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실업급여 상담 창구. ⓒphoto 뉴시스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실업급여 상담 창구. ⓒphoto 뉴시스

지금 한국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리 경제의 지난 1월 경기순환시계통계에 따르면 주요 지표 10개 중 8개가 하강국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광공업생산지수, 설비투자지수, 건설기성액, 수출액, 수입액, 취업자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8개 지표가 ‘하강’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만 다소 증가하였는데 이들 또한 ‘하강’과 ‘회복’ 국면의 중간에 위치하여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은 힘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 경제의 허리라고 볼 수 있는 수출 관련 통계도 매우 부정적이다. 수출은 ‘반도체’와 ‘중국’이라는 화두가 큰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석 달 연속 감소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3월에도 수출이 감소세로 출발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3월 1일에서 10일까지의 수출액이 11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9.1%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하여 산출한 일평균 수출액은 18.3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5.6% 감소했다.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 수출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 5.2%, 가전제품은 7.4%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는 29.7%, 석유제품은 39%, 선박은 9.7%, 무선통신기기는 4.1%가 감소했다. 반도체와 석유제품의 감소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대중국 수출품이 23.9% 감소했고 대미 수출도 17%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가계소득도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 2인 이상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5등분하여 1분위는 가장 소득이 낮고 5분위는 가장 소득이 높은 쪽으로 분류한 경우, 2018년 4분기에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대비 17.7% 감소한 반면 5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대비 10.4% 증가하였다. 그냥 보아도 소득분배 자체가 나빠진 셈이다. 이를 좀 더 정교하게 확인할 수 있는 통계가 균등화처분가능소득이다. 이는 가계소득 중 세금이나 공적연금 등 의무지출액수를 빼서 처분가능소득을 계산한 후 이를 가계구성원 숫자의 제곱근으로 나눈 액수이다. OECD에서 사용하는 통계로서 실질구매력을 잘 나타내는 소득으로 인정되는데 이 소득의 5분위 배율, 즉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배율이 5.47배로서 4분기 기준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5만명 줄어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일자리 증가폭은 26.3만명으로서 1월의 증가폭 1.9만명에 비해 상당 부분 증가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복잡하다. 일자리가 증가한 분야를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3.7만명, 농림어업에서 11.7만명이 증가했다. 일자리가 감소한 분야는 제조업 15.1만명, 도소매업 6만명, 금융 및 보험업이 3.8만명이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5만명이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만든 단기일자리들이 통계에 포함되면서 일단 참사는 면했지만 이들 단기일자리의 기간이 종료되면 상황은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작년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숫자가 증가한 통계를 거론하면서 최저임금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이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5만명이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부채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복잡하다. 자영업자 550만명이 대략 600조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어서 1인당 평균 1억원 정도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5만명이라고 할 때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약 5조원인 셈이다. 부채를 못 갚고 폐업을 한 자영업자도 상당 부분 있다고 할 때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많이 늘어날 거라는 해석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여의도의 한 식당가에서 10년 이상 영업을 한 식당이 문을 닫은 것을 보면서 ‘아이고 이런’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통계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 통계는 2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작성되어 1인 가구를 배제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약 561만 정도이므로 이들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농림어업 종사자가 전년 동월대비 11.7만명 증가하였다는 것도 특이하다. 전체 일자리 증가분의 반 정도가 농림어업인 셈이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경남지역에서 농림어업 종사자가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이는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직한 근로자들이 귀농이나 귀어를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귀농이나 귀어가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제조업의 좋은 일자리를 잃은 결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들 중 상당수가 취업자라기보다는 실업자에 가깝다. 잠재적 실업이 증가한 셈이지만 통계상으로는 일자리 증가로 기록이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농업 분야의 소득이 일반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쪽으로의 인력이동이 일어난 셈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제조업 일자리 대신 농림어업 종사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그런가 하면 대외 경제 상황도 심상치 않다. 미국의 2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증가분이 2만개를 기록하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셧다운의 부정적 영향으로서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있기는 하지만 미국 경제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6%로 1990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의 2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0.7% 감소한 1352억달러 수준이었고 수입은 5.2% 감소한 1311억달러 수준이었다. 수출과 무역흑자 규모가 동시에 줄어들고 있어서 올해 예측치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특히 부실채무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리스크 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관련 업황도 매우 나빠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문제는 부동산이 대부분 가계부채에 대한 담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담보 가치의 하락을 의미하므로 만일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경우 은행들이 담보가치 하락을 이유로 대출 상환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충격이 경제에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상황이 이런데 최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경제 관련 주요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서면보고로, 그것도 뒤늦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북한 문제에 올인하느라 민생 문제, 경제 문제가 뒤로 간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론 이유는 있겠지만 영 찜찜하다. 장관들이 나서도 부처 간 현안을 조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경제 관련 여러 가지 현안을 보고받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해법을 제시하고 모색하는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8월에는 민생, 공정사회 등 각 부처 장관이 주제별로 합동 보고를 했고 작년에는 연초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부처 업무보고를 주재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면보고를 기피했다 해서 많은 질타를 받은 적이 있었던 점을 상기하면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집사인가, 정부의 집사인가

차제에 경제 운용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유턴이 필요한 분야는 탈원전 정책이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이 이제 가계부문까지 힘들게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또한 석탄발전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올해 서울대 대학원 원자핵공학과 석사과정 신입생이 아무도 없다는 소식을 들으며 불안감이 앞선다. 인적자원에 문제가 생기면 원전 생태계는 금방 무너진다. 오랜 기간 쌓아올린 노하우와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유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정책의 유턴도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론이 문제 있는 실험으로 종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자제되어야 한다. 자영업자의 대거 폐업은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 힘들다고 할 때 폐업을 최대한 늦추면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자영업 분야에 대한 최저임금의 탄력적 적용 등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 급여를 조금 덜 받더라도 아예 못 받는 것보다는 낫다. 고용기회의 창출과 일자리 숫자의 유지 내지 증가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본질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 내에서 다양한 역량의 결집이 필요하다. 특히 이 정부 들어서 대기업 기피현상이 심각해진 부분은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 기업부문의 역량 결집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투자 위험을 줄여주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민관 협력을 통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활성화시켜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만능주의적 접근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단적인 사례가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정책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민간 자율 규범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를 적극 추진하면서 600조원이 넘는 규모를 가진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깊숙하게 개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기업이 정부 눈치 보느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그로 인한 손실은 모든 경제주체들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연금은 독립성이 부족하다. 스튜어드는 집사라는 뜻이다. ‘국민의 집사’이어야 할 국민연금이 ‘정부의 집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정책의 유턴과 역량결집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절실하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실행되지 않으면 이 정부가 경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이 회자될 수도 있다. 경제에는 왕도가 없다. 명분과 형평성만이 아닌 실리와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질러 가려 하지 말고 하나하나 제대로 밟고 가야 한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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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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