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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7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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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서울 아파트 ‘수퍼 상승 사이클’ 진입?

▲ 지난 7월 2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서초 그랑자이 모델하우스. 평균 경쟁률 42.63 대 1을 기록했다. photo GS건설
태풍 전의 고요. 서울 주택 거래량 추이를 보고 있으니 드는 생각이다. 수치를 보자. 지난해 11월부터 급감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1889건, 2월엔 1624건을 기록했다. 2013년 1월(1213건) 이래 6년 만에 가장 낮은 거래량이다. 5월 들어 3432건으로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부동산 분석가들이 반등의 기점으로 삼는 월 거래량 5000건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사람들이 집을 구매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결혼을 해서 새로운 집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자녀들 때문에 집을 넓히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도 있다. 언제든 실수요자들은 시장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단 일부는 전월세를 택했다. 올 상반기 전월세 거래량은 증가했다. 특히 빌라 전세 거래가 늘었다. 지난 1월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등 빌라의 전세 거래량은 7222건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1000건이 늘었다. 빌라가 모든 실수요를 흡수할 순 없다. 나머지는 정부 규제책과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대기 수요로 쌓여가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현재 온갖 잡탕 규제로 수요와 공급을 모두 눌러놨다.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막고, 2주택자부터는 모든 대출을 막다시피 해놔 수요를 간신히 눌러놨다. 양도세 중과세와 임대사업자 등록 여파로 매물도 잠기고 있다.
   
   
   모든 규제를 다 꺼내든 정부
   
   그런 와중에 서울 아파트가 6월 들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주로 강남권 위주로 급매물이 소진됐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었던 구로, 관악, 영등포, 동작 등에서 주로 기축 혹은 준신축 아파트들에선 신고가 거래가 등장했다.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말하던 ‘바닥론’이 확고해졌다. 때마침 부동산의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다. 통상 가을에는 결혼과 이사 수요가 겹쳐 거래량이 늘어난다.
   
   여기에 생각지 못한 복병이 터졌다. ‘자사고 폐지’다. 자사고 폐지가 거론된 후 강남 대치동의 아파트 매물은 일제히 호가가 올라갔다. 강남 8학군 부활론이다. 실제 중개사무실엔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집도 보지 않고 계약금을 넣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시 등장했다. 낯익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분양가 상한제’. 정확히 말하면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다. 정부가 민간 아파트 분양에 개입해 땅값과 표준건축비를 더해 이 아파트는 얼마에 팔라고 지정한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일단 언론에 흘려놓고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나 지켜보고 있다. 기대했던 반응이 안 나왔는지 ‘소급 적용’ 얘기까지 흘렸다. 현재 정비사업이 상당부분 진행되어 곧 분양을 앞둔 사업장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얘기다. ‘아파트 거래허가제’ 외엔 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는 전부 꺼내든 셈이다.
   
   잠시 12~13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당시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불붙자 정부는 정비사업을 규제하고 2기 신도시를 건설했다. 그렇게 해도 시장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자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했다. 현 정부는 과거와 똑같은 정책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정비사업 규제는 10년 뒤인 2015년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폭등이란 결실을 맺었다. 정비사업이 신규 입주로 이어지려면 빨라야 7년, 통상 10년이 걸린다. 거주세대 이주부터 아파트 준공까지 별별 변수가 다 있다. 신촌 그랑자이 같은 경우 종교시설의 소위 ‘알박기’ 때문에 공사가 몇 달 늦춰지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정비사업을 규제한 정책이 10년 후 서울 도심권 신규 입주 매물 축소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희귀한 신축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게 됐다.
   
   
▲ 지난 7월 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photo 이덕훈 조선일보 기자

   10년 뒤 폭등 부른 노무현 정부 정책
   
   노무현표 신도시는 어떻게 됐을까. 검단,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양주, 위례, 광교, 동탄1·2, 평택 등이 이때 지정된 2기 신도시다. 이 중엔 아직 분양을 못 한 곳도 있다. 강남권, 분당과 가까운 위례, 광교, 동탄1을 제외하곤 2기 신도시 자체가 채 자리를 못 잡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이런 상황에서 3기 신도시를 추가로 지정했다. 과천,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으로 총 6곳이다.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기곰’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문관식 부동산분석가는 3기 신도시에 대해 ‘공급이 필요한 곳이 아닌 공급하기 쉬운 곳’을 골랐다고 평가했다.
   
   정책의 목표도 분명치 않다. 김현미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다주택자들은 투기꾼, 적폐”라며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을 수요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복식조로 호흡을 맞추며 서울 도심권 정비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가장 최근의 예를 들자면 세운재정비촉진지구가 있다. 지난해 말까지도 세운재정비지구의 주거 비율을 기존 60%에서 90%로 높여 2028년까지 서울에 주택 약 5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것이 반년 만에 없었던 일이 됐다. 7월 셋째 주 현재 재정비지구 해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는 을지면옥 등 노포를 보존하겠다는 설명을 내놨다.
   
