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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61호] 2019.06.10

누더기 된 승용차 개별소비세

▲ 지난 6월 5일 세제 관련 현안 당정협의를 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인영 원내대표(왼쪽부터). photo 뉴시스
정부가 6월에 끝나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오는 12월 31일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최악인 경기에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마저 끝나버리면 내수와 고용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승용차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해서다. 현재 산업용 자동차를 제외한 승용차 출고가에는 5%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19일부터 기존 개소세(5%)에서 30%를 인하한 3.5%만 부과해왔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 경제의 필요에 따라 30%의 재량권 내에서 개별소비세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개소세 30% 인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한 바 있는데, 이를 또 한 차례 더 연장한 것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지난 5월 10일 “가계부담을 경감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추가 연장을 시사한 바 있다.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개소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분은 약 1000억원(개소세에 부과되는 교육세 포함)”이라고 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내수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 중요하다고 보고 고심 끝에 연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승용차 개소세로 1조원 세수
   
   이참에 반복적인 감면 기한 연장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소세는 과거 귀금속, 골프채 등 고가의 사치품을 비롯 골프장, 유흥주점(룸살롱) 등 사행성 유흥업종에 붙던 특별소비세(특소세)의 후신이다. 부자들이 주로 소비하던 사치품목에 붙던 일종의 ‘사치세’로 2008년 특별소비세에서 개별소비세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보석, 귀금속, 모피, 고급시계, 고급가방, 고급가구 등에는 20%, 승용차는 5%를 비롯해 휘발유, 담배, 경마, 경륜, 골프장, 카지노, 유흥주점 등에도 일정액의 개소세가 붙는다.
   
   문제는 승용차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300만대. 인구 2.3명당 자동차 1대를 굴릴 정도로 보편화됐다. 하지만 사치품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에서 이름만 바꾼 개소세가 계속 부과된다. 승용차 개소세는 대략 대형차의 기준으로 분류되는 배기량 2000㏄ 초과 여하를 막론하고 일률적으로 5%가 부과된다. 과거 배기량 2000㏄ 초과 승용차는 10%, 2000㏄ 이하는 5% 식으로 차등세율을 적용했으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때 통상문제가 되면서 지금은 배기량 2000㏄ 초과 여부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5%를 적용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가 승용차에 부과하는 개소세로 거둬들이는 세수는 연간 1조원 내외다. 2017년에는 1조188억원의 세수를 올렸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2018년 세수는 집계 중으로 하반기 정도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생활필수품으로 바뀐 승용차에까지 개소세를 부과해 1조원 내외의 세수를 올리다 보니 인하 또는 폐지 요구도 계속된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외환위기 때 승용차에 붙는 개소세를 30%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승용차 개소세 감면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연례행사가 됐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을 시작으로 2001년, 2004년, 2008년, 2012년, 2015년, 2018년 모두 7차례나 등장했다. 2001년에는 미국 9·11테러,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2008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 2012년에는 유럽발 재정위기, 2015년에는 메르스(Mers) 사태 등이 각각 승용차 개소세 인하의 이유로 거론됐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승용차 개소세 인하는 역대 7번째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꺼내든 조치였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면서 세금 인하에 따른 내수진작과 같은 약발은 점차 의심스러워지고 있다. 소비자들도 세금 인하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1~4월 자동차 내수판매(산업용 포함)는 56만여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오히려 3.2% 줄어들었다. 국산차는 전년 동기대비 0.8% 증가했으나, 수입차가 전년 동기대비 23.3%나 빠진 것이 전체 내수판매를 끌어내렸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를 한 차례 연장했음에도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내수판매가 오히려 줄어든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오는 12월 말 개소세 인하가 끝나면 거래가 일시적으로 더 줄어드는 거래절벽에 따른 부작용도 염려된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승용차 개소세 인하 종료(2016년 6월) 직후 내수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10% 이상 줄어들면서 확인된 현상이다. 연간으로 봐도 2015년과 2016년 각각 96만대가량 출고된 승용차는 2017년 86만대로 10만대나 줄었다. 가뜩이나 최악의 불경기에 정부 부처와 청와대에서 내심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개소세 인하 끝나면 거래절벽 부작용
   
   승용차 개소세 인하가 남발되면서 경차(輕車)나 친환경차에 대한 세제혜택은 오히려 희석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 배기량 1000㏄ 미만의 경차는 개소세를 면제해주고, 전기차는 200만원, 하이브리드차는 100만원 한도에서 개소세를 감면해준다. 과거 이들 차를 제외한 차량의 개소세가 5% 이상이었을 때는 나름 차별화되는 상당한 혜택이었다.
   
   하지만 배기량을 막론하고 개소세가 3.5%까지 떨어지면서 경차나 친환경차에 제공된 개소세 혜택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실제 한·미FTA 결과 2015년부터 배기량 2000㏄ 초과 여부에 상관없이 5%의 개소세가 일률 적용되고, 이마저 각종 감면조치가 취해지면서 경차를 구매하는 소비층은 확연히 줄었다. 2013년 연간 20만대를 웃돌던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13만대로 급감했다.
   
   현행 승용차 개소세는 승용차 구매 시에 따라붙는 거추장스러운 통행세 이외의 의미는 거의 없어졌다. 승용차 개소세에는 30%의 교육세가 추가로 붙는다. 승용차 공장도가에 개소세, 교육세를 합한 금액에는 10% 부가가치세가 또 추가된다. 역대 정부는 마치 원님이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승용차 개소세 인하카드를 다뤄왔다. 과거 컬러TV,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도 개별소비세가 부과됐으나 2015년 세법 조정 과정에서 모두 폐지됐다.
   
   가장 덩치가 큰 승용차에 붙는 개소세는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의 한 관계자는 “전체 개별소비세 약 10조원 중에서 승용차 개소세(약 1조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분의 1 정도”라며 “아직까지 승용차 개소세를 폐지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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