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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36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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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폴더블폰의 역설

삼성은 왜 폈던 걸 다시 접었을까?

김회권  코인와이즈 기자 

▲ 지난 11월 7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 2018’에서 공개된 폴더블폰의 모습. photo 삼성전자 뉴스룸
무대 위 연사는 지갑을 접듯 손에 든 디바이스를 반으로 접었다. 큰 화면을 포개 접은 덮개 부분에서 스마트폰의 화면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렇게 화면을 연 상태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가진 태블릿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접으면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입니다.”
   
   지난 11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 2018’. 희미한 불빛 아래 연단에 선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무는 작은 기기 하나를 손에 들었다. 7.3인치 디스플레이를 가진 작은 태블릿PC 같은 물건. 그는 이것을 반으로 접었다. 접힌 부분의 뚜껑이 디스플레이로 변했고 이내 4.85인치의 스마트폰으로 변신했다. 데니슨 전무는 20초 정도 신상품을 보여준 뒤 재빨리 재킷 안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삼성전자는 아직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폴더블폰(접는 스마트폰)이 ‘Galaxy X’ 또는 ‘Galaxy F’라는 소문만 나오고 있다. 2019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인데 초기 물량은 약 100만대로 알려져 있다. 이 콘퍼런스 자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주력 제품은 최소 100만대를 생산한다. 폴더블폰의 경우 초기 재고가 100만개가 넘을 것이며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라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평평한’ 디스플레이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그동안 여러 차원에서 진행됐다. 예컨대 2013년 나온 ‘갤럭시 라운드’는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달고 나왔지만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음해 모서리를 디스플레이가 감싼 ‘갤럭시노트 엣지’의 모티브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이번 폴더블폰 프로젝트는 갤럭시 라운드의 도전과는 다를 수 있다. 이해관계자 간 협력이 진작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폴더블폰을 내놓기 두 달 전, 고동진 사장은 순다 피아치 구글 CEO를 만났다. 그리고 두 회사는 폴더블폰 UX(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11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안드로이드 개발자회의에서 구글은 폴더블폰에 안드로이드가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콘퍼런스에서 데이브 버크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삼성전자를 특별히 언급했다. “안드로이드와 삼성전자는 2019년 초에 출시할 폴더블폰을 두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재차 협력 관계를 인증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기 메이커에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안드로이드 공식 블로그는 이를 즉시 알리며 개발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작은 화면이 접힌 상태에서 동영상을 플레이하다가 펼쳐서 태블릿 크기의 더 큰 화면에서도 몰입감 있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앱이 매끄럽게 가동돼 원활하게 전송될 수 있도록 안드로이드를 최적화하고 있다.”
   
   원래 휴대폰은 접었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다. 군대에서나 쓸 법한 무전기처럼 생긴 모토로라 ‘마이크로폰’(MicroTAC 9800x)은 전혀 ‘마이크로’하지 않았지만 휴대폰이라는 개념을 세상에 알린 첫 물건이었다. 다만 접히지 않는 바(Bar) 타입의 피처폰이었는데 후에 접는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인기를 잃었다. 1995년 탄생해 모토로라의 영광을 이끈 ‘스타택(StarTAC)’은 ‘접는 휴대폰’이라는 전형을 만들었다. 물론 이런 폴더폰의 전성기도 스티브 잡스가 3.5인치 화면을 가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기 전까지의 얘기일 뿐이다. 세상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자 폴더폰으로 대표되는 피처폰은 쇠퇴했다. 마치 책장을 넘기듯 손가락으로 스와이핑하고 디스플레이에 터치하면서 웹과 앱 환경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은 엄청났다. 디스플레이 한 장을 전면에 장착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계기였다.
   
   
▲ 지난 11월 7일 공개된 폴더블폰은 펼치면 태블릿PC처럼 변한다. photo 삼성전자 뉴스룸

   막다른 골목을 해결할 기대주
   
   그런데 이런 대세를 거슬러 갤럭시는 다시 전화기를 접으려고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접는 게 아니라 접은 걸 펼치는 게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폴더폰 시대에 접는다는 건 크기를 작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바지 주머니에 도드라지던 휴대폰은 접으면서 셔츠 안에도 넣게 됐다. 지금은 그때와 접는 목적이 거꾸로다. 펼쳐서 크게 만들기 위해 접기로 했다. 주머니 사이즈 기기였던 스마트폰이 이제는 PC의 대안이 되거나 텔레비전의 대용품으로 진화하면서 생긴 일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져 고화질 영상을 시청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지는 시대가 되면서 스마트폰이 커져야 했다. 네이버나 구글의 점유율은 떨어지고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전성기를 맞고 있는 요즘이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중간 크기인 패블릿(phablet·폰과 태블릿의 합성어)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선구자다. 또 모서리가 둥근 엣지 디스플레이, 축소된 베젤 등도 갤럭시 시리즈에 선구적으로 적용해왔다. 손에 가지고 다니기 큰 스마트폰도 수요가 있다는 걸 갤럭시노트 시리즈로 입증하면서 대용량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다. 현재 스마트폰 대형화 경쟁은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갤럭시노트9의 디스플레이는 6.38인치인 데 비해 큰 화면에 뒤늦게 뛰어든 애플의 아이폰XS맥스는 이보다 큰 6.5인치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형화 경쟁이 벌어지면서 고민도 깊어졌다. 휴대폰은 덩치가 커지면 휴대하기 어렵다는 문제와 마주친 것이다.
   
