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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26호]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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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블록체인 법률시장도 벌써 빈익빈 부익부

김경민  코인와이즈 기자 

photo 셔터스톡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시간당 30만원 정도 하던 법률자문 타임차지(시간당 보수금액)를 김앤장에서는 더 낮게 받겠다는 식으로 영업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그런 식으로 염가 영업을 했다. 그렇게 이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블록체인 TF’에 합류했다. 대형 로펌이 경험까지 갖추고 시장에 뛰어드니 먼저 블록체인 업계에 깃발을 꽂은 중소 로펌들이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다. 당초의 염가 자문료는 실적 쌓기용이었고 이제 자문료가 원래 대형 로펌들이 받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최근 기자가 만난 중소 로펌 소속의 A 변호사는 만나자마자 하소연을 늘어놨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로펌들의 시장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당초 대형 로펌에 다니던 그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주목받기 전부터 블록체인 법률시장에 발을 들여, 지금은 관련 포럼 등에 패널로 초청받을 정도로 기반을 잘 닦아왔다. 국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를 찾는 법률자문 수요도 많아졌다. 올해 초 그는 다니던 대형 로펌을 나와 몇몇 변호사들과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무실을 개업했다. 비슷한 시기에 몇몇 중소 로펌들 역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자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A 변호사는 나름 깃발을 먼저 꽂아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암호화폐 광풍이 불기 시작했고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영역이 금융권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점차 확대되자 여기에 따른 법률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식으로 갈 돈이 모두 암호화폐 거래소나 암호화폐공개(ICO)로 쏠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암호화폐 시장으로 자금이 몰렸다. 그러다 보니 대형 로펌들도 이 업계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막대한 인재풀과 시스템을 갖춘 대형 로펌들의 물량 공세에 소형 법무법인들이 버텨내기란 쉽지 않았다. 대형 로펌들의 ‘자문료 할인 정책’도 먹혔다. 보다 저렴한 값에 유명한 로펌을 쓸 수 있으니 관련 업체들도 딱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소형 로펌들의 장점이던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A 변호사의 말이었다.
   
   규제의 틀이 명확하지 않은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암호화폐공개(ICO)를 실시하거나 블록체인 기술 기반 서비스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법률자문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는 가상화폐를 규정하는 명확한 실정법이 없고, 정부가 내놓은 규제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금융 당국은 ICO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명시적인 금지 법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가상화폐 분야를 다루고 있는 중소 로펌들에 따르면, 최근 대형 로펌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자 자문료도 덩달아 올라갔다고 한다. 자문료를 저렴하게 받으며 법률자문을 돕던 대형 로펌 소속의 변호사들이 어느 정도 경험을 축적한 뒤 자문료를 올려버렸다는 것이다. 중소형 기술기업 전문 로펌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초기 블록체인 시장에서 법무법인 자문료는 건당 평균 2000만원 수준이었다. 최근 몇몇 대형 로펌의 경우 기본 자문료로 1억원까지 요구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며 “결국 대형 로펌들이 저가의 타임차지를 받으며 필드 밑바닥을 훑은 이유는 일단 시장을 점유하고 경쟁자들을 고사시키기 위해서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형 로펌들 블록체인 TF팀 속속
   
   국내 법률시장이 과포화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대형 로펌들을 일방적으로 비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렇다 해도 시장가격을 뒤흔들며 진입했던 대형 로펌들의 수법에 대해서 동종업계 변호사들이 갖는 반감은 작지 않다. 기존 법률시장의 ‘빈익빈 부익부’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형 로펌들 사이에서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암호화폐 시장 관련 법률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태평양은 2015년 ‘핀테크(Fintech) TF’를 출범시키면서 정보기술(IT) 시장에 발을 들였다. 그러다 최근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아예 ‘블록체인 TF’로 명칭을 바꿨다고 한다. 태평양의 블록체인 TF팀장은 오양호 대표변호사가 맡고 있는데 대략 30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도 올해 초부터 암호화폐와 관련한 TF팀을 꾸린 상황이다. 변호사, 회계사, 전문위원, 변리사, 전문가 등 30여명 규모로 만들었다. 화우와 세종, 바른, 율촌 등 대형 로펌에서도 TF를 이미 구성했거나 구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를 둘러싼 법률적 이슈는 지금보다 커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큰 법률적 이슈는 암호화폐 거래에 관한 조세와 외환거래 문제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고 금융 당국의 규제가 안착하면서 유사 법안의 해석 및 적용이 중요해지고 있다. 게다가 거래소 해킹 등으로 생기는 정보보안 문제, 운영상 실수로 발생하는 투자자 손해배상 문제 등 암호화폐가 활성화될수록 등장할 새로운 쟁점도 많다. 대형 로펌에서 블록체인 자문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ICO를 했거나 준비 중인 업체의 경우 투자금 반환 약정을 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나 유사수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ICO를 진행하고 국내에 자금을 반입하는 경우라면 어떤 방법으로 자금을 들여오는지에 따라 외환거래법상 문제도 생긴다”며 관련법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법률 수요가 증가할수록 전문성을 가진 중소형 로펌은 굵직굵직한 사건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서초동에서 개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올봄 검찰의 수사를 받은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 대주주들도 처음에는 중소형 로펌에서 법률자문을 받다가 결국 대형 로펌으로 갈아탔다”며 “지금은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여서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중소형 로펌이 대형 로펌과 직접 경쟁을 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금처럼 굴러간다면 결국 큰 사건은 대형 로펌의 몫이 되고 중소형 로펌은 스타트업이나 개인 민형사 사건 등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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