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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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주식을 직접 선정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주식 투자를 해도 되는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전제이자 필수조건입니다. ‘오를 수 있는 주식을 찾고, 실제 사고팔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주식투자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이 능력도 없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주식을 사거나 누군가 말해준 정보에만 의존해 주식 거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투자 성공 가능성을 0%로 만드는 엉터리 행위입니다. 재무제표·차트·재료 정도도 이해 못 하는, 최소한의 공부조차 돼 있지 않다면 차라리 주식에 손대지 않는 게 현명한 투자입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판에 뛰어들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자 마주 앉아 있던 이정윤(49)씨가 꺼내놓은 답이다. 이정윤씨는 2010년대 이후 한국 주식판에서 손꼽히는 수퍼개미이자 가장 성공한 재야 투자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치열하게 움직이는 차트 분석, 또 시장 흐름과 수급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재료 파악에 능한 투자가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차트와 재료, 수급에 의존한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정교한 분석 없이는 위험회피가 쉽지 않은 관리종목 투자에도 꽤나 능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기업과 산업 분석 능력이 필수이고, 시간과의 싸움도 견뎌내야 하는 ‘가치투자’의 영역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투자가이다. 이렇게 특정 매매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매매 기법을 활용한 투자로 성공 사례를 이어간 인물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흔치 않다. 그가 이른바 ‘전천후 투자가’로도 유명한 이유이다.

수퍼개미이자 재야 고수인 이정윤씨는 주식에만 몰입해 있는 투자가가 아니다. 그는 현직 세무사이기도 하다.

샘표식품 오너보다 지분 많은 수퍼개미

이정윤씨가 한국 주식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그의 샘표식품 투자가 확인되면서다. 그는 2017년 2월 한국 간장 시장 1위이자 된장·고추장 등 장류 시장 강자인 샘표식품의 지분 5% 이상을 사들이며 대주주로 등장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지분을 무려 9.46%까지 끌어올렸다. 샘표식품 지분을 9.46%까지 끌어올렸던 2017년 8월 4일의 주가를 기준으로 이정윤씨의 샘표식품 투자액(평가액 기준)은 무려 172억9300만원에 육박했다. 이 회사 오너일가를 포함해도 개인주주 중에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채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한 기업의 지분을 10% 가까이 사들이자 시장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물론 언론까지 그를 오너나 핵심 경영진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자, 이른바 ‘수퍼개미’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도 여전히 샘표식품 지분을 4.88%나 보유한 수퍼개미다. 이정윤씨를 지난 7월 18일 강남역 근처 한 빌딩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씨와 주식의 첫 만남은 1998년 그가 군대에 복무하고 있을 때였다. 이씨는 “막연하게 부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입을 열었다. “안타까운 우스갯소리지만 한국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이 세 가지라는 말이 있어요. 첫 번째로 아버지가 부자이거나, 두 번째 배우자가 부자인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스스로 부자이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아버지가 부자도 아니었고, 부자 배우자를 만날 일도 없을 것 같더군요. 그러니 남은 게 ‘자기가 부자가 되는 것’ 하나밖에 없었어요.”

그 시절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서는 부자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했었다”며 “젊은 시절 그리 넉넉한 삶을 살아보지 못해 그랬는지, 스스로 ‘부자가 된 사람들과 나라는 사람은 과연 무엇이 다를까’를 참 많이 생각해봤다”고 했다. “그때는 ‘사업을 해볼까’ 고민했었죠. 그런데 사업을 하려면 우선 종잣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제게 그런 돈이 없었습니다. 그때 경영학을 공부하던 어린 제 눈에 들어온 게 주식 투자라는 것이었어요. 적은 돈으로도 시작해볼 수 있는 투자. 그게 바로 주식이었습니다.”

그렇게 20대 초반 주식 투자를 막연히 동경하던 그는 1997년 26살이란 나이에 뒤늦게 군에 입대했고, 그 무렵 갖고 있던 돈 100여만원으로 주식거래 계좌를 만들었다. 이것이 이정윤과 주식의 첫 만남이었다. 이씨는 그때만 해도 전업 투자나 주식 전문가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었다고 한다. 군에서 휴가를 나와 100만원 정도를 넣어둔 증권사에 한두 번 전화 주문을 통해 주식을 사고팔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1999년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이씨의 주식 인생에서 첫 번째 변화가 생긴 것이 군대를 제대하던 1999년 초다. 1997년 12월 한국은 외환위기 속에서 IMF(국제통화기금) 관리 체제가 됐다. 그런 한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해가던 시기가 바로 1999년이다. 그는 “IMF 손을 빌리지 않으면 완전히 무너졌을 만큼 심각했던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1999년 바닥을 찍고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며 “이때 군을 제대했고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건 인생에서 운이 정말 좋았던 것”이라고 했다.

