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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75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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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틈새 재테크 ‘스팩(SPAC)’을 아시나요

▲ 코스피 2000포인트와 코스닥 600포인트가 무너졌던 지난 8월 5일 한국거래소 현장. photo 뉴시스
1.5%에 불과한 기준금리 여파로 인해 요즘 은행 이자를 받는 건 재테크로 부르기조차 민망한 상태다. 거기다 경제성장률 추락과 기업실적 악화로 경기는 급락 중이다. 또 한·일과 미·중 등 주요 경제국들의 격렬한 무역 분쟁에 주식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이라던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지표가 된 지 오래고, 지금은 1900포인트 추락마저 걱정하는 상황이다.
   
   각종 규제 강화와 세금 압박 여파에 부동산시장도 이미 오래전에 얼어붙었다. 금융사 PB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은 서민들로서는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과 은에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실물자산은 이미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경제·금융 지식이 충분치 못한 서민에게 채권과 환(換) 역시 왠지 부담스러운 재테크인 게 사실이다.
   
   2019년 평범한 서민들에게 ‘재테크 보릿고개’가 밀려들고 있다. 피 같은 내 돈을 불리기는커녕 자칫 손실만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에도 불안하다. 피땀 흘려 한 푼 두 푼 모아놓은 투자 원금은 지키면서, 최소한 은행 이자보다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지금 같은 시대에 도대체 이런 투자처가 있기는 한 것일까.
   
   막막하기만 한 재테크 보릿고개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꼼꼼히 찾아보면 투자전문가가 아니라도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나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낼 수 있다. 이런 투자처 중 최근 눈에 띄는 것이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이다. 스팩이란 ‘공모를 통해 투자자들을 모은 자본이 기업을 M&A(인수합병)하고, 이렇게 인수합병한 기업을 통해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을 추진하는 일종의 특수목적회사’다.
   
   
   누구나 사고팔 수 있는 스팩
   
   이 특수목적회사는 실제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아니다. 오직 인수합병과 이를 통해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하는 것만을 추구하는 페이퍼컴퍼니다. 그래서 스팩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모두 현금으로 구성돼 있다. 또 이 현금 자산은 오로지 M&A를 위해서만 사용하게 된다.
   
   한국에 스팩이라는 투자처가 등장한 것은 채 10년이 안 됐다. 2007년 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 특히 기술력과 성장성은 기대할 수 있지만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중견·중소기업이 많아졌다. 이런 기업들을 상대로 주식시장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자금을 공급하고, 특히 주식을 상장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해주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스팩이다. 국내에 스팩이라는 금융상품이 처음 등장한 것은 불과 9년 전인 2010년이다.
   
   스팩의 구조를 보자. 스팩은 비상장기업 중 인수합병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이 기업을 상대로 자본력을 앞세워 실제 인수합병을 진행하게 된다. 스팩이 기업을 인수해 최종 합병에 성공하면 스팩에 투자했던 투자자는 보유 중인 스팩 지분(투자한 돈) 비율만큼 인수합병한 기업의 주식으로 교환받게 된다. 스팩 투자자(주주)에서 인수합병된 기업의 주주로 지위가 바뀌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스팩 역시 일반 기업이나 ETF처럼 주식시장에 상장된다’는 것이다. 즉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스팩이, 여러 이유로 상장을 하지 않은 상태이거나 상장에 실패한 비상장기업을 골라 인수합병을 완료하면, 인수합병된 비상장사가 이미 상장된 스팩을 통로 삼아 주식시장에 자동으로 상장되는, 이른바 우회 상장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스팩이 한국 주식시장에 등장했던 초기에는 주식 공모와 비상장사 투자, 인수합병, 비상장사의 우회 상장 등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히는 이벤트들이 차례로 진행된다는 점이 부각됐었다. 주가 상승에 우호적인 이런 요인들로 인해 투자와 재테크에 밝은 자산가들, 또 기관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되며 주가가 뛰어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스팩이 한국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2010년 3월 상장한 동양밸류스팩을 보자. 1주당 공모가가 1만원이던 주가가 상장과 동시에 1만5000원으로 뛰었다. 상장 첫날 주가상승률이 50%에 이른 것이다. 같은 시기 주식시장에 등장했던 미래에셋스팩1호도 1주당 1500원이던 주가가 상장 후 7일(거래일 기준) 만에 3810원으로 솟구쳤다. 공모가 기준 154%, 상장일 주가 기준으로는 115.26%나 올랐다. 한국 주식시장 최초의 스팩인 대우증권스팩은 일반 투자자 상대의 자금 공모에서 무려 87 대 1에 이르는 주식청약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스팩의 약점
   
