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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78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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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전월세상한제는 정답이 아니다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건국대 겸임교수 

▲ 임대료 규제로 슬럼가가 된 뉴욕 브롱스가. 2017년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등 건물이 낡은 탓에 화재가 잦다. photo 뉴시스
지난 9월 말 법무부는 주택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법제화를 선언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뒤 임차인이 재계약을 요청하면 임대인이 2년의 임대차계약을 무조건 다시 체결하는 제도다. 10년 계약을 보장하는 상가 임대차와 달리 2년 계약만 있고 계약갱신청구권이 없는 주택 임대차제도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의도다. 그런데 이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서울에 예상치 못한 고가의 장기 전세 주택 매물이 등장했다. 계약기간 4년에 주변 시세의 최대 1.5배 조건이었다. 제도가 아직 시행되기도 전에 이런 물건이 나온 이유는 집주인이 미래의 전세금 상승분을 앞당겨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규제를 입법화해 시행하려면 제도 시행 전의 공백기가 있기 마련인데 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심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989년의 주택법 개정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이 무렵 수출은 3저 호황 덕분에 호조를 보였고, 차고 넘치는 유동성은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 매매가와 전세가는 하룻밤 자고 나면 오르던 때였다. 다급해진 정부는 국민들의 주거 불안을 잠재우려고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주택법 개정안을 번갯불에 콩 볶듯이 통과시켰다. 주택법 개정안의 1990년 시행이 확정되자 법령이 통과된 1989년 그해 전세가는 무려 24%나 뛰었다. 시행 첫해인 1990년도 상승률은 16%를 기록했다. 규제 시행 전에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계약갱신권제 시행을 확정한다면 집주인들은 너도나도 임대료를 올려 전세가격이 급등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전세가격의 급등은 전세 수요를 매매수요로 치환시켜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향후 도입될 수 있는 부동산 규제는 전월세상한제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로또분양을 받기 위해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전세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큰데 정부는 전세가 급등을 막기 위해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규제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므로 시행은 시간문제다.
   
   엄밀히 말해 임대주택의 가격 통제를 뜻하는 전월세상한제는 상품의 가격 통제와 다를 게 없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만족해할 수혜자는 규제가 시행될 때 살고 있는 임차인밖에 없다. 대신 주택을 찾고 있는 임차인은 악화된 임대 조건을 견뎌야 한다. 길게 보면 주택의 가격 통제는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임대사업자의 씨를 말려버린다. 수리비 절감을 통해 수익률을 유지하려는 집주인들은 임대주택의 노후화를 방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자본주의의 대표주자인 미국은 임대차제도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미국 임대주택의 절대다수가 몰려 있는 뉴욕시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뉴욕의 임대료 통제
   
   뉴욕시는 지난 6월, 1993년부터 시행했던 ‘고가 임대료 규제 완화 법률’을 폐지했다. 폐기된 조항은 2019년 기준 월 임대료가 2774달러를 넘거나 임차인의 연소득이 20만달러를 초과할 때 집주인은 임대료를 자유롭게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법령이었다. 이 법령은 왜 폐기되었을까. 임대료 통제를 받는 주택과 받지 않는 주택 비율이 1991년 50 대 50에서 2018년에는 36 대 64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결과를 보고 뉴욕시는 규제가 풀린 뒤 고가 임대주택의 비중이 증가했다고 판단해 규제의 고삐를 다시 조인 것이다. 뉴욕시의 규제에 집주인들은 강력 반발했다. 집주인들은 뉴욕시의 조처가 미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임대료 규제는 약 80년 전에 시작됐다. 1941년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격으로 태평양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1942년 전시물가통제법을 제정해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1951년까지 임대료를 통제했다. 1973년 연방정부는 임대료 통제의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연방 차원의 관련 규제를 철폐했다. 대신 임대료법을 제정해 주 정부에 임대료 통제 권한을 위임했다. 현재 임대료 규제는 감소 추세이지만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인구가 집중되는 대도시에는 아직 남아 있다. 뉴욕주 감사관 토머스 디나폴리(Thomas DiNapoli)는 “뉴욕 거주자의 상당수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바람에 생필품을 사지 못한 채 겨우 입에 풀칠하거나 뉴욕에서 쫓겨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미국의 유력 정치인들과 다수의 공무원들은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임대료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항상 앞서간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뉴욕 주택건설협회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협회는 뉴욕의 ‘미쳐버린’ 주거비용은 높은 재산세율과 강력한 환경·노동 규제로 건설비와 노무비가 천정부지로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협회는 대표적인 규제로 건축공사장의 임시 가설물인 비계(飛階)를 꼽는다. 비계 설치 관련 규제 때문에 건설보험료가 급등하고 ‘사고 치지 않을’ 하청업체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울분을 토로한다. 협회는 규제가 지속된다면 주거비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장담한다.
   
