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 조감도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 조감도

사업비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서울역 북부 유휴용지 개발 사업’(이하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일대에 위치한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소유 부지를 서울역과 연계한 ‘복합용도개발사업’이다. 컨벤션 시설과 오피스 및 호텔 등을 짓는 강북판 코엑스 사업으로 불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지난 7월 9일 코레일은 서울역 북부역세권개발 사업자로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을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차순위 협상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코레일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에 대해, 또 다른 후보였던 메리츠종금 컨소시엄이 반발하고 있다. 메리츠종금 컨소시엄 측은 경쟁사보다 높은 입찰가 제시에도 불구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양측의 법적 대결 가능성도 전하고 있다.

논란의 근원은 메리츠종금 컨소시엄의 사업자 자격 문제다. 관련업계와 법조계에서는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로 인해 메리츠종금 컨소시엄을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자로 선정할 경우 위법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산법 24조 1항에 따르면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지분) 총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해당하는 행위를 하려면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 후보자로 나선 메리츠종금 컨소시엄의 지분은 메리츠종합금융 35%, 메리츠화재 10%, 롯데건설 19.5%, STX 25.5%, 이지스자산 10% 등으로 구성돼 있다. 즉 메리츠종금과 메리츠화재 등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메리츠금융그룹의 지분이 45%에 달하고 있다. 결국 금산법에 따라 메리츠 컨소시엄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에 미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코레일 측은 이로 인해 지난 6월 30일까지 약 50일간 메리츠 컨소시엄에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메리츠 컨소시엄 측이 금융위에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고, 관련 법 자문과 전문가 심의 등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메리츠 컨소시엄을 제외했다는 것이 코레일 측의 설명이다. 코레일 측은 이 사업의 공모지침(제30조 3항)에 따라 사업자 신청 시 제출한 컨소시엄 구성원의 지분율을 향후에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 지분을 가진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 대신 STX나 롯데건설을 내세우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법률, 또 메리츠 컨소시엄의 금융위 미승인 등으로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을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코레일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메리츠 컨소시엄 측이 이에 불복하면서 강북판 코엑스 사업은 시작도 전에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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