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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1호]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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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퍼·펙·트·스·톰 자초하는 한국 경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photo 뉴시스
한국 경제는 지금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팎으로 수많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기 무섭게 새로운 악재들이 터지다 보니 신문을 읽기가 겁날 지경이다. 우선 주식시장 상황을 보자. 지난 10월 29일 코스피지수는 22개월여 만에 2000선 이하로 폭락하였다. 정부가 나서서 허둥지둥 대책을 발표하였고 시장은 일단 반등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시장에 온기가 사라지면서 전반적으로 싸늘하다. 주지하다시피 주가는 기업의 현재 실적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반영한다. 현재 실적이 좋거나 혹은 앞으로 잘될 여지가 많으면 주가는 상승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에는 두 가지 모두 결여되어 있다. 현재 실적도 악화되고 있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허물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팔고 떠나는 것도 이러한 면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얼마 전 발표된 현대자동차의 3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76% 감소하였다. 충격적인 숫자이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 하나에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연결되어 있다. 완성체 업체의 실적부진은 수많은 협력업체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현대자동차의 부진한 실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만성적 고임금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통계를 보면 이 부분이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 완성차 업체 5개사 평균 임금수준은 연 9072만원 정도이다. 반면 세계 1, 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은 8300만원, 도요타는 7800만원 정도이다. 세계 1, 2위 회사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데다 각종 악재까지 겹쳐서 영업이익이 말이 아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 곧 영업이익률은 올해 3분기 기준 현대자동차가 1.2%, 기아차가 0.8%이다. 반면 BMW는 11.0%, 도요타는 9.3%이다.
   
   모든 제품이 그렇듯 동일한 제품을 만들 때 비용을 줄일수록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물건이 잘 팔린다. 글로벌 경쟁의 무대는 잔인하다. 글로벌 경쟁에 동반성장이란 없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비용을 줄이고 기술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우리 경제가 일단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면 만회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의 친노동적 정책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본인에게는 소득이지만 이를 지급하는 기업에는 비용이다. 월급을 받는 사람 생각만 하면 안 되고 월급을 주는 사람 생각도 해야 한다. 받는 사람 생각만 하면 올리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월급을 지급하는 기업이 힘들어져서 기업이 문을 닫기라도 하면 월급을 받는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10을 더 받으려다 1000이 없어진다면 더 받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 경제 내에서 자영업을 영위하는 수많은 사장님들은 겉으로만 사장님이지 사실은 근로자만도 못한 경우가 많다. 장사가 안 되어 힘들어하는 경제적 ‘을’에 대해 근로자 급여를 2년 누적 30% 가까이 올리도록 정부가 조치했다. 자영업 상황은 최악이 되어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그렇다. 잘나가는 대기업 수준이면 그런 대로 견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고용자나 근로자나 모두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으로 시행이 되는 경우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줄어들면서 월급봉투가 얇아진다. 일 좀 더 시켜야 하는데 사람을 새로 뽑자니 부담스럽다. 또한 일 좀 더해서 소득을 증가시킬 기회가 줄어들면서 ‘저녁은 있지만 저녁밥이 부실한 삶’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가혹한 허송세월의 대가
   
   현 정부는 혁신성장을 어젠다 중 하나로 채택하기는 했지만 친노동의 명분을 중시하면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까지 동시에 내걸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은 성장정책이 아니라 분배정책이다. 분배정책을 성장정책이라고 포장해버리고 나니 실질적 성장정책들은 뒤로 밀렸다. 앞뒤가 전도된 상황이 1년여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설비투자가 마이너스가 되고 고용도 악화되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한은은 금리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2.25%이고 우리 기준금리가 1.5%인 상황에서 미국이 또 한 번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금리격차는 1%포인트로 벌어진다. 이 경우 우리 경제에서 해외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설비투자, 건설투자, 고용이 모두 감소세를 보이는 경기둔화 국면에서는 금리인하가 적절한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좋아질 때 우리 경제도 이 흐름을 쫓아가면서 경기를 화끈하게(?) 회복시켰더라면 지금쯤 미국과 함께 금리를 올려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이다. 좋은 시간 다 놓치고 허송세월을 한 대가가 가혹하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거론하면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부동산 시장은 삼극화(三極化)가 진행 중이다. 고성장기에 부동산 가격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걸쳐 골고루 상승한다. 하지만 저성장기에는 다르다. 일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운 저성장 국면에서도 롯폰기힐스로 대표되는 도쿄 중심지역(1그룹)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반면 도쿄 주변지역이나 지역 거점도시들(2그룹)의 부동산 가격은 완만하게 상승하거나 유지되었고 지방 소외지역(3그룹)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였다.
   