   경제학자인 조셉 살레르노(Joseph Salerno) 페이스(Pace)대학교 교수는 임대료 규제에 관한 열띤 찬반 논쟁에 대해 실증연구를 통해 자신의 해석을 내놨다. 그는 1980년 중반에서 2000년 초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규제 과잉이 뉴욕의 주택 부족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살레노 교수는 이 기간 단위면적(ft2) 기준으로 집값은 건축비의 2배였는데 그 이유는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임대료 규제가 없으면 임대료는 상승하지만 주택 부족 사태는 결코 발생하지 않으며 임차인들은 값비싼 주택을 더욱 알차고 경제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럼에도 가격 통제에 찬성하는 규제론자들은 임대료 통제가 비싼 주거비로부터 임차인, 특히 노령세대를 지키고 거주지의 급격한 변화를 차단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는 임대료 규제가 시행되면 신축이 증가하기는커녕 감소하며 주택 품질의 하락을 낳는다고 경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주장이 모두 옳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2015년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을 포함한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임대료 통제에 절대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학자들은 제도가 시행될 때 나타나는 경제적 비용이 소수의 ‘현직’ 임차인이 누리는 편익을 압도한다고 본다. 또한 가격 규제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임대료를 상승시키며 주거환경을 악화시켜 젠트리피케이션을 초래한다고 확신한다. 이들에 따르면 뉴욕의 브롱스(Bronx)가 ‘폭탄 맞은 마을’처럼 된 것은 임대료 규제 때문이라는 견해다. 경제학자들은 임대료 규제 대신 임차인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값싼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 공급을 추천한다.
   
   
▲ 역전세난이 우려됐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세가격이 최근 크게 올랐다. photo 뉴시스

   세계에서 집세가 가장 비싼 홍콩
   
   전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홍콩은 어떨까. 최근 홍콩 정부는 중국 정부와 합동으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국은 집값이 오를 때까지 분양을 미루는 부동산 재벌에 ‘빈집세’라는 세금을 부과할 기세고, 베이징의 국영언론은 홍콩의 부동산 기업들을 탐욕의 화신이라며 매일 비판한다. 정부의 강경한 정책의 배경에는 극심한 주거난에 시달리는 홍콩에 신축 빈집이 1만채나 된다는 뉴스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100일 넘게 계속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시위가 주택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사실 홍콩 경제는 부동산 및 건설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및 건설 관련 기업이 200개가 넘을 정도로 건설, 부동산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홍콩은 20세기 초부터 중국 대륙에서 내려온 중국인들을 수용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홍콩섬과 중국 선전에 맞닿은 주룽반도(九龍半島)의 인구는 1911~1921년 사이에 각각 42.1%, 82.96% 폭증했다. 중국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홍콩은 서울의 1.8배(1104㎢)에 불과한데 이 중에서도 67%는 그린벨트나 공원이다. 그나마 국토면적이 이만큼 확장된 것은 1985년에서 2000년까지 매년 200㏊를 간척해 총 3000㏊(300만㎡)의 신규 토지를 확보한 덕분이다.
   
   영국 식민정부는 임대료가 급등하자 1921년 처음으로 임대료 통제를 실시했다. 처음에는 새집의 임대료는 통제하지 않았다. 신축 주택의 임대료를 통제하면 민간이 공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홍콩은 해방되었고 영국은 통치를 재개했다. 당시 홍콩 인구는 고작 60만명이었다. 이 무렵 중국 대륙은 국민당과 공산당의 치열한 내전으로 혼란스러워 중국인들은 전쟁을 피해 홍콩으로 몰려들었다. 주택은 턱없이 모자랐고 임대료는 급등했다. 마침내 식민정부는 1947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이전에 건축된 낡은 주택의 임대료를 전광석화처럼 통제했다.
   
