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서울 강남구 세택전시장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 채용게시판 앞. ⓒphoto 뉴시스
2017년 11월 서울 강남구 세택전시장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 채용게시판 앞. ⓒphoto 뉴시스

현재 한국 경제 최대 화두는 단연 ‘일자리’다. 청와대와 정부가 일자리 확충과 양질의 고용을 부르짖고 있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고용참사로 불릴 만큼 고용시장이 위축되며 공무원 등 공적 부문의 일자리만 비대해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실제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들의 고용 상황은 어떨까. 기자는 2018년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실제 고용한 취업자, 즉 ‘직원 수’ 현황을 확인해 봤다. 이를 위해 구인·구직 연결기업인 ‘사람인’의 자료, 또 매출 상위 주요 기업들이 직접 작성한 직원 현황 자료들을 근거로 매출액 기준 상위 100개 기업 중 직원 수 상위 20개 기업을 추출했다. 은행과 보험사·증권사 등 금융사는 제외했다.

10만3011명 삼성전자 1위

2018년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한 곳이 고용한 직원 수가 무려 10만3011명이었다. 1년 전인 2017년보다 3200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2위는 현대자동차로 지난해 직원 수가 6만9402명이었다. 1위 삼성전자와 2위 현대자동차의 직원 수 격차가 3만3609명에 이르는 점이 눈에 띈다.

최근 몇 년 초호황 상태이던 반도체 사업, 또 2000년대 중반 이후 삼성전자의 덩치를 빠르게 키워준 휴대전화 사업의 성공이 삼성전자의 고용을 확대시킨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3위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경쟁자로 불렸던 LG전자다. 지난 한 해 LG전자가 고용한 전체 직원 수는 3만7698명이었다. 2017년과 비교해 40명 정도 증가에 그쳤다. 4위는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다. 2018년 직원 수는 3만5921명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의 큰형 격인 현대차보다 작은집 기아차의 직원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2017년과 비교해 현대차는 직원 수가 약 800명 증가했는데, 기아차는 1200명 넘게 증가했다.

5위는 LG디스플레이로 3만438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2017년에 비해 직원 수가 급감했다. 2017년 3만3300여명에 이르는 직원을 고용했었지만, 불과 1년 만에 2900명 가까운 직원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2018년 LG디스플레이는 상당히 고전했다. 2017년 27조7900억원에 육박했던 매출이 2018년 24조3300억원대로 급감했다. 2017년 2조5000억원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도 2018년에는 930억원이 안 됐다. 심지어 2017년 1조9400억원 가까이 됐던 당기순이익이 2018년에는 1790억원 적자로 추락했다. 1년 만에 내려앉아버린 실적이 결국 직원 수 감소 등 고용 상황 악화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 수 6위는 2만5972명의 직원을 고용한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의 직원 수 역시 반도체 시장 초호황과 맞물리며 급증했다. 2017년 30조1000억원 정도이던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이 2018년 10조원 이상 불어나며 40조4400억원을 넘었다. 13조7000억원대이던 영업이익 역시 1년 만에 20조8400억원을 훨씬 상회했고, 당기순이익도 1년 전보다 5조원 가까이 늘었다. 반도체 시장 초호황이 인력 확대의 여력을 키워준 셈이다. SK하이닉스의 직원 수는 2017년과 비교해 2500명 이상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롯데쇼핑 고용 추락

7위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이다. 2018년 직원 수가 2만5083명으로 확인됐는데, 이것은 2017년에 비해 900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롯데쇼핑의 2018년 상황도 좋지 못했다. 당장 영업이익이 2017년보다 2000억원 이상 급감했고, 4650억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적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이 70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8년 2월 구속돼, 10월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나기도 했다.

8위는 KT로, 지난해 직원 수가 2만3835명이었다. 9위는 한국전력으로 2017년보다 약 400명 늘어난 2만2595명이었다. 10위는 말 많고 탈 많은 대한항공이었다. 2017년보다 400여명 많은 1만8770명의 직원이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양호 회장 사망, 사모펀드 KCGI와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씨 등 오너일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지주사 한진칼 지분 경쟁 등 올해 대한항공을 둘러싼 상황이 상당히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이 향후 대한항공의 고용 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

제조업이 아직 고용시장 강자

11위는 LG그룹 최대 계열사인 LG화학이다. 지난해 1만8431명의 직원이 일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와 달리 LG화학의 직원 수는 2017년보다 약 1590명 증가했다. 2018년 직원 수 12위는 1만7150명의 포스코였고 뒤를 이어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사업자로 정해진 현대중공업이 13위였다. 지난해 직원 수가 1만4785명이었는데, 이것은 2017년과 비교해 1700명 이상 줄어든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52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에, 4500억원이 훨씬 넘는 당기순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급격히 추락했다. 조선업 불황과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능력 부재가 채용 축소와 대규모 인력감축, 사업장 철수 등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어 1만2677명의 직원이 근무한 삼성SDS가 14위, 1만2301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된 한국수력원자력이 15위를 차지했고, 작년 수익이 급성장한 삼성전기가 16위를 차지했다. IT·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을 맞으며 부품·소재 기업인 삼성전기의 작년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2017년 4%대이던 영업이익률이 12%대로 급등하면서 2017년 1700억원대이던 당기순이익이 불과 1년 만에 6800억원을 넘어설 만큼 수익성이 좋아졌다. 이렇게 개선된 수익성 덕분인지 2018년 삼성전기 직원 수는 2017년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1만1721명이었다.

17위는 1만1563명의 직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현대제철이고, 18위는 1만628명의 LG유플러스, 19위는 1만390명의 삼성SDI였다. 편의점 GS25로 유명한 GS리테일은 1만207명으로 20위를 차지했다.

2018년 주요 기업들의 직원 수 현황을 분석하면 몇몇 특징이 확인된다. 우선 전자·전기,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이 건설·통신·유통·서비스·엔터테인먼트·보건의료 등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 비해 직원 수가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기자가 파악한 직원 수 상위 20곳의 기업 중 롯데쇼핑과 KT, 한전 등 6곳을 제외한 14곳이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 반도체와 전자·전기 소재 기업들의 직원 수가 최근 빠르게 늘어난 것도 알 수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롯데쇼핑 등 조선과 유통 기업들은 불황과 치열한 경쟁 확대,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직원 수가 빠르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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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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