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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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00~300% 땄다’는 사람과 ‘20~30% 벌었다’는 사람 중 누가 진짜 주식고수일까요? 주식시장은 도박판이 아닙니다. 이성이 작동하는 시장입니다. 200~300% 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지속가능한 수익일까요? ‘200~300%, 아니 1000% 땄다’며 대박을 말하던 사람들 중에 3~4년 후 주식시장에 살아남아 있는 이가 몇이나 될 것 같나요? ‘수백, 수천 퍼센트를 벌었다’던 그 많은 투자 고수들이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평택촌놈’이란 별칭으로 주식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한 재야고수, 그가 바로 정오영(52)씨다. 그가 만 30년 주식 시장에 있으면서 딱 한 가지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수든 평범한 개미든 연 20~30% 정도를 목표로 시장을 대하는 사람들이 3~4년 후, 아니 10년 후에도 시장에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도박하지 마시고 투자를 하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과 증권TV에 전문가라며 등장한 이들이 찍어주는 주식, 고수라는 사람들이 대박난다는 주식, 언론이 호들갑 떠는 주식, 누군가 너만 알고 있으라는 주식을 좇으면 결국 망합니다. 공부하고 찾아낸 주식에 투자하세요. 주식판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자 투자 비법입니다.”

“주식시장에 대박은 없다”고 단언한 정오영씨는 ‘쥬라기’로 불리는 김철상씨와 함께 한국 주식판 최고의 재야 애널리스트로 손꼽히고 있다. 정씨는 특히 시장과 산업 상황을 조망하는 ‘시황 분석’에 있어서 고수 중의 고수로 통하는 인물이다.

주식 전문가와 주식 사기꾼

재야 투자고수 ‘평택촌놈’ 정오영씨를 최근 충청남도 아산시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기자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 정씨는 “고수든 평범한 개미이든, 그 누구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끊임없는 공부와 절제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서 가장 빨리 망하는 지름길이 주식전문가, 투자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것”이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안타깝지만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은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진짜 플레이어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아니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데, 누가 진짜 투자전문가고, 누가 주식고수인지 정확히 분별해낼 수 있을까. 정씨는 이점을 지적했다. 즉, 투자전문가 또는 주식고수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급등 종목을 찍어준다거나 추천 종목을 쏟아내는 이들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합리적 이성만 갖추어도 개인투자자들이 절망스러운 상황으로 몰리는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박과 족집게, 추천종목과 급등주를 말하는 이들 중 정말 주식으로 대박을 내 인생이 바뀐 사람은 없다”며 “주식 투자로 인생이 바뀐 이들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정도의 투자고수들 중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주식 종목 추천이나 투자 상담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그는 “투자전문가나 주식고수라는 사람들이 내놓는 추천종목들 대부분이 사실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과 조급증에 시달리는 개인들의 심리를 자극해 장사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종목과 기업에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다면 주식판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의 말처럼 ‘족집게’ 주식에 손을 댄 이들 중 돈 벌었다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경제·증권TV나 인터넷에서 전문가로 포장된 이들이 쏟아낸 추천주와 급등주에 올라탔다가 손실을 키우며 가슴을 치는 개미들이 비일비재하다. 정씨는 “개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주식고수, 투자전문가들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극히 드물고, 거의 대부분이 전문가로 포장된 주식 장사치에 불과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주식 장사치’들만 걸러내도 주식을 도박처럼 대하는 일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 방과 대박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도박의 시작라고 했다. 주식 투자는 그런 도박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주식 투자는 꾸준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정직해야 한다.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비로소 누군가에게 투자 자산이 되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투자 비법이 된다는 설명이다.

