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트렌드] ‘나는 왜 짠돌이가 되었나?’
  • facebook twiter
  • 검색
  1. 경제
[2535호] 2018.12.03
관련 연재물

[트렌드] ‘나는 왜 짠돌이가 되었나?’

젊은이들의 ‘짠테크’ 열풍

조현주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34·미혼)는 요즘 점심 도시락을 챙겨 출근을 한다. 회사에선 매달 20만원 정도의 식사 지원비를 받고 있지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인근의 식당가에서 점심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와 커피 한 잔 값으로 2만원 가까이 지출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서 출근을 한 뒤로 식사비는 물론 커피값도 줄이게 됐다. 이제 식사 지원비 중 일부를 모아 적금에 넣고 있다.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김씨는 앞으로 1~2년 정도 뒤에 독립을 하는 게 목표다.
   
   ‘사회초년생 1년7개월, 28살 3600만원 저축했어요.’
   
   지난 11월 21일 재테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의 제목이다. 이 글을 올린 직장인 A씨는 ‘급여는 세후 242만원, 저축은 154.4만원(월급의 66%), 고정지출은 40만원(월급의 16%), 용돈 50만원(월급의 18%)’과 같이 자신의 소비내역을 공개하며 “사회초년생 때 허리띠를 졸라매야 소비습관이 쌓이고 그게 저축왕이 되는 지름길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짠테크 온라인 커뮤니티 인기
   
   해당 커뮤니티에는 이후 ‘28살 1억5000 모았습니다’ ‘사회초년생 2000만원 달성’ 등 A씨의 게시글과 유사한 내용이 담긴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30살 1억5000 후기’라는 글을 올린 B씨(31·미혼)는 자신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악착같이 돈을 모으게 된 이유에 대해 ‘돈 없어서 무시당하는 것, 나이 들어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 싫어서’라고 설명한다.
   
   이들이 목표자산 금액을 정하고 그 금액만큼의 자산 불리기에 성공하게 된 비결은 간단하다. 돈을 안 쓰거나 ‘선저축 후지출’을 하는 것. 즉 돈을 꼭 써야 할 상황에 대비해 항상 저축을 하는 것이다.
   
   무심코 나가는 사소한 지출을 줄이는 대신 소액을 꾸준히 저축하는 ‘짠테크(짜다+재테크)’ 열풍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고 있다. 주로 20~30대 직장인들이 저축과 절약으로 무장한 ‘짠테크’ 열풍의 주역이다. 이들은 소비지상주의에 반기를 들며 ‘무조건적인 소비가 마케팅의 산물’이라고 본다. 또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저축의 길로 나아간다.
   
   ‘젊은 짠돌이’들이 많아지면서 짠테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회원수 38만명), ‘짠돌이 부자되기’(회원수 15만7000명)와 다음(Daum)의 ‘짠돌이’(회원수 74만9000명) 등이다.
   
   이들 커뮤니티에는 매일 자신만의 절약과 재테크 비법을 공개하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냉장고 파먹기), 앱테크(앱+재테크)로 번 수익을 저금하거나, 싸게 구입한 쿠폰으로 영화감상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식이다. 또 생활용품이나 쿠폰 등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이벤트 행사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금리가 높은 적금을 소개해주는 등 재테크 정보도 공유한다. 이 외에도 앞서 소개했듯이 20~30대 사회초년생들이 ‘허리띠’를 바짝 조여 목표자산 금액을 달성한 후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KB국민은행이 선보인 ‘KB스마트폰 적금’과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오른쪽). 모두 짠테크족을 겨냥한 상품들이다. photo 상품이용 캡처화면

   짠테크족 겨냥 금융상품 러시
   
   짠테크족이 늘면서 덩달아 바빠진 곳은 바로 금융권이다. 시중은행에서는 예적금을 선호하는 짠테크족을 겨냥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들은 긴 기간 가입해야 했던 기존의 정기적금 대신에, 가입기간을 짧게 줄이고 무심코 나가는 커피값과 교통비 등 쌈짓돈을 모을 수 있는 적금 상품으로 짠테크족 공략에 나섰다.
   
   최근 신한은행은 ‘작심 3일도 여러 번 반복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콘셉트의 ‘쏠(SOL) 편한 작심 3일 적금’을 출시했다. 매월 자동이체를 통해 1~3년 만기까지 일정 금액을 적립하는 일반 적금 형태에서 벗어나 요일별·소액 자동이체·6개월 만기로 상품을 설계했다. 이 적금의 금리는 기본 연 1.9%, 최대 연 2.2%다. 월 저축한도는 최대 50만원까지다.
   