“제가 1999년이 아니라 2년 앞선 1997년(IMF체제로 한국 경제 몰락)이나 8년 뒤인 2007년(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에 주식을 시작했다면 주식판에 이정윤이라는 존재가 살아남아 있었을까요. 아마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처럼 한 3개월이나 6개월쯤 주식을 사고팔다가 ‘뭐 이런 사기꾼들이 다 있어’라거나 ‘주식시장이라는 게 실상은 내 돈을 다 뺏어가는 곳이구나’라고 투덜댔을 겁니다. 주식에서도 마음을 접었을 것이고, 또래 친구들처럼 취업을 위해 뛰어다녔을 겁니다.”

하지만 1999년 주식시장에 뛰어든 그는 상당한 투자 성과를 올렸다. 1999년부터 주식 투자 초기 3년 동안 무려 50억원을 벌어들였다.

주식판에 발을 들여놓았을 당시 그는 공격적인 방식의 투자를 했다. 위험 회피와 관리 능력이 필수인 ‘관리종목’을 공략했다. 짧은 시간 투자로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리종목의 특성상 주가가 절대적으로 싸고, 작은 요인에도 큰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관리종목이 그의 투자대상은 아니었다. 관리종목이긴 하지만 영업중단이나 파산, 상장폐지 위기로 몰릴 가능성이 낮은 곳들을 찾는 것이 그의 관리종목 투자의 핵심이었다.

이렇게 관리종목 투자에 나서다 보니, 그의 초기 주식 투자는 코스닥에 집중됐다. 종목당 투자기간이 짧았고, 자연스럽게 차트와 재료를 활용한 매매가 주를 이루었다. 사실상 데일리 투자였다. 그런 투자로 2~3배 투자 수익을 올린 곳이 ‘계몽사’ ‘삼익악기’ ‘상아제약’이다.

그는 “대학 때 경제학을 공부하며 주식시장과 기업, 산업을 이해하는 공부 역시 어느 정도 돼 있었던 것 같다”며 “사실 무작정 뛰어든 것이 아니라 이론적 배경이 실전 투자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주식 투자에 나섰던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3년이 그의 주식 인생 전부가 될 수도 있었다. “사실 그때 번 돈만 해도 더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문득 ‘야~ 뭐가 됐든 운이 좋으면 누구나 주식으로 이렇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실제 2000년대 초반 주식시장 분위기가 요즘 젊은 세대가 비트코인에 몰려드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비트코인 대신 당시 젊은 세대는 ‘코스닥(KOSDAQ)’으로 몰려들었어요. 코스닥 초창기 당시 주식시장에서 투자금의 1~2배도 아니고 ‘10배를 벌었다. 20배를 벌었다’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소개될 정도였으니까요.”

그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시에 코스닥에서 투자금의 10배나 20배를 벌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식판에 살아남아 아직도 투자를 하고 있을까요?” 정답은 몇몇은 살아남아 있겠지만 실상 대부분 주식판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역시 이 부분을 짚었다. “주식판에 들어선 시점의 운이 좋았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좋은 시장이 있다면 머지않아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질 시장도 반드시 오게 돼 있습니다. 주식으로 상당한 수익을 내면서도 소위 ‘꺾이는 장’이라 부르는 상황을 늘 생각했고, 그때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구상도 늘 가졌어요.”

그는 “운이 좋아서 돈을 벌었다면 운이 다하면 결국 그렇게 번 돈은 내 주머니에서 사라지게 돼 있다”며 “이것이 주식시장의 속성”이라고 했다. 그는 주식 운이 좋아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번 돈을 지켜낸 건 끊임없는 공부와 분석, 노력이었음을 강조했다.

