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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41호] 2019.01.14

[단독] “떼인 돈 대신 받아주겠다” 불법 채권추심 영업 우리은행의 거짓말

주간조선 보도 이후 불법 채권추심 영업점 증거 폐기·인멸 나선 듯

조동진  기자 

▲ 지난해 12월 서울 노원구의 한 우리은행 영업점에 부착된 불법 채권추심 영업 홍보물. photo 조동진 기자
우리은행(은행장 손태승)이 불특정 다수의 개인과 법인 고객들에게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겠다”며 불법 채권추심 사업을 벌여온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이 금융감독 당국 몰래 채권추심 사업을 벌여온 사실은 지난해 12월 17일 주간조선이 단독 보도한 ‘떼인 돈 착수금 없이 받아드립니다, 우리은행 불법 채권추심 영업’ 기사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그런데 이 보도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측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채권추심 관련 어떠한 일도 한 적이 없다”며 보도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측의 이런 주장은 추가 취재를 통해 거짓으로 재차 확인됐다.
   
   기자는 지난 단독 보도 후 우리은행의 추가 불법 행위를 후속 취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월 4일 우리은행 측은 기자에게 “우리은행은 (서울 회현동) 본점(사)과 영업본부, 또 전국 모든 영업지점 등 어디에서도 채권추심 영업·중개 등을 한 적이 전혀 없다”며 “현재는 물론 과거에도 고객들에게 ‘떼인 돈을 대신 받아준다’며 채권추심 영업을 한 적이 없다”고 다시 주장했다. 또 지난 1월 9일에는 우리은행 홍보실 관계자가 “우리는 (법률상 채권추심 관련 광고·홍보물을) 만들 수 없다”며 “그러니 우리은행은 (본점과 영업점 어디서도) 채권추심(영업)과 관련된 광고·홍보물을 만든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 본점(사)만 이런 것이 아니다. 불법 채권추심 영업과 중개 행위를 실제로 벌여온 일선 영업점 역시 기사가 보도된 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일부 우리은행 영업점 관계자들은 “고객들에게 ‘돈을 대신 받아준다’는 채권추심 영업·중개를 우리은행은 하지 않는다”며 “우리은행 (영업)지점에서 그랬다는 증거가 있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우리은행 관계자 중에는 심지어 “(포털사이트에) 기사가 나온 것으로 아는데 기자가 거짓말을 한 것” 또는 “잘못된 뉴스”라고 둘러대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기사에 불법 채권추심 영업의 증거로 제시된 광고·홍보물 사진에는 ‘우리은행 로고’가 없고, 홍보물 속 문구에 ‘우리은행’이라는 사명(社名)도 없다”며 “사명과 로고가 없는데 우리은행의 채권 추심 광고·홍보물이라고 할 증거가 있느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불법 채권추심 영업 증거 추가 공개
   
   이에 기자는 불법 채권추심 영업을 위해 “‘떼인 돈’ ‘못 받은 돈’을 대신 받아주겠다”는 낯 뜨거운 문구까지 큼지막하게 인쇄해 넣은 우리은행의 광고·홍보물 사진을 추가 공개키로 했다. 이 사진은 불법 채권추심 영업을 위해 우리은행 측이 만들어 영업점에 부착한 광고·홍보물로, 불법 채권추심 영업이 벌어지고 있던 우리은행 현장에서 기자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을 보면 채권추심 영업용 광고·홍보물들은 물론, 우리은행의 ‘적금’과 ‘저축성 보험’ 광고도 함께 등장한다. 또 우리은행 로고와 은행명(名) 역시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 사진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우리은행이 노골적으로 불법 채권추심 영업을 벌여왔고, 이를 위해 광고·홍보물까지 만들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자는 우리은행의 불법 채권추심 영업 후속 취재를 하며, 지난해 12월 불법 행위를 직접 확인했던 서울 노원구와 인근 우리은행 영업점들을 최근 다시 찾았다. 이 우리은행 영업점에서 그동안 우리은행이 벌여온 불법 채권추심 영업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17일 관련 보도가 나간 후 우리은행 측이 불법 광고·홍보물 등을 급하게 폐기한 사실까지 확인했다.
   