   물론 이런 스팩의 초기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스팩의 약점들이 상당했고, 이런 약점이 상장 스팩이 증가할수록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스팩의 결정적 약점은, 수많은 비상장사 중 인수합병할 만한 탄탄한 기업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공모를 통해 운영되는 투자 자본인 스팩의 성격상 이런 기업을 스스로 찾는 작업이 쉽지 않다. 성장성 높고 재무적으로 탄탄한 우량 비상장사, 또 국내외 투자 자본의 관심을 키울 만큼 시장에서 인기 있는 아이디어나 제품을 보유한 비상장사의 경우 굳이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불특정 다수 주주로 구성된 스팩에 M&A를 당하면서까지 우회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스팩의 비상장사 인수 직전, 합병 조율 과정에서 이해를 달리하는 스팩과 기업 양측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하는 의견이나 요구를 강하게 내비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결국 스팩이 인수합병할 만한 제대로 된 건전한 비상장사를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사례가 속출했다. 인수할 만한 기업을 찾았다 해도 최종 합병이 무산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사실 스팩과 비상장사들 사이 이런 상황은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인수합병에 성공한 스팩들 역시, 인수합병 종료 후 시장과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투자 수익성이 좋지 못했던 사례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투자 세계의 ‘변방’으로 인식되던 스팩이 저금리와 주가 폭락, 환율 급등 사태가 동시에 벌어지면서 똘똘한 투자족들 사이에서 최근 다시 ‘꽤 쓸 만한 투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대박은 아니라도 적어도 은행 이자 수준의 수익성과 최소한의 안전성, 높은 환금성이 묘하게 겹쳐 있다는 점 때문이다.
   
   
   ‘M&A든 상장폐지든’ 뭐가 돼도 괜찮아
   
   좀 더 보자. 스팩이 만들어져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최대 36개월(3년)간 상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바로 이 36개월 동안 비상장기업을 찾아 인수 및 합병을 완료해야 한다. 이 기간 안에 비상장사를 인수해 합병을 끝낸다면, 스팩의 상장 지위를 인수합병된 비상장사가 그대로 이어받는다. 즉 비상장사가 상장사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구조는 스팩 투자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상황이다. 비상장사가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고,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자들을 추가로 확보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팩이 고유 목적인 인수합병에 실패해도 낙담할 이유가 없다. 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투자금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스팩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날로부터 30개월 안에 인수합병을 결의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한 달 안에 인수합병할 비상장사를 못 찾으면 상장폐지가 결정된다. 이렇게 최대 36개월 안에 인수합병에 실패하면 바로 해산·상장폐지되는 것이다.
   
   일반 기업이 해산·상장폐지될 때처럼 스팩이 해산·상장 폐지되면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공모 당시 투자원금(공모가)을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여기에 3년치 연 (예치)이자까지 추가로 지급된다. 스팩은 이런 연이자율을 시중 금리변동에 따라 조금씩 조정하기도 한다. 현재 상장돼 있는 스팩들이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연 (예치)이자율은 통상 1.5~2% 정도로, 이것이 3년간 쌓이면 스팩 투자자는 투자 원금 대비 최소 약 4.5~6% 이상의 이자를 확보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노련한 투자자들이 노리는 스팩들이 양극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상장사와 인수합병 논의가 있거나 가능성이 있는 스팩, 또는 인수합병 가능성이 매우 낮아 상장폐지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거래 주가마저 현저히 낮은 스팩만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주가 상승 요인이 이어질 수 있고 실제 인수합병을 통해 추가 상승을 노리는 다소 공격적인 성향의 스팩 투자법이다. 반면 후자는 철저히 몇 개월 단기 투자를 통해 투자원금을 지키면서 3년치 이자를 덤으로 노리는 것이다. 이런 스팩 투자의 경우 반드시 스팩의 현 주가가 공모가에 근접해 있어야 한다.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스팩은 총 51개로 공모가가 모두 2000원이다. 그러니 주가가 2000원보다 낮으면 투자 대상으로 가장 좋은 스팩이고, 적어도 2000원에서 몇십원 정도 올라 있는 스팩을 찾아 투자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런 조건의 스팩이 있을까’ 싶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여전히 존재한다.
   
   
   몇 개월 투자로 3년치 은행 이자 노리기
   
   실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상장폐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주가가 공모가 주변에서 맴도는 스팩을 찾아 대규모 단기 투자한 사례가 꽤 있다. 철저하게 몇 개월간의 짧은 투자로 시중은행 3년치 정기예금 이자와 맞먹는 예치이자를 노리는 기법이다.
   
   물론 이런 스팩 투자에는 주의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반드시 스팩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거나, 높다 해도 몇십원 정도 오른 스팩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야만 무위험 투자가 가능하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4.5~6%쯤 높게 거래되는 스팩이라면 추후 주가 상승이 미진하거나, 인수합병 실패 등으로 상장 상태를 더는 유지하지 못할 경우 자칫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똘똘한 스팩 투자족을 중심으로 이런 위험성에 유의만 하면 위험은 낮추면서 단 몇 개월 투자로 최소 3년치 시중은행 정기예금 이자에 버금가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하락세가 완연한 주식시장과 초저금리 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서민들에게 재테크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재테크 보릿고개 시대, 틈새 투자로 스팩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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