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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5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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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외국인은 프리패스 한국인은 규제폭탄, 이상한 주택정책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건국대 겸임교수 

▲ 미래도시시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9월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로소공원 인도에서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민간 택지의 분양가상한제(이하 상한제) 시행이 확정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참여정부가 2007년 도입해 2014년 말 폐기했던 상한제를 부활시켰다.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간 토지에 상한제를 재시행하면 집값이 안정되리라고 믿는 것 같다. 민간 택지의 상한제를 되살린 이유는 2007년에서 2014년까지의 집값 안정이 상한제 덕분인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학계와 시장에서는 그 시기 집값 안정이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와 수요 부족에서 비롯됐을 거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다. 정부의 인식이 이렇다 보니 경제학의 기본원리인 수요공급이론을 무시하고 가격 통제를 감행하고 있다. 매우 우려되는 반(反)시장 정책이다.
   
   상한제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시행사가 취득하는 지가에 표준건축비와 건설사 이윤 등을 합산해 분양가를 산정하면 관할 지자체가 평가 후 승인하는 제도다. 정부는 매월 산출 공표하는 ‘건설공사비 지수’를 이용해 표준건축비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공동주택의 건축비를 통제한다. 따라서 상한제는 정부의 가격 가이드라인에 맞춰 집을 지으라는 명령이며, 정부가 민간 주택 공급시장에 개입해 소비와 생산을 규제하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후유증
   
   상한제를 처음 도입한 정부는 참여정부가 아니다. 1977년, 1983년에 각각 단기간 실시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한 것은 1989년 도입된 ‘분양가 원가연동제’가 처음이다. 원가연동제는 1998년 퇴출됐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과정에서 원화가치 폭락으로 물가가 급등했던 이 시기 표준건축비가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하지 못해 432개 건설 관련 기업이 도미노처럼 연쇄 도산했기 때문이다. 그 무렵 표준건축비 인상은 경제사령탑인 재정경제부(현재의 기획재정부)의 협의를 거쳐야 가능했는데 외환위기를 수습하느라 인상 타이밍을 놓친 것이 원인이었다. 결과는 원가연동제의 폐지와 건설사의 대량 부도로 이어졌고, 후유증으로 나타난 아파트 공급 부족은 2001년 이후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됐다.
   
   상한제의 문제점은 크게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단행하면 새 집의 분양가는 내려간다. 상한제는 신규 주택의 공급가격을 시장가격 밑에서 억제하므로 청약시장의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생하는 청약 대기자의 폭증은 매매 시장을 위축시키고 전세 시장을 뜨겁게 달군다. 이것이 수요 측면의 예상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공급 측면의 향후 시나리오는 어떻게 진행될까. 상한제는 설계에서 인테리어 마감까지 품질 하락과 획일화를 초래한다. 건축비 외에 토지가격마저 통제받는 상황에서 시행사와 건설사들은 최소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싸구려 자재를 쓰거나 설계와 공정을 단순화해 비용 감축을 꾀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짓는 3년 내내 자재비 변동 위험에 노출된다. 올해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건설현장에 도입되어 공사 기간이 늘어나므로 시공 마진 5%에 미달하는 사업장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3~4년 뒤 공급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이처럼 수요 측면의 전세 수요 증가와 공급 측면의 공급 감소가 맞물리면 일정 시점에 전세가격은 급등하고 전셋가 급등은 매매가 상승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상한제는 지금 당장의 집값은 낮추겠지만 주택 가격의 장기적인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공급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측한 시나리오와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 목표는 ‘서민 주거안정’에 있다. 정부는 그 명분을 위해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분양을 받을 때 대출을 규제한다. 대출 규제 탓에 서민에게 분양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 되었고, 현금 부자에게는 닥치는 대로 ‘줍줍’할 수 있는 잔칫상이 됐다. 그런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진짜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외국인 부자들에게도 잔칫상을 마련해줬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대한민국 국민’과 달리 9억원 넘는 주택을 살 때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한 매도할 때 양도세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그야말로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에게 한국 부동산은 규제 무풍지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법령은 1961년 제정된 ‘외국인토지법’이 시초다. 당시 정부는 영토 보전 차원에서 외국인의 토지 구입을 엄격하게 제한했으나 1994년 ‘외국인 토지 취득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외국인 투자기업에 한해 토지 취득을 허용했다. 정부는 1998년 외국인토지법을 개정해 외국인의 토지 취득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하고 토지 구입 자금의 반출과 반입 규제를 폐지했다. 또한 외국인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이용해 부동산임대업에 진출하고 주택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이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는 전제조건이었다.
   
