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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21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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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BMW의 코리아패싱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혁진  기자 

▲ 서울 중구 BMW코리아 본사의 모습.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계속되는 BMW 차량 화재와 관련해 제기되는 몇 가지 질문 중 하나는 “왜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BMW 차량에만 유독 이런 화재가 계속되냐”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은 8월 14일 국회 ‘BMW 화재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에서 화재가 발생한 동일한 차종이 유럽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발견돼 EGR 부품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참고해줬으면 좋겠다. 독일 본사도 한국 시장의 화재 발생 사고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8월 4일 방한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던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다른 관할구역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관찰된 일이 있다. 결함률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한국은 0.10%, 세계는 0.12%로, 한국과 세계의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
   
   BMW 측의 해명 중 주목할 점은 유독 결함률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1월 1일부터 8월 16일까지 화재가 난 BMW 차량은 총 40대다. 가솔린 모델인 M3 등에서도 일부 화재가 발생했지만,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BMW 520d 모델이었다. 520d는 2000㏄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모델로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BMW코리아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520d 전 세계 판매량은 4만3889대인데, 그중 한국이 1만2977대(30%)로 1위다. 또 미국·중국과 같이 큰 시장에서는 5시리즈 디젤 모델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즉 한국에서 많이 팔렸기 때문에 이번 연속 화재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일 뿐, 비율로 따지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BMW는 한국처럼 단일국가로 좁혀 화재가 발생한 사례나 통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BMW 520d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가 됐고, 한국 시장이 BMW에 중요한 시장이라면 과연 한국 소비자가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있을까. 과거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찾아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타이밍체인 문제 때도 한국선 리콜 안 해
   
   가솔린엔진 일색이었던 국내 승용차 시장에 디젤 선풍을 몰고 온 것은 BMW 320d 모델이었다. BMW는 자사의 베스트셀링 시리즈인 3시리즈에 2009년부터 2000cc 디젤엔진을 얹어 한국 시장에 내다팔기 시작했다. 이 차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기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디젤 승용차 시장이 열렸다. 연비 좋고 힘도 좋으면서 정숙한 유럽 디젤 세단이란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아우디, 벤츠, 폭스바겐, 푸조 등 유럽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디젤 모델을 국내 시장에 들여왔고, 국내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높아지기 시작한 계기도 이 때문이었다. 3시리즈 디젤 세단에 자극받은 BMW는 중형 라인업인 5시리즈에도 같은 엔진을 실어 판매했다. 이것이 520d 모델이다. 3시리즈보다 실내가 넓고, 연비는 약간 낮은 수준이었던 520d 모델은 전체 수입차 라인업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 됐다.
   
   생산연도에 따라 다르지만 BMW 2000cc 디젤엔진은 출시 때부터 해외 자동차 시장에서 찬사와 악평을 동시에 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N-47로 불리는 엔진이다. 이 엔진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자동차 관련 협회에서 엔진상을 수상하면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엔진의 타이밍체인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2013년 6월 영국 공영방송 BBC까지 나서서 이 엔진의 결함 문제를 보도했다. 타이밍체인 문제가 현재 불거지고 있는 화재와 비교해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은 타이밍체인이 끊기면 이것이 엔진 헤드룸을 손상시켜 고속 주행 중 차량이 정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BMW는 문제가 제기된 유럽 국가에서는 공식 리콜 조치를 시행했다.
   