   휴대하기 위해 접는다는 건 펼치는 걸 기대한다면 꽤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스마트폰 크기로 소셜미디어를 확인하고 지하철 객차에 앉아서는 태블릿 크기로 펼쳐 신문이나 책을 읽는 그림을 상상해보면 더욱 그렇다. 카네기멜론대학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연구소’(HCII)의 크리스 해리슨 교수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을 두고 ‘재밌다’는 표현을 썼다.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나온 것이다. 이제는 화면 크기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대형 화면을 확보하려면 접는 것 정도밖에 방법이 없다.”
   
   폴더블폰은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을 타개해줄 방책으로도 주목받는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의 자리를 지키는 게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기회를 찾은 것이다. 이 새로운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이 혁신을 거듭한 탓에 낳은 불황 속에서 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2017년 4분기부터 2018년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는데 여기에는 교체주기의 연장이 하나의 이유가 됐다.
   
   게다가 화웨이 등 경쟁자는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8.9%로 1위를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 3.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2위 화웨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포인트 상승한 13.4%를 기록하며 바짝 따라붙었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 시장은 막다른 골목과 같다. 삼성이 갤럭시S9을 발표하고 애플이 아이폰XS를 내놓으며 반등을 꾀하지만 업계의 막다름을 해소하진 못했다. 현재의 패러다임을 지속하는 게 의문인 상황에서 폴더블폰이라는 급진적인 변화가 등장한 것이다.
   
   
   “다음 행보? 구부리는 스마트폰”
   
   삼성전자가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는 건 2011년부터 나왔던 얘기다. 폴더블폰이 나오기까지 꽤 오래 걸린 셈인데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었다.
   
   일단 디스플레이가 커지고 많아진다는 건 배터리 소모량 증가를 뜻한다. 더 높은 컴퓨팅 성능과 메모리도 필요하다. 배터리와 컴퓨팅 능력은 비용을 증가시킨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지금까지 지불한 금액, 그리고 앞으로 지불해도 될 만한 금액을 넘지 않기 위해 기술적으로 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폴더블폰 본체를 접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해리슨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어떤 것이라도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구부리면 해당 부분에 부하가 걸려 어떻게든 손상된다. 물리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Infinity Flex Display’를 개발해 화면에 사용하기로 했다. 수십만 번의 여닫는 동작도 견딜 수 있다는데 의외의 다른 곳에서 유연성이 부족할 수도 있는 법이다.
   
   본질적인 질문에 해답을 찾는 작업도 해야 했다. 과연 이 폴더블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설득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기술의 참신함을 넘어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사용자들은 지갑을 연다.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이 증명한 사례다. 아이폰이 순식간에 시장을 바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용자 환경과 애플리케이션 제공 등에서 압도적이었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폴더블폰에도 필요한 과정이다. 소유자만이 누리는 사용자 경험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상이 가능하다. 하나의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띄우고 다른 한편에서는 문서를 작성하거나, 두 화면에 같은 동영상을 데칼코마니처럼 띄우고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친구와 함께 보는 즐거움 말이다. 이번 폴더블폰은 한 번에 3개의 앱이 실행될 수 있는데 이처럼 넓은 화면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법이다. 여기에는 제조사의 고민에 더해 생태계를 구성하는 앱 개발자가 얼마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폴더블폰이 가방 속에서 잠자는 물건이 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디바이스로 활용될지를 가르는 역할은 삼성전자나 구글 같은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폴더블폰은 모바일의 미래를 좇는 시도다. 그리고 다른 제조사들도 접는 스마트폰 생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생활의 중심이 된 스마트폰이기에, 휴대성을 높이면서 화면을 더욱 크게 만드는 법을 모두 연구해왔다. 만약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하게 된다면? 접는 걸 넘어 훨씬 드라마틱한 이미지를 가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더욱 빨리 등장할 수 있다. 캐나다 퀸스대학의 로엘 베르트갈 교수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인 ‘리플렉스’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다음 행보를 이렇게 전망했다. “내가 듣기로는 우선 폴더블폰을 출시한 뒤 리플렉스처럼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타입을 발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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