   첫 보도 후 채 20일이 지나지 않아 다시 찾은 우리은행 영업점에는 “‘떼인 돈’ ‘못 받은 돈’ 착수금 없이 대신 받아 드립니다”라고 적힌 광고·홍보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우리은행 영업점 관계자에게 “떼인 돈을 우리은행이 대신 받아준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는 그런 업무는 안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에게 “얼마 전까지 ‘(우리은행이) 떼인 돈 대신 받아준다’는 상품이 있지 않았나요”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영업점 안 어딘가를 갔다가 왔다. 그리고는 기자에게 “이제는 안 한다”며 “그 일(떼인 돈 대신 받아주는 일)은 이제 아예 안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에게 “이 (영업)지점 말고 다른 우리은행 지점도 떼인 돈 대신 받아주는 일을 이제는 아예 안 하는 것인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다른 데서요?”라고 되묻고는 잠시 뒤 “다른 곳도… 이제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12월 중하순쯤 정확한 날짜는…. (우리은행 영업점 안에 있던 ‘떼인 돈을 고객 대신 받아주겠다’는) 광고·홍보물을 갑자기 떼어냈다”며 “이유는 잘 모른다”고 했다.
   
   우리은행 영업점 취재에서 확인된 관계자들의 말 중 주목할 사실이 있다. 불법 채권추심 영업 사실을 밝혀낸 보도 내용을 모두 부인한 우리은행 본점(사)의 주장과 달리, 우리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이제는 안 한다”는 말을 통해 그동안 불법 채권추심 영업을 해왔음을 사실상 실토했다는 점이다. 수차례에 걸쳐 ‘불법 채권추심 영업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던 기자에게 해명 대신 “그런 적 없다”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우리은행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재차 드러난 것이다.
   
▲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photo 뉴시스

   전에는 했는데 “이제 안 한다” 직원 실토
   
   실제 우리은행은 자신들의 고객은 물론 거래가 전혀 없는 개인과 법인 등 불특정 다수의 금융소비자들까지 상대로 노골적인 불법 채권추심 영업을 벌여왔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떼인 돈을 (우리은행이) 대신 받아주겠다”거나 “착수금 없이 돈을 받아내겠다”며 불법 흥신소(심부름센터)나 대부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문구까지 적어 넣은 광고·홍보물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했다. 또 영업점 평직원부터 관리자급 직원까지 고객들을 상대로 ‘(성공) 수수료’ 등을 거론하며 채권추심 상담에 나서는 등 조직적인 불법 채권추심 영업을 벌였다.
   
   ‘떼인 돈’이나 ‘못 받은 돈’을 채무자로부터 받아내는 행위를 ‘채권추심’, 이 사업을 ‘채권추심업’이라 한다. 이 채권추심 행위와 채권추심 사업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많은 문제들을 야기해왔다. 특히 교묘하게 벌어져온 채무자 위협과 압박, 채무(빚) 원금을 넘어서는 초고액 이자 갈취, 불법 개인신용정보 조회와 개인정보 탈취, 심지어 채권자에 대해서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상식적 사례금(착수금·수수료 등) 요구 등 각종 불법 행위들이 만연했다.
   
   
   조직적 불법 채권추심 영업과 계속된 거짓말
   
   이로 인해 채무자를 자살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몰기도 했고, 채권자마저 정상적인 채권(빚) 회수를 포기하게 만드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일으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 채권추심 사업은 ‘돈놀이’로 불리는 고금리 사채업 등 대부업과 함께 불법이 판치는 가장 혼탁한 영역으로 인식돼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런 이유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과 관련 세부 내용들을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령’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허가한 업체들만 채권추심업을 포함한 이른바 ‘신용정보사업’을 할 수 있게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서민들의 일상과 경제활동 파탄까지 불러올 수 있을 만큼 한국 사회에 영향력이 큰 시중은행들에는 채권추심과 관련된 사업을 일절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금융위가 채권추심 사업을 허가한 곳은 총 23개 신용정보회사뿐이고, 23개 신용정보회사 중 (우리은행을 포함해) 시중은행은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해줬다. 금융위원회 역시 기자에게 금감원과 똑같은 내용을 여러 번 확인해줬다.
   
   채권추심과 관련해 우리은행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어떤 허가도 받은 적이 없다. 따라서 은행을 찾은 누구에게도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겠다”거나 유사한 내용의 채권추심 영업, 광고·홍보, 중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이런 현행법을 정면으로 무시한 채 영업점을 찾은 사람들을 상대로 불법 채권추심 사업을 벌여왔다.
   
   
   주간조선 보도 이후 증거물 없앤 듯
   
   기자는 지난해 12월 17일 기사를 통해 우리은행이 벌인 불법 채권추심 영업과 광고·홍보 현장을 자세히 소개했다. 우리은행이 어떤 식으로 채권추심 영업을 하는지, “‘떼인 돈’ ‘못 받은 돈’ 착수금 없이 대신 받아드린다”는 문구가 인쇄된 우리은행의 광고·홍보물까지 상세히 밝혔다.
   
