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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63호] 2019.06.24

한국 기업 압박하는 중국, 롯데 제재는 여전

▲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와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오른쪽).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을 불러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 중국 정부가 롯데는 자국 안보를 이유로 여전히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조선이 중국인 개별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여행사(OTA)인 시에청(携程·씨트립), 취나얼(시에청 계열), 페이주(飛猪·알리트립), 투니우(途牛)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롯데호텔’ 등 롯데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중국 1위 OTA인 시에청이 한국에서 운영 중인 ‘트립닷컴’도 호텔과 여행상품 판매에서 ‘롯데’를 열외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청의 경우 항공권, 호텔, 여행지 입장권 등을 주로 판매하는데 국내 최대 호텔기업인 ‘롯데호텔’은 목록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는 상태다. 이 사이트의 ‘해외호텔’ 카테고리에서 ‘서울’ 호텔 목록을 검색할 경우 신라, 워커힐, 웨스틴조선 등 롯데호텔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주요 특급호텔들은 모두 검색할 수 있지만 롯데호텔은 일절 검색이나 예약이 안 된다.
   
   서울 명동과 잠실의 롯데호텔뿐만 아니라 최고급 브랜드인 시그니엘,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 부티크호텔인 L7호텔 등 롯데의 전 계열 호텔이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서울 잠실의 시그니엘을 비롯해 명동, 마포, 구로, 홍대, 강남, 김포공항 등지의 롯데시티호텔과 L7호텔은 모두 검색 및 예약 가능 대상에서 열외돼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제주나 부산 같은 지방 소재 롯데호텔과 리조트 역시 마찬가지다. 시에청에서 제주 지역 호텔을 검색할 경우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안에서 롯데호텔과 경쟁하는 신라, 하얏트 등은 검색이 가능하지만 롯데호텔은 검색 자체가 안 된다. 제주시에 있는 롯데시티호텔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 지역 호텔 가운데도 파라다이스, 웨스틴조선 같은 호텔들은 모두 예약이 가능하지만, 서면에 있는 부산 롯데호텔은 아예 예약을 할 수가 없다.
   
   롯데의 해외 계열 호텔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는 미국 뉴욕의 롯데팰리스호텔을 비롯해 괌, 하노이, 호찌민, 양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 모두 12개 해외 호텔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시에청에서는 이들 중 한 곳도 검색할 수 없다. 중국 여행객들이 여름에 많이 찾는 미국령 괌에서는 힐튼, 하얏트, 쉐라톤 등 미국계 호텔을 비롯해 일본계 닛코호텔까지 중국 여행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지만 괌 롯데호텔은 예약이 불가능하다.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중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주인이 바뀐 하노이의 대우호텔은 예약 가능하지만,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하노이 롯데호텔은 검색과 예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호찌민(옛 사이공)에서도 마찬가지로, 롯데가 인수해 개관한 롯데레전드호텔은 예약이 안 된다.
   
   롯데가 제재를 받는 것은 호텔뿐만 아니다. 시에청이나 페이주, 투니우 같은 OTA에서는 해외 여행지 입장권도 판매 중이다. 삼성 소유의 에버랜드 입장권은 시에청에서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지만, 롯데가 운영하는 롯데월드는 아예 검색이 안 된다. 에버랜드의 경우 ‘한국 1위의 테마공원’이라고 소개하면서 각종 형태의 할인티켓을 비롯해 중국인 여행객들의 평가까지 상세히 소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 들어가면 검색도 안 돼
   
   롯데월드를 검색할 경우 롯데월드는 검색 및 예약이 안 되고, 주변에 ‘올림픽공원’을 소개하는 것으로 유도된다. 이는 면세점 역시 마찬가지로 신라면세점을 비롯 신세계면세점, 한화갤러리아면세점, 두타면세점(두산)의 경우 자세한 위치 소개는 물론 각종 할인권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롯데면세점은 아예 검색 자체가 안 된다. 롯데와 계열이 다른 롯데관광개발 소유의 동화면세점은 검색이 허용된다.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등은 서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코스처럼 돼 있는 곳인데, 중국 1위 여행사로서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시에청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취나얼, 페이주, 투니우 등도 마찬가지다. 중국계 OTA 가운데 순위가 좀 떨어지는 ‘이롱(藝龍)’ 정도가 ‘시그니엘’에 한해서 예약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주로 국내 여행에 치중하고 ‘시그니엘’에 ‘롯데’ 간판이 안 들어가다 보니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예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에청이 한국에서 운영하는 ‘트립닷컴’ 역시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외에 롯데 관련 상품은 일절 취급하지 않고 있다. 시에청(씨트립)은 중국 기업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C’를 빼고 ‘트립닷컴’이란 이름의 글로벌 OTA를 운영 중인데, 최근 강력한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한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쌓았다. 트립닷컴의 한 관계자는 “계약 관계는 잘 모른다”며 “검색이 안 되면 예약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개별 기업 간 사안”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지시 없이 OTA가 이렇게 조직적으로 한국 대표 기업과 거래를 끊기는 사실상 힘들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지시가 구두로만 내려가는 터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했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 탓에 해외 진출 초기에 있는 롯데의 해외 호텔들은 글로벌 여행시장의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들을 고스란히 놓치는 등 타격이 심각하다. 2016년 영국의 OTA ‘스카이스캐너’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시에청의 경우,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 상용회원만 2억1000만명에 달한다.
   
   호텔은 OTA를 통한 예약채널이 막히면 영업 지장이 상당하다. 어느 나라든 출입국심사 단계에서 숙소 정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OTA를 통해 미리 숙소를 예약하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롯데호텔 측에 따르면, 중국계 OTA를 통한 예약이 막히면서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사태 이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를 대만, 홍콩, 동남아 등지의 관광객들로 대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롯데호텔과 경쟁관계에 있는 신라호텔의 경우 이부진 사장이 지난해 상하이의 시에청 본사를 찾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다. 롯데호텔 커뮤니케이션팀의 한 관계자는 “지금 들어오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의 롯데호텔 예약은 부킹닷컴, 아고다 등 비(非)중국계 여행사를 통해 이뤄진다”며 “현재 시에청(씨트립) 측과 어떤 얘기가 진행 중인지는 기업 차원을 넘어서는 민감한 일이라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제재가 시작된 것은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경북 성주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을 낙점한 직후부터다. 롯데는 중국 당국의 보복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7년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그 뒤로 시련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바뀐 것은 없다.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 문화여유부장(장관)과 만나 양국 간 온라인 관광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건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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