 버틸 힘을 상실하고 나가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2년째 방관만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뒷북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제서야 공유경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개념 정립부터 새롭게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9월 4일과 5일 ‘해커톤’을 열 예정이다. 해커톤은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고 이해관계가 많은 의제에 대해 기한을 정해두고 ‘끝장 토론’을 벌여 해결 방안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주도해 열리는 이날 해커톤에서는 우선 공유경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목표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자리에서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국내 상황에서 어떻게 정의하고 이를 통해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의논한다는 계획이다. 9월 초 열릴 해커톤에 참석하는 조산구 대표는 “경제의 모델이 개인 중심으로 전환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유휴자원을 어떻게 교환하고 공유할지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세계적인 거대한 경제 흐름에서 한국이 처한 당면과제가 무엇이 있을지를 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유경제에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로 일을 풀어나간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문체부와 국토부는 공유숙박과 공유차량의 대척점에 있는 이해당사자인 호텔 등 숙박업계와 택시 등 운송업계의 의견을 듣고 적극 반영하는 것이 담당 부처로서의 할 일이기 때문에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유숙박업계 한 관계자는 “문체부가 호텔업계 의견을 듣고, 국토교통부가 택시업계 의견을 들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문체부와 국토부가 공유숙박과 공유차량을 담당할 것이 아니라 산업부 등 다른 부처가 공유경제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정부가 뒤늦게 공유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고 나섰지만, 세계적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유경제의 하나인 공유숙박이 계속 성장하는 것은 젊은 여행객들의 트렌드를 정확히 집어냈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 여행객들의 여행 패러다임은 ‘가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는 에어비앤비의 홍보문구는 에어비앤비가 이런 흐름을 얼마나 잘 집어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에어비앤비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 세계 빈방과 투숙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현재 기업가치가 310억달러(약 34조9000억원)에 달한다. 에어비앤비는 주인들이 살지 않는 빈집을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했고, 여행객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소개받은 집에서 ‘직접 살아보는 경험’을 했다. 즉 빈집을 공유하게끔 만든 것이 에어비앤비가 착안한 아이디어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빈집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인이 살지 않는 빈집을 타인에게 돈을 받고 대여해줄 수 없다.
   
   이완영 의원이 2017년 대표발의한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도시민박업은 ‘도시지역에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택을 이용해 관광객에게 각 지역의 특성화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업’을 의미한다. ‘자신(주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만 대여가 가능하다고 못 박고 있다. 당연히 주인이 살지 않는 ‘빈집’은 숙박업 허가를 받지 않으면 숙박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음성원 에어비앤비코리아 미디어 총괄담당자는 전화통화에서 “현행법 체계에서는 도시지역에서 내국인이 숙박하기는 어렵다”며 “공유숙박업법 도입으로 규제가 풀리면 공유숙박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회는 2016년부터 공유숙박업 개념이 포함된 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거주하지 않는 집을 공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전희경·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군·구 지역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을 활용해 공유숙박 영업을 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2016년과 2017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공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공유숙박업은 한국에서는 근본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시민박업이 아닌 숙박업 관련 법규가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다. 숙박업을 다루는 현행 법 체계는 복잡하다. 현행법상 농어촌지역이 아닌 도시에서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활용한 민박은 외국인도시민박법을 적용받는다. 외국인도시민박법을 적용받는 숙박시설은 외국인을 상대로만 운영할 수 있다.
   
   
   외국인 숙박은 합법, 내국인은 불법
   
   현재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관광숙박진흥법(가칭)은 도시지역의 민박을 외국인을 상대로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외국인도시민박법을 손보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현행법 체계에서도 농어촌지역의 경우 내·외국인 상관없이 손님을 받을 수 있다. 농어촌지역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유형에 따라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민박사업, 관광진흥법에 따른 한옥체험업, 호스텔업, 공중위생법에 따른 숙박업 등으로 제각각 등록하거나 신고해 영업하고 있다. 농어촌에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농어촌민박업일 수도, 한옥체험업일 수도, 호스텔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시, 농어촌 상관없이 오피스텔을 활용한 민박은 불법이다. 오피스텔은 주거용이더라도 상업용 시설로 분류돼 민박이 불가능하다. 또 자신이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주택에서만 민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므로 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아파트나 원룸 등을 통째로 빌려주는 것 역시 불법이다.
   
   여기에 한국의 도시지역은 특성상 아파트가 많다는 점도 공유숙박 활용에는 어려운 점으로 작용한다. 문체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해당 아파트의 ‘공동주택관리규약’에 위반되지 않아야 하며, 관리주체의 확인 동의서도 필요하다. 이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각 구청은 민박업 등록 시 이웃 주민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박업을 할 경우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정부는 공유숙박업과 관련한 입법을 추진하면서 하반기 중으로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추진 중인 관광숙박진흥법(가칭) 제정 과정에서 이 법이 규정하는 시행령 아래 공유숙박업 관련 내용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관광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세부사항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계류 중인 법안과 큰 틀에서의 내용은 비슷하다”며 “법안보다는 시행령에 공유숙박업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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