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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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전문가, 투자 고수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시장, 산업, 기업, 뭐가 됐든 속속들이 알 때까지 꼼꼼하고 꾸준하게 공부하는 사람이 결국 최고 전문가입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만 2000개인데 모두 살피고 공부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지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기업, 산업부터 꼼꼼히 살피고 공부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기업이 아니라, 공부해 찾아낸 기업부터 투자하세요. 그것이 실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투자의 시작입니다.”

“평범한 개인이 투자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묻자 남석관(58)씨가 꺼낸 이야기다. 그는 “주식 투자를 몇 년쯤 했다고, 또 증권사나 금융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하루아침에 주식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기업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그 주식에서만큼은 최고의 투자 전문가”라고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담(雨潭)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하고, 증권업계로부터 ‘개인투자자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이가 남석관이다. 주식시장에서 남씨는 오랜 시간 꾸준하게 높은 수익을 유지하는 대표적 투자가이자, 차트나 수급 분석은 물론 탄탄한 재무·경제학 지식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을 찾아내는 학구파 투자 고수로도 유명하다. 해박한 투자 지식 때문인지 유명 증권사들이 그에게 직원들의 교육을 의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하루도 안 빼고 써온 투자일기

그는 50대 후반인 지금도 상당한 투자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2006년부터 2007년, 2년 동안의 수익률 2500%는 꽤 유명한 이야기다. 긴 호흡이 필요한 중장기 수익률뿐 아니다. 순간 판단력과 거래 속도가 생명인 단기 투자 성적도 상당하다. 20~30대, 나이가 많아야 40대가 주류인 각종 투자 수익률 대회에서도 여전히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연 수익률 대회에 참가해 여러 차례 최종 성적 1, 2등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4년 삼성증권 투자대회 1등 등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주요 증권사 수익률 대회에서도 여전히 수상자로 등장하고 있다. 그는 “상금 욕심 때문에 수익률 대회에 나가는 게 아니라, 투자 세계에서 지금 제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점검해보기 위해 참가하는 것”이라며 “이제껏 받은 수익률 대회 상금을 단 한 번도 개인적으로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수익률 대회 상금은 모두 봉사단체들에 기부하고 있다.

투자 고수 남석관씨를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몇 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써온 그의 투자일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두툼한 다이어리 몇 권을 열자 한국의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물론, 미국의 다우와 S&P, 일본과 중국, 유럽의 주가지수 변화를 하루하루 일자별로 빼곡히 기록해놓은 것이 보인다. 주가지수만이 아니다. 그는 그날그날 쏟아져나온 국내외 거시경제 이슈들은 물론, 투자할 가능성이 있거나 실제 투자한 기업과 산업 관련 이슈들 역시 빠짐없이 기록했다. 매일매일의 투자 성적표인 수익률 기록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그는 “누군가는 과거의 일들을 메모한 이 기록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제게는 미래의 투자를 위한 중요한 기록이자 재산”이라고 했다.

만 32년 전 1987년 첫 투자 시작

남석관씨가 주식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올해로 만 32년째다. “1987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말로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1987년에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신문 속 증권 시세표를 보니 주가가 매일 오르는 겁니다. 속으로 ‘야, 이거 주식 하나만 잘 찍으면, 회사일 하면서도 하루 6%(당시 하루 주가 최대 상하한선) 수익은 나도 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게 주식 투자를 시작한 계기입니다.”

그는 당시 3달치 월급 100만원을 모아 한 증권사 지점에서 계좌를 만들었다. 그는 32년 전 인생에서 처음 샀던 주식의 당시 주가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협진양행 140주를 1주당 약 7400원에 샀어요. 그런데 매일 상한가(당시 6%)를 찍는 겁니다. 1만9600원에 모두 팔았는데, 제가 팔고도 2만3000원 정도까지 올랐어요. 두 번째로 산 주식이 한보그룹 계열사이던 한보종합주택이었어요. 한보종합주택이 평일은 물론이고, 반나절 장인 토요일(당시에는 토요일 오전까지 시장이 열렸다)에도 상한가를 가는 겁니다. 그러니 ‘야, 이거 진짜 수익이 생기네, 쉬운데’ 하는 생각이 더 커지는 겁니다.”

남씨는 이렇게 시작한 주식 투자와 회사생활을 7년간 병행했다. 그러던 1994년, 주식 투자에 좀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신 학원을 열었다.

