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photo 각 사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photo 각 사

2월 말 결정되는 몽골 울란바토르 항공노선 운수권 배분을 앞두고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운수권 배분은 크게 아시아나항공 대 저비용항공사(LCC) 구도로 짜였다는 점에서 국내 LCC의 성장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2월 26일 국토교통부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고 김해·인천~울란바토르, 김해~싱가포르 등 3개 노선에 대한 운수권을 배분한다. 평가기준에 따라 높은 점수를 획득한 항공사가 운수권을 배분받는다.

이번에 배분되는 3개 운수권 중 김해~울란바토르 노선의 경우 현재 이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에어부산이 추가 운수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나머지 2개 노선, 김해~싱가포르와 인천~울란바토르 운수권 배분 경쟁에는 국내 대부분의 항공사가 참여해 있다.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이다. 이 노선은 거리로 보면 인천에서 홍콩까지 가는 거리와 비슷하다. 시간도 3시간30분에서 4시간 안팎으로 비슷하게 걸린다.

몽골 관광객 폭증으로 알짜 노선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항공사들 사이에서 수요가 탄탄한 ‘알짜’ 노선으로 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하는 몽골인 관광객은 2014년 6만800여명 수준이었는데 2018년에는 3분기까지만 11만4000명에 육박할 만큼 늘었다. 몽골을 방문하는 한국인 역시 2014년 4만5000여명에서 2018년에는 3분기까지 7만5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몽골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많이 늘었는데, 이는 몽골에서 동남아시아를 가는 관광객이 중간 환승 허브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남아를 찾는 몽골 관광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남아로 이동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노선인 만큼 항공사 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이미 이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대한항공도 추가로 참가하겠다는 서류를 냈고, 정부의 운수권 제재가 진행 중인 진에어 역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대한항공은 추가 배분에서 떨어지더라도 저비용항공사(LCC)가 채우지 못하는 잔여좌석 확보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양국 각 1개 항공사만 운항 가능한 노선으로 유지돼왔다. 이 덕분에 한국에서는 대한항공이, 몽골에서는 미아트항공만이 취항했다. 취항 항공사 숫자 등 국가 간 항공 노선을 둘러싼 각종 이슈는 정부 간 협정 사항이다. 몽골 정부에서 기존 항공사 외에 다른 항공사의 취항을 승인하지 않으면 추가 취항은 불가능하다. 이 덕분에 대한항공은 30년 가까이 독점 체제를 유지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려왔다. 그간 유지된 독점 체제는 지난 1월 한국과 몽골 간 항공회담에서 기존의 1국1항공사 체제를 1국2항공사 체제로 바꾸고, 운항 편수도 주 6회에서 9회로 늘리기로 하면서 깨졌다. 몽골이 입장을 바꾼 것은 오는 7월 신울란바토르 국제공항이 개항하면 비행기 수납 공간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생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30년 독점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FSC(Full Service Carrier)를 대표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좌석 운용의 효율성’을 앞세워 몽골 운수권 배정을 노리고 있다. 주 3회로 운항 횟수가 제한되는 만큼 새로 나온 840여좌석을 충분히 활용하려면 노선에 대형 항공기를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시아나항공은 290석 규모의 대형기 A330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대형기를 소유한 곳은 없다. LCC들은 최대 189석짜리 기종을 보유하고 있어 주 3회 운항해도 태울 수 있는 승객 총량은 567명이기 때문에 300석 가까운 좌석이 빈다.

반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LCC들은 “아시아나가 들어가서 FSC만 두 개가 있는 것보다 LCC가 들어가서 새로운 운임을 내놓고 더 저렴한 여러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여러 분야에서 독과점을 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에 운수권을 배분한다면 소비자 선택권을 다양화할 수 있는 권리를 잃는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항공권 운임이 얼마나 저렴해지냐보다 그간 독점으로 운영되던 노선이 경쟁 노선으로 바뀐다는 것에만 만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 입장에서 가장 관심사는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항공권 가격이 얼마나 낮아질지다. 항공 노선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1사가 독점할 때보다 2개 이상의 회사들이 경쟁하는 구도로 갈 경우 가격이 낮아진다. 이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과 LCC 양측의 입장이 다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국내 LCC는 LCC라고 해도 FSC보다 항공권 가격이 크게 싸지 않다”며 “FSC끼리도 경쟁하면 항공권 가격은 충분히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내선 성수기는 FSC와 비슷한 수준까지 가격이 올라갈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FSC보다는 운임이 훨씬 저렴하다”며 “LCC 비즈니스모델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는 게 핵심이고, FSC에 당연히 포함돼 있는 항목들을 옵션으로 바꾸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할인율이 다양하다. 특가로 나오는 항공권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했던 괌·사이판 노선에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이 잇달아 취항하며 항공권 가격이 낮아진 전례가 있다.

저가항공사들 “소비자 선택권 늘려야”

일각에서는 국내 LCC는 FSC에 비해 항공권 운임이 크게 낮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라이언에어, 피치항공 등 염가의 항공권을 수시로 판매하는 해외의 LCC에 비하면 국내 LCC는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에 맞추다 보니 처음에는 LCC들도 삼각김밥 등 기내식을 제공했는데 이제 기내식도 판매하는 식으로 항공권 모델이 변화하는 중”이라며 “LCC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운임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인데 소비자 인식이 바뀌는 만큼 원래의 LCC에 근접한 모델들이 조금씩 더 나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온 ‘갑질’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막말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고, 아시아나항공은 작년에 기내식 대란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11월 국토부는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신규 운수권을 배분할 때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임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운수권 신규 배분 신청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했다. 몽골 노선 배정을 위한 이번 국토부의 채점 기준에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가 있는데 총점 110점 중 15점을 차지한다. 1~2점 차로 당락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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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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