   서울은 공급을 줄이고 이번엔 경기도에 공급을 늘리겠다고 태세를 전환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공급 부족이 원인인 것을 알았다면 서울에 신규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상식적인 정책 방향이다. 경기도 외곽에 신도시를 짓는다 한들 서울 아파트 수요층이 그리로 이동할지는 의문이다. 서울 강남권에 살던 사람이 ‘이번엔 왕숙에서 살아볼까’ 보금자리를 옮기는 일이 잦겠느냐는 얘기다.
   
   더군다나 인천 계양, 고양 창릉 같은 곳은 채 자리도 못 잡은 검단, 파주 운정 같은 2기 신도시들을 분양 전부터 주저앉히는 위치다. 2기·3기 신도시들은 몇 군데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를 위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신설한다지만 가장 속도가 빠른 GTX A 노선조차 아직 삽도 안 뜬 상황이다. 완공까진 갈길이 멀다. 천문학적인 예산 확보부터 당장 관건이다. A 노선 하나의 예상사업비만 3조4000억원이다.
   
   국토부가 꺼내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어떨까. 사실 지금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의 분양가 지정을 하고 있다. 금융으로 비유하면 창구 지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현재 HUG의 가이드라인보다 분양가는 더 낮아진다. 당첨만 되면 무조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분양’이 된다는 얘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얘기가 나온 직후 건설사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상한제가 실시되면 신규 주택사업 검토는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주해놓은 물량으로 2년가량은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정비사업 조합원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당장 강남권 정비사업장엔 ‘일대일 재건축’ 얘기가 나온다. 서울 용산의 래미안 첼리투스처럼 일반 분양 없이 적은 세대로만 명품 주택화한다는 전략이다. 어찌어찌 시장에 로또급 일반 분양이 등장한다 해도 도전해 보려면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적어도 70점 이상의 청약 가점과 9억원 이상의 현금 동원력이다.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 집단 대출이 불가능하다. 7월 10일 당첨자를 발표한 서초 그랑자이의 경우 당첨자 평균 청약 가점은 69.69점이었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약 4687만원이었다.
   
   로또 분양 지적이 나오자 국토부는 슬그머니 채권입찰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채권입찰제는 2006년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도입된 적이 있다.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한해 적용되다가 2007년엔 민간택지로 확대됐다. 분양가와 채권매입액을 합쳐 주변 시세의 90%(2007년 8월 이후 8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채권매입액을 많이 써낸 순서대로 당첨자를 뽑았다. 당시엔 당첨자 대부분 상한선을 꽉 채운 금액을 써냈다. 이때 수분양자가 매입하는 채권은 제2종국민주택채권이다. 이 채권은 이율이 0%다. 즉시 현금화하려면 채권 할인액만큼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시세차익에 매기는 세금인 셈이다.
   
   신규 공급이 줄면 기존 서울의 신축·준신축 아파트는 자연히 희귀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아파트 가격 잡자고 시행한 정책이 도리어 폭등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 하반기에만 토지보상금 10조 풀려
   
   이런 이유로 여러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서울 아파트가 ‘수퍼 상승 사이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부동산 외적 요인이 작용한다. 바로 시중 유동성 증가다.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으로 수도권에 40조원이 투하된다. 올해 안에 당장 10조원이 풀릴 예정이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부동산으로 한번 돈 번 사람은 또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말한다. 토지보상금이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지금도 정기예금 금리는 1.6% 전후다. 국민은행 1년 정기 예금상품 중 가장 고금리 상품의 금리가 1.65%인데, 1억원을 1년 동안 예치하면 세후 이자가 140만원이 안 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가세한다. 하반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화폐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에 돈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치투자를 주장하는 오윤섭씨는 ‘부동산 시장 17년 주기설’을 주장한다. 이른바 ‘한센 사이클’이다. 17년간 봄(침체기)-여름(회복기)-가을(상승기)-겨울(후퇴기)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2007~2024년 사이클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오씨는 2025년 전후까지 상승장이 계속되는 ‘가을’이 이어지고 이후엔 쇠퇴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지점이 2025년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오히려 2025년에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86~1996년에 지어진 주택 260만채가 재건축 연한을 채우고 멸실된다는 이유에서다. 폭등이 아닌 완만한 상승을 주장하는 측도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묶여 있던 주택이 2025년경부터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소위 진보 정권이 집권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다는 공식이 문재인 정권에서도 다시 입증될 수 있을지 시장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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