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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9호]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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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브레이크 걸린 360억 대북사업 현대그룹 어쩌나

▲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대하는 문구가 부착된 현대아산 본사 모습. photo 뉴시스
재개 가능성을 키워오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에 또다시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2월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벌어졌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이 예정된 일정조차 채우지 못한 채 결렬된 것이 결정타가 됐다. 더구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과 평양 산음동 연구단지 미사일 관련 시설 복구에 나서며 미국과 UN 등 국제사회를 자극하고 있다. 또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여전히 가동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UN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통해 나오며 국제사회가 공조하고 있는 대북제재 기조마저 다시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2월 28일 이후 북한을 둘러싸고 급박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 각종 대북사업 재개를 위해 속도를 내던 현대그룹의 움직임에 급제동을 걸고 있다.
   
   
   기대 키운 문재인·김정은 금강산 발언
   
   올해 초부터 ‘금강산 관광 등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조만간 재개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가능성이 곳곳에서 엿보였던 게 사실이다.
   
   먼저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발언 한 달 뒤인 지난 2월 8일과 9일, 이번에는 현대아산이 배국환 사장 등 22명의 임직원을 금강산으로 보냈다.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현대아산이 이틀에 걸쳐 금강산 현지에서 창립 20주년 행사를 직접 연 것이다.
   
   현대아산이 사장을 포함해 대규모 인력을 금강산 현지에 보내 이틀 동안 창립기념 행사를 열자, 10년 동안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를 위해 현대그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아산은 북한 측 관계자들까지 참석한 창립 20주년 기념식과 기념만찬 행사를 개최한 것은 물론이고, 금강산 지역 각종 관광시설들까지 점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아산 배국환 사장은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가) 달려 있다”면서도 “우리 모두 기대가 크다”는 말로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 의지를 내비쳤다.
   
   현대아산의 금강산 행보 10일 뒤인 지난 2월 18일, 급기야 청와대에서까지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발언이 나왔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7대 종교 관계자들과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이라며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 하노이 회담 불과 9일 전 청와대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금강산 관광 재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첫날인 2월 27일만 해도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 미국과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10년간 막혀 있던 금강산과 개성 관광, 개성공단의 재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 하노이 회담 첫째 날인 2월 27일, 현대그룹 최대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아산을 통한 대북사업 참여’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며 북한 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대북사업을 직접 언급한 이날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아산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방법으로 자기자본의 3.78%에 이르는 356억6903만원의 현금을 현대아산에 건네기로 한 것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재개에 필요한 실탄을 공급한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356억6903만원에 이르는 거액을 대북사업 자금으로 현대아산에 건넸다는 것은 현대그룹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된 계획을 만들어놓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 지난 2월 9일 배국환 사장 등 현대아산 임직원들이 금강산에서 창립 기념행사를 열었다. photo 뉴시스·현대아산

   지난해 12월 대북사업 재개 계획 구체화
   
   이는 현대그룹, 특히 현대아산의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있다. 사실 현대그룹은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1차 미·북 정상회담 때까지만 해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정도에 그쳤었다. 당시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자에게 “대북사업 재개와 관련해 구체화된 계획을 세우거나, 그룹 차원의 구체적 행보를 하기는 이르다”며 “남북관계, 또 미국과 UN의 대북제재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중 남북, 미·북 간 분위기가 가장 좋은 것도 사실”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는 않았다.
   
   이런 기대감이 2018년 말부터 구체적인 대북사업 사업 재개 움직임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과 개성지역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계획을 만들고, 이에 맞춘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핵심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현대아산의 자금확보였다. 이를 위해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중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자금확보안을 구체화했다. 그리고 12월 28일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때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쓸 자금의 규모와 사용시기, 사용처’까지 구체적으로 확정했다.
   
   기자가 ‘현대아산이 유상증자로 마련한 현금을 대북사업에 어떻게 투입하겠다는 것인지’를 확인해봤다. 현대아산은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다. 이 500억원의 용도는 두 가지로 하나는 ‘운영자금’이고 또 하나는 ‘시설자금’이다. 면세상품 구매대금과 건설부문 외주비, 사무실 임차료와 관리비로 사용할 예정인 15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은 사실 대북사업과 크게 관련성이 없다.
   