   식민정부는 오직 1년간 임대료를 규제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임대료 규제가 지속되자 민간이 집을 짓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건축이 가능한 나대지는 30여만명에 달하는 피란민들이 불법 점유하고 있어 빈 땅은 전혀 없었다. 집을 지으려면 판잣집 같은 허술한 거처에 사는 임차인을 퇴거시켜야 하는데 정부의 규제 때문에 개발회사는 임차인을 쫓아낼 수도 없었다.
   
   1949년 중국 대륙이 공산화되자 주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영국은 인구 증가를 막으려고 1950년 중국공산당과의 긴 협상 끝에 중국 정부가 이미 출국허가를 내준 중국인을 수용하는 대신, 중국은 향후 중국인들의 홍콩행 출국을 막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 사이 홍콩 인구는 폭발적으로 불어나 1951년 236만명을 기록했다. 6년 새 4배나 폭증한 것이다. 그런데 1953년 크리스마스 전날 밤 홍콩섬의 섹킵메이(Shek Kip Mei)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5만3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화재는 정부가 기존의 토지 공급자 역할에 머물지 않고 주택의 직접 공급자로 변신하는 역사적인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식민정부는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공공주택을 전혀 공급하지 않았다. 오직 민간부문이 건설한 민간주택만 존재했다. 식민정부는 주택공급량이 인구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자 영국 정부의 지원으로 설립한 홍콩주택협회를 통해 찔끔찔끔 주택을 공급하며 생색을 냈다. 이 무렵 내 집 마련에 관한 글로벌 트렌드는 ‘자급자족’이었다. 정부 지원을 기대하지 말고 각자 자기 집을 장만하라는 주문이었다. 유엔과 국제노동기구 같은 국제기구는 한목소리로 ‘각자도생’을 설교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이었던 미국과 영국에서는 전쟁이 끝난 뒤 20년간 공공주택 건설이 ‘붐’을 이뤘다. 두 강대국은 자국 식민지 국민들에게는 공공주택 제공이 주택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변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내 집 마련을 하라는 야누스 같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유는 재정 부담 때문이었다. 이처럼 영국이 공공주택 공급에 관해 자유방임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홍콩의 식민정부도 인구 급증에 따른 주택 부족으로 임대료를 통제하는 상황에서도 주택 공급에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2019년 현재 홍콩은 전 세계 309개 도시 중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다. 중위 소득 대비 중위 주택가격 비율이 20.9배로 2위 밴쿠버(12.6), 3위 시드니(11.7)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정부가 1954년부터 토지와 주택을 독점 공급하는데 왜 이렇게 주택가격이 높을까. 그 원인에 대해 홍콩대 리처드 웡(Richard Wong) 교수는 “토지 부족 때문이 아니라 토지 이용계획의 경직된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주택정책이 성과를 나타낼 수 없는 이유로 “주택사업에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공무원에 대한 보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민간은 금전적 보상이나 손실이 인센티브로 주어져 죽기 살기로 일하지만 공공은 동기부여가 밋밋해 성과가 없다는 비판인 것이다.
   
   
   도시계획 변경과 건축규제 완화가 답이다
   
   이런 외국 사례를 보면 전월세상한제는 해결책이 아니라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미국·홍콩의 사례가 증명하듯이 가격 통제는 미래의 주택 공급을 줄여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시대 변화에 걸맞은 도시계획 변경과 건축규제 완화가 답이다. 한 예로 도시계획법상 상업지역의 하나인 유통상업지역을 보자. 유통상업지역은 상가 등의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어서 지가는 높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인 온라인 유통산업의 확장으로 상당수의 오프라인 매장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도시 외곽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다행히 유통상업지역은 대부분 대로변에 위치해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 서울시는 현재 역세권 300m 이내의 청년주택 개발을 촉진하려고 각종 인센티브를 준다. 이참에 유통상업지역에 주택 건축을 허용하면 어떨까. 서울은 뉴욕·홍콩처럼 주택이 부족한데 이 트렌드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래는 ‘탄소 프리’의 굴뚝 없는 산업이 대세고, 이 산업은 모든 편의시설을 갖춘 도시에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만들어놓은 제도를 신줏단지 모시듯이 떠받들지 말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제도의 존치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그 길만이 우리가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 살아남는 비상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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