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쇼핑을 한다. 자주 사는 물건은 애견용품이나 강아지용 수제간식인데 판매자와 직접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더 믿음이 간다.”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29)씨는 요즈음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쇼핑을 즐기다 보니 ‘팔로(구독)’하던 계정 운영자가 인기를 얻으면서 쇼핑몰 업체 사장이 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씨는 “작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춈미’라는 분의 게시물을 보기 시작했다. 나이대나 결혼 시기가 비슷하다 보니까 관심이 갔다”면서 “이제 그분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과정을 인스타를 통해 다 보여준다. 같이 운영하고 키우는 느낌이라 (그 쇼핑몰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한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는 간편결제서비스의 확산과 함께 모바일 쇼핑 거래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지난 4월 3일 발표한 ‘2월 온라인 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모바일 쇼핑 거래 비중은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의 64.4%를 차지해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2월 기준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6조1817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26%(1조2774억원)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역시 9조5966억원을 기록해 10조원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블리 곰팡이 호박즙’ 사태가 분화구

수많은 소셜미디어 가운데 이미지와 사진에 특화된 인스타그램은 인플루언서(influencer·소셜미디어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이다. 시각적 효과가 크고 이용이 간편해서다. 수십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인쇼(인스타그램 쇼핑)’ 시장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인플루언서들이 관여한 사업체를 둘러싸고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3일 가시화된 일명 ‘임블리 곰팡이 호박즙’ 사태가 분화구가 됐다. 이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쇼핑몰 임블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호박즙 제품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글이 올라왔고 빠른 속도로 퍼졌다.

임블리는 4월 4일 호박즙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환불을 약속했지만 곧 임블리 쇼핑몰의 다른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4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블리 호박즙’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청하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이후 임블리 제품의 가격 논란에 이어 탈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임블리는 현재 인스타그램에 82만여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인 임지현씨가 자신의 ‘애칭’을 내걸고 2013년 론칭한 의류 브랜드다. 임블리 쇼핑몰은 ‘부건에프엔씨’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데, 임지현씨는 부건에프엔씨의 상무이기도 하다. 임씨는 남편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와 함께 임블리 외에 여성 의류 브랜드 ‘탐나나’,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등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지난해 부건에프엔씨의 매출은 170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임블리’는 그동안 인스타그램에서의 활발한 소통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임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연애 이야기는 물론 결혼, 임신, 출산 과정까지 상세히 보여주며 구독자들과 친밀감을 쌓았다. 임 상무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레 임블리 쇼핑몰도 황금기를 누리게 됐다.

하지만 ‘호박즙 사태’ 이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 규모에 비해 미숙한 소비자 대응으로 비판을 샀다.

임블리는 자사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된 이후 처음엔 운영 중인 소셜미디어 계정의 댓글창을 막아버리고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의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전량 환불 방침을 알렸지만 이미 문제는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다.

임블리 외에도 최근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인플루언서 마켓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16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치유’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치유의 옷장’이라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자체 제작으로 홍보해온 쇼핑몰의 제품들이 유명 브랜드의 카피 제품이라는 점, 자사 브랜드로 연예인 협찬을 해온 양 거짓 광고를 한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소비자의 공분을 샀다.

