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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4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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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웨이모가 시동 건 자율주행차 시장

자동차·IT 업계 사활 걸었다

김경민  코인와이즈 기자 

▲ 지난 5월 8일 구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에서 개최한 개발자회의에서 웨이모의 존 크래프치크 CEO가 애리조나주 자율주행차 무료대여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우리? 웨이모(Waymo)보다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1~2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본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쿨하게’ 인정했다. 자동차산업에서 큰 족적을 남긴 폭스바겐이지만 자율주행만큼은 실리콘밸리의 신생업체 웨이모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인식이다. 그의 말은 자율주행차 시장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2017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회사는 자동차 기업이 아니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의 자율주행차 사업체 ‘웨이모’였다. 미니밴과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이 회사를 보면서 자동차업계는 공포심을 느꼈을 법했다. 웨이모는 2009년 무인 자율주행차 연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기존의 완성차 업체나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에 한발 앞서왔다. 지금까지 웨이모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공용도로에서 주행한 거리는 1600만㎞다. 2위인 우버의 480만㎞를 크게 앞선다. 도로에서 운전자가 아예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 테스트 허가를 캘리포니아에서 받은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8월 글로벌투자회사 모건스탠리는 웨이모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의 가치를 약 800억달러(약 90조6000억원)로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여기에 무인차 관련 기술 특허로 960억달러(약 108조7200억원)의 가치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오는 12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세계 최초로 무인 로봇택시 상용화까지 앞두고 있다.
   
   
   업계 1위는 구글 계열사 웨이모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및 기술 산업에서 가장 큰 화두다. BMW, 도요타, 포드, 볼보를 포함한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모두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자동차 강자들 간, IT기업과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완성차업체 가운데 자율주행차 시장의 선도그룹에 속하는 대표적 기업이 GM이다. GM은 미국 기술조사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가 매긴 글로벌 자율주행차 기술 순위에서 매년 상위 ‘리더 그룹’을 차지하고 있다. GM은 2016년 구성원 40명에 불과한 스타트업 ‘크루즈’를 약 10억원에 인수해 자율주행차 사업장인 ‘GM크루즈’를 만들었다. 이미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4000억원 투자 협약을 맺었으며, 경쟁업체인 혼다와도 손을 잡았다. 혼다는 GM크루즈에 향후 1년간 3조136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포드, BMW, 볼보, 폭스바겐 등 다른 자동차 강자들도 힘을 합쳐 기술 개발에 나섰다. 독일 3대 자동차 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3사는 2015년 핀란드 통신업체 노키아 소유의 디지털 지도 서비스 ‘히어(HERE)’를 공동 인수하는 데 28억유로(약 3조7000억원)를 투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포드, 도요타는 미국 IT기업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택시를 개발 중이기도 하다. BMW,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콘티넨탈, 델파이는 또 다른 IT기업 인텔과 동맹을 결성했다. 짐 해켓 포드 CEO는 “지금은 사업 최적화를 달성하기 위해 하나의 팀을 통해 자율주행 드라이빙 플랫폼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IT업체들도 뛰어들었다. 이미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과 우버 외에도 애플, 인텔, 테슬라모터스 등 실리콘밸리 브레인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업은 아직 사업성이 입증되진 않았지만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판도가 바뀔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는 한때 먼 미래의 기술로만 여겨졌던 무인 자율주행차가 향후 10년 안에 도시를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분야의 표준에서 일단 소외되면 이후에 합류하기는 더욱 어렵다”며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센서, 5G, 초고정밀지도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 만큼 최고 기술을 가진 기업이 모여 시너지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큰 분야”라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은 관련법 속속 마련
   
   자율주행차 시장이 국내외 산업계가 기대하는 만큼 활성화되기 위해선 기술적 분야 말고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일단 자율주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려오는 자율주행 시험차량의 인명사고 소식은 자율주행차 운행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 지난 7월 미 사회과학연구소인 브루킹스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응답자 61%가 ‘자율주행차에 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주행에 적극적인 비율은 21%였다. 차량에 대한 통제권 없이도 안심하고 자율주행차를 운전할 수 있을 것이라 답한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로 확산되는 데는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그 후에도 모든 도로 조건에서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게 되기란 어려울 것이다.” 존 크래프치크 웨이모 CEO는 최근 한 테크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지난 10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주최 정보기술 회의인 ‘WSJ 테크D라이브 초대석’에서 그는 “모든 조건에서 운전을 하는 것은 인간에게도 어려울 수 있다”라는 말로 무인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문에 답했다. 대부분의 차량 사고가 돌발상황으로 인한 것인 만큼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 역시 돌발상황 대처력이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기술적 안전장치가 마련된 뒤에야 자율주행차의 진정한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자율주행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미국의 경우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하원에서 지난해 9월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미래 상용화 및 자동차 혁신 연구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일명 ‘자율주행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자율주행차 사고에서 제조사의 책임을 강화했다. 일부 주는 이미 자율주행차의 사고 책임을 규정한 법안을 도입했다. 캘리포니아주는 그 책임을 제조사에 묻고 있으며, 워싱턴주는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는 업체가 보험에 가입하도록 돼 있다.
   
   독일은 지난해 5월 법 개정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블랙박스 탑재를 의무화했다. 블랙박스 기록을 분석해 사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만약 자율주행 시스템의 오류로 드러나면 제조사가 처벌을 받게 된다. 반대로 자율주행 모드라 해도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책임은 운전자에게 돌아간다.
   
   
   순위에서 밀리는 한국 기업
   
   한국 상황은 어떨까. 국내 업체들 역시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대기아차, 쌍용차, 현대모비스, 삼성르노차와 같은 완성차업체부터 네이버랩스, 삼성전자, LG전자, KT, SK텔레콤과 같은 정보통신 기업들까지 이미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이들 업체들은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해가는 셈이다.
   
   국내 업체들은 세계적 수준의 IT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해가겠다는 포부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18개 회사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발표하는 내비건트 리서치의 올해 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국내 업체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유일하게 포함돼 있는데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15위로 밀려났다. 우버, 애플, 테슬라와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보다는 높은 순위에 올랐지만 기술전략 면에선 여전히 뒤처졌다.
   
   규제의 측면에서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개략적 정의와 임시운행허가의 근거만 담겨 있지, 상용화의 전제가 되는 운행구역이나 안전기준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아직 국내에서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현행법으론 책임을 따지기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율주행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제적 규제 혁파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사고의 법적 책임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부터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선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이 나왔다. 자율주행차 발전 단계를 고려해 30개 규제를 정비하기로 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자율주행 시스템 관리 의무화 △2020년까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 관련법 개정 △운전자의 형사 책임을 재정립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추진 △자율주행차 운전을 위한 별도 면허증 도입 등이다.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국회 법제실은 지난해 12월 ‘4차 산업혁명 대응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범위를 명확히 하는 법안을 입법과제로 꼽았다. 지난 10월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자율주행차 운행구역, 안전기준 등에 대한 내용과 자율주행차의 연구 및 시범운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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