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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부산 경제 ‘아베’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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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66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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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부산 경제 ‘아베’ 폭탄

▲ 부산 동구 초량역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앞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photo 이동훈
부산 동구 초량역 인근 정발(鄭撥) 장군 동상은 부산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지난 7월 5일 이곳을 찾았을 때는 경찰버스 3대를 비롯해 경찰들이 동상 주위 곳곳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임진왜란 개전 초 순국한 정발 장군 바로 앞에 촛불과 곡괭이를 든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란 긴 이름의 시민단체가 지난 4월 24일 세운 동상이다.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는 주(駐)부산 일본총영사관이 있다. 일본총영사관 앞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어른 키 3배 높이 담벼락을 마주보고 앉아 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을 비롯해 정의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노무현재단, 민주노총 등 부산 지역의 각종 기관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건립한 위안부 동상이다. 2017년 무려 85일간의 일본총영사 공백상태를 초래한 그 동상이다.
   
   정발 장군 앞에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당초 들어서려던 곳은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동상 바로 옆이다. 이에 일본 총영사관 측에서 강력 항의하자, 영사관에서 약 100m 떨어진 정발 장군 동상 앞에 불법으로 세워졌다. 이후 부산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지난 4월 12일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인근의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실내로 옮겨갔는데, 건립특위 측의 강한 반발에 불과 2주도 안 돼 원래 있던 정발 장군 앞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건립특위 측에서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에서 위안부상까지 약 150m를 ‘항일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위안부 합의파기와 강제징용 판결 문제로 촉발된 최악의 한·일 관계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인 셈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대비책 마련 주문
   
부산시는 한·일국교정상화(1965년) 이래 사상 최악의 한·일 관계에 따라올 후폭풍을 염려 중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7월 8일 부산시 실국장급 이상 간부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한·일 관계는 직접적인 부산의 문제이기 때문에 부산시장으로서 한마디 해야겠다”며 “일본 정부는 보복성 경제제재를 즉시 멈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남미 순방중 일본의 경제보복을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은 7월 9일보다 하루 더 빨랐다. 이 자리에서 오거돈 시장은 부산시 간부들에게 일본의 보복조치가 부산에 미칠 영향 평가와 함께 대비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한다.
   
   부산시에 따르면, 한·일 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역대 부산시장이 일본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적은 거의 없었다. 부산은 국내 어떤 도시들보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부산 최대 기업인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일본 닛산(日産)의 기술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허남식 전 시장 재임 때인 2008년에는 일본의 자매도시 후쿠오카(福岡)와 함께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경제권 형성 공동협력’을 선언했을 만큼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같은 관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산·후쿠오카 포럼’ 등을 통해 계속돼왔다.
   
   부산과 일본이 직접 연계된 대표적 산업이 관광업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1535만명. 이 중 중국인 478만명, 일본인이 294만명으로 1, 2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부산은 국내 주요 도시 중 일본인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을 숫자와 지출액수에서 능가하는 유일한 도시다.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의 경우 정확한 행선지를 밝힐 의무가 없어서 어디에서 얼마나 머물고 얼마를 썼는지 정확히 파악할 길이 없다. 다만 부산시가 매년 SK텔레콤 로밍 휴대전화와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하는 관광산업 동향분석을 살펴보면 그 실태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2018년 부산관광산업 동향분석에 따르면, 2018년 부산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56만3000명으로, 중국인 관광객(31만5000명)을 앞질렀다. 2017년 역시 부산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47만1000명으로 중국인(39만6000명)을 앞질렀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신용카드 지출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을 능가한다. 2018년 일본인 관광객들이 부산에서 쓴 신용카드 액수는 1396억원으로 중국인(1207억원)을 앞질렀다. 2017년까지는 중국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지출액(1790억원)이 일본인 관광객(1235억원)을 능가했는데, 2018년에는 순위가 바뀌었다. 2018년 중국인 관광객의 지출은 전년 대비 32.6% 감소한 데 반해, 일본인 관광객의 지출이 13%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인 관광객이 부산 방문을 꺼리는 현상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었다. 초량역 인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은 부산항 1부두에 있던 옛 국제여객터미널(현 연안여객터미널)에서 2015년 새로 옮겨온 곳이다. 부산과 배로 1시간 10분 거리인 쓰시마섬(이즈하라, 히타카츠)을 비롯해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오사카 등지를 국제여객선이 오간다. 부산항만공사(BPA)의 한 관계자는 “이곳에 들어오는 배는 100% 일본행”이라고 했다.
   