“보통 저녁에 학원 수업을 하다 보니 오전과 낮 시간에는 여유가 있었어요. 사실 이때도 주식 투자를 전업으로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수업이 없는 오전과 낮 시간에 주식에 집중하면 학원 운영과 함께 균형을 맞춰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학원을 운영하던 이때, 차트와 수급 분석 같은 기본 지식에, 재무와 경제학 등 투자를 위한 이론적 배경까지 갖출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시기 전업 투자를 꿈꾸게 만드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1997년 말 외환위기였다. 그는 “IMF(국제통화기금)체제가 한국 경제를 뒤흔든 건 맞지만 투자 세계에서만큼은 미래에 더 건강해질 기업을 솎아내는 역할을 해준 것도 사실”이라며 “혼돈 속에서 살아남은 회사들이 투자 세계에 엄청난 부를 창출해줬다”고 했다.

“당시 많은 증권사와 건설사들이 부도가 나서 사라졌어요. 그러면서 증권주 전체가 몰락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액면가가 5000원인데 시장에서는 10분의 1인 500원, 심지어 300원에 주식이 거래됐어요. 그런데 모든 회사들이 부실한 게 아니잖아요. 탄탄한 회사들 주식까지 이렇게 거래되니 충분히 투자할 만한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IMF체제 1년 후인 1998년, 김대중 정부가 해외 채무 상환 등 IMF체제 종료에 박차를 가하면서 실물경제보다 앞서 주식시장이 움직인 것이다. 외환위기로 부실기업들이 솎아지면서, 나름 건전성을 유지하며 살아남은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자고 나면 상한가였다”로 표현하며 “저 역시 2000원 정도에 샀던 주식을 1만원 이상에 판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이 경험이 주식 투자에 인생을 걸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키운 것이다.

마흔 넘긴 2001년 전업 투자자 변신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14년째인 2001년, 그러니까 학원과 주식 투자를 함께한 지 7년째 되던 해, 그는 마흔을 넘긴 나이에 전업 투자가의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통장에 들어있던 현금 1200만원 중 생활비 200만원을 아내에게 주고 나머지 1000만원을 종잣돈으로 전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는 “그때는 한 달에 종잣돈의 20%, 즉 200만원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사실 주식 투자로 매달 꼬박꼬박 20%의 수익을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산술적으로 시장이 열리지 않은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1%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만 가능하다. 물론 ‘하루 1% 수익률 정도면 어렵지 않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 하루라도 마이너스 수익이 발생하면, 바로 다음날 발생한 마이너스 수익률의 최소 2배가 넘는 수익률을 올려야만 한다. 그래서 제도권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의 매니저들 중에는 “하루 1% 수익률이 꿈”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남씨는 이런 꿈을 이뤄나갔다. 그는 “아마도 14년 동안 부딪혀온 투자 경험과 공부가 이런 기적을 만들어줬던 것 같다”고 했다. 2001년 1000만원으로 시작한 돈이 2년 만인 2003년 통장에 1억2000만원, 주식 계좌에 8000만원 등 총 2억원으로 불어났다. 이후 수익이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다음 해인 2004년에는 수익이 6억5000만원으로 늘었고, 다시 3년 뒤인 2007년에는 2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의 주식 계좌에 담긴 투자 자산 규모는 20억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다는 것이 증권가 관계자들의 평가다.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그의 이런 투자 성과에 증권가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그를 ‘개인투자자의 전설’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가 주식 투자에 늘 성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가 웃으며 “신도 아닌데 어떻게 늘 수익만 낼 수 있겠냐”며 “일별로는 마이너스 수익도 나는 게 사실이지만, 중요한 건 월간과 연간 수익률을 반드시 플러스 수익으로 만들어놓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딱 한 번 큰 손실도 있었다”고 했다.

“2003년 투자했던 주식 중 갑자기 상장폐지가 결정된 게 나왔어요. 분석이 틀렸던 게 아니라 회사가 투자 관련 자료들을 엉터리로 만들고 허위공시를 했던 겁니다. 투자자들을 속인 거지요. 일종의 사기를 당한 거죠. 거래정지로 손실이 컸던 것보다 거래 자체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제가 주식 거래를 하지 못했던 유일한 기간이 그때 3개월이었습니다.”