   현재 외국인은 부동산을 취득할 때 외국환거래법상의 신고가 전혀 필요 없다. 매매잔금을 치른 뒤 60일 이내 취득신고를 하면 소유권 이전등기를 할 수 있다. 내국인의 취득절차와 같다. 세제 측면에서도 외국인은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 취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의 부동산 관련 조세에서 내국인과 차별이 없으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세제감면을 받는다.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문호 개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주권자는 국내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내국인과 동일하게 간주되어 외국인토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제주도 부동산을 취득해 영주권을 획득한 중국인은 한국에 거주하지 않아도 서울의 아파트를 언제든지 살 수 있다. 제주도에서 처음 시작한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2010년 도입됐다. 당시 제주도는 2008년 금융위기 무렵에 지은 콘도의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 지역경제가 어려웠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와 이민을 결합한 투자이민제 시행을 중앙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5억원 이상을 투자해 휴양시설을 구입한 외국인에게 거주 자격을 준 뒤 5년이 경과하면 영구 거주할 수 있는 영주권을 제공했다. 투자이민제 덕분에 제주도의 미분양은 봄눈 녹듯이 사라졌고, 내륙 지방이 경기 침체를 겪는 동안 제주도의 건설 경기는 매우 ‘핫’했다.
   
   그때 재미를 본 덕분일까. 제주도에서 투자이민제가 시행된 다음 해인 2011년 전국적으로 중국인이 소유한 토지는 440만947㎡였으나 2015년에는 1422만9000㎡로 3.2배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외국인의 토지 취득 비율은 서울 0.5%, 경기 0.4%인 반면에 제주도 토지를 취득한 외국인은 전체의 1.1%로 2배 이상 높았고, 제주도 토지를 구입한 전체 외국인 중에서 중국인은 44.4%를 차지했다. 2018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는 투자이민제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한 전체 외국인은 201명이며 중국인은 전체의 94.5%인 190명이라고 발표했다. 투자이민제를 활용한 외국인의 대부분이 중국인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서울의 주택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제주도 콘도를 취득한 중국인은 본국에 거주하면서도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영주권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의 국적별 주택 통계는 비공개다.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통계는 토지와 건축물로 구분되어 필지 수, 동호수, 면적이 공표될 뿐이다. 필자는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 현황을 국적별로 파악하기 위해 법무부와 한국감정원(국토교통부 산하기관)에 각각 행정정보 공개 청구를 요청했으나 자료를 얻지 못했다. 뉴질랜드를 포함한 상당수의 국가는 외국인 소유 주택 통계를 공시하는데 우리 정부는 관련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결국 외국인들이 소유한 토지 자료를 이용해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르면 중국인이 보유한 서울 토지는 2015년 3분기 3104필지(16만714㎡)였으나 2016년 3분기 4810필지(18만4594㎡)로 필지 수는 54.9%, 면적은 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미 동포가 대다수일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인의 취득은 필지 수 8.1%(면적 4.1%) 상승에 그쳤다. 물론 중국인들이 매수하는 서울 주택이 모두 강남 등의 금싸라기 땅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중국인 밀집지역인 영등포구 대림동, 마포구 연남동, 홍대 부근의 거래 비중이 높다. 그러나 내국인들이 선호하는 강남 4구 등에서의 취득 비율이 현재보다 더 증가한다면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주택 시장은 규제의 무풍지대이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부동산 구매 광풍으로 홍역을 치른 해외 사례를 보자.
   