   문제는 시설자금이다. 총 500억원 중 무려 350억원을 시설자금으로 쓰겠다는 게 현대아산의 계획이다. 그런데 이 350억원 전액이 사실은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에 쓰일 돈이다. ‘시설자금’으로 표현됐지만 ‘대북사업을 위한 자금’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현대아산은 350억원의 시설자금을 세 단계로 우선순위를 나누어 사용계획을 만들었다. 먼저 금강산과 개성 지역 관광시설과 호텔, 사업자 숙소, 사무실과 출입시설 보수·교체에 총 170억원을 배정했다.(금강산 160억원, 개성 10억원)
   
   두 번째로 금강산과 개성 관광 사업을 위한 안전관리시스템 구축과 차량 구입, 통신 및 전산장비 등의 구입에 170억원을 쓴다는 계획이다. 즉 금강산과 개성의 관광시설 보수와 교체, 차량과 통신장비 구입에 총 340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 자금은 2019년 7월부터 투입해 12월까지 완료한다는 게 현대아산의 계획이었다.
   
   마지막으로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을 위한 기본계획 등 조사설계비로 2019년 10월부터 10억원을 배정해 놓았다.
   
   이렇게 시설자금으로 조성한 총 350억원을 대북사업 재개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의 계획이다. 그런데 사실 35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자금을 대북사업에 쓰는 건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당장 미국과 UN의 대북 경제·금융제재로 인해 북한으로의 자금이동이 불가능하다. 돈만이 아니다. 현대아산 측이 밝힌 것처럼 차량과 통신·전산장비를 구입해 금강산과 개성 등 북한 지역으로 반입하겠다는 계획 역시 사실은 아예 불가능하다.
   
   
▲ 지난해 11월 18일 북한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20년 행사에서 건배사를 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photo 뉴시스·현대그룹

   현대 아산 유상증자로 대북사업 자금 마련
   
   현대그룹과 현대아산 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쩐 일인지 이 계획을 2018년 12월 28일 확정했다. 현대아산 측에 이에 대해 물었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미국과 UN의) 대북제재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금, 차량, 통신·전산장비의 북한 반입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계획은 2019년에는 (현실적 제약에 앞서) 대북사업과 관련해 뭔가가 가시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대북사업 준비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현대아산 측은 이 돈의 사용시기와 사용처에 대해 ‘대북사업 재개 여부 및 내부 의사결정에 따라 사용시기가 조정될 수 있고, 사용시기 내에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는 단서를 붙여놓기는 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재개 기대감은 트럼프와 김정은 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첫날인 2월 27일 최고조에 달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날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아산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방법으로 356억6903만원이 넘는 현금을 현대아산에 준다는 내용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의 의결 시점상, 다분히 트럼프와 김정은 간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과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금융제재 완화 혹은 해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28일 상황이 돌변했다. 예정된 일정도 못 채운 채 미·북 정상회담이 깨졌고,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재개 계획 역시 급제동이 걸려버렸다. 당장 현대아산의 기존 주주들이 대북사업 자금 마련 성격이 큰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목표했던 500억원을 채우지 못하고 414억원의 자금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 414억원도 현재로선 대북사업 재개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더욱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빠르게 얼어붙으며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의 골치를 더욱 아프게 만드는 상황이다.
   
   
   계획과 다른 현실 ‘돈·장비 北 반입 금지’
   
   현대아산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은) 대북사업이 가시화돼 사용처가 분명해지면 계획한 시기에 용도대로 쓰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대북사업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정기예금 등) 금융상품에 예치해 두고 (사용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다음 날인 지난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냉랭함을 넘어 단호한 상태다. 지난 3월 7일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에 대해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짧고 단호하게 “아니다(No)”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이건 한국 정부도 아니고 북한과 미국 간 벌어진 일이라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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