안정된 직업 버리고 주식 투자자가 된 이유

꾸준함, 공부, 정직함이 투자의 기본이라는 정오영씨. 그가 올해로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지 꼭 30년이 됐다. 1989년 22살 때 처음 주식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정씨에게 “주식과 처음 연을 맺게 된 계기”를 묻자 “대학교수셨던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했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의 주식시장은 제대로 된 틀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정설이다. 혼탁함과 도박성이 강한 조금은 어지러운 시장이었다. 그런 한국의 주식시장에 투자를 권유했던 것이 정씨의 아버지였다. 그는 “아버지가 대학에서 법학, 대학원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하셨는데 그 덕을 본 셈”이라며 “어찌 보면 축복받은 것”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법과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데 1989년에 아버지가 ‘한국 사회와 경제, 산업은 더 발전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금융을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제가 군에서 행정병을 할 때였지요. 서울올림픽 다음 해로 주가지수가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막 넘어설 때였습니다. 아버지는 금융시장에 눈을 뜨고, 경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결국은 주식시장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곤 ‘경제학,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해도 실제 투자를 해보지 않고서는 진짜 경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제게 ‘너도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고, 실제 투자도 해봐라’라는 겁니다. 이게 제가 처음 주식을 하게 된 시작점이었지요.”

그렇게 주식투자를 시작하긴 했지만 당시 정씨는 주식시장에 완전히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 말하는 것인데, 원래 제 직업이 ‘국어교사’였다”며 웃었다. 한국 사회에서 교사는 가장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로 통한다.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희망하는 선호도 높은 직업으로도 유명하다. 대학 졸업 후 안착했던 그런 안정적 직업을 그만두고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주식판에 뛰어들었다.

당시 결정과 관련해 그는 “젊은 시절 국어교사라는 안정성을 찾았지만 사실 마음속에 늘 콤플렉스 하나가 있었다”고 했다. “집안에 학자 분들이 많으세요. 아버지도 그렇고, 가족과 친척들 상당수가 교수나 학자의 길을 걸었죠. 그런데 저는 사실 적당한 대학을 나와서 교사를 한 겁니다. 겉으로는 내색을 못했지만 제게 그런 분위기와 환경이 콤플렉스 같은 거였어요. 그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속으로는 이게 내 몫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2000년 주식판에 본격 등장

그런 생각이 깊어지던 어느 날 그는 “무난하게 사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뭔가 모험을 한번 해봐야겠다”고 결심했고, 결국 교사생활을 그만뒀다. 일단 모아놓은 월급과 가끔 손대던 주식 투자로 모아둔 자금을 종잣돈으로 모험을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웃었다.

“대학 다닐 때도 법 공부를 재미있어 했어요. 일부러 법대 수업을 들었을 정도니까요. 교사직을 그만두면서 잠시 떠올린 게 고시였어요. 그런데 고시라는 게 생각과 많이 다르잖아요. 실력이나 갖고 있는 지식만으로 되는 게 아니더군요. 잠시의 방황이라고 할까요. 모험을 시작했으니 그만둘 순 없고, 고시와 주식 둘 중 어디에 진짜 제 인생을 걸어야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때 군에 있을 때 들었던 ‘한국은 발전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금융이 더욱 발달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이쪽(주식시장)에 인생을 걸어 보자고 결론을 내렸죠.”

그가 32살 때이던 1999년 이야기다. 그는 주식 투자에 인생을 걸면서 안정된 직업을 갖고 주식을 하던 때와는 다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주식판에 뛰어든 초기, 교사를 하며 주식투자를 하던 때보다 수익률은 당연히 높았다. 한 달에 투자원금의 40배를 벌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정씨는 “단기 수익률 대박을 좇기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며 “오랜 시간 동안 잃지 않는 ‘정속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이 같은 실제 투자는 물론 또 다른 그만의 무기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바로 ‘분석’이었다. 산업, 기업, 시황, 수급, 재료, 차트 등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뜯어볼 줄 아는 역량이 필요했다. 때론 이런 개별 요인들을 하나로 뭉쳐 시장 전체를 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법과 경제 교육, 또 군 시절부터 주식 투자를 했던 경험, 대학에서 국어를 공부하고 국어교사로 살아온 삶이 주식시장으로 인생을 전환한 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법·경제·경영의 이론적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고 실제 투자 경험도 있는 상태였지요. 이것이 시장과 기업, 시황을 쉽게, 또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글을 쓸 수 있게 했던 바탕이 됐습니다. 1999년 주식시장에 뛰어든 직후 몇몇 증권사에 시황 분석과 데일리(일일 시장) 분석 보고서를 써줬습니다. 처음에는 분석 공부도 하고, 시장 분위기도 알아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증권사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몇몇 보고서들은 자신들 소속 리서치센터 연구원들보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증권사들에 시황 등 각종 분석 보고서를 써주면서 시장을 읽는 눈, 특히 시황 분석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갔다. 그리고 2000년, 주식시장에 그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이 모여들었던 당시 국내 최대 주식 정보 및 분석 제공 사이트 ‘팍스넷’에서 사이버애널리스트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 참가한 약 500명의 애널리스트들 중 ‘평택촌놈’ 정오영씨가 2위를 한 것이다.