   이 엔진은 국내에서 판매된 2000cc 디젤 차량에도 실렸다. 118d, 120d, 320d, 325d, 520d, X1 18d, X1 20d, X3 25d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모델이었다. 해외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은 국내 자동차 동호회나 BMW 소유주들 사이에서도 뒤늦게 불거지기 시작했다. BMW는 같은 문제가 발생한 다른 국가에선 리콜을 시행했지만, 디젤 차량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국가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에서는 리콜을 실시하지 않았다. 2015년 일부 언론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실제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던 320d 차량이 주행 중 엔진이 파손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BMW 측은 이 차량의 엔진을 무상교환 해줬지만, 끝내 자발적 리콜을 하지 않았다. 급기야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먼저 해당 차종 5만여대에 대한 리콜을 명령했다.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문제가 된 것도 올해 처음 벌어진 것은 아니다. 현재 화재가 발생했다는 BMW 차량대수는 2018년 1월 2일 첫 발생한 화재를 시점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운행 중 차량에서 처음 화재가 발생했던 것은 2015년이었다. 화재 발생 건수가 많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BMW는 2016년 2월 차량 화재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만을 발표했다. 당시 BMW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차량이 모두 전소돼 화재 원인은 미상으로 나왔으나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고객 보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때도 자발적 리콜이 아닌 정기적 점검을 받아온 차량 중 화재가 발생한 차에 대해서만 보상하겠다고 해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원인 역시 차량 결함보다는 차주의 차량 관리 소홀 문제와 외부 수리업체 이용이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때 이미 BMW 디젤 차량의 경우 ‘오래된 차량일수록 오일 찌꺼기가 많아져 불이 잘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BMW의 ‘코리아패싱’ 논란은 이 부분에서도 지적된다. 지난 8월 4일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BMW 글로벌 리콜 담당 책임자는 “흡기 다기관 쪽에 작은 천공이 형성되는 현상을 2016년에 보고받았다”며 “당시엔 정확한 원인을 몰랐고, 첫 보고 이후 원인 규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올해 6월에 결과를 도출했다”고 해명했다. 2016년부터 엔진 화재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올해에만 40대 가까운 차량이 불길에 휩싸일 때까지 국내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쇄 화재가 공론화된 시점에 이르러서야 원인 규명이 끝났다는 설명도 석연치 않다. 현재 화재 원인과 당시 화재 원인이 정확하게 같은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화재 가능성이 이미 제기됐음에도 선제적 조치를 외면했다는 점만큼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 차량 화재사고로 BMW 리콜 차량에 대한 운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지난 8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BMW 서비스센터 옥상을 비롯해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점검 대기 중인 차량들로 가득 차 있다.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BMW 화재 사태가 형사고소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것 역시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이 누적되어왔기 때문이다. BMW 차주들이 모여 만든 ‘BMW 피해자 모임’은 지난 8월 9일 회사 측의 결함은폐 의혹을 강제수사해 달라며 BMW 관련자들을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인은 차량 화재 피해를 본 이광덕씨와 ‘BMW 피해자 모임’에 소속된 회원 20명 등 21명이다. 피고소인은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과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 등 BMW그룹 본사와 BMW코리아에 속한 6명이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BMW가 무려 2년 반 가까이 실험만 하면서 결함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피해자 모임 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는 “결함은폐 의혹과 관련해서 BMW 본사와 BMW코리아 간에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확보하는 게 고소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명장으로 불리는 박병일씨는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없기 때문에 걸려봐야 10억원이다”라면서 “한마디로 리콜 비용 계산해서 ‘리콜 비용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결정이 나오면 ‘배 째라’는 식으로 나갔다가 이렇게 여러 건이 터져 여론화되고 증거가 나오면 이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더 이익 보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수입차 업체 실정”이라고 했다. 박씨는 외국 제조사가 한국의 제도적 허점을 알기 때문에 사후대처에 소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걸려봐야 10억원이니 걸리면 리콜을 해주면 되는 것이고 모르면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몇 년 전부터 (불이 났던) 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며 “이것은 명차를 만드는 제조사에서 할 짓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자동차 전문지 기자는 “리콜의 의미는 사후 있을 수 있는 안전사고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데에 있는데 BMW는 타이밍체인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문제가 발생한 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소비자들이 그동안 같은 사안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워 참고 있었던 것이 이번 화재로 인해 터져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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