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 공개된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 ⓒphoto 연합
지난 11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 공개된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 ⓒphoto 연합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화두는 폴더블(foldable)폰이다. 폴더블폰은 화면 중간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특징이다. 지난 10월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Royole)이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공개한 데 이어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할 폴더블폰의 디스플레이와 사용자 환경(UI)을 전격 공개하면서 ‘폴더블폰’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대의 서막을 연 것은 지난 11월 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였다. 이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에 적용되는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Infinity Flex Display)’를 처음 공개했다. 디스플레이가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In-Folding) 방식으로, 접었을 때는 스마트폰이고 펼쳤을 때는 태블릿이 되는 구조다.

디스플레이(화면)를 펼칠 경우 크기가 7.3인치(해상도 1536×2152)이지만 접었을 때의 ‘커버 디스플레이’는 4.6인치(해상도 840×1960)로 주머니에 들어갈 크기다. 접었을 때 바깥 면에 작은 디스플레이가 따로 달려 있어서 내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커버 디스플레이에서 지도 앱으로 길 찾기를 하다가 폴더블폰을 펼칠 경우, 더 넓은 영역의 지도와 현재 위치가 메인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연결된다. 접었다 폈을 때 선도 보이지 않는다.

화면이 커지면 무엇이 좋을까. 큰 화면은 사람의 시야에 꽉 차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아진다. “모름지기 게임은 큰 화면에서 즐겨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이나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시대에 작은 화면을 보면서 답답하다고 느낀 사람들에게 폴더블폰은 그 불만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장점은 커진 화면으로 강력한 멀티태스킹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삼성전자의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는 작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멀티태스킹을 지원한다. 이를테면 인터넷 브라우징으로 길 찾기를 하면서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 동시에 3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왼쪽 전체 화면에 앱 하나, 오른쪽 화면을 세로로 분할해서 앱 하나가 동작하는 방식이다. 간단한 작업을 하거나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을 접은 상태로 이용하고 한자리에 머물면서 작업하거나 영상·게임을 즐길 때는 화면을 펼친 상태로 쓸 수 있다.

투명 폴리이미드가 핵심 소재

폴더블폰 기술의 핵심은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의 어떤 부위든 휘게 만들려면 IT기술도 중요하지만 소재가 더욱 중요하다.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유연해야 하고, 접었을 때 모든 기능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특히 내구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스마트폰을 접었다 폈다 하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데, 접히는 부분에서 이를 견뎌낼 힘이 없다면 사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소재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투명 폴리이미드(PI)다. 삼성전자도 커버 윈도의 소재로 투명 PI를 선택했다. 커버 윈도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커버 윈도 소재로 강화유리가 쓰였다. 하지만 폴더블폰에는 강화유리를 쓸 수 없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를 접어야 하는데 유리는 깨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투명 PI는 유연하여 자유롭게 구부러진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어서 열에 강하고 내구성도 높다. 여기에 유색인 기존 PI와 달리 투명하기 때문에 폴더블폰에서 강화유리를 대체할 소재로 안성맞춤이다.

삼성전자는 또 폴더블폰의 특성상 꺾이는 부위를 떨어지지 않게 하는 기술도 찾았다. 삼성SDI가 개발한 ‘광학용 투명 접착필름(OCA)’이 그것. 수십만 번 접었다 펼쳐도 견디는 새로운 형태의 접착제이다. 편광필름, 터치필름, 커버 윈도와 같은 디스플레이 구성품을 붙이는 데 사용한다. 현재 20만번 이상 열고 닫는 움직임을 견디는 테스트를 거쳐 인증받은 상태이다.

디스플레이 제품은 대대익선(大大益善)의 수식어가 붙을 만큼 크면 클수록 좋다. 그러나 커진 만큼 두께와 무게도 커져 휴대하기 어려워진다. 폴더블폰의 경우 접었을 때 기존 스마트폰에 비해 두께가 두꺼워지는 건 당연하다. 삼성전자는 슬림한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의 자체 두께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반으로 접은 상태에서도 얇다고 느낄 정도라고 알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돌파구 될까

폴더블폰은 이미 지난 10월 중국에서 출시됐다. ‘세계 최초 폴더블폰’의 타이틀을 거머쥔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로욜의 플렉스파이(FlexPai)가 그것. 하지만 제품 완성도 측면에서는 삼성의 디스플레이가 우세하다는 평가다.

플렉스파이는 펼쳤을 때의 디스플레이 크기가 7.8인치로,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폰 가운데 화면이 가장 크다. 반면에 무게가 320g으로 갤럭시노트9(201g)보다 훨씬 무겁다. 디스플레이 표면도 울퉁불퉁해서 터치감이 좋지 않고 내구성이 떨어진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폴더블폰은 새로운 승부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중국의 화웨이가 기술력 면에서 가장 앞설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의 출시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못 박고 있고, 화웨이는 지난 7월 1년 이내로 출시할 것을 천명했다. LG전자 또한 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외관 자체가 바뀌는 변화인 만큼 폴더블폰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지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지난 수년간 답보 상태.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폴더블폰 시장은 내년 320만대에서 2020년 1360만대, 2022년 5010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블폰 경쟁이 침체에 빠진 시장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펼친 상태의 폴더블폰이 태블릿과 e-북 리더기 시장을 노릴 수 있고, ㄴ자로 구부린 형태는 노트북 시장을, 반으로 접은 상태는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내년 상용화를 앞둔 5세대(5G) 이동통신까지 결합된다면 폴더블폰 사용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일대 혁신의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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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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