이 대회 직후 그는 팍스넷 정식 애널리스트로 영입됐다. 그가 이곳에서 내놓은 리서치 보고서들은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제도권 증권사 관계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시장 상황을 알려면 ‘평택촌놈’의 리포트 정도는 봐야 하지 않느냐 말이 돌 정도였다. 그는 “당시 팍스넷에서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던 전체 보고서들 중 제 보고서의 점유율(투자자들이 실제 읽었거나 구매한 비율)이 50%가 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주식판에 던지는 쓴소리

당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그가 쓴 리서치 보고서의 내용을 참고한 보고서들이 등장하기도 하면서 증권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2000년대 초중반부터 그는 팍스넷은 물론 한국경제TV 등 경제·주식 채널의 투자전문가 섭외 1순위로 불리며 주식 투자, 특히 리서치 분야 재야 고수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시황 분석에 관한 한 제도권 증권사 관계자들과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손꼽히는 전문가로 각광받으며 잘나가던 그였지만 자신의 눈에 비친 혼탁한 시장을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증권사 등 제도권 관계자들과 개인투자자, 또 주식전문가 혹은 투자고수라고 불리던 이들을 향한 쓴소리는 날카로웠다. 주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상적이지 못한 사안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상파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식전문가, 투자고수로 포장된 이들이 개인투자자들을 어떻게 현혹시키는지’ 그 수법을 알리기도 했고,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피해야 할 것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주식 사기꾼 감별법 6가지

대화의 주제가 이 이야기로 이어지자 그는 단호했다. 그는 “우리 주식시장의 실상을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 알려줘야 한다”며 “그래야 시장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이 건강하고 공정해야 우리 경제와 금융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그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손실이 커지는 이유는 많다. 하지만 분명 피할 수 있는 손실임에도 스스로 손실의 늪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주식투자전문가 혹은 주식고수로 불리는 사람들을 향한 근거 없는 믿음이 만들어낸 손실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투자자, 특히 시장에서 손실을 봐 마음이 급해진 개인일수록 주식투자전문가 혹은 주식고수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의존하고 빠져드는 경향이 크다”며 “간단한 몇 가지만 명심해도 비이성적 판단에 의한 손실은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먼저 “‘실시간 급등주를 알려준다’는 말을 한다면 절대 주식전문가가 아니다”라며 “또 주가 하락 요인이 분명한데도 손절매 충고를 않거나, 도리어 ‘기다리면 오른다’는 식의 막연한 이유로 손절매를 안 해도 된다는 사람 역시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를 만한 주식 1~2개를 찾기도 힘든데 추천주를 20~30개씩 내놓는 전문가는 단언하는데 단 한 명도 없다”며 “인터넷과 경제·증권TV에서 추천주를 쏟아내는 사람은 그냥 사기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테마주를 말한다면 이미 그가 해당 테마주를 사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주식 전문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 재테크 인터넷 카페 등에 ‘무료 종목 추천’ 또는 ‘전화상담 추천’ 광고를 하거나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리는 이들 역시 절대 주식고수나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추천한 종목이 약속한 수익률을 내지 못하면 자문료나 투자클럽 회비를 돌려준다고 말하는 주식전문가는 절대 없다”고 했다.

그는 “개인들을 상대로 판쳐온 가장 고전적인 사기 수법으로 얼핏 아무도 안 당할 것 같지만 손실에 마음이 급해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빨려드는 대표적인 잘못된 주식 투자 유형”이라고 했다.

주식 투자의 기초 ‘시황·업종·종목’ 공부

그는 주식시장에 개인은 절대 약자라면서 절대 약자인 개인이 투자 실패를 줄이려면 시장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먼저 ‘시황’과 ‘업종’, 그리고 차트와 가치를 아우르는 ‘종목’을 주식시장의 내적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3가지에 대한 공부가 주식 투자의 기초라는 것이다.

