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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60호] 2019.06.03

‘소주성’의 새로운 축 EITC 설계 문제 있다

▲ 지난 5월 7일 한승희 국세청장이 서울 성동구 성동세무서에서 근로·자녀장려금 신청자와 대화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소득주도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는 ‘근로장려세제(EITC·Earned Income Tax Credit)’가 수혜계층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가 EITC의 수혜계층을 대폭 확대했는데, 새롭게 설계된 EITC가 수혜자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EITC는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로, 근로장려금 지급의 근거가 된다. 1975년 미국에서 최초로 실시된 이래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도입이 결정됐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부터 시행됐다. 2009년은 2008년의 가구 근로소득으로 산정된 근로장려금이 처음으로 지급된 해이다.
   
   EITC는 저임금 근로자의 최소생활보장이 목표라는 점에서 최저임금제와 유사하지만 근로소득, 가구구성, 자산규모, 총소득 요건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제와 다르다. 노동에 따른 수입을 늘려 근로의욕을 북돋고 실업자를 줄이는 게 본래 목적이다.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저소득 근로자 가구의 경우 국세청 홈택스에 신청하면 소득 수준에 따라 산정된 금액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이 연 1500만원인 사람의 EITC 공제액이 200만원이라면 납부해야 할 세금이 300만원일 경우 200만원을 뺀 100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만약 세금을 100만원만 내면 되는 사람이라면 나머지 100만원을 국가로부터 환급받는다.
   
   그간 소득주도성장을 대표하던 최저임금 인상은 야당과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데다 실제 경기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가계소득 증대 정책, 가계지출 경감, 안전망 확충 등 3개 정책을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중 가계소득 증대는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EITC로 이뤄져 있다.
   
   
   근로자에게 세금환급 형태로 지급
   
   EITC가 정책 효과를 지니려면 점증(漸增) 구간이 길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그래프 참조> 근로장려금이 지급될수록 이에 비례해 수혜계층의 소득이 늘어야 이들이 노동에 나설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름 자체가 ‘근로장려’ 세제인 만큼 수혜계층의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것이 이 제도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다. 반면 근로장려금이 지급되더라도 수혜계층의 소득이 늘지 않는 평탄, 점감(漸減) 구간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간이다. 일을 더 하면 근로장려금 지급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실제 소득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부터 EITC 지급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결과 수혜계층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키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비판하고 있다. EITC 연구와 설계에 관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올해 변경된 EITC에 대해 “과거 제도와 직접 비교해본 결과 올해 제도는 차상위계층의 소득 지원에 방점을 둔 나머지 전체 수혜계층의 노동 공급 유인을 감퇴시킨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방점을 어디에 두냐의 문제이긴 한데 현 정부는 근로 공급 강화 유인보다 소득재분배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이런 설계가 나왔다고 본다”며 “제도가 그렇게 된 이유는 소득 역전을 방지하기 위해서 제도를 이렇게 만들다 보니 점증 기간이 지나치게 축소됐다. 기재부와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여러 번 이 점을 비판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소득재분배 방점 두면서 노동의욕 감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도 전화통화에서 “EITC는 구조상 일을 하면 할수록 근로장려금이 더 지급되도록 설계돼야 노동 공급을 늘릴 수 있는데 올해 바뀐 제도는 지급 구간이 너무 넓게 설계됐다”며 “이 설계에 따르면 5분위 가구까지도 받는데 사실 이들은 받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에 100만원, 200만원을 더 버는 게 실제로 매우 중요한 사람들에게 제도 수혜가 가야 하는데 점감 구간이 넓어지면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비판을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도 일부 수용했다. 기재부 세제실 김영노 소득세제과장은 전화통화에서 “점감 구간이 너무 짧아져서 그래프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면<그래프 참조> 한계구간에서는 노동공급을 줄이면 소득이 오히려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걸 만족시킬 수는 없고 절충해야 하다 보니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EITC의 정책목표는 근로 유인 강화도 있지만 저소득층의 소득 보전도 있고 여러 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EITC의 정책목표가 다양하기 때문에 근로의욕 감퇴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올해 들어 EITC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 벽에 부딪힌 올해부터 이 제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분야 전문가로, 경기대 교수이던 2011년 ‘근로장려세제 시행초기 효과 실증분석’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로 패널분석을 시도한 적이 있다. 지난해 말 임명된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근로장려세제는 일반적인 공공부조에 비해 저소득층을 선별적으로 특정해 지원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석진 교수는 “EITC와 최저임금을 섞는 건 좋은 방안”이라며 “가구의 소득과 자산을 조사해 기준치 아래인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 낭비를 줄이면서도 수혜계층을 선별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EITC의 경우 수혜계층에 해당 연도에 바로 금액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이듬해 세금을 환급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정부 재정에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의 근로장려세제는 지나치게 신청 요건이 까다로워 제도 취지에 따르면 근로장려금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실제로는 신청조차 못 하거나, 장려금이 너무 적어 빈곤 완화 효과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30세 미만에게만 지급되는 데다 단독가구는 제외되는 등 신청 요건이 엄격해 소외되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올해부터 정부는 EITC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먼저 기존 30세 미만, 단독가구 제외라는 기준을 폐지했고, 재산요건을 가구당 1억4000만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상향했다. 소득요건 역시 단독가구 1300만원 미만에서 2000만원 미만, 홑벌이가구 2100만원 미만에서 3000만원 미만, 맞벌이가구 2500만원 미만에서 3600만원 미만으로 상향했다. 단독가구의 경우 최대 65만원, 홑벌이와 맞벌이는 각각 60만원과 50만원의 근로장려금을 세금환급 형태로 반기에 두 번씩 지급받는다. 최대 30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7~8분위 가구도 혜택, 지원액 3배 증가
   