   
   100% 일본행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은 김해국제공항(51.9%)에 이어 부산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26.3%가 이용한 관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7월 5일 이곳을 찾았을 때 여느 국제공항 못지않은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는 2층 입국장과 3층 출국장은 텅 비어 있었다. 이날 일본 후쿠오카에서 들어온 고속선 ‘비틀’이 입항했는데, 입국장에 들어온 일본인 단체관광객은 2팀에 불과했다. 과거 2층 도착층에 있던 일본관광안내소는 문이 닫혀 있었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앞에서 만난 60대 택시기사는 “과거 완월동(부산 대표 홍등가)에는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관광객들이 예전만 못하다”며 “우리 아버지도 일본에 끌려갔다가 도망쳐 나왔다고 들었는데, 100년도 더 지난 일로 국가관계를 이런 식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 김해공항 역시 일본노선 의존도가 국내 다른 공항에 비해 높다. 김해공항은 부산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관문이다. 부산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의 51.9%가 김해공항을 이용해 부산을 방문했다. 김해공항의 하계 운항스케줄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은 모두 9개 노선 484편으로 중국(14개 노선 252편)을 편수에서 거의 두 배 가까이 압도한다. 하지만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 3월 4만6000여명을 정점으로 4만1000여명(4월), 3만7000여명(5월)으로 줄곧 감소세에 있다.
   
   김해공항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양대 관문을 통해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 가뜩이나 침체된 부산 구도심은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부산시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들은 과거 초량왜관(倭館)과 일본인 조계(租界)가 있던 용두산공원을 중심으로 한 광복동과 남포동 등 부산 원도심과 서면 일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BIFF(부산국제영화제)광장,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등은 일본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1순위 관광지로 조사됐다.
   
   평소 바다 구경하기 힘든 중국인 관광객들이 동백섬, 태종대, 광안리, 다대포 등 바닷가를 선호하는 것과는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부산 원도심 일대 편의점에서는 일본 모리나가(森永) 캐러멜 아이스크림도 쉽게 볼 수 있다. 모리나가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 전투식량을 공급했다는 이유로 일본제철(구 신일철), 미쓰비시, 닛산 등과 함께 299개 ‘전범(戰犯)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 부산 동구 초량역 인근 주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photo 이동훈

   일본 투숙객 급감 우려 일본계 호텔
   
   하지만 지난 7월 5일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1층에 있는 ‘부산면세점’은 사실상 개점휴업 중이었다. 부산항과 영도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용두산공원은 일제가 신사(神社)를 세웠던 곳이기도 하다. 부산을 찾는 나이든 일본인 관광객들이 옛 향수를 떠올리며 한번은 찾는 곳인데, 부산면세점은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조성제 BN그룹 회장 등 부산 지역 상공인들이 주축이 돼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1층에 문을 열었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개설된 1호점에 이어 두번째 향토면세점이다.
   
   부산면세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면세점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17%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 다음으로 많다. 불과 1년여밖에 안 된 신생 면세점인데 사드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마당에 일본인 관광객마저 줄어들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산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 다른 대형면세점이 먼저 타격을 입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부산 지역 일본계 호텔들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산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일본계 호텔 진출이 국내 어느 곳보다 활발하다. 일본계 비즈니스호텔인 토요코인은 부산에 5개 호텔을 개설하고 있다. 서울에서 운영 중인 토요코인(3곳)보다 많다. 부산 서면에는 일본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사철(私鐵)회사인 ‘서일본철도(니시테츠그룹)’가 개설한 솔라리아 니시테츠호텔도 있다. 솔라리아 니시테츠호텔의 한 관계자는 “일본인 고객이 50% 이상”이라고 했다.
   
   650개 객실을 갖춘 부산 최대 호텔인 서면 롯데호텔 역시 100% 일본계 지분으로 만들어진 호텔이다. 국내 다른 롯데호텔과 브랜드는 공유하지만 별도 법인으로 운영 중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롯데호텔과 백화점, 면세점이 있는 부산진구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신용카드 지출이 가장 많은 곳이다. 부산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일본인 투숙객의 비중은 대략 30%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보다 많은 편”이라며 “지난 6월까지 큰 변화는 없었고, 현재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 2021년 400만명 유치 목표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2016년 296만명에서 2017년 239만명으로 감소했다. 2018년에는 247만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 목표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부산시는 지난 2017년 일본 오사카에 해외관광사무소까지 개설했다. 부산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관내 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는 더러 있는데, 아직 일본인 관광객이 들어오는 데 큰 변화는 없다”며 “일본 여행객들이 실제로 감소할 경우 사드(THAAD) 사태 때처럼 동남아, 구미주 등으로 여행시장을 다변화하고, 내국인과 특수목적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홍보마케팅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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