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코스피지수 2100포인트가 무너지는 등 각종 시장 지수가 동반 추락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4일 코스피지수 2100포인트가 무너지는 등 각종 시장 지수가 동반 추락했다. ⓒphoto 뉴시스

주식과 자본시장이 동시에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연일 추락하는 주가지수가 공포지수를 키우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하루 만에 코스피가 지수 98.94포인트, 4.44%나 폭락했다. 불과 9일 후인(거래일 기준) 10월 24일에는 심리적 방어선으로 여겨지던 2100포인트마저 무너졌다.

주가지수 폭락만이 아니다. 한국 시장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드는 것이 있다. 한국 경제를 저격하듯 국내외에서 발표되고 있는 저조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주식시장 붕괴에 더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추락은 한국에 유입된 자본의 해외 이탈 불안감을 키우는 핵(核)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한국의 코스피시장은 이례적인 절망감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 2%대 지수 추락에 “왜 이런 폭락이…”란 탄식이 나오던 것이 오후 4%대 폭락이 확인되자 “이제 시장이 끝난 것 아니냐”는 절망적 목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검은 목요일’로 명명된 이날 폭락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을 위기로 몬 유럽 재정위기가 가시화되고 세계경제에 ‘더블딥’ 공포가 몰아치며 코스피지수가 6.22%(-117.7포인트) 떨어졌던 지난 2011년 8월 19일 이후 최대 규모 폭락이었다. 그리고 9일 후, 코스피 지수는 2017년 3월 10일 이후 1년7개월 만에 지수 2100포인트마저 붕괴돼버렸다.

10월의 ‘검은 목요일’

한국 주식시장은 2017년 3~4월에 걸쳐 2100포인트대를 뛰어넘으며 빠르게 상승했다. 2018년 1월 29일 사상 최고점인 2598.18포인트(종가)까지 솟구치며 곧 2600포인트를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확산됐다. 반도체시장의 초호황과 78개월(8월 기준·한국은행)째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 등을 바탕으로 10월 2일까지만 해도 코스피지수는 2300~2500포인트대를 그럭저럭 이어왔다.

그랬던 주식시장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격화, 9월 26일부터 최대 0.75%까지 벌어진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 반도체시장 경기 반전 우려 등으로 이상 조짐 보이더니 결국 10월 11일 단 하루 만에 4.4% 이상 폭락했다. 한국은행이 기존 2.9%라던 201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급락시킨 3일(거래일 기준) 뒤, 코스피지수는 장중 2100포인트 아래로 추락해버렸다.

10월 벌어진 이 두 번의 폭락에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10월 10일(미국 시각) 2018년판 ‘검은 수요일’로 불리는 미국 시장 대폭락 직전까지 한국의 시장 전문가들 중 한국 주식시장의 10월 폭락을 예견하거나 경고했던 이들은 거의 없었다. 올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지수)와 나스닥, S&P500지수 등 거의 모든 주가지수가 최고점을 돌파하며 호황을 이어온 미국 시장의 폭락을 전망했던 전문가도 거의 없었던 게 현실이다. 그랬기에 10월 10일 미국과 11일 한국 주식시장의 동반 폭락 충격이 더욱 크게 와닿는 실정이다. 현재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전망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입장”이라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당장 10월 11일의 폭락이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 하락을 이끌 강력한 요인이 될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또 한국에 유입된 외국계 자본과 기관의 대형 자본이 주식시장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에서 이탈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게 아닌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와 한국 시장 이탈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10월 11일 코스피지수 폭락은 사실 그동안 응축돼오던 여러 불안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발생했다. 10월 10일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이 촉매가 됐다. 앞으로 한국 주식시장 10월 폭락과 향후 전망을 위해서는 10월 10일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의 상황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흔들리는 FAANG·강경한 제롬 파월

10월 10일 하루 미국의 다우지수는 831.83포인트나 폭락했다. 미국 시장은 9월 13일부터 10월 9일까지 꾸준히 2만6000포인트대 중후반대를 넘나들며 2만7000포인트 돌파 전망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10월 10일 단 하루 만에 지수가 3.15%나 폭락했다. 다음 날인 11일에도 545.91포인트가 추락하며 10~11일, 단 이틀 동안 다우지수가 5.12% 이상 폭락해버렸다. 8000포인트대 안착 기대에 부풀어 있던 나스닥지수 역시 10월 10일 315.97포인트, 11일 92.99포인트 급락하며 이틀 동안 5.3%나 폭락했다. S&P500지수 또한 10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5.5% 폭락했다. 미국 3대 지수의 동반 폭락에 미국은 물론 주요 자본시장이 순식간에 공포에 빠져든 것이다.

