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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48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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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한국 증시 하노이 쇼크 북한 테마주 동반 폭락

▲ 지난 2월 28일 트럼프·김정은 간 회담이 결렬되자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다. photo 뉴시스
지난 2월 27일과 28일 이틀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하노이에서 약 2700㎞나 떨어진 한국 자본시장, 특히 주식시장을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예정돼 있던 일정조차 채우지 못한 채 판이 깨지자 대북사업을 벌여왔거나 추진이 기대되던 기업들의 주가가 짧은 시간에 폭락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남북철도 연결 수혜주, 금강산 관광 수혜주, 개성공단 수혜주, 북한 인프라 수혜주, 비핵화 수혜주 등 이런저런 이름으로 불리던 각종 북한 테마주들의 주가가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손실 역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12일 이미 싱가포르에서 한 차례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핵무기와 핵시설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과 북한 간 벌인 첫 정상회담이라는 상징성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북한 유화정책들이 맞물리며 북한 리스크 감소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약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간 두 번째 정상회담 역시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었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 폐기·해체에 동의하고 미국은 북한을 옥죄고 있는 각종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데 합의만 하면 북한 테마주들의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개미들을 북한 테마주로 끌어모았다.
   
   
   ‘북·미 합의만 하면’에 몰려든 개미들
   
   실제 개인투자자들의 희망과 기대는 한국 주식시장이 완연한 약세로 돌아선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도 북한 테마주를 뜨겁게 달구었다. 일부 북한 관련 테마주에 대해 ‘묻지마 매수 열풍’이 벌어지며 최근 한두 달 사이 비정상인 주가 폭등 현상까지 벌어졌다.
   
   금강산에서 골프장과 리조트를 운영했던 ‘아난티’가 대표적이다. 아난티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9000원대에 불과했다. 주식거래량 역시 많아야 하루 300만주 정도였고, 적을 때는 70만주밖에 안 됐다. 참고로 아난티가 주식시장에 상장한 주식은 무려 8232만주가 넘는다. 그러니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아난티의 하루 주식거래량은 많아야 총 상장주식 중 4% 남짓, 적으면 채 1%도 안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식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와 북한 투자에 큰 돈을 쓰고 있는 미국 투자가 짐 로저스의 사외이사 선임 호재까지 겹치며 들썩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2차 미·북 회담을 코앞에 둔 지난 2월 18일 7대 종교 관계자들과의 청와대 오찬 중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발언까지 알려지며 개미투자자들을 열광시켰다. 하루 70만~300만주 정도에 불과하던 주식거래량이 순식간에 10배 이상 늘면서 ‘묻지마 북한 테마주 사재기’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주가도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 지난해 12월 10일 1주당 9860원(종가 기준·이하 동일)이던 주가가 12월 21일 2만2400원으로, 불과 9일(거래일 기준) 만에 127.18%나 급등했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 회담 첫날인 지난 2월 27일에는 2만8450원까지 올랐다. 불과 두 달 반 만에 188.54% 폭등한 것이다.
   
   아난티라는 기업만 이런 것이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템, 좋은사람들, 제이에스티나 등 북한 테마주로 불리는 대부분의 기업들 주가와 거래량이 아난티와 쌍둥이처럼 움직였다. 이런 북한 테마주 거래 폭등을 만들어낸 핵심이 ‘대박의 꿈’에 젖어 있던 개인투자자들이었다.
   
   하지만 2차 미·북 회담 결렬은 개인투자자들의 북한 테마주발(發) 대박 열풍을 얼려버렸다. 하노이 회담이 최소한의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한 것은 물론, 예정돼 있던 일정조차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로 막을 내리자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북한 리스크가 순식간에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더구나 이번 북한 리스크의 경우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응이 그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 지난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취재하는 기자들. photo 뉴시스

   급등 뒤 폭락 아난티와 현대엘리베이터
   
   지난해 12월 이후 거래량과 주가가 급등하면서 개미들을 빨아들이던 북한 테마주들은 2월 28일 오후부터 일제히 주가가 급락했고, 이 급락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 아난티부터 보자.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불과 9일 전인 2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발언까지 나오며 순식간에 주가가 3만원 선을 뚫을 것처럼 기세가 거셌지만 2월 28일 오후부터 상황이 반전돼 ‘팔겠다’는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이날 하루 아난티 주식거래량은 1286만주를 넘었고, 회담이 깨진 바로 다음 거래일인 3월 4일 거래량은 1304만주를 넘어섰다. ‘팔겠다’는 매도 주문이 압도하며 거래량이 폭증한 것이다.
   
