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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57호] 2019.05.13

정부 통계와 체감물가는 왜 ‘딴 세상’일까

▲ 5월부터 소줏값이 인상되면서 서울시내 한 편의점 직원이 소주 가격표를 바꾸고 있다. photo 주완중 조선일보 기자
5월 들어 서민 물가가 심상찮다.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5월부터 소주 ‘참이슬’의 공장출고가격을 6.45% 인상하면서 편의점에서 유통되는 소주 소매가격이 8% 이상 인상됐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참이슬 후레쉬 오리지널 360mL 병 제품 가격은 기존 1660원에서 1800원으로 140원(8.4%) 올랐다. 통상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후속 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마트도 조만간 소주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앞서 맥주 가격도 올랐다. 지난 4월에는 맥주 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다. 간판 제품인 ‘카스’ 병맥주 500mL의 출고가는 기존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4.9%) 올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택시요금도 비싸지는 추세다. 경기도는 5월 4일부터 현재 중형택시 기준으로 3000원인 기본요금을 3800원으로 800원 올린다고 밝혔다. 현행 요금 요율 대비 20.05% 인상이다. 앞서 서울택시도 올해부터 기본요금이 20%가량 올랐다.
   
   하지만 정부가 집계하는 국가통계의 물가 추세는 정반대다. 지난 5월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로 지난해 4월에 비해 0.6%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는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에 비해 0.5% 상승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5년 이후 최저치다. 물가는 완만하게 상승하는 추세가 자연스럽기 때문에 주요국은 물가정책 목표를 2% 초반대로 잡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1.6%였던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0.8%, 2월 0.5%, 3월 0.4%, 4월 0.6%로 급격히 낮아졌다.
   
   

   CPI는 역대급으로 낮은데
   
   소줏값, 맥줏값, 택시요금 등 서민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면서 민생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의 통계는 ‘딴 세상’인 셈이다. 정부의 공식 물가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는 최근 네 달째 상승률이 0%대에 머무르면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우려조차 나오고 있다. CPI와 체감물가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정부가 물가를 파악하는 데 이용하기 위해 수집하는 핵심 지표는 통계청이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CPI다. CPI는 상품과 서비스를 품목별로 묶어 가격을 조사한 뒤 가중평균해 만드는 지수다. 가계수지, 국민소득계정 등 다른 경제지표를 측정할 때 기준이 된다.
   
   물가에 대한 체감은 지역·연령·소득·가구 형태에 따라 다르고 주관적이다. 그래서 통계청은 생활에 밀접한 460개 품목(2015년 기준)을 정해두고 가격변동을 측정해 매달 발표한다. 현행 460개는 2015년 정해졌고, 2020년에 다시 새로운 품목들이 정해질 예정이다. 소비자 생활에 얼마나 밀접한지,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품목별 가중치가 다르다. 가령 2017년 기준 쌀의 가중치는 4.0이고(전체 1000), 맥주는 2.4, 전셋값은 48.9, 월셋값은 44.4이다.
   
   CPI는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소비자물가는 대표품목(2015년 기준 460개)의 가격변동을 가중평균해 산출되지만, 체감물가는 개별 가구별로 구입하는 특정품목의 가격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중고생 자녀를 둔 가구는 교육비 지출품목의 가격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식이다. 이외에도 체감물가는 구입빈도, 비교시점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전문가들은 체감물가에는 ‘손실회피편향’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손실회피편향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심리를 말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소비자는 가격 하락보다 가격 상승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가격 상승과 하락을 동일하게 반영하지만, 체감물가는 가격 하락보다 상승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동일한 가중치를 가진 참외(1.1)가 5% 상승하고, 복숭아(1.1)가 5% 하락할 경우 소비자물가에는 영향이 없으나 실제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전화통화에서 “가격 상승 품목에 높은 가중치를 적용할 경우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CPI와 체감물가의 괴리는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통계청은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등의 보조지표를 수집·공표한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체 460개 품목 중 체감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구입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을 별도로 집계한 것이고, 신선식품지수는 460개 품목 중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생선류, 채소류, 과실류 50개 품목을 별도로 집계한 지수를 말한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생활물가지수도 지난해 4월에 비해 0.4%밖에 오르지 않았다. 다만 식품으로 한정하면 1.5%가 올라 다른 항목에 비해서는 높았다.
   
   
   체감물가는 높다고 아우성
   
최근의 전반적 저물가 현상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유가(油價) 하락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유가는 석유화학 제품 등 제조업 전반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전화통화에서 “최근에는 유가가 낮고 복지 지출이 많은데 유가가 낮아서인지 사회적 서비스 부문의 가격은 내려가는 추세”라며 “서민 물가와는 더 괴리가 있는 시기”라고 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이면 어느 정도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7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줄면서 휘발유는 리터당 65원, 경유는 리터당 46원이 올랐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4월 물가 동향을 발표하면서 “환율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도 유류세가 환원되면 (물가상승률이) 0.1〜0.15%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OPEC이 석유 생산을 줄이고 이란·리비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제유가도 차츰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CPI 품목을 정한 지 4년이 되는 해라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와의 간극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CPI를 집계하는 품목과 가중치를 5년마다 갱신하는데, 현행 460개 품목은 2015년에 확정된 품목이다. 이전 2010년에는 481개 품목이 CPI를 측정할 때 사용됐다. 통계청은 CPI를 5년 주기로 정기 개편해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과 품목별 소비지출액 변화 등을 지수에 반영한다. 실제로 한국은행도 “CPI가 작성 기준 연도에서 멀어질수록 소비지출 구조 변화로 인해 체감물가와의 차이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품목별 가중치는 2~3년 주기로 개편한다.
   
   하지만 물가지수도 일종의 통계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준을 바꾸는 등 작성에 개입해서는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물가가 급등하자 400여개의 소비자물가 구성품목 중 배추·돼지고기·설탕 등 52개를 추려 ‘MB물가지수’를 따로 구성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물가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과는 MB물가지수가 20% 이상 급등하면서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만 했다.
   
   
▲ 지난 4월 26일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물가관계차관회의 및 제7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투 트랙으로 대응책 마련해야”
   
   물가 수준은 국민들의 소비 수준, 나아가 삶의 수준과 직결되기 때문에 표심과 직결되는, 정권에도 민감한 문제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고물가가 우려될 경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꾸려 범부처적으로 대응해왔다. 상대적으로 물가 수준이 안정된 현재는 물가관계차관회의로 운영되고 있다.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한다.
   
   현재는 고물가가 문제라기보다는 물가가 낮으면서도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낮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 추진에 있어 ‘경기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과 ‘개별 품목의 가격 상승’을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의 저물가 추세에 대해 “경기부진과 디플레이션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정부 지출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을 포함한 적극적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CPI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다른 것은 항상 발생하는 일”이라면서도 “저물가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완벽하진 않아도 여기에 맞춰 정책 수단을 준비해야지 다른 데 초점을 맞추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국제유가가 오르는 추세고 유류세 감면분도 줄이면 가중치가 큰 품목들의 물가가 오르긴 하겠지만 물가관리 목표인 2%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통계가 서민 생활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지표와 지수를 더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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