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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40호]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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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현실’과 만나야 산다

2019 블록체인·암호화폐에 생길 일들

김회권  코인와이즈 기자 

▲ 2017년 12월 8일 암호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2500만원에 육박했지만 2019년 1월 3일 기준으로는 400만원 초반대에 불과하다. photo 뉴시스
사상 최악의 1년이라는 평가를 해도 어색하지 않은 한 해였다. 2018년 한 해 동안 암호화폐 가치는 80%가량 폭락했다. 시가총액 8000억달러(898조원)로 시작한 암호화폐는 이제 1300억달러(145조원)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폭락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최근 여러 해 동안 블록체인은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만병통치약처럼 다뤄졌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법적 시스템과 기존 인프라와 맞물릴 필요가 있었지만 결국 녹아들지 못했다. 그래서 2019년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현실’과의 접목이 됐다.
   
   
   속도 내는 정부의 블록체인 도전
   
   “블록체인 기술은 확장을 계속할 것이다.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정부, 금융, 관광, 공급망 관리 등 여러 분야의 현실세계에 퍼져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후오비의 CEO 레온 리 역시 2019년 블록체인의 핵심 단어를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스페인의 사례를 들었다. “최근에 내 눈길을 끈 사례는 스페인 BBVA은행이다. 이 은행은 2018년 4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9000만달러(1010억원)의 기업 대출을 최초로 마무리했다. 이런 종류의 은행 대출은 보통 여러 장의 계약서를 여러 부 준비해 다양한 당사자 사이에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 비효율적인 면이 많았다. 그러나 BBVA의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은 복잡한 대출 작업을 간소하게 만들었다.”
   
   BBVA에서 이뤄진 대출은 원래대로 했더라면 며칠이 걸릴 일이었다. 이걸 블록체인은 몇 시간 만에 해결했다. 스마트 계약을 통해 동일한 대출정보를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봤고, 승인했다. 서류를 보내고 받는 시간이 줄어들어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참여자의 동의가 있어야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를 수정할 수 있기에 위·변조의 위험에서도 자유로웠다.
   
   스페인의 사례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우리 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2019년에는 이것과 비슷한 결과물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우리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블록체인 시범사업 6개가 우선 ‘현실’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가 구축할 부동산 거래 블록체인 시범사업은 토지대장을 국토부와 지자체, 금융결제원이 함께 보유한다. 만약 땅주인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면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블록체인이 민주주의 실현에 유익한 수단이라는 주장도 현실에서 시험 중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는 온라인 투표를 인정하지 않았다. 신뢰성 훼손을 우려했기 때문인데 만약 블록체인이 보안을 담보한다면 그간 외면받았던 분야에서도 온라인 투표가 도입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온라인 투표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본격화하는 건 흥미로운 시도다. 유권자가 본인인증을 거치면 후보자와 참관인, 선관위가 모두 투명하게 투표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선관위는 정당 등을 포함해 온라인 투표를 희망하는 곳에도 해당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국가 간 전자문서를 주고받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내놨고 관세청은 12시간 이상 걸리던 개인통관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데 블록체인을 쓰겠다고 나섰다. 국방부는 군에 납품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중앙 서버에서 벗어나 블록체인으로 관리한다고 했고, 농식품부는 기존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개선해 축산물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빠르게 대처한다는 방법을 제시했다. 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강장묵 남서울대 교수(빅데이터산업보안학과)는 “과거 취업 때 필요하던 졸업증명서 같은 서류는 인터넷 시대에도 직접 떼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전자문서 활성화에 나서자 대학들도 그 흐름에 동참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는 건 민간에 블록체인 기술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실험도 2019년에 이뤄진다. 2018년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에 “현실에서 가치를 증명하라”는 숙제를 남겼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의 가세, 특히 IT 분야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나서는 건 가치를 증명하는 데 훨씬 강력하고 체계적이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의 지적이다. “새해에는 카카오 계열의 클레이튼과 라인 계열의 링크, 그리고 두나무 계열의 루니버스, 블로코 계열의 아르고 등 운영 주체가 있는 블록체인들이 속속 나온다. 티몬과 배달의민족 등 여러 서비스에서 사용한다고 예고한 스테이블 코인(가치 변동성이 없는 암호화폐)인 테라도 나온다. 이더리움은 제휴팀이 없지만 이런 프로젝트들은 제휴팀이 있어 파트너를 설득해 참여시킬 수 있다.”
   