상장폐지를 이겨낸 힘

남씨는 당시 거래정지 이후 정리매매를 해야 했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면서 “다행히 당시 시장에서 주요 그룹들의 주력 계열사로 꼽힐 만큼 우량한 기업임에도 액면가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들이 꽤 있었다”며 “이런 주식에 집중 투자하면서 손실을 빠르게 만회할 수 있었다”고 했다. 상장폐지 주식으로 빚어진 손실을 2003년 그해 모두 만회했다는 것이다.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에까지 몰렸다면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남씨 역시 32년 동안의 투자에서 사실상 유일한 투자 실패 사례로 꼽았을 만큼 충격이 컸다고 했다. 더구나 당시 시장에 액면가보다 싸게 거래되는 우량기업 주식들이 많았다고 해도, 또 주식 투자에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투자 전문가라고 해도 손실이 발생했던 해에 모든 손실을 만회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에게 손실을 단기간에 만회할 수 있었던 투자법을 물었다.

그는 “시장과 기업 상황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 또 비상시에 활용할 수 있는 돈의 ‘여유’”를 이야기했다. “주식 투자를 하며 터득한 게 있어요. 기다리면 기회가 반드시 있다는 것과 (투자할 수 있는) 돈에 여유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액면가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 이런 주식 중 작은 모멘텀에도 빠르게 상승할 수 있는 주식을 찾아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주식을 찾았다 해도 손실 만회를 위한 자금이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예상치 못한 투자 환경과 맞닥뜨렸을 때 이 두 요소, 즉 여유가 있는지와 그렇지 않은지의 차이는 상당합니다. 투자에서 조급함과 부족함은 더 큰 실패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여유’라는 건 투자자에게 느긋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체력과 안정감이라는 뜻입니다.”

주식거래 계좌 여러 개 만들어라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살아남는 이들이 존재한다. 32년 주식 투자 판에서 살아남은 남석관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에게 개인이 투자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묻자 “투자 실력도 중요하지만, 수익과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주식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 또 실제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종목을 어떻게 발굴하고, 그런 주식을 언제 얼마나 사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합니다. 실제 증권사나 리서치회사, 투자자문사 관계자들이 투자자들과 고객에게 하는 말의 90%가 이것이지요. 정작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실제로 모이는 계좌를 어떻게 분류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습니다.”

남씨는 투자 실력만큼 계좌를 운영·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익이 쌓이고, 투자 자산이 커질수록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와 수익 관리를 위해 계좌를 아예 여러 개로 나누어야 한다”며 “투자와 자산 관리, 두 용도로만 계좌를 분리할 게 아니라 주식 투자용 계좌 자체를 여러 개로 나누어야 한다”고 했다. 주식은 물론 채권, 펀드 등 각각의 투자 종목과 상품만 분산 투자를 할 게 아니라, 실제 투자에 이용하는 계좌 자체를 분산시키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 개 계좌를 이용해 여러 가지 주식을 한꺼번에 거래하지요. 그렇게 할 것이 아니라, 아예 거래 계좌 하나당 한두 종목만 거래하세요. 7~8개 정도 주식을 거래한다면 거래 계좌를 4개쯤 만들고, 한 계좌당 1~2개 정도 거래하는 형태로 계좌를 관리하세요. 이렇게 하면 투자한 종목을 보다 면밀히 살필 수 있는 효과도 있고, 특히 계좌 자체를 분리해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산 투자’ 효과까지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빠지기 쉬운 대표적 유혹이 한두 주식, 혹은 특정 상품하나에 몰빵하는 투자다. 거래 계좌를 여러 개로 나누면 주식 거래 통로가 분리될 수밖에 없다. 또 개별 계좌에 들어가는 투자 자산(돈)까지 강제로 분리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몰빵 투자나 특정 주식, 특정 금융 상품으로 투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방지되는 것이다.

또 투자에 사용한 여러 계좌들 중 특정 한두 계좌의 수익률이 악화되더라도, 투자 종목과 자산을 달리한 나머지 다른 계좌들을 통해 일정 수준으로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용이해진다. 의식적으로 분산 투자에 나서지 않더라도, 투자 대상과 투자금이 계좌별로 나뉘어 자연스럽게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남씨 역시 수퍼개미로 불리는 지금까지도 최소 10개 이상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수익 나면 욕심 버리고 현금화해야

남씨는 또 주식 투자 후 계획한 만큼의 수익이 발생하면 미련 없이 발생한 수익을 고스란히 현금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것은 전업 투자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그의 투자 철칙이다. 그는 “1000만원을 투자할 때 20% 수익을 기대했다면, 매수한 주식 가치가 1200만원이 됐을 때 발생 수익에 해당하는 200만원을 바로 현금화한다”며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그보다 더 뛰어 분명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지금껏 리스크 관리와 안정적인 자산 관리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주식 투자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높은 수익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았을 때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이 중요하다”며 “이런 의미에서 투자란 많이 버는 것보다 벌어놓은 수익을 지키고, 현금화해 관리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했다.