이날 미국 시장 폭락의 표면적 빌미는 기술주로 불리며 각광받던 IT기업들의 이례적 주가 동반 하락이다. 미국 시장에서 ‘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주가가 시장이 열리자 일제히 추락했고, 다른 대형 기술주들의 연쇄 동반하락을 촉발시켰다. 이런 상황이 다우와 나스닥, S&P500 등 주요 주식시장에서 동시에 터지며 폭락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미국 주식시장의 초호황을 이끌던 대형 기술주들과 IT주들의 실적 우려 외에, 지난 10월 10일 벌어진 미국 시장 폭락의 핵심은 사실 따로 있었다. 우선 큰 고비 없이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상승장의 시장 피로도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Fed(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정치적 대립을 넘어 실물경제 전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져버린 미국과 중국의 무역 환율 갈등, 또 치솟아 있는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한 우려 등이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을 강하게 억누르기 시작했다.

사실 몇 년째 호황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 경제를 향한 경고음은 올가을부터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양호해 보이는 실적과 무관하게 시장과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기술주들의 성장 한계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돼왔다. 여기에 2015년 이후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Fed가 지난 9월 26일 다시 기준금리를 최대 2.25%까지 인상하며 미국 자본시장의 자금 흐름을 빠르게 재편시키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의 장기금리가 급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장기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주요 자본시장, 특히 거대 유동성(투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Fed의 시선이 미국 자본시장의 이 같은 분위기보다는 시장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기준금리를 1회 정도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은 물론 내년에도 3차례쯤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Fed의 수장인 제롬 파월 의장의 기준금리 인식이 주식시장을 특히 긴장시키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행정부와 월스트리트 주류 세력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3일 파월 의장은 “우리는 중립 금리에서 꽤 멀리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사실상 ‘기준금리를 곧 더 올릴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 말이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유럽과 중국, 신흥국 등 전 세계 주요 주식시장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

미국의 이런 내부 상황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유럽 등 경쟁국들과 벌이고 있는 무역 갈등 역시 심각한 악성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제품에 미국은 25%대의 무차별 관세 부과 공격을 가하며 중국 경제와 산업, 주식시장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맞부과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역설적이게도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 열세에 빠진 중국의 상황이 세계 금융·자본 시장의 근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기업 부채에 억눌려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는 중국 정부의 선택지를 많이 사라지게 했다. 그런 중국이기에 미국 국채 매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보유 세계 1위인 중국에 이 카드는 미국을 향한 강한 경고이자 무역 마찰 국면 전환에 유용한 전략이다.

문제는 실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내다팔 경우다. 세계 자본시장이 받게 될 충격의 크기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 주식과 채권 시장을 넘어, 세계 주요 자본시장이 혼돈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능성 정도로 점쳐졌던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우려가 점점 구체화된 시나리오로 여러 자본시장에서 심도 깊게 분석되고 있다는 게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강하게 응축된 이런 불안 요인들이 10월 10일, 주요 대형 기술주들의 동반 부진 전망을 촉매 삼아 일거에 미국 주식시장을 강타한 것이다. 폭락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던 중에 그럴듯한 명분이 등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는 뜻이다.

한국 주식시장 폭락 직전 벌어진 지난 10월 10일의 미국 상황을 분석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이 요인들이 사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 폭락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요인들은 한국을 조금씩 향하고 있는 장기 시장 하락 경고의 중요한 근거들이기도 하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폭락한 지난 10월 10일 뉴욕 증권거래소 딜러들의 모습. ⓒphoto 뉴시스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폭락한 지난 10월 10일 뉴욕 증권거래소 딜러들의 모습. ⓒphoto 뉴시스

부정적 시각 담긴 한국의 경제지표들

미국에서 전해진 이 충격파는 가뜩이나 구조적으로 국내외 변수에 허약한 한국 주식시장을 강타하기에 충분했다. 현재 이런 미국발 충격에 더해,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 상황이 지난 10월 11일 이후 나타난 ‘검은 목요일’의 시장 폭락을 심상치 않게 만들고 있다.

경제와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몇몇 ‘지표’만 보면 지금의 한국 경제는 ‘이중성’을 가진 독특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기준 78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상위 29개(공정위 기준) 그룹의 지난해 연말 결산 기준 사내 유보금 추정치가 무려 800조~900조원에 이를 만큼 풍부한 기업들의 자금 능력, 올해 9%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위 100개 상장사의 영업이익률 증가 추세, 9월 말 기준 4030억달러(한국은행)로 세계 8위 수준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외환보유고 등 몇몇 지표는 마치 한국 주식시장의 바탕이 탄탄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실제 2017년 주식시장 폭등에 이들 지표가 상당한 영향이 미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불안한 미국 경제 상황과 이미 혼돈으로 빠져든 중국과 신흥국 상황이 부각되며 앞서 말한 지표들과 정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지표들이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사내유보금에도 저조하기만 한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 상황(2018년 1분기 대비 2분기 5.7% 감소), 참사로 불릴 만큼 심각해진 고용시장, 15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를 떠받쳐준 반도체시장의 비관론 확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까지 거듭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실패 논란, 고질적 문제로 굳어진 과잉 유동성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요인들이 2018년 우리 경제를 억누르며 시장의 위험도와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투자 매력도를 급락시키고 있다.

