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20일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인 진리융츠커지유한공사를 시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20일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인 진리융츠커지유한공사를 시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미국 지질조사소(CIS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국가 안전과 경제 성장에 필요한 핵심적인 23개 광물 가운데 20개를 중국 등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는 희토류를 포함한 리튬, 코발트, 천연흑연, 안티몬 등 주요 광물자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 광물들은 주요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희토류는 철강, 세라믹 등 전통 산업 분야는 물론이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료, 항공, 농업 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쓰인다. 희토류가 없다면 반도체는 물론이고 휴대전화, 전기차 등 첨단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희토류를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자랑하는 방위산업체들의 미사일과 레이더 등도 생산이 불가능하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들여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도 희토류는 반드시 필요하다. 거대 방위산업체들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희토류가 없다는 것은 미국 정부에 아찔한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진 미국이 공세적 위치에 있었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반격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런 전망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희토류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의 80%가량도 중국산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나라다. 1987년 희토류 생산량 1위를 차지한 이후 전 세계 생산량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매장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국은 연간 12만t의 희토류를 공급하고 있다. 같은 성분이 한데 뭉쳐 광석 형태로 존재하는 다른 금속과 달리 희토류는 작은 분량이 여기저기 분산돼 있다. 때문에 상업적 수지를 맞출 정도로 양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세계 전체 매장량의 38% 정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세계 생산량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값싼 노동력과 느슨한 환경안전기준 덕분이다.

중국은 이번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할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5월 29일 중국 희토류 정책 관련 책임자가 관영 CCTV와 인터뷰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책임자는 인터뷰를 통해 “만약 누군가가 우리가 수출하는 희토류로 제조한 제품을 이용해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고 압박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 모두가 불쾌해할 것”이라며 “중국은 희토류 자원의 국내 수요를 우선시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며 세계 각국의 정당한 수요를 만족시킬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중국은 희토류의 미국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5월 20일 희토류 생산공장을 시찰하며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대미(對美) 보복 수단으로 쓸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정부 “희토류 중국 의존도 줄여라!”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미 국방부는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하는 방안을 담은 ‘국방물자생산법(DPA3) 보고서’를 지난 5월 29일 의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국방과 국토 안보 요구에 발맞춰 고도의 맞춤형 경제 지원으로 자국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을 확보하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미 국방부 마이크 앤드루스 대변인은 “미국은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 의회, 산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넓은 영토를 갖고 있는 미국에도 희토류 광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도 세계 두 번째로 큰 희토류 광산이 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인데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단일 희토류 광산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광산은 1990년대 중국의 희토류 저가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폐수 유출 등 환경문제로 채굴허가가 취소되었다. 미국이 이 광산에서 채굴을 다시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이 계기가 된 것은 2010년 일본과 중국의 희토류 전쟁이다. 2010년 남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분쟁이 벌어졌을 때 중국은 대일본 희토류 수출을 금지해 일본을 굴복시킨 적이 있다. 이후 세계 여러 국가들은 다각적인 희토류 확보 방법을 찾았고, 미국도 2011년부터 마운틴패스 광산 채굴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채굴이 시작된 것은 2015년이 되어서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 생산을 위해 인력을 투입해 광산 재가동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희토류 처리시설과 가공기술 부족으로 상업 생산은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희토류를 채굴해도 광물 자체가 중국과 달리 일반 희토류 광물이라 군수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의 희토류는 일반 광물뿐만 아니라 특수 광물질로도 사용할 수 있는 광물이다.

희토류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란탄 등 희귀 광물질 17종을 말한다. 미국 광산에서 나오는 희토류는 이 중 4~5종에 불과하고 중국의 희토류는 10종 이상의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그만큼 용도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가공할 때 나오는 방사능 물질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개발을 기피하거나 아예 개발 자체를 하지 않는다. 미국 국방부 산하 텍사스 전략광물 비축기지에는 니켈, 텅스텐, 코발트 등이 비축되어 있지만 희토류는 따로 비축한 것이 없다. 희토류는 항온항습에 매우 민감해 비축이 쉽지 않다. 미국이 다각도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4월 1일 미 워싱턴DC의 에너지 및 안보 전문가이며 콜로라도광업대학 객원 수석연구원 패트리샤 슈커는 안보 전문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NI) 기고를 통해 “중국은 고밀도 희토류 자원을 갖고 글로벌 추세를 뒤흔들 수 있다”며 “중국의 희토류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러시아의 S-400, S-500 방공미사일 생산에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희토류가 없으면 F-35전투기도 못 만든다”고 아주 구체적인 군사무기 품목을 제시했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빅토리아 브루스는 미 정치 전문매체 ‘더 힐’에 쓴 칼럼에서 “희토류는 스마트 폭탄, 표적 레이저, 레이더, 야간 투시경, 전투기 엔진 등 수많은 방어망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중국이 이에 대한 공급을 끊는다면 미국은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만들거나 대체하기 힘들 것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모터, 센서, 컴퓨터, 상업용 비행기, 녹색기술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만일 중국이 공급을 중단한다면 미국 기업들은 상당수의 기술 생산 라인을 중단해야 할 위기로 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미국 내 전문가들은 더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도 강 건너 불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 등이 주요 수출 품목인 우리나라에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볼 일이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중국은 2010년 9월 일본과 벌인 영유권 분쟁(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해 3일 만에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당시 일·중 간 희토류 전쟁을 보고 우리 정부 역시 희토류 확보를 자원정책의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심지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처 내 ‘희토류 확보 점검반’이란 TF팀까지 꾸려 운영했다.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을 반장으로 해외자원개발, 국내탐사, 기술개발, 수급점검 등 4개 분과가 참여했다. 정부기관으로 한국광물자원공사, 지질자원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이 참여했고 민간기업으로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24개 기업이 참여했다.

당시 필자는 한국광물자원공사 본부장 자격으로 정부 TF팀 일원으로 활동하며, 북한과 베트남 희토류 광산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2011년 11월 30일에는 황해남도 덕달리 지역에서 채굴되는 희토류 샘플을 직접 국내로 가져오기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와 북한은 남북 자원개발합의서를 체결했는데, 이때 합의 내용 중 가장 첫 번째가 희토류 공동개발이었다.

TF팀은 중국을 포함해 호주,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외진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강원도 홍천의 자은광산, 충북 충주 어래광산, 강원 양양 양양철광산 등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강원 홍천과 충북 충주 지역의 철광산에서 일부 희토류 부존을 확인했으나 품위(평균 0.22~0.47%)가 낮아 상업적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강원 양양의 양양철광산에서는 매장량 3904만2000t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또한 평균 품위가 0.57%로 상업 생산이 가능한 2~5%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군산에 국내 수요량의 100일분(약1500t) 확보를 목표로 세계 최초의 항온항습 시설을 갖춘 비축기지를 만들고, 희토류 60일분을 보관해놓았다. 하지만 이후 희토류 개발 및 비축은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원정책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해외자원 개발은 더욱 그렇다. 더 늦기 전에 예전에 수립한 희토류 확보 자료를 다시 찾아 실행하길 바란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중요하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한국광업협회 기술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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