   하지만 이 제도로 수혜를 입는 계층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국가의 재정부담이 증가하고 정책목표가 흐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헌재 교수는 “점감 기간이 이렇게 길어지면 심지어 7~8분위 가구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EITC 수혜자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총 지원액은 기존 1조2000억원에서 올해 3조8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수혜를 받는 가구 수는 지난해 166만가구에서 올해 334만가구로 늘어난다. 반면 정부는 소득수준, 자산수준 등을 모두 고려해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로 혜택을 보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0% 이내(2분위)에 머무른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정부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여러 지자체가 현금성 복지 지원을 확대하면서 “일하는 이들보다 일하지 않고 정부 지원을 받는 이들이 더 이익을 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올 1분기에는 통계 집계 이후 최초로 1분위(하위 20%) 가구의 공적이전소득(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소득)이 근로소득(일해서 번 소득)을 넘어서기도 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당시 통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1분위 가구 공적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라며 “정부가 최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1분위 소득이 늘어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노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공적부조 규모가 지나치게 커 근로의욕을 감퇴시키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EITC 제도의 적용을 받는 이들은 어쨌든 일을 할 수 있어서 근로소득이 주된 수입원인 사람들이고 공적부조를 받는 사람은 대부분 기초수급자가 많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며 “EITC는 일한 사람에게 근로소득 일부를 보너스로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적부조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 동일한 두 정책에 4조원씩 투입
   
   정책목표가 동일한 일자리안정자금과 EITC라는 두 가지 정책에 각각 4조원에 육박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재정 투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석진 교수는 “올해부터 EITC가 기존 1조원에서 4조원 가까운 금액으로 증액되어 들어오는데 EITC는 일자리안정자금과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정책목표가 같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 돈을 두 번 쏴주는 꼴이 된다”며 “재정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자리안정자금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기재부가 정책들을 정돈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에서 노동자에게 소득이 이전되는 결과를 만드는 최저임금 인상의 공백을 메워주는 게 EITC와 일자리안정자금인데, 정책 목표가 동일한 제도 두 가지가 동시에 시행되다 보니 재정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 교수는 “청와대와 기재부가 비슷한 정책들을 한꺼번에 양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경제는 억누른다고 되는 게 아니고 결과적으로 산출물이 나와야 인정받는 건데 현 청와대와 기재부는 정책을 더 섬세하게 디자인할 실력과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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