   
   부동산의 삼극화
   
   최근 우리나라가 이와 비슷하다. 성장률이 2%대 중반 수준인데 강남 지역 등 1그룹에 속한 부동산 가격은 오르는 반면 2그룹에 속한 부동산 가격은 완만하게 상승하거나 유지되고 있고 3그룹에 속한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일본과 비슷하게 삼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1그룹 부동산 가격만 보면서 이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는 것은 극약처방에 가깝다. 강남 부동산 가격 잡았다고 좋아하는 사이 소외지역 부동산 보유자들의 눈에 눈물이 흐를 수도 있다. 금리·통화정책은 경제 전체를 보아야지 부동산만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각 그룹별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금리인상이 단행되는 경우 자영업 부채가 가장 큰 문제이다. 자영업자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인 소상공인대출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한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이 약 300조원이고 소상공인대출도 이와 비슷하게 300조원 정도로, 둘이 합쳐 약 600조원 정도이다. 자영업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대출금리 인상까지 겹쳐지면 이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반적으로 경제상황이 위축되는 가운데 금리인상까지 단행되는 경우 자영업자의 신용도 하락까지 연결될 수 있다. 이 경우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가산금리 상승까지 겹쳐지면서 더 상승폭이 커질 수도 있다. 600조원 대출에 대해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자영업자의 부담은 연 6조원이 늘어난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옷을 벗어야 하는 형국이다.
   
   미·중 간 무역갈등도 심상치 않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식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핵심기술을 빼돌리면서 제조업 2025를 외치고 미국을 제압하려 드는 중국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칼을 빼들었다. 미·중 간 무역갈등은 미국이 시작한 전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경제를 수단으로 중국을 제압하려는 것이다. 당장 중국이 힘들어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회사인 푸젠진화 제품의 대미수출을 금지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혐중론자에 가까운 피터 나바로 교수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미·중 간 무역전쟁의 사령관 역할을 맡겼다. 향후 일시적으로 무역갈등이 봉합될 수도 있지만 잠시 주춤했다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지도부는 이 기회에 중국은 한번 눌러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면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우리 경제로서는 엄청난 악재이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반제품이나 부품은 완제품으로 전환되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악재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로 인해 우리의 대미수출 증대도 힘들다.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는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암울해지고 있다.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면서 엄청난 폭풍이 되어 우리 경제를 덮치는 퍼펙트스톰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 악재들의 상당 부분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면도 크다. 많은 변화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성장론이 아닌 어젠다를 성장정책으로 억지 포장한 정책부터 시정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간판을 내리고 혁신성장의 어젠다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공정경제의 추진 속도도 조절해야 한다. 또한 경제팀에 대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투톱 체제를 폐기하고 원톱 체제로 가면서 시장친화적이고 혁신우선적인 정책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친노동이라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 이제 노동, 자본, 대기업, 중소기업을 망라하여 경제 역량의 총체적 결집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업 유인체계는 특혜가 아니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움직이도록 유도하기 위한 유인체계는 특혜가 아니다. 유인부합적 경제정책에서 제공되는 유인체계를 특혜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자신 있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탈원전같이 고비용구조를 초래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에너지비용이 낮다는 것이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데 탈원전을 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비용 상승이 예고되면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상당하다. 이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 또한 노동의 유연성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현행 연공급체계는 고성장기에는 몰라도 저성장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과급체계로의 전면적 전환이 절실하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비핵화도 중요한 어젠다이지만 지원과 협력에 있어서 무리수를 피해가는 지혜도 절실하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현행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전환시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가적 에너지의 총결집과 총체적 경쟁력 향상이 적절하게 추진된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정책의 일대혁신과 심기일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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