‘시황’을 보자. 그는 “시황은 지수와 주가의 오르내림(등락)”이라며 “시황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수급’”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외국인과 기관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성향이 강한 것이 한국 시장의 특성”이라며 “외국인·기관의 움직임, 특히 이들의 거래 패턴과 선호도 높은 산업 중심으로의 자금 흐름이 시황을 읽는 가장 기본 요소”라고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개인이 예측해 볼 수 있는 첫 번째 열쇠가 시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황을 통해 외국인과 기관의 미래 움직임을 개인이 예측하기 힘들다 할지라도, 최소한 이들이 현재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매매하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며 “이것만 세밀히 본다 해도 시장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시황을 이해했다면 두 번째 요소인 ‘업종’을 이해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업종은 지수가 오르거나 내릴 때 (산업이 됐든 특정 이벤트가 됐든) 어떤 것에 접근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요소가 차트와 가치를 포함하는 ‘종목’이다. 그는 “차트는 과거로부터 연속된 주가를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것”이라며 “문제는 차트에 담긴 지표들이 이미 지난 시점, 즉 과거의 주가이기 때문에 이것이 외국인과 기관의 미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가치는 기업이 지니고 있는 현재의 역량과 체력으로 “흔히 재무제표 등 계량화된 지표들로 파악할 수 있는 요소”다. “기업과 종목의 실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가치만을 투자에 활용한다면 그 역시 분명한 약점이 존재한다고 했다. “가치가 기업의 지금 역량과 체력이긴 하지만 주가라는 게 반드시 그 가치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만약 기업의 가치가 주가에 즉시 반영되거나, 가치대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더 이상 주식이 아닙니다. 사실상 수익(이자율)이 확정된 채권입니다. 가치가 측정 가능한 것은 맞지만, 반드시 수익을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차트보다 시황이 중요하다

그는 주식시장을 읽는 이 3가지 내적 요인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들이 투자한 주식들의 수익률이 좋지 못한 이유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다. 거대한 돈의 움직임, 즉 수급이 반영된 시황을 읽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 상당수가 사실상 차트에 의존한 투자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가치 분석에만 몰입해서, 분석한 가치가 주가에 실제 반영될 수 있는 것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주식부터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시황·업종·종목(차트와 가치)’으로 정의한 내적 요인 3가지 중 사실 가장 하위 단계가 종목”이라며 “주식 세계에서 상위 요소인 시황·업종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바닥 단계인 차트와 가치 분석만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에게 “이 3가지 요소 중 가장 세밀하고 중요하게 분석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단연코 시황”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 세계에서 개인은 솔직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관과 외국인을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이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개인이 이것을 인정할 수 있으면 주식시장에서 좀 더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을 이기려고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호흡과 패턴을 파악하고 예측해 움직이는 것이 개인의 투자 실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외국인과 기관 움직임과 수급을 파악하는 첫 번째 열쇠, 즉 시황을 개인의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의 상황, 즉 시황을 보기보다 차트만 보고 마치 점을 치듯 투자하는 습성이 있다”며 “차트에 찍혀 있는 가격에만 눈길을 두지 말고 전체 시장을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넓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험관리와 수익추구

그렇다면 개인이 시황을 이해하고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시장의 내적 요소인 시황을 살피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외적 요인이이라고 했다. 그는 “외적 요인은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라며 “정치·안보·국제·경제·사회·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다. 그는 “결국 주식시장이라는 것도 세상의 한 부분”이라며 “세상의 관심과 이슈가 시장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식 투자자라고 한다면 결국 세상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고 했다. 위험관리와 수익추구를 최소한 50:50의 비율로 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의 머릿속에는 수익추구만 가득하다”며 “이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했다.

“개인들은 주식으로 한두 번 돈을 번 것만 기억하려고 합니다. 거꾸로 10번 투자해 8번 잃은 기억부터 떠올리십시오. 이것이 위험관리의 시작입니다.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익은 자연스럽게 쌓이게 됩니다. 이것이 주식시장의 변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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