인플루언서가 뭐길래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인플루언서는 여전히 유효한 ‘마케팅 키워드’ 중 하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문가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책을 쓴 저자 테드 라이트는 인간의 모든 구매결정 뒤에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입소문 마케팅의 선구자 에드 켈러(Ed Keller)가 2003년 발표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인플루언서의 강력한 영향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물은 미국인 10명 중 1명이 다른 9명의 구매결정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저자 테드 라이트에 따르면 인플루언서의 주요 특징은 열정을 갖고 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또 자신이 직접 경험을 하면서 습득한 정보를 타인과 나누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인플루언서는 친밀하고 돈독한 관계를 쌓기 위해 이야기를 한다. 인플루언서의 모든 행동은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다”며 “그들은 자신의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플루언서가 지닌 강력한 사교술이 마케팅과 결합하면 기업에는 큰 힘이 된다. 이 때문에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기업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광고하는 제품들은 마케팅 플랫폼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데,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인 ‘파인앳플’ 홈페이지에 따르면 ‘파인앳플’을 통해 광고주 업체와 협업하는 인플루언서의 수는 2만7000명을 넘어선다. 이들 인플루언서의 팔로어 수는 2억8600만명이 넘는다. ‘잇플루언서’라는 마케팅 업체 역시 1만3000여명의 인플루언서와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팔로어 수만 3억3687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성장통도 뒤따르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쇼핑이 증가함에 따라 그에 따른 피해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빈도가 높은 인스타그램 쇼핑 관련 피해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지난 4월 1일 발표한 전자상거래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쇼핑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90.3%(3610명)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55.7%(2009명)가 소셜미디어를 통한 쇼핑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쇼핑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매체는 인스타그램(35.9%)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인스타그램 쇼핑 관련 피해는 총 144건, 피해금액은 약 2700만원에 달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인스타그램 쇼핑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계약취소·반품·환급’ 관련 피해가 113건(78.5%)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입금 또는 배송 후 연락이 두절되거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폐쇄해버리는 ‘운영중단·폐쇄·연락불가’ 관련 피해가 13건(9%), ‘제품 불량 및 하자’ 관련 피해가 7건(4.8%)으로 조사됐다.

피해가 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판매자에 대한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제품 효과와 관련된 과대광고 문제가 빈번한데도 이에 대한 규제는 미비한 상황이다. 국회는 지난해부터 관련법 개정을 통해 소셜미디어 마켓 규제에 나섰지만 아직 구체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9월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중앙행정기관 장이 소셜미디어 마켓 등 통신판매 업체의 위법성을 인정해 공정위에 임시중지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소관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4월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인플루언서들이 개설한 쇼핑몰에 대한 제재안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관할부처 또는 지자체에 신고·등록·허가·인가 등을 전제로 하는 제품을 판매할 때에는 해당 신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 임블리 사태에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모든 문제가 집약돼 있기도 하다. 그동안 대다수 소셜미디어 마켓 피해자들은 보상 절차가 번거롭고 복잡해 피해를 입어도 눈을 감고 넘겨버렸지만 이번은 달랐다. 바로 ‘팔이피플(소셜미디어 마켓 판매자를 부르는 속어)’에 대항하는 속칭 ‘까계정’들의 활동 덕분이다.

‘까계정’은 인스타그램 마켓이 커지면서 생겨난 새로운 문화 중 하나로, 소비자들은 이곳에 모여 의혹을 제기하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임블리’나 ‘치유의옷장’과 같은 쇼핑몰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수많은 까계정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팔이피플 대 까계정의 대결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이제는 호감만 앞세워서는 소셜미디어 마켓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살아남긴 어렵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 마켓 피해 구제는 어떻게?

구매 전 사업자 정보 공개 여부 확인해야

개인의 소셜미디어 계정 등 인터넷을 활용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에 해당한다. 소셜미디어에 마켓을 열고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통신판매업자’가 되는 셈이다. 통신판매업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소규모 1인마켓을 운영하는 경우 ‘개인 간 거래’를 이유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최근 6개월 동안 통신판매 거래횟수가 20회 미만이거나 같은 기간 동안 거래 규모가 1200만원 미만인 경우에만 신고의무가 면제된다.

소셜미디어 마켓의 판매자 신원을 알 수 없으면 당연히 피해를 구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소셜미디어 마켓을 통한 쇼핑을 할 때에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반드시 사업자등록번호, 통신판매업신고번호 등의 사업자 정보가 공개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임블리의 호박즙 사태’와 같이 소셜미디어 마켓 쇼핑 시 피해를 본 소비자가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나 댓글로 문제를 제기해도 판매자가 DM에 응답하지 않거나 댓글을 삭제해버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구매자는 원칙적으로는 물건을 수령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판매자에게 청약을 철회하고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단 판매자가 사전에 ‘환불이나 반품 불가’에 대한 동의를 구매자로부터 미리 받고 판매를 한 경우는 환불이 어려울 수 있다.

또 판매자가 분쟁이나 불만처리에 대한 인력 또는 설비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당 기간 동안 책임을 회피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 임시중지명령, 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 마켓의 허위·과장광고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구매자는 제품을 수령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 허위성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하고 환불요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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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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