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주식] 조국 테마주의 비극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경제
[2580호] 2019.10.28
관련 연재물

[주식]조국 테마주의 비극

▲ 지난 9월 2일 조국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국회에 들어서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이른바 ‘조국 정국’이 본격화됐다. 지명 초부터 터진 두 자녀의 대학과 대학원 입학 비리, 사모펀드 불법 투자, 웅동학원 관련 비리 등 각종 의혹들이 시간이 갈수록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됐다. 조국 일가 전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지난 9월 9일 문 대통령은 결국 조국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 자리는 조 전 수석에게 오래 허락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일 이후 67일, 법무부 장관 임명일로 계산하면 불과 35일 만인 지난 10월 14일 법무부 장관직에서 낙마했다.
   
   그런데 67일 동안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장관이 낙마하자 엉뚱하게도 이번에는 주식시장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의 법무장관 지명과 임명으로 주가가 치솟았던 이른바 ‘조국 테마주’들이 조국 전 장관 사퇴와 함께 동반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5월 ‘조국 테마를 찾아라’
   
   조국 테마주는 사실 그의 법무부 장관 지명 전부터 조금씩 등장했었다. 서울대 교수이던 그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자 주식시장에서는 권력의 핵심에 둥지를 튼 그와 연관된 기업 찾기가 벌어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 실패 논란과 능력 문제 등이 계속 불거졌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이어지자, 시장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조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올 6~7월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조국 차기 법무부 장관 임명설, 심지어 대권 도전 시나리오들까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주식판의 개인들에게 조국에 대한 관심을 부채질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조국 관련 테마주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중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대표적 조국 테마주가 ‘화천기계’다. 화천기계가 조국 테마주 중에서도 먼저 부각되며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이 회사 감사인 남광(60) 변호사 때문이다. 남광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 합격 기록이 없는 조국 전 장관과 달리 사시 합격 후 검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대학, 사시, 법조 이력 등 외형상으로는 조국 전 장관과의 공통분모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조국과 엮인 적자 회사 화천기계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묘한’ 부분을 찾아냈다. 미국 UC버클리 법대다. 남광 변호사는 검사 시절이던 1995년부터 1996년까지 UC버클리에서 공부했다. 조국 교수 역시 1994년부터 1997년 말까지 UC버클리에서 공부했다. 두 사람이 UC버클리에서 공부한 시기가 겹치는 것이다. 여기에 남 변호사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점까지 더해졌다.
   
   이런 내용이 지난 5월부터 테마주, 특히 정치인 테마주에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특성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을 자극했다. 1000원대 후반에서 2000원대 초반을 오르내리며 지루하게 정체돼 있던 화천기계 주가가 5월 말부터 조금씩 꿈틀거리며 조국 테마 대장주로 불리기 시작했다. ‘조국 차기 법무부 장관설’이 본격화된 6월 중순부터는 폭등세를 이어갔다.
   
   상황을 보자. 5월만 해도 2000원 정도였던 주가가 6월 27일 회사와 관련해 특별한 이유 없이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숨에 3620원으로 솟구쳤다. 이날 화천기계 주가의 폭등 이유는 일부 언론과 개인을 중심으로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차기 법무부 장관 임명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화천기계 주가의 이상 폭등세는 더 거세졌다. 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 하루 전인 8월 8일 주가가 4000원에서 불과 10원 모자란 3990원까지 솟구쳤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9월 2일 “법무부 장관 지명자로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며 조국 교수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자, 이날 주가는 4240원으로 오르면서 4000원 벽도 뚫었다. 이틀 뒤인 9월 4일, 여당과 야당이 무산됐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같은 달 6일 하루 열기로 합의하자 주가는 당장 상한가로 직행하며 5790원까지 폭등했다. 5월 23일 화천기계 주가가 2010원이었으니 불과 3달 반 만에 주가가 3780원, 즉 188.1%나 폭등한 것이다.
   
   9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자 개인들이 몰려들며 화천기계 주가는 장중 6960원까지 뛰어올랐다. 장중이었지만 조국 장관 임명과 함께 주가가 7000원 코앞까지 오르며 5월 23일 이후 무려 246.3%나 솟구친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주가 폭등을 유도한 ‘조국 약발’은 여기까지였다.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자 조국 정국은 더 악화됐다. 검찰 수사와 언론 취재로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내용들이 알려지며 조국 본인과 부인 정경심, 동생 조권씨의 거짓말 논란과 각종 불법 의혹들이 확산됐다. 특히 조국 본인은 물론 딸과 아들, 부인, 친동생 등 가족 전체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점점 더 커졌다.
   
   9월 9일 전까지 주식시장,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커지는 의혹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정말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까’에 쏠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자 관심의 방향이 180도 바뀌었다. 9월 9일 이후부터는 ‘조 장관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혹은 ‘낙마 시기가 언제쯤이냐’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말해주듯 조국 테마 대장주로 폭등하던 화천기계 주가도 9월 9일 이후 완전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거래일 기준으로 조국 교수의 장관 임명 한 달이 되던 10월 4일 주가가 5040원으로 추락했고, 이후 주가는 약세에 빠져들었다. 이런 테마주의 약발 소멸과 주가 하락에 결정타가 10월 14일 등장했다. 조국 교수의 장관직 사퇴였다.
   
