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최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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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은 지난 2월 소장 취임 전, 전북 군산에서 5년을 일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플라스마기술연구센터가 군산에 있어 그곳 센터장으로 2017년까지 일했다. 대전에서 일하는 지금, 그의 시선은 다시 군산에 가 있다. 8월 28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연구소에서 만난 유 소장은 “새만금에 핵융합발전 R&D를 위한 연구단지 부지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한국의 핵융합발전을 실용화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핵융합발전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린다. 핵분열 원리를 이용한 현재의 원전보다 효율이 좋고 무엇보다 안전하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발전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2007년 핵융합실험로(KSTAR)를 짓고 운영 중이다. 2단계로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프랑스에 KSTAR보다 업그레이드된 핵융합로(ITER)를 짓고 있다. 7개국 공동 프로젝트다. 3단계가 핵융합발전 실증로 건설이다. 연구소는 KSTAR 운용 경험과, 2025년부터 ITER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갖고 한국형 핵융합로를 개발하게 된다. 정부는 K-데모(실증로)라고 불릴 핵융합로에서 2040년대에는 전기 생산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핵융합 기술 연구단지 건설이 유 소장의 목표다.

“새만금에 진입하려고 노력 중이다. 군산은 현재 경제재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GM 자동차도 물러나고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던 도크도 빠졌다. 이럴 때 이 지역에 빅 사이언스(Big Science) 연구시설이 들어가는 건 군산을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유 소장은 핵융합 실증로 연구단지 건설을 위한 부지 등 연구 환경 구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자신의 3년 재임 기간 중 최소한 실증로 연구단지 부지를 마련해 후배들을 위해 멍석을 깔아놓겠다는 생각이다. 유 소장은 2001년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입사, 18년째 근무하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땅이 없다. 이곳은 포화상태이다. 군산 새만금지역에 거대 과학 시설이 들어가면, 고급 인력이 옮겨가고 관련 기업이 따라간다. 군산에 부활을 위한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현재 그는 한 뼘의 땅이라도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 연구를 위한 시설이지만, 일부서는 연구소의 조직 이기주의 아니냐는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유 소장은 핵융합발전을 하려면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할 연구단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융합시뮬레이션센터와 핵융합공학센터라는 두 개의 센터가 최소한 필요하다.

유 소장에 따르면, 핵융합 실증로 건설을 위한 기술 확보 과정은 이렇다.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운영하는 KSTAR로 고온·고밀도 핵융합로 운전 기술 시나리오를 찾아내고, 프랑스 카다라시에 짓고 있는 ITER핵융합실험로에서는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반응이 지속되게 하는 데이터를 얻어낸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하는 핵 반응에서는 중성자와 헬륨이온(알파 입자)이 나온다. 이 중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는 냉각수인 물을 데워 발전에 사용된다. 헬륨핵으로는 중수소 플라스마를 계속 가열시킨다. 그러면 플라스마 불꽃을 1억도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에너지를 투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알파 입자만으로 1억도 플라스마가 유지되는 자기충전 방식이 목표다. 여기에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만 공급하면 핵융합 반응은 계속 일어나게 된다.

핵심은 열에너지 교환장치 기술 확보

“그래도 남는 문제가 있다. 이게 어려운 기술이다. 핵융합 반응에서 나온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어떻게 바꾸느냐는 문제다. 열에너지로 교환이 되어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열에너지 교환장치인 블랭킷(blanket) 기술 확보다. 핵융합발전에 사용할 수 있는 블랭킷을 빨리 만드는 나라가 핵융합발전 선진국이 된다.”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의 원전은 물 블랭킷을 만들어 중성자가 원자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차단한다. 핵융합로는 블랭킷을 원자로의 핵심 부품인 진공용기 벽면에 붙인다.

유 소장은 “연구단지 내 두 개의 센터 중 하나인 핵융합공학센터는 주로 블랭킷 기술 개발을 하게 된다. 이외 필요한 다른 시설은 핵융합시뮬레이션센터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핵융합 시뮬레이션을 하면, 핵융합의 난제를 가까운 기간 내에 풀어낼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풀려는 핵융합의 난제는, 1억도라는 높은 온도의 거친 플라스마를 길들이는 것이다. 경계국부모드(ELM·Edge Localized Mode)가 난제의 하나다. 보통 플라스마는 국부적으로 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온다. 진공용기 내의 플라스마는 진공용기 밖의 초전도자석으로 통제한다. 진공용기 안에서 매우 빠른 속도(초속 100~1000㎞)로 회전운동하는 플라스마는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에너지가 급격히 샌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태양에서 흑점 폭발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유 소장은 팥죽을 끓일 때 이상 가열로 팥죽 표면에서 기포가 나오듯이 플라스마의 표면이 찢어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플라스마 길들이기 관련 난제는 붕괴(disruption). 플라스마가 진공용기 속에서 움직이다가 꺼져버리는 것이다.

유 소장은 핵융합 실증로 건설로 가는 길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8월 1일 기술기획자문위를 만들었다. KSTAR 업그레이드와 핵융합 실증로(K-데모)가 요구하는 플라스마를 고온·고밀도로 유지하는 운전방법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하는 로드맵을 만드는 분과와, 핵융합공학센터 설립을 위한 로드맵을 짜고 예산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분과를 내부 전문가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또 플라스마를 다루는 핵융합연구소의 기술로 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원천기술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플라스마 소각위원회’ 분과도 만들었다.

유 소장은 핵융합 실증로 건설을 위한 연구단지 설립이 절실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유 소장을 만나기 전에 만난 연구소의 한 학자는 “5년 전에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가의 핵융합발전에 대한 투자를 생각하면, K-데모 가동을 위해 연구비가 더 투입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유 소장은 “도와달라”고 내 손을 잡기도 했다. 간절하면 우주가 돕는다고 했다. 한국이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길이 순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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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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