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차체를 가진 제네시스 G70는 주행성능과 가성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photo 현대자동차
날렵한 차체를 가진 제네시스 G70는 주행성능과 가성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photo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70에서는 중후함보다 스포티함이 느껴졌다. 사장님이 타는 럭셔리한 차로만 굳혀져 있던 이미지는 날렵한 빨간색 G70의 옆모습을 보는 순간 깨어졌다. 살짝 올라간 뒷모습도 마찬가지다. 30대 중반 여성 운전자가 몰기에 적합한 차량이라는 생각은 시트에 앉는 순간 더욱 강해졌다. 앞서 시승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맞았다. 앉는 자리는 퀼팅 패턴으로, 이음새마다 붉은 실 모양의 스티치로 마감한 실내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차 문을 열자 시트가 움직였다. G70의 상위 모델인 제네시스 EQ900(G90)에 세계 최초로 탑재됐던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이 G70에도 장착됐기 때문이다. G70에서는 운전자의 몸에 맞춰 좌석 시트가 자동으로 조정된다. 운전 습관에 맞춰 시트를 미세하게 조정한 다음 저장해둘 수도 있다. 시트를 당겨 운전하는 것이 편해 ‘추천 자세’에서 시트를 앞으로 조정해 출발 준비를 마쳤다. 핸들에 부착된 음성인식 버튼을 눌러 내장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서울 시내를 관통해 경기도 성남시까지 내려가는 경로다.

평일 낮에도 서울 시내에서 성남시까지 가려면 교통체증을 감수해야 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강변북로를 지나 최고속도가 시속 60㎞도 채 되지 못하는 분당~수서간 고속도로를 타는 와중에도 G70는 안정된 주행능력을 보여줬다. 의외로 G70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선 가천대역 인근의 급경사 도로에서였다.

가천대역에서 봉국사를 지나 영장산터널에 이르는 1㎞ 넘는 길은 초입에 들어섰을 때 놀라 잠시 차를 세울 정도로 경사가 심한 구간이다. 몸이 저절로 젖혀져 30~40도는 넘어 보이는 급경사 구간에서 G70는 2.0T 모델 기준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6.0㎏f·m의 힘을 제대로 발휘했다. G70와 동급으로 분류되는 벤츠의 C200은 최고 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f·m이고 BMW 320i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6㎏f·m이다. G70는 앞선 차가 엑셀을 힘껏 밟아야 올라갈 수 있는 경사 길을 별달리 힘을 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운전하는 데 재미가 붙을 정도였다.

제네시스 G70의 주행능력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속주행에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경기도 고양시를 잇는 제2자유로를 고속으로 왕복 주행해봤다. 운전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시트가 몸을 껴안듯 좁아졌다. 엑셀을 마음껏 밟자마자 올라가는 속도가 놀라웠다. 3.3T 모델을 기준으로 제로백, 즉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4.7초라고 알려져 있다. 제네시스라는 고급 차 브랜드에서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속도감이 느껴졌다. 급커브에서 핸들링도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부드럽고 안정적이었다. 애초에 25㎞를 왕복하겠다던 계획을 버리고 경기도 파주시까지 달려갔다 오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문제는 이 같은 장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종종 국산 차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 자동차 전문 리뷰 매체는 “우리가 먼저 제네시스 G70를 BMW 3시리즈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욕을 먹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G70는 실제로 BMW에 비견되고 있다. “BMW여 조심하라, 이건 진짜다(Look out BMW, It’s the real deal)”라고 말한 사람은 미국 유명 자동자 전문 잡지 ‘모터트렌드’의 편집장 앵거스 맥켄지다.

“스타가 태어났다”

최근 G70는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2019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올랐다. 모터트렌드의 ‘올해의 차’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신뢰도 있는 상 중 하나다. 종종 영화계의 아카데미상에 비견되기도 한다. 이번에 모터트렌드가 제네시스 G70를 올해의 차로 꼽으면서 쓴 제목이 바로 올해 가장 호평받은 영화 중 하나, ‘스타 이즈 본(Star is born)’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 모터트렌드는 ‘스타가 태어났다(A star is born)’면서 “한국의 신생 럭셔리 브랜드가 중앙무대로 강력하게 파고들었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미국에서 저렴한 차의 상징처럼 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횬다이’라고 읽혔던 현대차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내놓고 G70로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G70는 가장 호평받는 차가 되었다. 모터트렌드의 평가를 그대로 옮겨보자.

“심장이 뛰었다. BMW 3시리즈가 지도자의 자리를 지켜왔는데 막 나온 이 차가 더 낫다. 이 차는 인피니티 G35보다 더 진화했고, 더 고급스럽고, 벤츠 C클래스보다 더 낫고, 아우디 A4보다 기민하다.”(크리스 월튼·주행테스트 에디터)

“거의 모든 면에서 매우 좋다. 부드럽고 조용하고 빠르고 평균 이상이다. 날렵하고 외모가 뛰어나고 가성비도 훌륭하다.”(크리스 테오도르·객원 평가자)

그러니까 G70는 그동안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모델로 삼고 극복하고 싶어했던 BMW 3시리즈의 훌륭한 라이벌이 되었다는 것이다. 앵거스 맥켄지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 가장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은 BMW 3시리즈를 이기기 위해 “도요타, 닛산, 혼다, GM이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것을 제네시스가 해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70가 가장 뛰어난 엔진을 갖춘 것도, 가장 조용한 것도, 가장 저렴한 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의 균형을 갖추었다는 데 동의했다.

시승하면서 느꼈듯이 G70의 외관은 날렵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사장님 차’ 같지는 않지만 ‘국산 차’ 같지도 않다. 주행성능은 뛰어나다. 그렇다고 해서 럭셔리 스포츠카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한국, 그것도 서울 인근에서 즐길 수 있을 정도로는 충분하다. 가격대도 4000만~5000만원 선이다.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가 타깃으로 잡는 젊은 고소득 직장인이라면 G70를 한번 탐내볼 만하다.

세세한 부분에서 젊은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했다는 사실은 운전을 하면서 계속 느낄 수 있다. 15개의 스피커와 서브 우퍼에서 나오는 우수한 음질의 음악은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해 터치식 버튼을 도입하는 몇몇 차 브랜드와 달리 직관적이고 다양하게 제공되는 버튼과 디스플레이는 사용하면 할수록 편하게 느껴졌다. 음성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성인 남성이 타기에는 매우 비좁다고 느끼는 뒷좌석에 대한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제네시스 G70의 타깃이 4인 가족이나 사장님이 아니라 젊은 직장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단점은 비교적 작게 느껴진다.

키워드

#자동차
김효정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