   이날 조국 교수 사퇴 분위기가 확산되며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실제로 오후에 사퇴하자 주가는 곧장 하한가로 직행해 3175원으로 폭락했다. 이후 하락이 계속돼 10월 21일 주가는 3010원으로 추락했다. 9월 9일 장중 최고가와 비교하면 한 달 10여일 만에 -56.8%, 반토막 이상 폭락한 것이다. 이쯤 되자 최근 화천기계를 두고 ‘개미 무덤’으로 부르는 이가 많다.
   
   
   조국 테마에 주가 뛰자 주식 대거 팔아
   
   사실 화천기계의 기업 실태는 주가 급등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주가가 폭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 1807억원에 영업적자와 순적자가 각 31억원과 7억원일 만큼 실망스럽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단 1년을 빼곤 영업실적과 당기순이익 모두 큰 폭의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1~6월) 실적도 취재 결과 영업적자 14억2900만원에 당기순적자도 6300만원에 육박할 만큼 엉망이다.
   
   물론 조국 테마주 화천기계로 모든 사람이 쪽박을 찬 건 아니다. 대박을 낸 곳도 있다. 바로 테마주 당사자인 화천기계다. 화천기계는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이 되고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하자 느닷없이 “운전자금과 시설투자에 필요하다”며 대규모로 주식처분을 시도했다. 이 회사 경영권을 움켜쥔 공동 대표이사 권영열 회장과 권형석 사장이 주식처분을 결정하자 이 회사는 2019년 9월 17일부터 조국 교수의 장관 사퇴 직전인 10월 2일까지, 총 6번에 걸쳐 속전속결로 110만주를 팔아치웠다. 조국 테마로 급등한 주식을 갑자기 처분해 화천기계가 얻은 이익이 무려 49억3617만원이 넘는다.
   
   만약 테마주로 부상하기 전인 5월에 화천기계 주식 110만주를 팔았다면 손에 쥔 돈은 약 20억원에 불과했을 것이다. 결국 화천기계는 조국 테마 덕에 무려 2배 이상의 주식 매각 차익을 올린 당사자이자 수혜자다. 이런 기업 주식에 ‘조국’ 이름 두 자 때문에 빨려들어간 많은 개미들은 가슴을 치고 있다.
   
   화천기계만이 아니다. 화천기계의 모회사 화천기공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조국 테마에 올라타며 9월 4일 장중 4만4500원까지 급등했던 주가가, 조국 사퇴 역풍을 맞으며 미끄러져 현재 3만원대로 추락했다.
   
   
   조국 테마 추락 삼보산업 주가 3분의 1토막
   
   삼보산업도 대표적인 조국 테마주로 꼽힌다. 삼보산업은 알루미늄 합금과 자동차부품을 만들어 파는 작은 코스닥 등록업체. 삼보산업은 이 회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이태용씨가 조국 교수와 같은 부산 혜광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조국 테마주가 됐다.
   
   5월 말만 해도 이 회사 주가는 1400원대에서 1700원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조국 테마주들과 마찬가지로 6월 27일 일부 언론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국 차기 법무장관설’이 터지자 전날까지 18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가 이날 곧장 상한가로 솟구치며 2450원까지 급등했다. 7월 2일에는 장중가로 3000원(종가는 2690원)을 찍었다. 5월 23일 1445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7월 2일 장중가 고가는 108%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하지만 조국 테마주 대부분이 그렇듯 삼보산업 주가 역시 조국의 행보에 무너졌다. 조국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여야가 합의한 9월 4일 2150원을 마지막으로 주가가 미끄러졌고, 10월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가 폭락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날 삼보산업 주가는 10% 가까이 떨어지며 1005원으로 추락했다. 장중에는 무려 947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7월 2일 장중 3000원까지 솟구쳤던 주가가 불과 두 달 10일 만에 3분의 1토막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이 기간 이 회사에는 주가가 이렇게 급등하고 폭락을 이어갈 만큼 눈에 띄는 상황 변화나 이벤트가 없었다. 오로지 조국 테마가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런 비정상적 주가 폭등과 폭락을 만들어낸 것이다.
   
   대부분의 정치인 테마주들이 그렇지만 조국 테마주 역시 학맥과 인맥, 고향, 가족들이 ‘조국’이라는 이름에 엮여 있다. 조국 열풍에 주가가 폭등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시장이 기피하는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추락하는 패턴이 그대로 드러났다. 테마 열풍이 몰아친 그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주식시장에서 개인을 중심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조국 테마에 올라탔다. 하지만 조국 테마가 가라앉으며 테마주가 순식간에 개미 무덤으로 돌변해버렸다. 산업의 흐름과 기업의 가치가 아닌 정치인 테마주의 씁쓸한 결말이 조국 테마주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