남씨는 “사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과 산업의 흐름을 평범한 개인이 그때그때 이해한다거나, 복잡한 기업의 속성을 꿰뚫어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 말은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수익을 내는 게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라고 했다. “주식 투자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들이 있지요. 차트도 알아야 하고, 경제학적 지식도 있어야 하지요. 기업 가치를 이해하려면 재무제표의 숫자와 항목들의 의미, 시장의 평가 기준 정도는 알아야겠지요. 그런데 개인들 중에 이런 걸 다 알고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 정말 몇이나 될까요. 현실이 이런데도 개인들은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많은 수익을 내겠다며 주식시장에 뛰어듭니다.”

평범한 개인 위한 주식 투자 ‘계절주’

그는 주식 투자 이전에 이런 욕심을 제어할 수 있는 절제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욕심을 누를 수 있다면 개인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투자 관련 지식이 해박하지 않은 개인이라면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시장과 산업의 패턴, 기업들의 운영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조건을 반영한 투자법이 바로 ‘계절주 투자’”라고 했다.

“계절주는 특정 계절에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거나, 소비와 수요가 증가하는 기업의 주식입니다. ‘반복’이라는 특성을 가진 주식인데, 이 ‘반복’이라는 키워드가 투자의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 여름이면 에어컨과 음료·빙과류, 겨울이라면 보일러와 도시가스 등 난방 관련 기업 등의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계절주를 해당 계절에 산다면 그건 투자가 아니지요. 어떤 투자가 됐든, 투자의 첫 번째 전제는 ‘가격이 싸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가가 오르기 전에 투자해야 하고, 특히 가장 많이 떨어졌을 때 투자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그는 여름 계절주를 예로 들었다. “일반적으로 여름 계절주의 주가가 가장 낮을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여름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쌀쌀한 추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입니다. 11~12월 정도이지요. 이때쯤 망하지 않을 회사들 중에서 재무제표 감사를 받을 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회사 몇 개를 추려 투자하는 거지요. 이렇게 사놓고, 겨울과 봄을 거쳐 여름이 되면 몇 번의 손 바뀜(주식 소유자 변화)이 나타나면서 가라앉았던 주가가 다시 뛰어오르는 현상을 보게 될 겁니다.”

그는 “조급함과 욕심을 버리고 기다리는 법만 알아도 대박은 아니지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세계가 주식 투자”라며 “미리 사두고 천천히 오르기를 기다리는 접근법이 개인에게는 가장 안전하고 유용한 투자법”이라고 했다.

피해야 하는 주식도 있다

투자 경험이 많고, 특히 투자지표나 시장흐름을 이해하며 각종 투자법에 능한 개인이라면 이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주식을 사고팔라는 말이 아니다. 시대에 맞는 트렌드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대별로 산업의 흐름, 정책이 집중되는 분야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트렌드입니다. 트렌드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될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겁니다. 시대적 트렌드, 산업 트렌드, 정책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면, 지금 번창하는 트렌드보다 다가올 다음 트렌드가 무엇이 될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면 투자 세계에서 개인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하루 종일 차트와 수급을 공부하거나, 정보를 얻겠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낭비할 시간에 차라리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흐름을 주도할 산업과 기업을 찾는 노력을 하라고 했다.

그에게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구설수가 있는 기업,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엿보이는 기업은 피해야 한다”며 “특히 사주(社主)나 경영진이 기업 일 외에 딴짓을 하고 있다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위기의 시작점 대부분이 사실은 별일 아닐 것 같던 아주 작은 문제들에서 출발한다”며 “무엇이 됐든 리스크로 여겨지는 사안이 있다면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 정도만 유의해도 주식 투자에서 실패할 확률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남씨는 주식이든 채권이든 어떤 투자가 됐든, 투자란 결국 합리적 사고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합리적 사고에는 벼락부자, 대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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