주식 팔고 현금 챙겨 한국 떠나는 외국인

언제든 투자금 유동화에 나설 수 있는 외국인들과 대규모 뭉칫돈을 운용하는 기관들의 움직임 역시 최근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우려가 특히 커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보자. 취재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 10월 23일까지 한국 주식시장에서 무려 5조8894억1400만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자금을 회수해갔다. 더 심각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팔아치우기와 한국 시장 탈출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0.75%로 벌어진 9월 26일부터 10월 23일까지, 단 17일(거래일 기준) 만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아치운 한국 주식이 무려 3조6996억5140만원에 육박한다. 외국인들이 9월 26일부터 단 17일 동안 팔아치운 한국 주식의 규모가 2018년 한 해 동안 팔아치운 전체 한국 주식의 63%에 이르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이 폭락한 10월 10일부터 26일까지 단 9일(거래일 기준) 간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빼간 돈(순매도 규모) 역시 천문학적이다. 취재 결과 무려 2조0985억2800만원에 이르는 한국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해갔다.

10월 폭락 시장에서 한국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와 한국 시장 탈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한국 투자자금 회수다. 테마섹은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3위 셀트리온의 사실상 2대 주주다. 그런 테마섹이 지난 10월 22일 외국 투자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셀트리온 주식 362만5000주(2.9%)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충격적인 것은 테마섹이 이날 종가였던 26만8500원보다 8%나 낮은 가격인 24만7000원에 셀트리온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싸게라도 팔고 떠나겠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테마섹이 이날 하루 이렇게 처분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회수한 돈이 무려 8953억7500만원에 이른다.

한국 시장 결국 하락으로

전문가들을 이런 한국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와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 중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지연,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 등을 지적하며 “한국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다툼 속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어떻게 현명히 대처하느냐가 중요해진 상황이지만 안타깝게도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게 현실적 문제”라며 “중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윤곽이 드러날 수 있는 2020년 상반기 정도까지 힘든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IBK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10월 11일 급락이 한국 주식 폭락장 시작점이라고 규정하기는 성급할 수도 있지만 ‘결국 하락 추세’라는 신호”라며 “충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낮은 성장 상태에서 수년 동안 오직 확장만 해온 상황이었다”며 “작은 불안 요소가 하나만 나타나도 하락을 피하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그는 “약 10년간 호황을 이어온 미국 시장이나 지난해 한국 시장의 급등은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에 의한 것”이라며 “이 두 근본이 깨지는 현실을 자본시장이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전 센터장은 “한국 경제와 시장에 위협이 될 다양한 요인들이 지난 1년 동안 강하게 응축돼온 상황으로 보인다”며 “지금 당장보다 내년 상반기를 견딜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고 했다.

하나금융투자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진단이 쉽지 않을 만큼 불안정한 시장이 됐다”며 “시스템 매매나 알고리즘 매매 등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패시브 펀드들의 규모가 커진 것이 미국 시장 폭락과 함께 한국 시장을 흔들고 있는 요소”라고 했다. MSCI 이머징 섹터에서 한국 시장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 시장이 흔들리면 자동으로 매도와 자금회수에 나서는 패시브펀드의 성격과 MSCI 이머징 섹터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는 규모만큼 패시브 펀드들의 매도 규모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돌려 말한 것이다.

“지금보다 내년 상반기 견딜 수 있을지”

조 센터장은 “최근 지수 폭락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000년 이후 최저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제는 이런 밸류에이션에서조차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겠다는 주체가 지금 한국 시장에는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만큼 시장 방향성 예측과 전망이 매우 힘든 상황에 빠졌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 경기가 올해나 내년 고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산업 구조와 성격상 3% 경제성장률이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고, 이는 경제와 시장이 하강 사이클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했다. 지수 폭락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과 패시브 펀드의 영향력이 매우 커져버린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투자자들과 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불안감이 얼마나 지속될지 지금으로선 진단하기 힘들다는 게 조 센터장의 설명이다.

주식시장이 7년 만의 최대 규모로 폭락한 데 이어, 1년7개월 만에 지수 2100포인트마저 붕괴됐다. 지수 폭락과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불안감이 우리 자본시장의 현실적 공포가 되고 있다. 장밋빛 전망들에 취해온 한국 주식시장과 정부, 또 슬그머니 금융안정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한국은행이 현실을 직시해야 할 상황이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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