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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36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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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왕훙을 잡아라”

연 16조원 팔아치우는 소셜미디어 스타들 한국 기업들도 모셔오기 경쟁

김경민  코인와이즈 기자 

▲ 지난 10월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중국 왕훙이 현대백화점면세점과 K-뷰티 상품을 소개하는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photo 현대백화점면세점
지난 몇 년 사이 중국을 겨냥한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뜨겁게 떠오른 키워드가 왕훙(網紅)이다. ‘왕뤄훙런(網絡紅人)’의 줄임말로 중국에서 인터넷 방송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뜬 유명 콘텐츠 제작자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한국의 파워블로거, 1인 인터넷방송 진행자(BJ), 유튜버(Youtuber), 크리에이터(creator) 등과 유사한 개념으로 쓰인다.
   
   유명 왕훙의 경우 소셜미디어 팔로어가 수천만 명 수준이다. 스타급 왕훙인 안니바오베이, 파피쟝 등은 웨이보나 웨이신 등 중국 소셜미디어 채널에 3000만명이 훌쩍 넘는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왕훙 시장의 팔로어 규모는 총 5억9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규모만 따지면 중국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다.
   
   왕훙은 연예인은 아니지만 화제성이나 구매력 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이 소셜미디어 채널에 포스팅하는 패션, 소품 등이 모두 화제가 되며 ‘완판’으로 이어지곤 한다. 2016년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 60% 이상이 TV, 인터넷 등을 통한 기존의 광고보다 왕훙의 말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이렇다 보니 왕훙이 만드는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2017년 팔로어 1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왕훙의 숫자는 2016년 대비 57.3% 증가했다. 왕훙의 증가는 자연스레 팔로어의 증가와 왕훙 산업 규모의 증가로 이어졌다. 중국 리서치기업 ‘이관’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왕훙 산업의 규모는 811억위안(약 13조원)으로 추산되며, 2018년에는 1016억위안(약 16조5000억원) 규모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왕훙 산업의 급성장은 중국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를 반영한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중국 시장은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커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에 따르면, 2016년 말 중국의 모바일 동영상의 월간 시청자 수는 10억명에 달한다. 이미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어마어마한 규모에 비해 중국 모바일 동영상 시장은 초기 단계다. 한마디로 시청자들의 콘텐츠 기호가 명확하지 않으며, 아직까진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 이런 점은 콘텐츠 제작자 및 이를 제품 판매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기업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왕훙 비즈니스 전문가 김정민 브랜드건축가 대표는 “이미 중국에선 왕훙이 기존의 스타 못지않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중국 플랫폼을 잡으면 지금 한국에서 유튜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의 5~6배 정도 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왕훙 산업 규모 16조 추정
   
   왕훙의 주된 활동기반은 소셜미디어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만의 독특한 모바일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웨이보, 빌리빌리, 이즈보, 위챗, 유쿠 투도우, 타오바오 쯔보 등 생방송 플랫폼만 해도 무수히 많다. 여기에 모바일 메신저, 동영상 기반, 판매 기반 등 생방송 플랫폼에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자신의 콘텐츠 특성에 따라서 플랫폼을 골라 활동한다. 상품 판매는 타오바오 쯔보, 동영상 콘텐츠는 유쿠 투도우를 선택하는 식이다. 최근 들어 중국 10대와 20대 사이에선 빌리빌리가 가장 선호하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모바일 플랫폼들엔 위챗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와 함께 현금결제 서비스 기능이 통합돼 있다.
   
   중국만의 특수성을 담은 ‘왕훙 산업’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모바일 콘텐츠 시장과 왕훙의 성장을 발판으로 빠르게 커졌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매년 GDP 성장률의 2~3배를 웃돌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 전자상거래 규모는 72배 이상 증가했고, 인터넷쇼핑 규모는 10년간 363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파워블로거’가 구매력을 행사했다면, 중국은 웹 시장을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시장으로 건너가는 데 왕훙이 역할을 한 셈이다.
   
   왕훙 마케팅은 기업 입장에선 매우 구미가 당기는 전략이다. 높은 금액을 주고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왕훙 마케팅이 더 큰 파급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잘 키운 왕훙 하나, 열 모델 안 부러운’ 상황이다.
   
   한국 업체들도 앞다퉈 왕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유명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선 아예 유명 왕훙이 출시한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왕훙 마케팅은 한반도 사드(THAAD) 배치가 중국과의 무역 이슈로 번지며 중국 내 한류 산업이 타격을 입은 이후 그 대안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구잡이식 왕훙 마케팅의 폐해를 경계하라고 말한다. 중국의 한 왕훙 산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왕훙’이란 용어가 엄격한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온라인·모바일상의 유명인사를 ‘왕훙’이라 통칭해 부르고 있지만 중국에서 왕훙은 보다 세분화된 의미로 사용된다. 왕훙은 원래 제품의 판매 콘텐츠 크리에이터 가운데,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5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둔 이를 부르는 말이다. 게임이나 특정 상황 중계 등 생방송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BJ라고 한다. 업로더(uploader)도 있다. 업로더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해 고유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부류다. 좁은 의미의 왕훙에 비해 상업적 성격은 옅고 인플루언서(influencer)로서의 성격은 강하다. 인플루언서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Influence+er)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왕훙과 BJ, 업로더는 모두 중국 모바일 콘텐츠 제작자로서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이들은 뷰티, 자동차, 먹방 등 자신만의 고유한 전문 영역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 기업과 모델 계약을 맺고 국내로 들어올 때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왕훙 마케팅은 대체로 국내 왕훙 수요를 노린 에이전시들을 통해 이뤄지는데, 콘텐츠 제작이 ‘왕훙’으로 뭉뚱그려 소개되고 ‘가격’만 맞춰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 왕훙이 당초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은 건 그들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쌓은 전문성 덕분인데, 국경을 넘으며 이 부분이 흐지부지돼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김정민 브랜드건축가 대표는 “왕훙이란 독특한 중국 산업구조를 잘 활용하려면 중국의 미디어 시장에 대한 이해부터 해야 한다”며 “마구잡이식 왕훙 비즈니스는 우리 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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