   
   중앙화 블록체인 vs 탈중앙화 블록체인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블록체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앱 라인(LINE)을 통한 ‘토큰 이코노미’를 이미 공개했는데 독자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링크체인’에 5가지 분산응용프로그램(디앱·dApss)를 활용한다. Q&A 서비스인 ‘Wizball’, 미래를 예측하는 질문에 답하는 ‘4CAST’, 상품 리뷰인 ‘Pasha’, 음식 리뷰인 ‘Tapas’, 그리고 여행지 등에 특화된 소셜미디어 ‘STEP’ 등이 그 주인공이다. 사용자는 리뷰 등을 남겨 서비스에 기여할 수 있고, 그 정도에 따라 ‘링크 포인트’라는 암호화폐를 얻을 수 있다.
   
   카카오 역시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가동하기 위해 서비스 파트너를 속속 합류시키고 있는데 최근에는 4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동영상 플랫폼 ‘왓챠’가 참여했다. 게임 플랫폼인 ‘보라’, 여행 플랫폼인 ‘아틀라스’ 등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협력하고 있는데 메인넷 오픈과 함께 콘텐츠 중심의 ‘디앱’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도 다양한 토큰형 보상이 이뤄진다.
   
   원래 블록체인은 탈중앙화가 핵심가치인데 기업은 운영주체가 있기에 중앙화된 블록체인을 만드는 셈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은 오랜 운영 경험을 통해 사용자를 잘 이해하고 있다. 사용자 기반이 빈약한 기존 블록체인 생태계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표 대표도 “2018년까지는 주로 운영주체가 없거나 운영주체가 사용자를 부를 힘이 없는 블록체인들만 있었다면, 2019년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거다. ‘이더리움 대 EOS’가 아니라 ‘중앙화 블록체인 대 탈중앙화 블록체인’의 경쟁구도를 띠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2017년 12월 2만달러(약 2200만원)를 웃돌던 비트코인 가격은 불과 1년 만에 4000달러(약 440만원)로 뚝 떨어졌다. 2019년 비트코인의 가격을 묻는 전망에서 암호화폐계의 거물로 꼽히는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창업자는 2만달러를, 로니 모아스 스탠드포인트리서치 설립자는 2만8000달러를 예상했지만 ‘담대한 전망’이란 지적이 많다. 오히려 바비 리 BTCC(중국계 암호화폐거래소) CEO가 예상한 2500달러가 현실적이란 평가를 얻었다. 레온 리 후오비 CEO 역시 “완만한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암호화폐 가격의 회복을 가로막는 것은 대중화의 길이 어둡다는 점이다. 여전히 암호화폐는 현실에서 적용이 어렵다. 게다가 기관투자자의 참여, 불확실한 규제책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였다.
   
▲ 카카오의 조수용·여민수(오른쪽) 공동대표는 지난해 3월 2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앞세우겠다고 공언했다. photo 조선일보

   암호화폐 업계의 자금난
   
   당장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은 2019년의 목표를 생존에 둬야 할지 모른다. 이더리움 소프트웨어 대표기업인 컨센시스(ConsenSys)는 이미 1200명 직원 중 13%를 해고했다. 조셉 루빈 컨센시스 CEO는 막대한 이더리움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2018년 초 개당 1300달러(약 145만원)에 달하던 이더리움 가격은 지금 150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유자산이 뚝 떨어지자 그는 두 손을 들었다.
   
   암호화폐의 급락이 스타트업에 타격을 준 또 다른 사례는 스팀잇이다. 커뮤니티인 ‘스팀잇’은 콘텐츠를 올리는 사용자들에게 암호화폐 ‘스팀’을 보상하며 양질의 소셜서비스를 꾸려왔다. 그런데 지금 스팀의 가치는 고점 대비 95% 이상 하락했다. 스팀잇은 전체 인력의 70% 이상을 해고하고 말았다. 이런 암호화폐 업계의 자금난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해외에서 ICO를 통해 이더리움으로 자금을 유치했다. 이더리움을 미리 현금화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앞으로 운영조차 어려운 실정이 될 것이다. 이미 그런 단계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의 주요 플레이어인 거래소도 영향권에 들어 있다. 2018년 초 30여개 정도였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급락장 속에서도 약 100여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곳은 절반 이하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거래소 설립에 특별한 기준이 없으니 이를 활용해 투자자들을 모은 뒤 ‘먹튀’하는 위험도 커졌다. 11월에 벌어진 퓨어빗 사건이 대표적이다. 채굴형 거래소를 개설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한 거래소 퓨어빗은 4일간 1만3178개의 이더리움(EHT)을 투자금으로 모은 뒤 사이트와 채팅방을 폐쇄했다. 당시 시세로 약 31억원 규모다. 이런 위험이 커지면서 블록체인 관련 협회들은 거래소 난립을 막기 위한 규제와 제도화, 거래소 통폐합을 정부에 요구하는 중이다. 하락장이 지속되면서 투기의 위험이 사라진 2019년은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들 적기로도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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