   이 내용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당시 우리은행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절대 그런 적 없다’며 취재한 모든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었다. 심지어 “기자가 확인했다는 것들을 알려주면 사실관계를 우리가 확인해보겠다”며 “우리은행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인지 알고 있는 것을 말해달라”고 거꾸로 요구하기도 했다.
   
   해당 내용이 실제로 보도되자 우리은행은 불법 채권추심 영업과 중개 사실에 대한 해명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그 사이 불법 채권추심 관련 증거물 등 자료 숨기기에 바빴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본점의 지시가 있었는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앞서 설명한 대로 불법 채권추심 영업을 해온 영업점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떼인 돈’ ‘못 받은 돈’ 착수금 없이 대신 받아준다”는 문구가 적힌 광고·홍보물들을 일사불란하게 떼어내 폐기했다. 또 불법 채권추심 영업 관련 흔적이 담긴 증거 자료들도 몰래 없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1월 초 후속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우리은행 측은 이번에도 “불법 채권추심 영업은 물론 중개, 광고·홍보를 한 적이 없다”며 관련 사실 모두를 또다시 전면 부인했다. 우리은행 본점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1월 4일 “(시중은행은) 채권추심과 관련된 일(영업·중개, 광고·홍보 등은 법으로)을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그러니 우리은행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본점, 영업본부, 영업지점 어디에서도 채권추심과 관련된 일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불법 채권추심 영업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떼인 돈’ ‘못 받은 돈’ 착수금 없이 대신 받아준다”는 문구가 적힌 광고·홍보물 등 증거까지 기사를 통해 공개했음에도 우리은행 측은 해명 대신 부인으로 일관한 것이다. “기자가 제시했다는 광고·홍보물 사진이 진짜 우리은행 것이라는 증거가 있느냐”는 관계자들까지 있었다.
   
   
   금융위·금감원 “불법”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의 불법 채권추심 영업과 중개 행위를 어떻게 생각할까.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은 고객을 상대로 채권추심 관련해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며 “채권추심 영업·중개는 물론 광고·홍보도 모두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불법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겠다’는 문구를 넣은 광고·홍보물을 만들고, 이것을 고객에게 보여줬다는 건 믿기도 힘들고 이해할 수도 없다”며 “(기자가 말한 내용) 모두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사안”이라고 했다. 불법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관계자 역시 “지금껏 (금감원에서) 이 일을 하며 시중은행이 고객들에게 ‘돈을 대신 받아주겠다’며 채권추심 영업을 한 사례를 한 번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며 “정말인지” 되물었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도 “그랬다면 불법”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되는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금감원이 (불법 행위를) 검사하게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 결과에 따라 제재 등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서도 “그런데 시중은행이 채권추심 영업을 하다가 적발되거나 검사받은 사례가 없어, 사실이라면 어떤 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채권추심 사업 허가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에도 재차 확인했다. 금융위원회 채권추심 관련 담당자 역시 시중은행의 불법 채권추심 영업 행위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첫 마디가 “은행이 채권추심 관련 영업을 하고 업무를 한다고요?”라고 기자에게 되물으며 “그건 불법인데”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 중 채권추심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허가된 곳은 전혀 없다”며 “시중은행이 채권추심 관련된 일을 했다면 ‘무허가 채권추심업’을 한 것”이라고 했다.
   
   
   “무허가 채권추심은 형사고발·수사 대상”
   
   이 관계자는 “(금융위) 허가 없이 (시중은행이) 무허가 채권추심업을 하는 건 ‘신용정보법’ 위반이라 당연히 문제”라며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허가 채권추심업은 형사(刑事) 벌칙 대상으로 필요하면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해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절차상 먼저 은행 감독 의무가 있는 금감원이 감독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하면, 금융위도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 관계자 모두 “지금까지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며 “어떻게 된 일인지…”라는 반응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취재 초부터 계속 말을 바꿔가며 불법 채권추심 영업에 대한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불법적 형태로 암암리에 벌어지는 채권추심 행위와 영업은 금융 질서는 물론 사회 안정마저 깨뜨릴 만큼 많은 문제들을 일으켜왔다. 우리은행은 부인과 거짓말로 일관할 게 아니라 현장 확인과 증거 등을 통해 드러난 불법 채권추심 영업 사실에 대해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금융위와 금감원 등 당국의 철저한 조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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