세무사가 된 주식 투자 고수

30대 초반 주식판에서 이미 수십억원 돈을 벌며 주식 투자가로 살아가던 그가 2004년 갑자기 ‘세무사’에 도전했다. 당초 목표는 주식판에서 번 돈으로 2002년 유학을 떠나 1~2년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미국 대학 MBA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이 그리웠다. 유학 2년째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가면 또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다고 사람들이 저를 알아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캐나다에서 함께 유학하던 사람들 중에는 한국에서 변호사를 하던 사람도, 기업을 운영하던 대표도 있었어요. 유학 시절 이들을 향한 주변 반응이 ‘어려운 일 하시면서 멀리 와서 공부까지 하네요’라는 거였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며 저를 주변에 소개하는 게 참 애매했어요. ‘한국에서 주식 하다 왔어요’ 정도인 겁니다. 그렇다고 주식 해서 큰돈을 벌었다고 말하고 다닐 수도 없는 거잖아요.”

캐나다에서의 이런 경험이 그에게 한국에 돌아가면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주식 투자를 계속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인이 되면 그게 힘들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때는 방자했는지 ‘혼자 주식을 해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월급받으면서 남의 돈으로 주식 사고 팔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강했어요.”

2004년 한국에 돌아와 곧바로 신림동 고시촌으로 향했다. 미친 듯 시험공부에 매달렸고, 2005년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세무사 연수를 끝내고 잠시 개인세무사무소를 열었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다른 세무사 3~4명과 직원 3~4명을 고용한 세무법인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사실 세무사를 한 이유가 제가 좋아하는 주식 투자를 마음껏 하면서 번듯한 직업을 갖고 싶어서였다”며 “그런 상황을 만들어보기 위해 세무법인을 운영한 것이고, 그때도 사실은 대표실에 앉아 주식 투자를 했었다”고 했다.

이정윤씨가 대주주인 샘표 간장공장 아트팩토리 모습. ⓒphoto 뉴시스
이정윤씨가 대주주인 샘표 간장공장 아트팩토리 모습. ⓒphoto 뉴시스

“투자가는 매일 공부해야 한다”

이정윤씨는 그렇게 살아가던 2014년쯤 문득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체성의 혼란 같은 게 왔어요. 세무사이고, 법인을 이끄는 대표인데 세무 일은 거의 하지 않고 대표실에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말이죠. 함께 일하던 세무사들과 직원들은 매일 법인세며 부가세 업무에 바쁘고 세무서와 거래처를 오가며 힘들어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혼란 속에 결정을 내렸다. 세무법인 대표직을 내려놓고, 진짜 주식 투자가로 살기로 말이다. 그때가 세무법인을 운영한 지 9년쯤 됐던 2015년이었다. 그리고 투자 세계에서 조금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주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과 투자 지식을 조금이나마 공유해보고 싶었다.

이런 생각에 2015년 1월 블로그를 만들어 주식 관련 글과 함께 자신이 직접 분석한 시장과 기업에 대한 투자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세무사의 주식 투자 일지’라는 블로그였다. 그는 “매일 글을 올렸다”며 “저 스스로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주식이라는 건 기업이든 시장이든, 아니면 사고파는 거래 시점이 됐든 사실 분석과 연구, 공부의 연속입니다. 매일매일 이 공부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수익의 차이가 분명합니다. 진짜 주식 투자를 하겠다고 세무법인 대표까지 내려놓은 저였잖아요. 고민하고 매너리즘에 빠져서 게을러졌다고 느껴질 때마다 매일매일을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제가 공부한 주식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기 시작한 거였어요.”

개인은 물론 증권사 관계자들까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의 블로그에 대한 반응은 상당했다. 1년쯤 지나자 강의 요청이 이어졌다. 이후 그는 자신의 투자 노하우가 담긴 콘텐츠를 투자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이것이 성공한 재야 고수이자 수퍼개미로 성장한 이정윤씨가 주식시장에서 살아온 이야기다.

주식시장서 버려야 할 말 “너만 알고 있어”