   지난 6월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26주 적금’ 상품은 출시한 지 4개월 만에 50만좌를 돌파했다.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1만원 가운데 하나를 가입 첫 주 납입금액으로 선택하면 매주 해당 금액만큼 증액해 적금할 수 있다. 가령 첫 주에 1000원을 입금했다면 매주 적금액이 1000원씩 늘어나 마지막엔 2만6000원을 납입하는 식이다. ‘26주 적금’은 연 1.80%(자동이체 시 0.20%포인트 우대)의 금리가 적용된다.
   
   우리은행은 ‘위비 짠테크 적금’을 통해 1년 총 52주간 매주 또는 매일 저축액을 늘려갈 경우 최대 연 2.7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모바일 앱에서 52주 짠플랜, 매일매일 캘린더플랜 등의 적립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52주 짠플랜을 선택하면 최초 이체금액 1000원으로 시작해 52주간 1000원씩 납입액을 늘려 1년 뒤에는 138만원을 모을 수 있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기왕에 가입하는 보험이라면 한 푼이라도 싸게 알찬 보장을 받으려는 ‘짠돌이’가 늘면서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이 인기몰이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사이버마케팅(CM) 채널 원수보험료는 총 1조44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대리점 등을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말한다.
   
   전통적인 설계사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일반 보험과 달리 CM 채널을 통한 다이렉트 보험은 비대면 채널을 활용하기 때문에 간편하고 빠르게 가입이 가능하다. 또한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나 지점 임대료처럼 대면 채널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다이렉트 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11월 15일 다이렉트 홈페이지와 모바일에서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전용 미니 암보험 ‘프로미라이프 다이렉트 참좋은암보험(CM)’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인터넷 전용으로 판매수수료가 없고, 암 보장 관련 담보로만 구성돼 있다. 본인이 원하는 부위별 암 보장에 대해 선택 가입할 수 있어 기존 암보험 대비 보험료를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 9월 다이렉트 신상품 3종(유학생·치아·주택화재보험)을 선보이며 다이렉트 상품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또 기존에 PC에서만 가입할 수 있었던 ‘KB다이렉트 이륜자동차보험’을 모바일 채널에서도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무하게 돼도 짠돌이들의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수년째 취업준비생이었던 대학원생 신모(27)씨는 2019년 초 입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번역 아르바이트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신씨에게 당장 갚아야 할 학자금대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씨는 “앞으로 회사에서 일한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많이 벌 것 같진 않다”며 “그동안의 적금을 유지하려면 예비 저축액을 더 많이 모아야 할 것 같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알바를 더 구해서 최대한 많이 저축을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허리띠를 졸라매는 젊은이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30대가 짠테크 열풍을 몰고 온 이유 중 하나로 불안정한 소득수준이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20대의 소득 자체가 크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짠돌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실 20대의 소득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이미 20대와 50대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대의 경우 윗세대에 비해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다”며 “20대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게 돼도 버는 돈을 집 한 채 구하는 데 다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30대가 직장에 들어가 자신의 소득수준을 높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11월 2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연봉 5000만원을 받기까지 입사 후 평균 11.3년의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82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평균 7.4년으로 가장 짧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10.2년과 11.7년으로 조사됐다. 연봉 5000만원 달성에 소요되는 시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신입사원 때의 연봉격차가 주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2593만원이었는데 대기업은 3730만원에 달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2981만원과 2462만원으로 집계됐다.
   
   
   저성장이 몰고 온 현상
   
   이제 짠테크 열풍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짠테크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생겨난 현상이기에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짠테크 열풍은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이 소득이 충분치 않고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앞으로 노력하면 더 좋아진다는 희망마저 놓아버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인구구조상 부양해야 할 사람은 늘고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어 당분간 저성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 교수는 소비위축 문화와 함께 이 같은 저성장이 계속될 경우 젊은 세대의 근로의욕마저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 교수는 “이렇게 저성장이 이어지고 집값 상승, 세금 증가와 같이 젊은 세대가 윗세대를 부양하기 위해 짊어져야 할 짐이 늘어난다면 이들의 근로의욕마저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미 미국에선 20·30대 직장인 사이에 바짝 모아서 조기은퇴를 꿈꾸는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운동이 퍼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경제적으로 모든 면에서 윗세대에 뒤처지는 상황에서 금융위기 이후의 불안감까지 겪으며 나타난 현상인데 한국 역시 주시해야 할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간 50주년 영상

주간조선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삼성화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