   매도 주문이 폭증하며 2월 27일 2만8450원으로 급등했던 주가가 하루 뒤인 28일 오후 25.83%나 추락해 2만1100원으로 주저앉았다. 회담이 깨진 다음 거래일인 3월 4일 역시 팔겠다는 주문이 폭증하며 주가는 2만350원으로 다시 추락했다. 회담 결렬 단 2일 만에 주가가 28.47% 이상 추락한 것이다.
   
   북한 테마 대장주로 불리는 현대엘리베이터도 아난티와 비슷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한국 대북사업의 핵심인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의 주력 계열사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관리 사업 등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의 최대주주(지분율 70.16%)라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부각돼왔다. 여기에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대북사업에 직접적인 관심을 드러내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베트남에서 만난 2월 27일 “현대아산을 통한 대북사업 참여”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기까지 했다. 대북사업을 언급한 이날 현대엘리베이터는 자기자본의 3.78%에 이르는 356억6903만원을 현대아산 측에 주고 현대아산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날 현대아산에 현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대북사업 본격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시장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북한 테마주 중 대장주라는 것이 선명해진 셈이다.
   
   이런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도 2월 28일 오후부터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8만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2차 미·북 회담을 앞둔 12월 10만원대로 올랐고, 올해 1월에는 11만원대로 급등했다. 2월 7일에는 12만3000원으로 올라섰고, 문재인 대통령의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발언이 나온 다음 날인 2월 19일에는 12만5500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12월 17일 주당 9만2100원이던 주가가 불과 두 달 만에 36.24%나 껑충 뛴 것이다.
   
   하지만 2차 미·북 회담 첫날인 2월 27일 11만7000원이던 주가는 회담이 깨진 28일 오후 9만5300원으로 미끄러졌고, 다음 거래일인 3월 4일에는 9만200원까지 떨어졌다. 대북사업 참여를 선언한 지 불과 2일 만에 23% 가까이 폭락했다. 3월 6일 주가는 8만6300원으로 더 떨어졌다. 2월 19일과 비교하면 10일(거래일 기준) 만에 주가가 31.24%나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는 중이다.
   
   
▲ 지난해 11월 30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열린 남북철도현지공동조사단 환송식. photo 뉴시스

   “팔겠다” 실망감 확산되는 현대로템
   
   남북철도 사업 테마주로 유명한 현대로템을 보자. 현대로템은 북한 테마주들 중 그나마 안정적 배경을 가진 곳이다.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국가를 상대로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대표적 방위산업체로 평가받는다. 기차 사업과 철도 유지보수 사업으로 최근 4년 매출액만 2조7000억~3조3000억원을 넘는다.
   
   더구나 현대로템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철도 연결과 북한 철도 현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욱 키워왔다. 2018년 11월 30일부터 12월 17일까지 18일간 북한 지역 경의선과 동해선에 대한 남북철도 공동조사가 진행됐고, 이때 한국의 기차 6량이 북한 철도 실태 조사를 위해 북한 땅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북한 철도 테마주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켰다.
   
   하지만 현대로템 역시 2월 28일 ‘팔겠다’는 매도 거래량이 폭증했고 주가도 급락했다. 김정은이 기차를 타고 베트남에 도착한 2월 26일 2만9200원, 회담 첫날인 2월 27일 3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던 주가는 2월 28일 2만5900원으로 추락했고, 다음 거래일인 3월 4일에는 2만4050원으로 더 추락했다. 정상회담 2일 만에 주가가 18.5%나 급락했다. 3월 6일 주가는 정상회담이 시작된 2월 27일과 비교해 21.49%나 추락한 2만3160원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된 김기문씨가 지배하는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도 비슷하다. 제이에스티나는 폐쇄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으로, 2006년 김기문 회장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중소기업들 중 가장 대표적인 대북 경협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5000원대이던 제이에스티나 주가도 2차 미·북 회담 등 북한 이슈가 커지며 지난 1~2월 상승했다. 하지만 회담 시작일인 2월 27일 7460원이던 주가는 회담 결렬 당일인 28일 6260원(-16.1%)으로 떨어졌고 3월 6일에는 6100원으로 내려앉았다. 북한 테마주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 시장 불안요소 북한 테마주
   
   사실 이들 기업 주가만이 아니다. 조비, 아시아종묘, 선도전기, 광명전기, 대동스틸, 오르비텍, 신원 등 북한 테마주로 불리는 기업들의 주가 대부분이 약속을 한 듯 비슷한 그래프를 보였다.
   
   수많은 북한 테마주들이 순식간에 동반 폭락하면서 가뜩이나 힘든 한국 시장 냉각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북한 테마주들은 앞으로도 남북 관계, 북·미 관계,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상황 변화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때마다 한국 시장 전체가 출렁일 전망이다. 북한 테마주들이 한국 주식시장의 안정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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