이런 이정윤씨가 바라본 주식 투자란 어떤 것일까. 이씨는 주식 투자는 ‘목적이 분명한 것’이라고 했다. 학위를 받기 위해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보여주기 위한 행위도 아니라는 말이다. 자기만족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주식 투자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정윤씨는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설명하면 1만원에 주식을 사서 1만5000원에 파는 것”이라고 했다. 오를 것으로 혹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찾아내 언제쯤 오르거나 내릴지 판단하고 그 시점에 실제 거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주식 투자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는 “1만원에 사서 1만5000원에 팔 수 있는 주식을 나를 대신해 과연 누가 찾아주고 직접 거래까지 해주겠습니까”라며 “결국 투자자 자신이 오를 수 있는 주식을 직접 찾아내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 주식 투자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했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 간단한 원칙을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주변에서 주식 한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사실 어떤 주식을 사느냐가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99%입니다. 그것을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 한다거나, 혹은 누군가가 ‘너니까 말해주는 거야’ ‘너만 알고 있어’라며 던져주는 소위 정보에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투자 성공 가능성을 0%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이씨는 “주식시장에 들어와 무작정 거래부터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그래도 돈을 벌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투자했는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성공한 주식투자가들이 많이 소개돼왔다”며 “이들이 어떻게 기업을 찾아내고, 어떤 식으로 거래를 했는지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 단계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주식 투자의 기본 중 기본인 3가지 요소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몸에 익힌 후 주식 투자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이씨가 말한 주식 투자의 기본 3요소는 ‘재무제표’와 ‘차트’ ‘재료’다. 그는 이것을 ‘주식 투자의 3박자’로 표현하며 “세상에 소개된 성공한 투자 전문가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결국 이 셋 모두 혹은 최소한 셋 중 하나는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재무제표와 차트

그는 먼저 재무제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업의 상태와 가치를 숫자로 표현한 기초자료입니다. 이런 기초자료에 등장한 기업의 손익 실태와 현금 및 자산의 흐름, 비용의 변화들을 통해 기업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근거입니다. 그러니 최소한 재무제표에 등장하는 항목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그 항목 속 숫자들이 크고 높은 것이 좋은 것인지 반대로 적고 낮은 것이 좋은 것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사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바로 이 재무제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종목 선정을 힘들어한다. 그는 눈여겨보는 종목이라면 3개월(한 분기)에 한 번 정도 재무제표를 확인하고, 이전 재무제표와 숫자들을 비교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재무제표라는 건 결국 그 회사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살펴보는 지표”라고 했다.

차트 역시 중요한 지표로 설명했다. “최근 재무제표와 비교해 차트에 대한 중요도가 투자 시장에서 조금 덜하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식의 가격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주식 좀 한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트를 볼 때 그래프 모양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차트 모양을 보고 매매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차트 분석이란 건 사실 그런 게 아닙니다. 차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트가 가리키는 시점의 가격입니다. 가격이 결정되는 시점을 차트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는 차트에 등장하는 주가 결정 시점이 경제학에서의 시장 가격 결정 구조와 흡사하다고 했다. 즉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론’이 주가의 형상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경제학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됩니다. 주가도 그래요. 매수(수요)와 매도(공급)가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됩니다. 이렇게 매수와 매도가 균형을 이루는 순간순간의 가격들이 점으로 모이고 그 수많은 점(가격)들이 그래프, 즉 차트의 모양을 그려내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마다 매수와 매도가 어떻게 균형(가격)을 찾아갔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바로 차트이지요.”

일각에서 차트에 대해 ‘과거의 가격일 뿐, 미래의 가격 전망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라며 “수많은 변수와 상황들 속에서 가격이 어떻게 결정돼왔는지의 기록은, 주식시장이 다시 그와 비슷한 상황을 맞았을 때 분명 다른 투자자들보다 좀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는 정보”라고 했다.

재료를 데이터로 만들어라

그는 재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재료라는 건 어느 기업의 주가가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 반대로 하락세를 이어갈지를 분간해 볼 수 있는 자료”라고 했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재료’라는 것은 상당히 다양하다. 뉴스나 공시가 될 수도 있고, 기업 관계자의 말과 정부의 정책, 산업 동향, 심지어 해외시장 흐름과 경쟁사 움직임 등도 될 수 있다. 그만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료를 정확히 이해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이정윤씨는 “재료라는 건 결국 노력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며 “투자한, 혹은 투자할 기업에 대해 그렇게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어떤 재료가 호재일지 악재일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재료를 그저 뉴스나 정보 정도로 지나치지 말라고 했다. 어떤 뉴스나 정책, 언급이 나왔을 때 그 재료들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반드시 ‘데이터’를 만들라고 했다. 그 데이터가 쌓이면 그것이 투자자만의 투자 공식이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자신이 주식 투자 3박자라고 부르는 재무제표·차트·재료 외에 플러스 알파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개인보다 정보력과 시장 영향력이 큰 외국인과 기관의 움직임, 공매도와 대차잔고 같은 것들이다.

이정윤씨는 “주식 투자에는 답이 없다”며 “하지만 최소한 이 3가지 기본은 충분히 습득한 후 자신에게 가장 맞는 투자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는 “정말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아예 주식에 손을 안 대는 게 좋을 수 있다”고 했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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