   
▲ 세종특별자치시 4-2생활권 견본주택이 개관한 지난 5월 24일 청약예정자들이 입지조건 등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선진국의 외국인 주택 구입 규제
   
   뉴질랜드 정부는 2018년 1월 외국인의 기존 주택 구입을 전면 금지했다. 금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국가는 오직 호주와 싱가포르뿐이었다. 단 외국인의 신축 주택 구입은 허용했다. 뉴질랜드 정부가 이처럼 과격한 정책을 펼친 이유는 2016년 한 해 집값이 11% 급등해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국가가 되고 자가 비율이 25%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1991년 자가율이 50%대였는데 여기서 반토막이 난 것이다. 뉴질랜드는 최근 5년간 홈리스가 급증해 전체인구(470만명)의 약 1%가 집 없이 길거리를 떠돌아 OECD 회원국 중에서 홈리스 최다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뉴질랜드 통계국은 2018년 7월 말 외국인들의 주택 관련 통계를 함께 공개했다. 2018년 2분기 전국에서 외국인이 취득한 주택의 비율은 전체의 3.3%(1109건)였고,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알짜배기 지역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오클랜드는 1865년까지 수도였던 도시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곳 집값은 최근 4년간 75%나 올랐고 뉴질랜드 홈리스의 절반 이상이 이 도시에 거주 중이다. 오클랜드 중심부의 ‘와이터마타 지역(Waitemata ward)’은 한국의 강남에 해당한다. 2018년 2분기 외국인은 이 지역에서 총 321건의 주택을 취득했는데 이곳 전체 거래량의 22%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내국인은 여기서 전국 평균(78%)보다 한참 낮은 45%를 취득했다. 뉴질랜드 정부가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금지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캐나다 또한 뉴질랜드와 비슷한 처지다. 밴쿠버와 이웃한 리치먼드는 전체 주택의 7%를 비거주자인 외국인이 소유했다. 2017년도 캐나다 주택 통계 자료의 결과다. 메트로(광역도시) 밴쿠버에서 외국인들이 소유한 주택은 단독주택, 아파트 등의 모든 유형에서 내국인이 소유한 집보다 비쌌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는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으로 밴쿠버, 리치먼드의 집값이 폭등하자 2016년 8월부터 외국인이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가격의 20%를 특별취득세로 부과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대응도 유사하다. 홍콩은 2003년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뒤 10년간 집값이 4배 폭등했다. 홍콩 정부는 2016년 11월부터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때 납부하는 인지세를 종전의 8.5%에서 15%로 상향하고 3년 이내 매각하면 특별거래세 명목으로 매매가의 20%를 과세한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의 투자에 우호적이지만 외국인의 주택 구입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다. 싱가포르 역시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경험한 뒤 외국인이 주택을 구입할 때 거래가격의 15%를 외국인 인지세로 과세한다. 호주의 규제는 한발 더 나간다. 호주는 외국인이 100만호주달러(8억1000만원) 이상의 부동산을 취득할 때 1만호주달러의 등록세를 부과하며 신축이 아닌 주택은 매입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외국인은 주택 가격의 25%를 벌금으로 내고 주택을 되팔아야 한다.
   
   해외 사례를 요약하면 많은 나라들이 자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외국인이 투자 목적이나 단기 거주를 위해 주택을 구입하면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거나 주택 구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대다수의 외국인은 한국에서 자국 은행 혹은 외국계 은행과 거래하므로 감독 당국의 규제 밖에 놓여 있다. 설령 정부가 규제를 한다고 치더라도 외국인이 본국이나 홍콩 등의 해외 지점에서 대출 승인을 받은 뒤 서울 지점에서 인출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외국인이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구입할 때 한국인과 달리 대출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외국인은 양도세 중과 예외 혜택도
   
   외국인은 규정상 양도소득세 중과 예외조항의 혜택도 누린다. 정부는 2017년 ‘8·2 조치’에 따라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무겁게 매긴다. 그러나 양도소득세 규정의 예외조항에는 주택 소유자가 ‘근무지 이전, 질병 요양 등의 사유가 있으면 1년 이상 거주를 충족할 때 양도세 중과세를 면제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런 규정은 외국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본국에 자기 집이 없다고 허위 서류를 공증한 뒤 제출하거나 업무상 본국 복귀 혹은 제3국 전근 때문에 주택을 매각한다는데 막을 수 있을까. 외국인이 강남 아파트를 매수해 단기에 차익을 챙기더라도 양도세 중과를 회피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국인의 주택 투기를 잡으려고 만든 각종 규제가 외국 투기꾼에게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셈이다. 정부 정책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역차별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슬로건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이다. 이 슬로건이 부동산 정책에서도 예외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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